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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uan0720 님의 서재입니다.

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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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uan0720
작품등록일 :
2022.08.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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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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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3)

DUMMY

적들은 서로 싸우느라 인간들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들은 오로지 앞에 있는 적을 물어뜯고 공격하는데 모든 정신을 쏟아내었다. 그들은 적당히 공격을 가하는 척하면서 뒤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방벽 앞에 준비된 절연체 위에 모두 올라 선 뒤 여진우는 임동주가 준 무기를 둘러맸다. 무기는 네모난 상자처럼 생겼는데, 마치 큰 배터리 모양과 비슷했다. 배터리 모양의 가방에선 전선으로 보이는 두 선이 빠져나와 금속 막대기에 연결되어 있었다.




여진우는 무기의 사용법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임동주에게 무기를 받던 순간을 기억했다.




"이거 생긴 게 배터리 같네요."




임동주는 여진우가 무슨 뜻으로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배터리 맞습니다. 엄청나게 크고 출력이 강한 배터리."




"아... 진짜 배터리였군요."




그는 여진우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요. 당연하죠. 모르시지는 않겠지만, 우리 인간은 뱀장어나 어디 만화에 나오는 몬스터처럼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없어요. 우리의 신체 능력에 특이한 능력이 생겼다고 한들 전기를 만드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고압의 전기를 방출할 수 있도록 어마어마하게 큰 배터리를 만들어 낸 거죠. 아주 간단합니다."




임동주는 자신이 만든 무기가 특별한 발명품이나 과학적 진보라고는 생각도 안 하는 듯했다.




"아! 물론,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기는 하죠."




그는 불현듯 여진우의 능력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 급하게 말을 이었다. 동시에 그의 표정에선 여진우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전쟁이 끝난다면 그는 여진우에게 슬쩍 연구의 표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질도 몰랐다. 여진우는 그의 눈빛을 읽었다. 자신이 그의 실험대 위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려고 하니 소름이 끼쳤다.




"그렇죠. 우리는 뱀장어가 아니니깐요. 소장님이 만들어 낸 방법이 딱이겠어요."




"진우씨랑 이야기하다 보니, 왜 인간이 전기뱀장어처럼 전기를 생산할 생각을 안 해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네?"




"강은혜양도 플라나리아의 재생세포와 융합되어 세상에 태어났으니, 전기뱀장어를 연구해 보면 사람의 DNA와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니 재밌고 유익한 실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




여진우는 그의 광기 어린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굳이 사람이 전기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오도록 꼭 만들어야겠네요.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죠."




"사람이 전기를 생산해 내면 여러모로 편할 텐데요? 이를테면, 핸드폰이 꺼질 염려가 없고, 전기차 충전을 타면서 동시에 할 수 도..."




여진우는 그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온갖 끔찍한 장면들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때 마침 K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어 주었다.




"잡담은 그만하지. 여진우, 자네도 일일이 다 받아 줄 필요 없어. 지금은 전쟁 중이야. 한가하게 잡담이나 할 때가 아니라고."




"뭐 그렇죠."




임동주 소장은 K의 말에 말을 멈추고 무기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여진우는 K의 그런 행동에 감사함을 느꼈다. 연구소장이 말한 사용방법은 아주 쉬웠다. 도시의 바닥은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끝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의 한도를 지난 지는 이미 한참 지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찰랑 거릴 정도로 비가 고여 있었다. 때문의 무기의 끝부분을 바닥에 꽂아 두고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구조였다. 다만, 사용법을 쉬울지라도 실제로 사용가능한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에, 아마도 여진우씨도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에 감전이 되어서 스스로 제어를 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충전되어 있는 모든 전류가 방류되면 저절로 스위치가 차단될 겁니다."




'전류가 다 방류되면 어차피 스위치 조작의 유무와 상관없이 괜찮아지는 것 아닌가?'




여진우는 임동주에게 묻고 싶었지만, 괜히 그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작전의 성공여부에는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았다.




