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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님의 서재입니다.

이지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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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9.05.10 08:43
최근연재일 :
2019.05.10 08:55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641
추천수 :
19
글자수 :
49,636

작성
19.05.10 08:55
조회
305
추천
4
글자
7쪽

12. 손의 솜씨

DUMMY

12.손의 솜씨


“예? 배워요?”

“뭐 당장 목수로 자네 밑에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야. 그저 눈에 그 손의 솜씨를 익히기만이라도 하려하네.”

“허어~”


목수가 이 일을 어찌하느냐는 느낌으로 한 숨을 쉬었다. 그러나 자신은 말릴 수도 없는 계급 하위자이니 제지할 수도 없었다.


‘뭐...... 그냥 보기만 하신다면 그리 문제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배운다고는 하시지만 결국 흥미가 떨어지면 물러가시겠지......’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에 자신이 책임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더는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 그러면 저희는 저희 소임을 잘 하겠습니다. 그냥 보시기만 하시는 게지요~?”

“음..... 음..... 열심히 하시게..... 난 보기만 할 테니.....”


엎드렸던 목수와 일꾼들이 모두 일어나더니 별일 다 보겠다는 듯한 심드렁한 얼굴로 다시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빠른 태세 반전이 맘에 들었다.

해야 할 할당량이 정해져 있으니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운이 좋아 창덕궁 공사 참관에 갈 때마다 아는 사람들과 눈 인사라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상대는 절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겁지겁 허리를 깊게 굽히는 인사를 했지만.....


조금 가까워지면 어떨까 하는 맘에 소주방에 부탁해서 엿과 맑은 소주를 한 보퉁이 싸서 갔다.


“저...... 손스승님.....”

“예? 뭐라 하셨습니까? 세손마마?”

“손스승이라 했네.”

“아이구~ 스승이라니 당치도 않게...... 어째 이러십니까?”

“아니 좀 드시게..... 그 만큼 손을 보여주었는데 삯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하여 그러네......”


엿과 술을 한 보퉁이를 내밀었더니 아주 좋아한다.


“뭐..... 대단할 거는 없고 그전 주전부리로 입이나 좀 축이시라 가져왔다네.”

“하이고 궐에서 드시는 거라 그런지 향이 곱고 많이 답니다요. 송구합니다.”

“여럿이 나눠 들어야 하는데 좀 적지 않은가? 내 다음에는 더 많이 가져 옴세~”

“허허~ 감사합니다요.....”


나름 먹거리도 주고 함부로 뛰어 들지도 않으며 거리를 조금씩 좁혀 찬찬히 친해져 갔다.

무엇 때문에 이 기술인들과 가까이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조금 다른 분야를 맛보고 싶었달까?

서재에 쌓인 책들이 모두 유교 경전이나 역사, 그것도 유학이란 철학적 해석으로 이미 판단된 역사적 기록의 암기들이어서 좀 지루하던 차였다.

산술, 역법등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준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수학의 정석이 다 그리워졌다.

그러다가 목수들의 손놀림을 보게 된 것이다.

왜 그렇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대체 뭐가 그리 재미나셔서 우리 일하는 것을 그리 유심히 보십니까요?”


맛나게 엿 한 조각 넣더니 이젠 저 쪽에서 나한테 접근해온다.


“글쎄....., 자네들이 손을 놀리면 나무가 뭔가 쓸만한 모양이 되는 게 신기해서 보았네.”

“그게 그리 신기하셨습니까요?”

“왜....... 내가 이상한가?”

“그러믄요. 이까짓 쟁이질이 뭐라고 이 나라 임금님이 되실 분이 그리 넋을 잃고 보십니까? 솔직히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요......”

“흠......”


나도 잘 모르니 대답은 안했다. 그저 한 번 웃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몇 가지만 가르쳐드리지요. 그저 흘려 들으십시오. 전하.....”

“잊지 않겠네.....”

“참내~ 이래도 되는 건지.....”


뭔가 신났다.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


“일단 나무들은 모두 적송, 춘양목을 씁니다요. 임금님 사시는 곳을 만드는데 나쁜 나무 쓸 수는 없지요.”

“적송이 제일 좋은가?”

“그러문요. 적송은 송진을 넉넉히 머금고 있어서 좋은 볕에 바짝 말리면 돌보다도 단단해지지요.”

“흠......”


나름 기술자가 자신있는 어조로 말하는 것을 듣자 내 앞에 있는 나무가 뭔가 다른 나무들과는 달라 보였다.


