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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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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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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2.1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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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 새로운 기회

DUMMY

신기하다.

C급 달고서도 못 해본 걸 해냈다.

이게 히든의 힘?


-“nu, esum······!”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는지 고블린 킹이 한발 물러섰다. 난 그런 녀석에게 칼 끝을 겨눴다.


“너 거기 딱 서 있어.”

-“ar am ag!”


녀석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달려들었다. 멀리 있는 놈까지 오는 걸 보니 위험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아까라면 어떻게 하냐고 경악했겠지만, 이젠 아니다.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칼이 번쩍일 때마다 녀석들은 시체가 되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쉬지 않고 베어 아스팔트 도로가 고블린들의 시체로 가득하게 되었을 때, 그 위에 서 있는 건 나와 고블린 킹 단둘뿐이었다.


-“nagni nue hnahc, ah amuj oey guj!”


땅을 뒤흔들며 달려오는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주먹이 내 얼굴을 노리고 날아왔다. 몸을 틀어 피하고 칼을 올려 쳤다.


서걱!

-“kuaaaa!”


깔끔하게 절단된 고블린 킹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팔을 잃은 녀석은 흥분한 채 마구잡이로 철퇴를 휘둘렀다. 위협적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었다.


쩌적!


몇 합 이어가다 보니 칼에 커다란 금이 갔다.

고블린 킹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자신이 이기리라 생각한 거겠지.

하지만 어쩌나.

이것도 계산 내인데.


-“noe muhy, aro eguj!”


고블린 킹이 포효하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쨍강!


내리쳐진 충격을 버티지 못한 칼이 부러졌다. 부딪칠 대상을 잃은 철퇴가 곧바로 내 몸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무릎을 꿇은 건 내가 아니라 고블린 킹이었다.


-“kue, ueuekuek······.”

“그러게. 힘 조절을 잘했어야지.”


고블린 킹의 심장에 꽂힌 반 토막 난 칼. 있는 힘을 다해 비틀자 녀석은 입에서 검푸른 빛 피를 토하며 뒤로 쓰러졌다.


[게이트 보스 ‘고블린 킹’이 쓰러졌습니다.]

[게이트가 소멸합니다.]


검은빛을 내뿜으며 유지되던 게이트가 빠른 속도로 작아지더니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칭호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칭호 ‘무모한 도전자’가 장착 해제되었습니다.]


몸을 감쌌던 붉은 아우라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힘이 쑥 빠져나갔다.


“커헉.”


방금까지 잊고 있었던 통증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무릎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전직 보너스로 체력 회복은 없던 모양이다. 꼭 이상한 데서 보상이 짜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났으니 다행이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가로수들과 신호등은 도로 위로 넘어져 있고, 주인을 잃은 차들은 반파된 채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곳곳이 움푹 파인 포장도로 위엔 고블린들의 사체가 늘어져 있었다.

기억 속 사진과 다른 게 있다면 시체가 저 안에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해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무렵.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게이트 보스를 쓰러뜨렸습니다.]

[업적 ‘통솔자 시해자’의 진척도가 올랐습니다. (1/10)]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업적 ‘고블린 학살자’를 획득했습니다.]


통솔자 시해자.

지휘 특성을 가진 마물에게 강해지는 업적. 중상급 마물과 마족 녀석들 대다수가 이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있다면 날 죽였던 개자식과 싸워볼 만하다. 아직 9마리나 더 잡아야 하지만.

그리고 고블린 학살자.

어지간한 헌터라면 다들 얻게 되는 업적이지만 이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게이트에 널리고 널린 게 고블린이니까.

만족하며 다음 보상을 기다리려는데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킬 ‘칭호화’가 발동합니다.]

[업적 ‘고블린 학살자’가 칭호 ‘고블린들의 악몽’으로 진화합니다.]


“응?”


보상으로 업적이 강화되는 일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진화라는 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지금으로선 직업과 관련되어 있단 추측밖에 할 수 없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눈앞에 빛무리가 일렁이더니 그 안에서 약병 하나가 나타났다.

초록빛 액체가 담긴 약병.

