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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609_aufaura 님의 서재입니다.

설래임(雪來林)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양태양
작품등록일 :
2017.07.02 15:51
최근연재일 :
2018.04.21 18: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56
추천수 :
0
글자수 :
107,293

작성
17.08.06 20:13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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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설래임(雪來林) 51-55

DUMMY

51


된다. 침착하게 여유를 가져라. 본래 가시나들은 샌님 같은 스타일보다

말을 잘하고 약간 불량스러운 머시마들을 더 좋아한다. 가시나들은 머시

마들을 길들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머시마는 개고 가시나는 고양

이로 생각하면 된다."

"가시나가 와 고양이인데?"

"고양이는 간식을 주면 좋아하지만, 주인이 다가가면 도망가고 변덕이

심해서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움직인다. 말하자면 가시나와 적당한 거리

를 두는 게 중요하다. 너무 끌려가도 안 되고 너무 잡아당겨도 안 된다."

"가시나들은 뭐가 그리 복잡하노? 그냥 좋으면 좋은 기고 싫으면 싫은

기지."

"그래서 가시나는 어려운 기라. 가시나를 정복하면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 가시나와 달리 머시마는 좀 단순하다. 머시마는 가시나가 이쁘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머리가 나빠도 용서하고 돈이 없어도 용서하고

다소 싸가지가 없어도 용서할 수 있지만, 가시나는 다르다. 가시나는 머

시마의 여러 조건을 따진다. 머시마가 가진 재산, 사회적 지위, 집안 배

경을 다 본다. 머시마의 외모는 나중이다. 스펙이 좋은 머시마일수록 가

시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가시나는 말이다. 머시마가

몬생긴 건 용서해도 돈이 없는 건 용서 몬 한다. 심지어 장남이냐? 차남

이냐? 막내냐? 이런 것까지 계산한다."

그는 공부도 잘했지만, 연애에 대한 것도 상당히 박식했다.

"갱남아. 니한테 한가지가 궁금한 게 있다."

"뭔데?"

"근데 니는 와 여자친구가 없노?"

"문디 자슥. 원래 중이 제 머리는 몬 깎는 기다. 됐나? 원래 내는 가시







52


나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다. 공부를 잘해서 성공하면 자동으로 이쁜 가

시나들이 몰린다. 알았나?"

"그러면 내가 갱아를 만나는 건 와 안 말리노?"

"니 진짜로 바보가 아이가? 내가 니라면 절대로 이런 기회를 안 놓친다.

갱아 그 가시나를 만나봐야 알겠지만, 그런 가시나를 만나는 건 천운이

다. 니는 복을 받은 기다.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 알아들었나?"

"응. 알았다."

어느덧 시각은 오전 11시를 넘어섰고 우리는 지루함을 달래며 앉아있

었다.

"고마 가자."

경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와 그러는데? 좀만 더 기다려 보자."

난 일어서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영원히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만 같

았다.

"니 진짜로 아직도 모르겠나? 갱아 그 가시나가 닐 가지고 논 기다. 퍼

뜩 인나라."

"아이다. 갱아는 반드시 온다. 그러니까 좀만 더 기다리자. 갱남아. 부

탁이다."

"니는 순진한 기가? 멍청한 기가? 고마 인나라. 니 지금 우는 기가?"

그의 재촉에 내 눈이 촉촉이 젖어 들었다.

"좋다. 12시까지만 기다린다."

그는 다시 제자리에 앉았고 나는 빵집 유리 벽을 바라보며 그녀가 나타

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벽시계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각 12시를 가리켰다.







53


"필아. 다 끝났다. 고마 포기해라. 가자. 인나라."

그가 일어서며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짚었다. 눈물이 뜨겁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아이다. 아이다. 아직 아이다."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놓칠 수 없었다.

"뭐하노? 퍼뜩 인나란 말이다."

"내는 죽어도 여기서 몬 일어난다. 갈라면 갱남이 니 혼자서 가라. 내는

이대로 앉아서 죽을 기다."

"필이 이 문디 자슥아. 니 참말로 바보가? 고마 정신 차리라."