“원래는 산에 대목장 어른께서 직접 다니시며 나무를 골라야 하시는 데 지금은 뭐든 넉넉하지 못한 때여서요. 한양 내의 부자집에서 골라 온 게 반쯤 됩니다요.”

“그래도 되는가?”

“집주인들이 없다는 건 다 저승백성이 됐다는 말이니까요.”

“......”


저승이란 단어부터 말에 활력이 뚝 떨어졌다.

전후의 사람에게 삶과 죽음이란 단어가 먼 개념어가 아니라 일상어 수준으로 가까워졌기 때문이리라.

갑자기 축 쳐진 기분을 다시 다잡기 위해 머리를 한 번 크게 도리질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주변 산에서 베어낸 반은 원래 그 곳에서 손질하여 보내는 데 지금은 목수들이 다 죽고 없는 곳도 많아 아예 여기서 다듬고 손질을 합니다요.”

“흠.....”

“그리고 현촌도에 맞춰 자르고 다듬고 송곳질로 못자리를 만들어 끼우고 못을 치지요.”

“송곳으로 못자리를 만들어? 그냥 망치로 치면 안되나?”

“잘못하다 못이 휘어지면 큰일이지요. 쇠도 많이 안 나는 나라에서 쇠못을 그리 허투루 써서는 안되지요. 네......”


전생의 생각이 났다.

못은 철물점가면 싸게 살 수 있는 거였는데 이 중세의 조선은 상당히 비싼 자재였다.


“전하~ 지금 주상전하께오서 환궁하신다 하옵니다.”

“어!”


할바마마를 모시는 대전내관이 직접 나를 챙기러 왔다.


‘한소리 듣겠는데.....’


원래는 임금 옆을 지켜야하는 대전내관이 나를 찾는다는 것은 할바마마가 나를 직접 찾으신다는 얘기다. 제길......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서 나에게 얘기하던 늙은 목수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름이 무언가?”

“예?”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네~”

“예..... 저..... 저는 석천이라 합니다요. 장석천이.....”

“장석천, 나의 목수 스승 장석천, 고마우이”

“아이쿠 별 말씀을......”


이마를 무릎에 대도록 고개를 꾸벅대는 그를 뒤로 하고 참관행렬에 합류했다.

뭐라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했는데 심한 불쾌감을 표현하는 잔뜩 찌푸린 얼굴을 제외하고는 다른 말은 없었다.

그 옆에 젊고 포동포동한 할머니가 웃고 있는 걸로 봐서는 나를 위해 속 좁은 할아버지를 조금 달래 주었나보다.

행렬 뒤에 끼어들었더니 할머니가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웃길래 나도 웃어드렸다.


이후에는 그리 자주 가지는 못했다.

할바마마의 행차에 아바마마가 자주 끼지도 못했고 아바마마는 내가 거기서 목수들에게 관심 갖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연히 나는 서재에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마마~ 소대(아침 후 점심 전까지 하는 공부)는 이것으로 끝내겠나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스승님~”


언제나처럼 확실하게 소학의 암기를 시험받고 여러 문장들을 재차 암기한 후 점심시간이 되었다.

정구선생과 신흠선생이 방에 나가는 것을 배웅하고 방바닥에 벌렁 누웠다.


‘아~ 지루하구나......’


봄볕이 따사로운 데 글만 읽는 것이 심심하고 지루했다.

점심상이 소반 두 개에 실려 들어 오길래 일단 일어나 받았다.

그 때 소반을 들고 온 꽃동이가 눈에 쏙 들어왔다.


작가의말

이것도 열심히 쓰긴 했는데 결국 양을 못 맞췃네요, ㅜㅜ


역시 5/31 이후 추가로 연재 스케줄을 고지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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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손의 솜씨 +6 19.05.10 306 4 7쪽
12 11. 유년의 시작 19.05.10 253 1 8쪽
11 10. 순화군 19.05.10 241 1 7쪽
10 9. 혼인후제 19.05.10 257 1 7쪽
9 8. 젊고 포동포동한 할머니 19.05.10 244 2 8쪽
8 7,석고대죄 19.05.10 239 1 8쪽
7 6. 할아버지 19.05.10 262 1 9쪽
6 5. 글공부 19.05.10 286 1 12쪽
5 4. 말문 19.05.10 252 1 8쪽
4 3. 수용 19.05.10 279 1 9쪽
3 2. 적응 19.05.10 296 2 9쪽
2 1.나는 태어났다. 19.05.10 334 2 8쪽
1 0. 프롤로그 +2 19.05.10 39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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