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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리뷰] 왕좌의 게임 시즌3, 롭 스타크의 죽음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미드 왕좌의 게임을 보니 느껴지는 것이 많다.


최근 시즌3까지 완주를 하고 있는 중인데...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현재 서구 사회가 구축해놓은 인문학의 성과를 모두 보여주는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중세 영국의 의상, 관습, 사상, 요리는 물론 그 당시 전쟁에 있어서의 전략과 전술, 무기 및 공성전에 대한 고증 등등...


심지어 최근 2000년 전후반을 기점으로 서구 사회가 과거 잊혀졌던 중세의 무술까지 열심히 복원한 성과까지 모든 인문학적 성과가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중세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조지 R.R. 마틴이 창조한 세계관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이것을 영상으로 창출해낸 제작진의 노력 또한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대단한 것이 역시 인문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제왕학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롭 스타크의 죽음과 관련해서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


시즌3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 롭 스타크는 내내 정치적으로 불안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분명 영웅이 될 자질은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좌절당하고 마는데 이는 그의 역량이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그는 아버지가 죽은 후 반란을 일으키는 시점에서 아버지 휘하에 있던 가신들을 복속시키는 수완을 보여주기는 했다.


그래서 전쟁 초기에 전투에서 승승장구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노회한 가신들을 계속 그가 통제하기엔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이 노회한 인간들을 복속시킨 것부터가 가문과 혈통이 주는 이점으로 인한 것이었기 롭 스타크 스스로의 진정한 역량이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전쟁을 수행하는 내내 정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내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그가 독립을 선언하고 왕을 참칭하는 장면이었다.


애초에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거병을 했는데 어쩌다보니 독립을 선포하고 왕까지 참칭하게 된다.


그 이면엔 이렇게 거병한 거 차라리 독립도 하고 당신이 왕도 하라는 부하들의 부추김이 있었다.


그 자신이 왕좌에 대한 야심이 있거나 북부의 독립을 위하는 원대한 비전이 있던 것이 아니었다.


북부의 독립이라는 열망과 왕이 되려는 야심을 먼저 갖춘 상태에서 부하들이 눈치껏 그의 비위를 맞춰가며 앞으로의 방향 제시를 한 것이 아니라 부하들이 먼저 방향 제시를 하고 롭 스타크는 여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객이 전도되었으며 여기서 이미 롭 스타크의 운명은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는 전투에서는 계속 승리하지만 이상하게도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든다.


이는 애초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전쟁의 목적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왕권을 장악하고 있는 라니스터 가문을 몰아낸 후 정통성 있는 왕권을 옹립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북부를 독립시키고 그 자신이 북부의 왕이 되려는 것인지 애매하였다.


결국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고 설파한 클라우제비츠의 말마따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즉 전쟁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어정쩡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전투에서 승리를 해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전쟁은 계속 질질 끄는 소모전으로만 진행되고 경제력이 뛰어한 라니스터 가문에 비해 경제력이 열세인 롭 스타크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포로로 잡힌 제이미 라니스터를 비롯한 몇몇 라니스터 가의 사람들을 처결하는 것에서의 의견 차이로 병력의 절반이자 북부군의 정예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카스타크 가문과 척을 지게 된 것은 뼈 아픈 일이었다.


물론 이러한 내부 분쟁은 현재 아버지대의 가신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롭 스타크의 정치적 입지에 비춰봤을 때 라니스터 가문의 인질들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터질 문제이기도 했다.


카스타크 가문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롭 스타크는 미천한 가문의 예쁜 여자에게 눈이 멀어 프레이 가문과의 결혼 약속까지 저버리게 된다.


결국 이 일로 앙심을 품은 프레이 가문은 결정적으로 롭 스타크의 뒤통수를 치게 되는데...


프레이 가문과 그래도 화해를 하겠답시고 어머니를 비롯하여 숙부와 함께 성으로 들어가 프레이와 대면하는 장면.


이 장면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머니, 숙부 등등 스타크 가문과 툴리 가문의 핵심이 성 안으로 들어간거야 하는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만약 거기서 프레이 가문의 공격을 받아 자신을 비롯하여 어머니, 숙부 등이 모두 죽는다면 스타크 가문과 툴리 가문은 거의 궤멸되는 것이나 다름 없으며 당장 북부군을 이끌 머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캐틀린 스타크의 실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그녀가 프레이 가의 음흉한 계략을 모른 채 그들과의 친분만을 믿고 순진하게 아들을 이끌고 적지로 들어가서만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존 스노우의 존재였다.


애초에 그녀가 서자인 존 스노우를 그토록 냉대하지만 않았더라면... 롭 스타크, 아리아 스타크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캐틀린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존 스노우를 조금만 보듬어 주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는 안 올 수도 있었다.


당장 현재 스타크 가문은 벤젠 스타크가 나이트워치인 신분이라 가문의 일에 관여할 수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남편인 에다드 스타크와 롭 스타크가 가문을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에다드 스타크가 변고라도 당한다면 경험도 실력도 많이 미숙한 롭 스타크 혼자서 북부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는 꼴이 된다.


만약 존 스노우가 옆에서 조력자로서 붙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가 있었다.


롭 스타크는 존 스노우를 활용해 정치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면서 조금은 부드럽게 북부의 가문들을 복속시키고 내부 결속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식 연회장에서 프레이 가문에게 습격을 받는 장면 또한 그렇다.


애초에 존 스노우가 있었다면 그를 군영에 남겨두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롭 스타크 스스로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연회 분위기에 흠뻑 빠져 군사들까지 긴장을 풀게 만든 것부터가 실책이었으나 존 스노우가 있었더라면 그 실책을 어느 정도 방지하거나 설사 당할 때 당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롭 스타크 스스로의 정치적 역량의 부족에 어머니 캐틀린 스타크의 편협함과 근시안적 안목까지 더해지면서 인재들이 모두 떨어져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가 죽을 때 북부군의 정예인 카스타크 가문은 이미 떨어져 나갔고, 평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품은데다 어느 쪽에 붙는 것이 이득인지 계산이 빠른 볼튼은 진즉에 배신했고, 그나마 롭 스타크의 뒤를 받쳐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존 스노우는 사실상 캐틀린 스타크의 냉대로 가문에서 쫓겨나 부재한 상황이었다.


그의 곁에는 얼핏 자애롭게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지 못한 어머니 캐틀린 스타크와 미천한 가문의 출신으로서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되는 얼굴만 예쁜 아내가 있었을 뿐이다.


야심도 없고 장기적인 비전도 없으며 그렇다고 철저히 악한 것도 아닌 롭 스타크가 그렇게 죽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혈기에서 나오는 용맹함으로 몇몇 전투에서 이겼다고 왕좌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무리임을 매우 현실성있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이것도 서구 사회가 지난 수십년 간 구축해 놓은 인문학의 성과가 표출되는 것이겠지만...


최근 한국의 사극은 물론 막장 드라마까지 고작 민중혁명론에 선량한 자본가가 주도하는 국적불명의 시민혁명론까지 가미가 되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 많이 부러울 따름이다.


왕좌의 게임에는 단순한 민중혁명론뿐만 아니라 다양하면서도 객관적인 역사적, 철학적 관점의 통찰이 들어있는데 아마도 한국이 이걸 따라잡으려면 인문학적 소양을 전 국민이 열심히 배양한다는 가정하에 최소한 30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한다.


단적으로 넌 아무것도 몰라 존 스노우라는 대사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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