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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Han

책 한 권으로 세계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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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쓰리
작품등록일 :
2023.05.21 00:43
최근연재일 :
2023.05.25 16:4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36
추천수 :
8
글자수 :
38,099

작성
23.05.2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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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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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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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필드 가문의 기사 (1)

DUMMY

은발의 남자, 백필드 가문의 기사가 엔드리스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책 표지에 박힌 보석이 붉은빛으로 깜박였다.


『생체 정보를 인식 중입니다.』

『인식 완료. 계약자, 백필드 가문의 기사.』

『계약에 따라 책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보석이 점멸할 때마다 귓가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엔드리스의 목소리인가.”


계약자 이외의 사람이 책을 펼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책이 말을 할 줄이야.


3...2...1...띠링!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계약자님.』


환영 인사를 마지막으로 보석의 빛이 꺼졌다. 그제야 백필드는 엔드리스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팔락-


<<Book of Endless : 지구가 처음인 당신을 위하여>>


첫 장에는 책의 제목이 적혀있다.


“내가 사용하던 문자가 아니다. 한데 어째선지 읽을 수 있군.”


신기했다. 처음 보는 문자임에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아마 계약에 언어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 모양이야.’


문자에 대한 의문을 그렇게 일축했다. 어찌 됐든 간에 말을 새로 배울 수고를 덜었으니 좋은 일이었다.


팔락-


[얻고 싶은 정보를 말씀해주십시오.]


다음 장에는 간결하게 한 문장이 적혀있다.


“엔드리스의 사용법 중 하나군.”


이 책에는 목차가 없다. 그 대신 원하는 정보를 말하면 책이 알아서 해당 페이지를 찾아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용법이다.


엔드리스엔 우주의 방대한 지식이 모두 담겨 있다. 일일이 책장을 넘기며 정보를 찾았다간 한세월이 걸릴 터.


“궁금한 건 많다만......일단은 여길 벗어나야겠군.”


지구에 소환됐을 때부터 느꼈다. 공기에 섞인 마력의 농도가 짙다. 아무래도 이곳은 던전 내부인 듯하다.


‘공부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후에 해도 늦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나가는 길을 알려다오.”


파라라락-


명령을 내리자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종잇장을 넘기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들개의 숲 (D등급)]


자동으로 펼쳐진 페이지에는 던전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꽤 상세하군. 나침반 기능도 되는 건가.”


지도를 살펴보니 붉은색으로 현재 위치와 가야 할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출구를 물었을 뿐인데 그 이상을 알려주는군. 마치 내 의중을 읽기라도 한 듯이.’


던전에서는 길을 잃는 게 가장 위험한 일이다. 특히 숲의 형태를 띠고 있는 던전은 같은 곳을 영원히 헤매다 죽을 수도 있었다.


엔드리스는 단순히 출구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던전에서 벗어나겠다는 백필드의 의지를 파악해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책의 능력이 기대 이상이야.’


백필드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출발할까.”


지도를 면밀하게 살펴본 백필드는 책이 알려준 대로 북쪽을 향해 직진하기 시작했다.


* * *


발걸음을 옮긴 지 10분이 지났을 즈음 몬스터 한 마리가 앞에 나타났다.


-크르릉.


‘처음 보는 몬스터다. 지구의 던전은 메르헨과 전혀 다른 몬스터가 나오는 것인가?’


백필드가 의문을 띄웠다.


몬스터는 들개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처럼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었다. 저런 몬스터는 기억에 없었다.


아니면...그저 기억하지 못하는 걸지도.


“엔드리스. 저 몬스터는 뭐냐.”


파라락-


물어본 즉시 엔드리스는 몬스터의 정보가 담긴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이름 체부아. D등급. 하이에나를 닮은 수인형 몬스터.”


백필드는 멈춰서서 책이 알려준 정보를 읽어내렸다.


물론 몬스터가 그를 가만히 둘리 없었다.


-크락!


체부아가 백필드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일반적으로 3~5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 기다란 손톱으로 먹잇감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책의 설명을 증명하듯 체부아가 백필드의 상체를 노리고 손톱을 내리그었다.


쐐액-


세 갈래의 손톱이 허공을 갈랐다. 백필드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일격을 피해냈다.


“강력한 턱힘은 철갑옷조차 물어뜯을 수 있다.”


