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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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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1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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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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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74
글자수 :
1,110,448

작성
23.06.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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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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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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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토사구팽 (3)

DUMMY

10화


‘미친... 내 주변에 땔감 천지였네!’


그러고 보니 자신을 중심으로 무려 서른 구가 넘는 시체가 지척에 널브러져 있다.

깨닫는 순간 로저는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다행히 그가 공중에 몸을 띄운 동안 마법사의 공격은 없었다.

시체들로부터 그의 걸음으로 이십 보 이상 떨어지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지켜보던 이들은 미친놈이 난데없이 왜 폴짝 뛰고 지랄인지 궁금했지만, 마법사 거버스만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로저를 확실하게 죽일 작전을 짜느라고 잠깐 시간을 끄는 동안 그새 놈이 눈치채고 움직여 버렸다.

그가 짜고 있던 작전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이 날아가 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불의 창을 몇 발 쏴서 정신없게 만든 다음, 발밑에 불을 붙여 버리려고 했는데...’


로저 놈의 지척에 있는 시체에 불을 붙이면, 놈은 어쩔 수 없이 부리나케 피해야 한다.

그가 일으킨 불은 굉장히 빨리 옮겨붙는다.

정신없는 와중에 급하게 움직이면 허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여우 같은 놈이...’


그가 아무리 대마법사라 해도 품을 수 있는 마력에는 한계가 있다.

함부로 마법을 난사하다 놈을 맞히지도 못 하고, 그가 먼저 지쳐 버린다면 그다음은 무서워서 상상하기도 싫었다.


‘밑천 아끼려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대마법사 거버스가 그동안 감춰 왔던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다 발휘하기로 마음먹었다.

양손에 정신을 집중하고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또다시 불덩이 두 개가 솟아났다.

로저가 긴장으로 굳어진 몸을 풀며 피할 준비를 하려는 순간 불덩이가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

잠시 후 양손에서 하나씩 두 개의 불덩이가 연속으로 계속 솟아올랐다.

한 손당 다섯 개씩 총 열 개의 불덩이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열 개의 불덩이가 마법사의 머리 위로 떠올라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크흑, 와! 진짜 미치겠네!”


로저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얼척 없는 광경을 보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열 개나 되는 불덩이를 공중에 띄우는 이적을 일으켜 놓고 마법사도 몸이 마냥 편할 수는 없었다.

정신을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마법사가 로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불덩이의 발사 타이밍을 잡아갔다.

로저의 이마에 맺혀 있던 땀이 눈으로 흘러내려 잠깐 껌뻑이는 순간 마법사는 속으로 외쳤다.


‘지금이다! 죽어라!’


마법사가 열 개의 불덩이 중 네 개를 발사하려는 순간, 하필이면 양 끝에 서 있던 두 전사가 로저의 양팔을 향해 갈고리 달린 사슬을 던졌다.

자기들 딴에 로저의 움직임을 저지해서 마법사를 돕겠다고 한 짓들이었다.

서로 눈짓으로 뜻을 주고받은 후 동시에 움직였다.


“고마워어어어어어!”


사슬들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로저의 두 손이 움직였다.

사슬들을 낚아챔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용력을 다 써서 잡아당겼다.

두 전사의 몸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날아왔다.

두 거구의 몸이 로저의 코앞에서 부딪히는 순간 로저는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로저가 뒤로 빠짐과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두 전사의 몸에 네 개의 붉은 기둥이 꽂혔다.

잠시 후 그 자리의 모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고 말았다.


‘병신 같은 새끼들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다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새끼들 때문에 네 개나 되는 불의 창을 헛되이 날리다니...’


찰나의 순간이긴 했지만 마법사 거버스가 회심의 공격을 날려 먹은 두 전사에게 분노를 쏟아 내고, 전사들이 동료의 비명소리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그 짧은 시간의 틈으로 뒤로 물러났던 로저가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공중에서 불타고 있던 두 전사의 시체는 눈 깜짝할 새에 이미 시커먼 숯덩이가 되어 있었고, 땅에 닿기도 전에 불은 이미 꺼져 버렸다.

시체가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지는 사이로 시커멓고 거대한 물체 두 개가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이렇다 할 반응조차 제대로 못 해 보고 마법사의 양 옆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던 두 전사가 머리에 망치 한 자루씩을 꼽고는 주저앉아 버렸다.


그와 동시에 머리가 터져 죽은 두 전사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다른 전사 둘이 동시에 좌우에서 마법사의 전방으로 몸을 날렸다.

뭔가를 느끼고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로저만 못해도 실전 경험이 적지 않았던 전사들이 당연히 후속 공격이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고, 그 판단 하나만으로 일단 움직인 것이다.


그 판단이 마법사를 살렸다.

물론 그 두 전사는 각자 몸통에 두 자루, 세 자루의 검들을 꽂은 채 바닥을 뒹굴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마법사 거버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검이 날아온 방향으로 세 발의 불의 창을 날렸다.