결국, 그는 자리를 떠났다. 입은 거짓말을 해도 눈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빨간 등대 앞에서 반짝였던 그녀의 두 눈은 진심이었다. 슬

프고 분했다. 내가 상처받은 것이 분한 게 아니라 그녀가 겨우 나 같은

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게 슬펐다. 이대로 끝내야만 하

는 걸까?

그가 유리문을 나서려는 순간, 맑은 종소리와 함께 빵집 유리문이 열렸

다. 빵집을 나가려던 그는 놀란 두 눈을 하며 발걸음을 멈춘 채 빵집 안

으로 들어오는 그녀와 두 눈이 마주쳤고 침울해 있던 내 얼굴은 화색이

돌았다.

"갱아 씨가 아입니까? 어서 오이소. 기다리고 있었십니다. 저는 필이의

친구 김갱남입니다."

그는 그녀를 보자 태도가 돌변했다.

"하하하. 이리로 앉으이소. 역시 갱아 씨는 소문대로 참말로 이쁘십니

다. 저는 갱아 씨를 처음 본 순간, 천사인 줄 알았십니다."

그가 그녀와 영숙을 자리로 안내했다. 그녀는 분홍색 민소매와 하얀색







54


나팔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디스코

열풍은 전 세계를 강타했고 한국은 1978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디

스코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초기

에 게이 클럽, 사이키델릭 클럽, 히피 클럽 같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고 주류로 부상하게 된 것은 1974년경이었다. 아울러 솔,

펑크, 라틴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평론가들은 디스코를 저속하고

말초적인 음악으로 평가했다.

"미안타. 마이 기다렸나?"

그녀가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우리에게 사과했다.

"하하하. 괘안십니다. 원래 미인은 나중에 등장하는 깁니다. 필아. 안

그렇나?"

그는 내 친구이지만, 정말 변덕스러웠다. 난 떨려서 그녀를 제대로 바

라보지 못했다.

"보소. 아재요. 이 단팥빵은 싸주시고 새 단팥빵을 갖다 주이소."

그는 고개를 돌려서 빵집 점원을 불렀다.

"아이다. 그러지 마라. 우리는 괘안타. 그냥 묵자."

"아입니다. 숙녀분들한테 맛있는 걸 사드려야죠. 아재요."

빵값은 내가 내는데 온갖 생색은 그가 다 냈다.

"갱남아. 말을 놔라. 우리는 동갑이 아이가?"

"그래도 되겠나? 그러면 내도 편하재. 갱아야."

"갱남아. 와?"

"니 진짜로 이쁘다. 니 사람이 맞나? 혹시 천사가 아이가?"

"내도 내가 이쁜 걸 잘 안다. 갱남이 니도 자세히 보니까 남자답고 멋지

게 생겼다. 참말이다."







55


"그렇나? 고맙다. 하하하."

그와 그녀가 주도하는 대화 속에 나와 영숙은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말

았다. 이러다가 내 친구 경남에게 그녀를 빼앗기지 않을까? 난 서서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필아. 니는 와 빵을 안 묵노?"

그녀가 물었다.

"응. 내는 배가 부르다."

"갱아야. 필이 쟈는 마마보이라서 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아이면 잘

안 묵는다. 괜히 신경 쓰지 마라."

"필이 니 진짜로 마마보이가?"

그녀가 놀란 두 눈을 하며 물었다.

"아이다. 아이다. 내는 마마보이가 아이다."

난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갱아야. 니 단팥빵 2개를 한입에 묵을 수 있나?"

그가 단팥빵 2개를 한꺼번에 들어 보였다.

"내가 하마도 아이고 단팥빵 2개를 어떻게 한입에 묵을 수 있겠노?"

"내가 한 번만 보여줄게. 잘 봐라."

"참말이가?"

"하모."

그는 한꺼번에 단팥빵 2개를 한입에 삼켰다. 내가 봐도 대단했다. 그는

평소에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해서 수없이 연습했었다.

"어머! 갱남이 니 진짜로 대단타. 참말로 멋지다."

그녀는 손뼉을 치며 매우 즐거워했고 나보다 내 친구에게 더 관심을 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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