콰득! 쐐액!


아가리와 손톱이 연속해서 날아들었다. 백필드는 덤덤한 얼굴로 이리저리 피해내며 계속 책을 읽어갔다.


“급소는 인간과 비슷하나, 인간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생식기가 몬스터에겐 없다. 그렇군.”


-크라락...!


공격이 통하지 않자 놈이 짜증을 부리며 몸을 던졌다. 먹잇감의 머리를 물어뜯을 요량이었다.


체부아의 흉포한 아가리가 눈앞까지 날아온 순간.


퍼억!


백필드가 허리를 숙이며 체부아의 복부에 정권을 꽂아 넣었다.


시원하게 내지른 그의 주먹에서 백색 오러가 빛을 발했다.


공중에서 일격을 허용한 체부아는 수 미터를 날아가다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끼에엑...


놈이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백필드는 의아하게 여겼다.


‘살아있군. 죽일 생각으로 때렸건만.’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할 때마다 백색 오러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오러가 1성 수준으로 떨어졌나.”


10성에 달했던 오러의 힘이 지금은 미약하게만 느껴졌다. 아마 이것 또한 계약의 대가일 것이다.


“뭐, 상관없다. 떨어진 오러는 다시 끌어올리면 돼.”


근거 없이 하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 잊어버린 것과 반대로, 전투에 관한 지식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떠올랐으니까.


‘전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험이다. 이미 강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오러 회복은 시간문제이지. 음?’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체부아 4마리가 풀숲을 헤치며 나타났다.


“무리를 지어 다닌다 했었지. 쓰러진 놈의 동료인가 보군.”


-끼에에엑!

-끼에엑!!


체부아들이 단체로 울부짖었다. 동료의 원수를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자 그럼...D급이란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볼까.”


먼저 선수를 친 건 백필드였다. 그가 책을 덮고는 전신에서 백색 오러를 내뿜으며 몬스터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리 중 한 놈이 그를 막으려 앞으로 나섰다. 백필드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체중을 실어 놈의 턱에 주먹을 휘둘렀다.


우드득.


뼈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머리가 180도 돌아갔다.


백필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몸을 크게 회전시켜 돌려차기로 뒤에서 다가오던 놈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부족한 오러는 기술로 보충한다.’


쾅! 콰직!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체부아들이 한 마리씩 고꾸라졌다.


멀리 날아가기만 했던 첫 번째 일격과 달리, 공격 한 방 한 방이 절명에 이르는 파괴력을 담고 있었다.


동료들이 추풍낙엽처럼 땅으로 떨어지자 처음에 쓰러졌던 놈이 발악하며 일어섰다.


다리를 후들거리며 버티는 꼴이 안쓰럽게도 보일만 했으나...


“몬스터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빠각-


백필드가 오러를 휘감은 엔드리스로 놈의 미간을 내려쳤다.


책 모서리에 이마를 찍힌 체부아는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었다.


“D급은 이 정도인가.”


수 초 만에 몬스터 다섯 마리를 제압한 백필드는 들개의 숲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던전으로 결론지었다.


“......마석을 회수하긴 어렵겠군.”


그가 죽은 몬스터들을 둘러보다 고개를 저었다.


마석은 통상적으로 몬스터의 심장 속에 들어 있다만, 아쉽게도 지금의 오러로는 D급 몬스터의 피부를 뚫을 수 없었다.


“날붙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검 한 자루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때였다.


슈우웅-


체부아들의 심장 부근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도처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다가, 일제히 엔드리스의 보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몬스터의 영혼을 수집하였습니다.』

『현재 책에 모인 영혼은 ‘5명’입니다.』


연기가 모두 흡수되자 엔드리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건! 그런가. 영혼의 회랑이 작동한 것이군.”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백필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북 오브 엔드리스의 두 번째 능력, 영혼의 회랑이야말로 기억과 힘을 잃는 감수를 한 이유였다.


엔드리스가 단순히 백과사전의 역할만 가지고 있었다면 지구에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영혼의 회랑. 몬스터의 영혼을 바쳐 우주에 존재했던 강자들의 스킬을 익힐 수 있는 능력.’


사람마다 특성과 재능이 다르기에 타인의 스킬을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스킬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그렇다.


하나 엔드리스는 모든 제약을 초월해 그걸 가능케 해준다.