불의 창들이 검을 날린 거구에게 명중하는 순간 좌우에서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기쁨의 탄성은 금세 실망의 탄식으로 바뀌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검을 모두 집어 던진 로저가 즉시 옆으로 몸을 날린 후, 죽어 널브러져 있던 시체 두 구를 자신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공간으로 집어 던진 것이다.


로저 놈이 멀쩡한 것을 본 거버스는 홧김에 남은 불의 창 세 발도 모두 날려 버렸다.

로저의 몸이 아래로 꺼지면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상체는 뒤로 누워 버렸다.

불의 창 세 발이 모두 그의 몸 위로 지나가는 순간 우측으로 몸을 굴렸다.


그가 옆으로 구른 직후 그가 누웠던 자리에 열 자루의 검이 동시에 날아와 박혔다.

타이밍이 기가 막힌 공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빈손이었던 로저에게 검만 열 자루를 갖다 바친 꼴이 되었다.


로저는 자신을 죽이려고 검을 던진 전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집어 던질 것도 없어서 바닥의 돌이라도 집어 던져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빌어먹을! 아까 검들은 괜히 부숴 버려 갖고... 한 서른 놈 죽인 것 같은데 멀쩡한 검이 고작 다섯 자루라니...’


처음 왕을 수행하고 있던 전사 놈들이 돌변하여 그에게 달려들었을 때, 로저는 전사 놈들의 검을 망치로 부숴 버리는 선택을 했었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다 파악되고 나서는 겁도 없이 그에게 덤벼드는 버러지들에게 절망감을 주기 위해, 즉 갖고 놀다가 죽여 버리기 위해 그들의 무기를 부러트려 버렸다.


여러 놈이 그를 둘러싸고 미리 합을 맞춘 대로 동시에 검을 쑤셔 넣었다.

그런데도 이 괴물 같은 로저 놈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망치 두 자루를 휘둘러 그 검들의 검면을 하나하나 후려쳤다.

안 해도 되는 노동을 재미를 위해 정성스럽게 행한 것이다.


이제 와서 호위에 둘러싸인 마법사 놈에게 원거리에서 공격하려고 하니, 자신이 일부러 부숴 먹은 검들의 파편들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래도 이게 다 웬 횡재냐. 감사 인사라도 해 줘야지.’


로저가 바닥에 박힌 검들 중에 두 자루를 뽑아 양손에 들고는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고마워, 병신들아! 이것들은 내가 잘 쓸게!”


그러고는 대마법사 영감에게도 한 마디 남겼다.


“내후년에 백 살 먹는 영감이 정정하기도 하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불기둥을 열두 발씩이나 날리고. 고귀하신 본 용사님이 진심으로 탄복했다. 작년에 새 첩을 들였다기에 병신 꼴값한다고 떠들고 다녔었는데 사과한다. 과연 불기둥을 다루는 기술이 절륜하구나. 북부의 색마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새끼로다.”


‘뭐, 이런 쌍놈의 새끼가! 뭐가 어째?’


거버스는 다시 불을 일으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가 로저의 쌍소리에 하마터면 피를 한 바가지나 토할 뻔 했다.

정신을 집중한 채로 남은 마력을 쥐어짜다가 순간 울화가 치미는 바람에 오히려 자신의 몸이 크게 상할 뻔한 것이다.


로저는 마법사의 속을 뒤집어 놓고 마지막으로 왕에게도 쌍소리를 이어갔다.


“험프리, 이 은혜를 모르는 금수 같은 새끼야. 이런 기가 막힌 자리를 찾느라고 고생이 많았겠다. 앞에서 보면 별로 높아 보이지도 않는 언덕인데, 뒤로 보면 살벌하게 깊은 낭떠러지고. 밑에는 강으로 통하는 급류도 흐르고. 아무리 나라도 여기서 떨어지면 사지육신이 멀쩡할 것 같지가 않아. 정말 찾느라 수고 많았다.”


“버릇없는 놈아! 네 놈에게 칭찬받으려고 찾은 것이 아니다!”


공포심조차 무디게 하는 로저의 버릇없는 말본새에 험프리 왕도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러 댔다.


“왜? 내가 살면서 서부 숲 빼고는 여기만큼 이것저것... 하면서 놀기 좋은 곳을 못 봤어. 뒤처리하기도 편해 보이고. 험프리, 네놈 집구석 사냥터라서 인가도 없잖아. 비명소리 들을 놈도 없네. 니들 전부 산 채로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으면 저기다 대충 버릴 거야. 아우, 생각했더니... 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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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토사구팽 (5) 23.06.17 318 4 9쪽
12 토사구팽 (4) 23.06.17 322 5 9쪽
» 토사구팽 (3) 23.06.17 34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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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초의 전사 (4) +2 23.06.11 531 10 9쪽
4 최초의 전사 (3) +2 23.06.11 692 11 9쪽
3 최초의 전사 (2) +2 23.06.11 863 13 9쪽
2 최초의 전사 (1) +2 23.06.11 1,485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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