여진우는 방벽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의 행동이 작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는 어차피 자신이 죽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전기에 감전당하는 고통을 몇 분 간 지속해서 느껴야 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의 곁에는 강은혜의 분신이 함께 있었다. 그는 적진의 한가운데까지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방벽안쪽에 영향을 덜 주기 위해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섰을 때 그는 강은혜의 분신을 통해 말을 전달했다.




"제가 장치를 켜놓고 난 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아마도 하늘을 나는 귀매는 이번 작전에서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언제든 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시기 바라요."




여진우는 말을 마치고 분신을 보았다. 인간도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고 부르기도 뭣한 존재인 분신이지만, 사람과 똑같이 생긴 강은혜의 분신을 보자 곁에서 함께 감전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감전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하고 왔지만, 그것만으로 100프로 안전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여진우는 자신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 명령했고, 분신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의 명령을 수행했다.




여진우는 분신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고 난 후 스위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에 있는 빨간 버튼의 길쭉한 작은 막대기. 문득 그는 왜 이런 버튼은 항상 빨간색으로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숨을 깊게 한번 고른 후 네모난 발전기 가방에 연결된 긴 쇠막대리를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 그는 주저 없이 스위츠를 눌렀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전류가 방출되자 그는 그대로 쓰러졌고, 동시에 수많은 이형의 존재와 귀매, 두억시니가 감전되어 타들어 갔다. 방벽 위에서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반응을 하지 못한 채 보다가 이내 곧 환호성을 치기 시작했다.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온통 진동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냄새였다.




여진우는 자신이 몸이 빠르게 타들어감과 동시에 회복되어 가는 것을 알았다. 거기서 수반하는 고통은 그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줄을 끊어 버렸다. 꽤 긴 시간 동안 전류가 모두 방전이 되고 임동주의 말처럼 여진우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때 그의 손에서 떨어진 스위치가 딸깍 하면서 원위치로 돌아왔다. 그 순간 여진우는 반쯤 기절했다.




방벽에 있던 사람들은 전장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자 여진우에게 뛰어갔다. 그들은 여진우를 안고 방벽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을 업고 있는 것이 최두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어떻게.. 됐어요..?"




최두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성공적이야. 완전 성공적이야. 네 말처럼 하늘을 나는 귀매들이 순간적으로 자리를 피했어. 그렇다고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지. 제대로 된 공격도 이동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땅에 떨어졌어. 그리고 지금은 남은 잔당들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고. 걱정하지 말고 좀 쉬어. 네가 할 일은 충분히 했어. 리더."




여진우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충분히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도 있는 상태였지만, 문제는 그의 정신이었다. 약 10분간 전류에 노출되었던 고통이 그의 정신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오랜 시간 깊은 잠에 들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깊은 잠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가 죽은 것이 아닐까 걱정되어 찾아와 그의 코 아래 손가락을 가져다 보았다. 다행히도 지속적으로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사나가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켰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강은혜의 분신도 함께 있었는데, 그녀는 언제나 분신이 껄끄러웠다.




사람과 다른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분신으로 인해 많은 것이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한들 달갑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분신이 듣고 보는 모든 것을 강은혜가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녀에게 감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워낼 수 없었다. 여진우는 강은혜를 전적으로 믿고 있는 듯했지만, 사나는 만에 하나라는 가정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사나는 여진우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그가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고, 적어도 여진우는 인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사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여진우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깊은 단잠에서 깨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의 방안은 고요했다. 창문을 통해 빗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서 눈만 뜬 채 가만히 천장을 응시했다.