영혼의 회랑을 통해서라면 검에 일자무식인 사람도 최강의 검술을 익힐 수 있고, 마법에 문외한일지라도 9서클의 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 너무도 초월적인 능력이기에 영혼의 회랑은 발동할 때마다 대가가 필요했다.


“발동 조건은 몬스터의 영혼 100개.”


몬스터의 동력원이 마석이듯이 그 영혼 또한 마석에 들어있다.


조금 전 백필드가 마석을 꺼내려고 고민했던 건 여비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영혼의 회랑의 조건 충족을 위해서였다.


“마석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었어.”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마석을 밖으로 꺼내지 않더라도 영혼은 수집되는 모양이다.


“......계획 변경이다.”


책을 펼쳐 지도를 불러왔다. 이번엔 출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곳을 알려다오.”


요청에 따라 엔드리스가 지도를 재구성했다. 몬스터가 있는 곳이 지도 위에 보라색 점으로 표시됐다.


‘던전 탈출은 뒤로 미룬다.’


책의 작동 방식을 알게 된 이상 당장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일단 체력이 닿는 데까지 영혼을 최대한 많이 모을 생각이다.


백필드는 시체들을 남겨두고 지체 없이 자리를 떠났다. 지도를 읽어내리는 그의 금색 눈동자에 기대감이 한층 더해졌다.


* * *


울창한 숲을 종횡무진으로 다니며 보이는 족족 몬스터를 사냥했다.


아무리 힘을 잃었다 한들 체부아 정도의 몬스터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장장 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싸운 결과 엔드리스에 총 67개의 영혼이 모였다. 전투마다 매번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덕에 오러도 3성으로 각성했다.


“슬슬 체력에 한계가 오는군.”


지금은 출구를 찾아가는 중이다.


세 마리를 더 잡아서 깔끔하게 70개를 맞추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다.


“기사에게 과욕은 금기요, 절제는 의무이니.”


언제 배웠는지도 모를 기사의 덕목을 읊조리며 계속해서 숲을 헤쳐 나갔다.


“......잠깐.”


지도와 숲을 번갈아 보던 백필드가 돌연 우뚝 멈춰 섰다.


“피 냄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붉은 향기가 실려 왔다. 무의식 저편에 각인된 살육의 향기.


‘몬스터의 것이 아니야. 사람의 피 냄새다.’


곧장 진로를 틀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냄새의 근원지는 예상보다 가까웠다.


기둥이 굵은 나무를 돌아나가자 피 웅덩이가 나타났다. 생명의 흔적이 낭자한 수풀 위에 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백필드는 허리를 숙여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미 숨이 멎었군.”


죽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몸에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갑옷에 난 상흔이 체부아의 손톱보다 훨씬 크다. 근처에 놈들보다 강한 몬스터가 있는 것인가?’


전사의 복장을 한 사람의 흉곽이 깊게 파여있다.


백필드는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엔드리스를 펼쳤다.


그 순간.


콰앙-!


숲 너머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또 한 번 피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 자들을 죽인 놈인가......누군가와 싸우고 있나 보군.’


백필드는 잠시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다가 조용히 전사의 곁에 떨어져 있던 칼을 주워 들었다.


“미안하오. 잠시만 빌리겠소.”


무릎을 꿇어 전사자에 대한 예를 표한 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내달렸다.


저 너머엔 분명 상대하기 버거운 몬스터가 있을 것이었다.


하나 체력이 떨어졌어도, 힘이 부족하다 해도 상관없었다.


‘위험에 처한 자를 돕는 것 또한 기사의 의무!’


작가의말

엔드리스는 어떤 방법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만...

부디 무기로 사용하진 말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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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의 이름은 23.05.25 20 1 11쪽
7 예상치 못한 위기 (2) 23.05.23 27 1 11쪽
6 예상치 못한 위기 (1) 23.05.21 27 1 12쪽
5 던전에 들어가려면 23.05.21 31 1 11쪽
4 처음 만난 지구 23.05.21 30 1 11쪽
3 백필드 가문의 기사 (2) 23.05.21 29 1 11쪽
» 백필드 가문의 기사 (1) 23.05.21 33 1 12쪽
1 프롤로그 - 북 오브 엔드리스(Book of Endless) 23.05.21 4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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