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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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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934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1.12.11 21:26
조회
590
추천
10
글자
6쪽

6. 귀의 음악 - 7 end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

.

.

나는 지인의 손을 빌려 존경해마지 않는 대음악가 이노 예란다의 유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그녀의 유서를 읽고나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설마 그토록 황홀한 노래가 실은 그녀의 절망이 가득찬 절규였다니!

하지만 그녀를 향한 존경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유서를 읽고 난 지금, 이렇게 세상이 그녀를 더욱 알아주었으면 하는 뜻에서 이 글을 남기고 있다.

지금은 수많은 서적에서 그녀를 '대음악가' 또는 '완성음악가'라는 별칭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내가 쓰지 않더라도 이미 한 번쯤은 들어봤을 사람이 다수있을 것이다. 허나 당시 그녀의 음악에 매료되고 휩쓸렸던 한 사람으로써 그것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천천히, 그 날의 일을 되새겨보도록 하겠다.


그 날 라라네 미르유가 무대에 올랐을 때, 홀에 앉아있던 모두가 의아해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피아노와 이중주를 한 이후로 다시는 누군가와 함께 연주해본 적이 없던 그녀가 어떤 소녀와 함께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소녀는 도저히 여자다움을 가꾸었다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의 외견이었다. 머리카락은 그슬린 해초처럼 까슬까슬해보였고, 가녀리다기보다는 불쌍히 여겨질 정도로 갸름한 얼굴형이었다.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다. 내 옆에 앉아있던 귀부인은 중앙홀의 고귀함을 더럽힌다며 대놓고 인상을 찌뿌렸다.

라라네 미르유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저와 함께 무대에 오를 천재 소녀, 이노 예란다입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관객들은 군중심리에 끌려 일단 박수를 치긴 했지만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훗날 대음악가로 명성을 떨치게될 그 이름은 그 때까지는 듣도보도 못한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응을 확인한 라라네 미르유는 우아한 동작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턱을 가볍게 붙인 다음, 활을 들어 올렸다. 사람들은 그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한 예술인 양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에게는 그녀가 겸허히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줄 정도였던 소녀가 관심의 대상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짧은 적막이 흐른 후, 라라네 미르유가 부드럽게 활을 켜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금껏 내가 들어왔던 음악과는 다른 것이었다. 음표라는 섬세하고 세련된 음 대신, 세계라는 투박하고 원시적인 음악이었다.

그녀는 앞서 흘렀던 적막마저도 음악의 일부로써 이용하려는 것처럼 계속해서 단음을 길게 늘였다. 난 그 단조로움에 가슴이 저릿저릿한 긴장감을 맛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의 음악은 시작 이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2분 남짓하게 계속 단음으로 끌고 가더니 그대로 1장을 끝내버렸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손가락질하지는 않았다. 그러기는 커녕, 모두들 나와 같이 묘한 긴장감에 격하게 콧김을 뿜어대고 있었다.

높은 음의 맺음과 함께 1장이 끝나자 사람들이 가볍게 박수를 쳐주었다. 허나 그녀는 사람들의 호응에는 신경쓰지도 않고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박수소리가 잦아듦에 따라 새소리가 높아진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떨어지는 물방울이 터지는 소리가 맑고 청순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것도 잠시, 새소리가 잦아들며 거센 강풍이 들이닥친다. 그 강풍은 주변의 모든 사물을 휩쓸어갈 기세로 몰아친다. 중앙 홀이 바르르 떨리며 불안감이 선율을 타고 사람들을 뒤흔든다.

나뭇가지들이 서로를 얽고 바람과 맞서며 지르는 비명이 드높아지자 불안에 전염된 사람들이 심장을 쥐어뜯으며 가만히 서있지 못한다. 옷 스치는 소리가 마치 절망에 허우적거리는 여인의 흐느낌처럼 스산하게 들린다.

나는 그녀의 음악의 호흡에 맞춰 숨을 헐떡이며 다른 이들과는 별개의 세상에 있는 것처럼 고요하게 서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열로 가득한 이쪽과는 달리 소녀의 세상은 마치 영도 이하의 세계 같았다.

이윽고 불안감이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서!

그 모든 불안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이노 예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도저히 사람의 언어라고는 들리지 않는 기괴한 언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나무가, 바람이, 땅이 내는 소리와 완벽한 화음을 이뤄내는 소리였다. 그녀는 바람을 달래고 낮은 잔디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하지만 나무를 거세게 흔들어 위태위태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긴박감에 전율한다.

하나, 둘, 고조되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는 이들이 속출한다. 이윽고 모두가 무릎을 꿇고 세상을 우러르게 되자 그녀의 노래는 끝을 맺는다.

사람들은 연주가 끝났음에도 환호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심장이 터지지 않도록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떨구며, 떨려서 움직이지 않는 입 대신 마음속으로나마 이노 예란다를 칭송하며 지금 이 순간을 주신 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니

그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이노 예란다가 돌연 양팔을 힘껏 젖히더니 입을 찢어질듯 크게 벌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수십, 수백만의 비명이 쏟아져나왔다.


나는 분명 그것들이 '비명'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것을 듣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절정을 맞아 저마다의 황홀한 비명을 질렀다.

그 날, 중앙홀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설령 그녀가 버리려했던 사랑이라도, 실은 사람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을까.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악마는 아닌 자의 회고.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이따가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
너무 짧아서;;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36 라이도
    작성일
    11.12.16 19:30
    No. 1

    많이... 바뀌었네요. 내용자체는 그닥 안 변했지만 설정이 심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나르키어스
    작성일
    11.12.16 19:51
    No. 2

    네~ 천천히 이번에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부달
    작성일
    12.02.02 16:59
    No. 3

    예술을 광적인 음악가의 소산물로 잘 표현했습니다. 악마의 접근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결말이 좋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등장한 예쁜 소녀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내가 흘러서 강이 된다는 것을 유념하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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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1 +4 11.12.23 265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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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9 +2 11.12.20 313 2 6쪽
16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8 +3 11.12.18 203 2 8쪽
15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7 +2 11.12.18 177 2 7쪽
14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6 11.12.17 143 3 8쪽
13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5 +2 11.12.16 181 3 7쪽
12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4 +1 11.12.15 200 3 9쪽
11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3 11.12.14 220 4 13쪽
10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2 +3 11.12.12 213 4 8쪽
9 여든여덟의 추도문 - 7. 유토피아 - 1 +3 11.12.12 263 4 7쪽
» 6. 귀의 음악 - 7 end +3 11.12.11 591 10 6쪽
7 6. 귀의 음악 - 6 +2 11.12.10 345 3 7쪽
6 6. 귀의 음악 - 5 +1 11.12.09 347 4 12쪽
5 6. 귀의 음악 - 4 11.12.08 333 4 18쪽
4 6. 귀의 음악 - 3 +1 11.12.08 541 4 7쪽
3 6. 귀의 음악 - 2 +4 11.12.06 649 4 10쪽
2 6. 귀의 음악 - 1 +1 11.12.05 1,323 4 8쪽
1 프롤로그 한 마디. +3 11.12.04 1,466 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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