문득 가족들과 함께 살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기분이, 느낌이, 공기가 향이 나는 듯했다. 그는 방안의 회색빛 천장을 올려다보며, 하얀 벽에 수많은 상상을 그려 넣었던 그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그렸다.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고,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함께 보냈던 친구와의 추억도 그려보았다. 복권에 당첨되어 울고 있는 모습도 그려보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슬리퍼를 신고 동네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려본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지금은 그 평범함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언제쯤 이 끝없는 고통 속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하루하루 긴장을 놓지 못하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적을 대비하고, 방금까지 함께 했던 전우가 죽어가는 현 상황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진우는 자신이 죄라도 지은냥 눈을 감고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척했다. 인기척은 났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앉지도 않았다. 그저 그를 위해서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 조용히 문을 향해 걸었다. 여진우는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나가는 뒷모습을 확인했다. 강은혜였다. 그녀는 그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여진우에게 무언가 묻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걸까.




강은혜가 나가고 1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진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을 만한 회의실로 향했다. 그의 생각대로 사람들은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벌써 일어나도 괜찮아?"




가장 먼저 안부를 물은 것은 최두희였다.




"그럼요. 아시잖아요 제 회복력."




"그렇긴 하지. 그래도 쉴 수 있을 때 많이 쉬어둬야 해. 네가 한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잖아."




"난 너 죽은 줄 알았어."




최두현이 말했다.




"근데 사나는 같이 안 왔어?"




다시 최두희가 말했다.




"네. 방에는 아무도 없었는데요."




"그래?"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나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침대에 없다 싶더니 여기에 있을 줄 알았어. 몸은 괜찮아?"




"네."




여진우는 짧게 답했다. 분위기로 보아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간호를 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마워요."




"뭐 대단한 거라고."




그녀는 낯간지럽다는 듯 웃어넘겼다.




"네가 기절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듣고 싶겠지?"




정적이 흐를 것 같은 시간에 김택윤이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여진우씨가 기절하신 뒤의 이야기는 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황백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전쟁의 전체적인 그림은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다. 모두 그녀가 일어난 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먼저,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희 쪽 사망자는 58명, 부상자 184명으로 생각보다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대부분 근접 전투를 치른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으며, 방벽 안에서 장거리 공격을 하던 사람들은 피해가 경미했습니다. 방벽 역시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투로 인해 얻은 수확은 적들은 감전에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과 마땅한 야전병원과 치료가 가능한 응급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훈련된 사람들은 응급처치만 가능할 뿐 수술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여진우 씨가 기절 한 뒤 각 방벽의 대장급들이 나서 남은 잔당들을 처치했고, 살아남은 적들은 후퇴했습니다. 그들이 모두 후퇴할 때까지 적의 리더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들의 꿍꿍이가 뭘까요?"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제 생각에는 이번 전투는 적의 전력을 파악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근거는?"




김택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피로감에 지쳐있는 듯 평소의 또렷하고 단단한 목소리는 없었다.




"검은 후드의 경우 그들을 수하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디선가 본 전쟁을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검은 후드의 동향을 분명 이형의 존재들도 파악했을 것이고, 그들 또한 본 전쟁을 준비 중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적의 리더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앞의 내용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그들이 우리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합당합니다."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이번 우리의 공격에 대해서 대비를 하고 나타날 수 있겠네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적이 흘렀다. 모두 알고 있었다. 한 번의 전쟁으로 그들과 자신들의 전력 차를 알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 이상의 인원으로 그들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류는 적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이번 전쟁에서 승리를 얻었다. 하지만, 이제 그 방법은 더 이상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또 다른 적들이 대처하지 못할 만한 전술 이나 기술을 계속해서 준비해야 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인류의 승리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었다. 침묵을 깬 것은 김신향이었다.




"그렇다면 언제쯤 그들이 쳐들어올지도 예측할 수 있나요?"




"아니요.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만큼의 전력을 가졌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만큼의 병력이 있는지 알고 있지만 저희는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전쟁에 있어서 적에 대한 정보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데, 저희는 아무런 정보가 없죠."




"그렇다면 저희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이 어려울까요?"




"어떤 방법으로?"




선우정이 김신향을 향해 물었고, 황백희의 브리핑은 자연스럽게 회의로 변했다.