색으로만 보자면 독극물이었다. 마셔보라고 권하면 백이면 백 미친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하지만 그걸 본 내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이걸 여기서 다 보게 되네.”


중급 능력치 물약.

섭취 시 모든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환상의 약.

능력치를 올리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만만치 않다. 경지에 오를수록 요구치도 그만큼 증가한다.

그런데 이건 마시기만 하면 능력치가 고정적으로 오른다. 이 이점은 상당해서 정상을 노리는 헌터라면 반드시 얻어야 할 물건으로 불렸다.


‘부르는 게 값이라 나랑은 전혀 인연이 없던 물건이었는데.’


이걸 팔면 돈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당장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시작이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럼 이제 남은 걸 챙겨볼까.”


물약을 품에 고이 모셔두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이트에서 주는 건 이게 다다. 이제부턴 내가 직접 챙겨야 하는 것들이다.

고블린 킹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칼로 가슴팍을 후비자 심장 옆에 성인 팔뚝만 한 크기의 검은빛 수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정석.

쉽게 말해 마나가 담긴 광물이다.

무기나 아이템 제작에 사용해도 되고, 협회나 기업에 팔아 돈을 챙겨도 된다.

고블린 킹의 마정석은 사람 팔뚝만 한, 딱 C급 크기였다. 조금 더 컸다면 좋았겠지만 욕심이겠지.

이런 식으로 시체를 전부 뒤질 필요는 없다. 너무 작은 마정석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것까지 가져가면 사체 처리업체에서 한 소리 듣지.’


초보 때 일을 생각하니 절로 치가 떨린다. 하이에나보다 독한 같은 양반들.

마정석을 끄집어내곤 녀석의 몸을 수색했다. 장신구 몇 개와 녀석이 들고 있던 철퇴가 수확이었다.

장신구들은 빛이 나는 게 미약하게나마 마법이 부여된 것 같다. 감정사에게 맡겨봐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 값은 나갈 것 같다.

그리고 고블린 킹의 철퇴.

살짝 들어봤는데 생각만큼 무겁지 않았다. 몇 번 휘두르니 나쁘지 않았다.

쓸 수는 있겠지만, 칼이 아니라서 주 무기로는 못 쓴다.

그 뒤론 여기저기 다니며 마정석들을 캤다.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다 돈이라 생각하니 어떻게든 움직여졌다.

그렇게 다니고 있으니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최선호 헌터.”


고개를 돌렸다. 바로 뒤에 이경수가 서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별말씀을. 그보다 그건 괜찮은 겁니까?”


내 시선이 그가 들고 있던 방패로 향했다. 완전 못 써먹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어쩌겠습니까. 새로 하나 장만해야죠.”

“그럼 마정석들 좀 챙겨가세요. 아까부터 저만 챙기는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고블린 사냥은 헌터님이 거의 다 하셨는걸요.”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확실히 게이트 클리어에 그가 직접 공헌한 바는 적다. 그는 고블린을 처리하는 대신 사람들을 지켰으니까.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전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하고 싶었다.


“서로 할 걸 잘해서 모두가 산 겁니다. 그러니까 눈치 보지 말고 챙기세요.”

“그래도······.”

“그럼 이렇게 하죠. 다음에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와주시죠. 마정석들은 그 대금인 걸로 치고.”


내 제안에 잠시 고민하던 이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좋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 이경수는 연락처를 주고는 멀찍이 가서 마정석을 캐기 시작했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이건 상당한 수확이다. 몇 달 뒤 A급으로 폭풍 성장할 헌터와 좋은 인연을 만든 셈이니까.

그렇게 한참 동안 마정석 캐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뒤쪽이 소란스러웠다.


“와, 완전 난장판이 따로 없네.”

“E급 게이트였다면서? 그게 이렇게까지 될 거였나?”


고개를 들자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보였다. 목에 달린 명찰로 보아 협회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다.

순간 이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협회 분들 아니십니까. 좀 늦으셨네요?”

“아, 죄송합니다. 선릉역 건이 워낙 커서 알아채는 게 늦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여기 있던 일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경수가 나서줬으니 내가 가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자리를 뜨기로 했다.

상처는 회복약으로 때우기로 정했다. 이 정도는 자연 치료로 버틸 만하고, 빨리 가서 직업에 관해 확인해보고 싶었다.

빠뜨린 건 없는지 확인한 뒤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방해 없이 무사히 집에 돌아온 나는 방 한쪽에 처박아둔 하급 회복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전신에 약 기운이 돌자 한결 나아졌다. 그래도 몸이 휘청거리는 게 힘들긴 했나보다.

가볍게 씻은 뒤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곳곳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몸을 간신히 억누르며 상태창을 열었다.


[        최선호]

직업 : [타이틀 헌터(히든)] [검사]

스킬 : 칭호화, 칭호 장착, 칭호 해제, 검술(계승됨)


스킬이 늘어난 건 좋은데 전부 전투가 아니라 생산 쪽 스킬 같다.


“그나저나 칭호인가.”


칭호.

아예 없던 시스템은 아니다.

뛰어난 업적을 세운 헌터라면 다들 하나 이상의 칭호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칭호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진 않았다.


-업적이랑 같이 주던데요? 근데 특별히 좋은 건 없었어요.

-이걸 어디다 쓰라고 주는 건지······.

-특별히 좋은 게 없긴요. 그냥 아무것도 없어요.

-이거 얻었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사람도 있을걸요? 그 누구였지? 자기 칭호가 ‘흑염룡을 키우는’ 이었다고······.


업적에 덤으로 따라오는데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고, 아무런 효과도 없는 정체 모를 것.

이게 칭호에 대한 세간의 평가였다면, 난 그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부정하는 능력을 얻은 것 같다.


[타이틀 헌터(히든)]

[뛰어난 이에겐 그에 걸맞은 이명(異名)이 필요한 법입니다. 물론 그게 하나뿐일 리 없지요.]

[특정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칭호를 획득합니다. 이 조건은 숨겨져 있습니다.]

[한 번에 하나의 칭호만 장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칭호에 특별한 효과가 부여됩니다.]


[스킬 : 칭호화]

[위대한 업적을 자랑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누적치에 따라 업적이 칭호로 진화합니다. 이때 추가 효과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칭호화인가.”


칭호를 획득하는 조건이 숨겨져 있다면 확실히 얻을 수 있는 쪽을 공략하는 게 맞다.

그리고 그냥 업적보단 히든인 쪽이 좀 더 좋은 칭호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29년 1월 첫 헌터 각성이 이뤄진 뒤로 대략 1년. 이때까지 밝혀진 히든 업적은 아직 다섯 개도 안 된다.

그리고 난 대한민국에서 얻을 수 있는 히든 업적에 대해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심심풀이로 책을 뒤적였던 일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은 몰랐다.


왜 돌아오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 낭비나 하라고 돌려보내진 건 아닐 거다.

그러라고 히든 클래스 전직도 시켜준 거겠지.

기왕 받은 기회.

최대한 활용해보기로 했다.


“최종 목표는 A급······ 아니, S급이 되는 걸로.”


한계에 부딪혀 포기해야만 했던 꿈을 다시 한번 꿔보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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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이 놈은 이제 내 겁니다. +1 22.11.10 6,265 108 11쪽
9 8화 - 내가 모르는 폭풍전야 +4 22.11.09 6,519 110 11쪽
8 7화 - 봉화산 던전 (2) 22.11.08 6,578 115 11쪽
7 6화 - 봉화산 던전 (1) 22.11.07 7,241 113 11쪽
6 5화 - 할 일이 늘어난다 +6 22.11.05 7,962 116 11쪽
5 4화 - 첫 번째 히든 피스 +7 22.11.04 8,630 125 12쪽
» 3화 - 새로운 기회 +2 22.11.03 9,070 141 12쪽
3 2화 - 무모한 도전자 +1 22.11.02 9,507 144 11쪽
2 1화 - 살았다? +7 22.11.01 10,671 151 12쪽
1 프롤로그 +15 22.11.01 12,424 16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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