"저도 어디까지나 제 생각에 의한 답변이지만, 강은혜씨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낼 수만 있다면, 이형의 존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는 강은혜를 한번 쳐다보고 시선을 여진우에게 옮겼다.




"그리고 벙커에서의 전쟁에서 그랬듯이, 두억시니나 귀매가 정찰을 위해 온다면, 그것을 뒤쫓는 것으로 검은 후드의 본거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현재 내부에 남아 있을 검은 후두의 하수인들을 색출해 내 본거지를 찾는 방법도 있지."




최두현이 오래간만에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럼 현재 저희가 할 일은 뭐죠?"




여진우는 지금까지 진행된 회의 내용의 정리를 바라며 황백희에게 물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첫째, 야전병원에 대한 준비입니다. 다음 전쟁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저희는 병력을 최대한 보존해야 합니다. 적들처럼 병력을 순식간에 늘릴 수 있지는 않으니깐요.


둘째, 강은혜씨가 기억을 찾아 이형의 존재들의 본거지를 찾아내는 것.


셋째, 검은 후두가 정찰을 왔을 때 그들을 미행에 본거지를 알아내거나,


넷째, 현재 방벽 안에 남아 있을 검은 후드의 하수인들을 찾아내 본거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분명 검은 후드의 하수인들 중 몇몇은 임무를 마치고 본거지로 귀환하기 위해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다음 전쟁을 위해 인원을 재배치해야 합니다. 이번 전쟁으로 전투불능자가 많습니다."




"좋아요. 그럼 황백희씨가 말한 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준비를 하도록 하죠. 그리고 각 방벽의 대장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서 방벽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부터 순찰을 하죠. 어딘가 두억시니나 불안정한 귀매가 염탐하러 올 수 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영결식 행하도록 하죠. 그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를 세우거나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영결식으로 유가족들의 슬픔을 조금이 나마 덜어 주죠. 그리고 영결식은 진행한다고 공표하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 틈을 타 도망가려 하는 하수인들이 분명히 나올 거예요."




황백희는 여진우의 작전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공식적인 통로로 3곳을 지정하죠. 그럼 그 3곳으로 탈출하려는 자는 없을 거예요. 저희는 나머지 방벽들과 그 주변만 감시하면 되죠."




황백희는 재차 그의 작전에 감탄했다.




회의를 끝낸 삼일 후 전쟁으로 전사한 사람들의 영결식을 먼저 진행했다. 영결식을 진행하는 하루 동안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대화 없이 조용하게 지냈다. 영결식이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영결식에 대한 내용을 먼저 알렸다. 영결식을 진행하기 몇 시간 전 최성희가 여진우를 찾아왔다. 그녀는 방벽 곳곳에 사람들과 강은혜의 분신이 함께 잠복중이라고 말했다. 여진우는 자신은 영결식에 참여해야 하기에 그녀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다. 그녀의 판단에 의해 하수인들을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예측대로 감시가 허술 한 틈을 타 3개의 방벽을 제외한 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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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전쟁(2) 23.02.23 27 0 18쪽
51 전쟁(1) 23.02.19 26 0 18쪽
50 서막 23.02.16 25 0 18쪽
49 삼자회담 23.02.12 24 0 18쪽
48 결정 23.02.09 30 0 18쪽
47 모래위의 성 23.02.05 27 0 19쪽
46 인간이 아닌자. 23.02.02 32 0 19쪽
45 광기 23.01.29 35 0 19쪽
44 강은혜 (마지막) 23.01.26 38 0 18쪽
43 강은혜 (3) 23.01.22 38 0 18쪽
42 강은혜 (2) 23.01.19 37 0 19쪽
41 강은혜 (1) 23.01.15 35 0 18쪽
40 기억 23.01.12 40 0 22쪽
39 낯선 이 23.01.08 45 0 18쪽
38 준비 23.01.05 48 0 18쪽
37 원인과 결과 23.01.01 50 0 19쪽
36 자질 22.12.29 49 0 21쪽
35 의미 없는 상식 22.12.26 52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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