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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보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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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연재
작품등록일 :
2017.06.22 14:43
최근연재일 :
2017.06.25 14:2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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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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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1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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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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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화 - 발할라의 탑(1)

DUMMY

002



한성테크.

독일제 차량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생산해내는 중소기업이다.

BMW나 아우디의 디스플레이들은 이곳에서 생산해낸다.

그 전부를 소화해내는 것은 당연 아니고 일정부분을 수주 받고 있다.

업종이 업종이니만큼 경기를 타지 않는다.


김도원(27, 우울한 회사원)은 처음 생산직에 있었는데,

사무직 TO가 빈 것을 잠시 대체하다가 완전히 굳혀졌다.

처음에는 나름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좋았다.

그러나 실상은 이중으로 부려 먹히고 있었다.


“김 주임! 김 주임!”

“예. 갑니다.”


김도원은 상사의 호명에 부리나케 뛰어간다.


“점심시간 한참 지났는데 어디 있다가 온 겁니까?”

“죄송합니다. 생산 라인에서 문제가 생겨서요. 급하게 규격을 바꾼 게 문제가 되었나 봅니다. 이제는 다 해결됐습니다. ···하하.”

“지금 웃으면 안되죠. 상황파악 좀 합시다.”

“예?”


김도원은 죽을 맛이었다.

점심시간 중간에 품질조장의 호출이 왔고 덕분에 먹던 밥도 버리고 뛰어갔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상사의 눈매는 뾰족하게 올라가 있다.

게다가 주변 동료들까지 자신을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올린 것 완전히 날림으로 했던데요.”

“급하다고 해서 초안을 먼저 올렸습니다. ···지금 바로 수정할까요?”

“이거 그대로 결재해서 넘겼으면 누가 까였겠습니까?”

“···그, 그게.”

“제가 언제까지 이런 걸 다 캐치해줘야 해요? 갓 졸업한 대학생도 이것보단 잘하겠네. 아 김 주임은 중퇴라고 했었죠?”


최석호 과장(26, 사장 5촌)은 들쑥날쑥한 표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학력까지 건드리며 인격적으로 깔아뭉갰다.

표는 가독성이 조금 떨어질지언정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만약에 올리지 않았다면 그것대로 욕을 먹었을 터.


‘시발, 저번에는 늦게 올렸다고 지랄을 하지 않았었나.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성격 더러운 새끼.’


김도원은 속으로 분을 삭이며 온갖 욕을 했다.

물론 겉으로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반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그 말을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네. 월급 따박따박 나오니 관심이 없죠? 내 김 주임한테 뭘 맡기지를 못해.”


나이도 김도원(27, 회사원)보다 한 살 어린 것이 반존대는 기가 막히게 사용한다.

이제는 하도 적응이 돼서 짜증조차 들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저도 쓴 소리 하는 거 싫습니다. 잘 좀 합시다. 그래야 서로 편하지.”

“예.”


어느 중소기업이 그렇듯이.

사장의 친인척들이 각종 요직을 꿰차고 있다.

출근도 하지 않으며 월급을 타먹기도 하고,

편하게 일할 생각으로 눌러앉는 부류도 있다.

김도원의 직장 상사인 최석호 과장은 후자에 속했다.


사장의 5촌이라 하던가.

5촌이니 사장과는 멀어 보이는 관계일 수도 있으나,

그 다리들을 이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장의 사촌이 이곳의 상무직을 달고 있고,

그 상무의 아들이 최석호 과장이다.


완전히 낙하산이라면 띄어주면 넘어갈 텐데.

최석호는 조금은 애매한 위치라 그런지 나름대로 의욕도 있다.

문제는 그 의욕이 업무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하직원 닦달로 간다.

군대로 치면 무능하지만 장기를 노리는 중대장이라 해야 할까.

밑에 있으면 아주 피곤한 케이스다.


* * *


‘시발. 시발.’


김도원의 퇴근 막판.

최석호는 자기 일을 얹혀주고 갔다.

불안해서 뭘 맡기지를 못하겠다는 놈이 아주 잘만 떠넘겼다.

덕분에 그의 퇴근은 1시간 가량 미뤄졌다.


회사가 바빠서 퇴근이 늦어지는 것은 괜찮지만,

성격 더러운 상사의 센터링으로 늦어지는 건 기분이 더럽다.

이 더러운 기분을 푸는 선택지는 내게 얼마 없다.

결국은 술 밖에 없지.


소주를 까기에는 내일이 지장이 생기고,

가볍게 맥주를 살 생각에 편의점에 들른다.

그래. 취하지는 못해도 기분은 내야지.

그는 평소 마시던 걸로 3캔을 집었다.


“이거 2+1이네요.”


점원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맥주 한 캔에 기분이 풀어지는 것이 씁쓸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속으로 싱글벙글하다가 계산대 위에 있는 로또 광고에 눈이 갔다.


‘역시 내 하류인생 역전하려면 로또 밖에 없다.’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0은 아니다. 일말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당첨금은 30억원.

당첨만 된다면 사노비 생활은 청산이다.

최석호 그 인간을 보는 것도 끝이겠지.


김도원은 거스름돈으로 로또를 샀고,

점원에게서 로또 영수증을 받으려는 그때였다.


“어. 김 주임. 퇴근하는 길인가 봐요. 일은 다 끝냈어요?”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김도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최석호(26, 개새끼)가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 회사 바깥에서까지 날 못살게 구는 거냐!’


김도원은 마음과는 다르게 재빨리 스마일을 만들어서 목례를 했다.

최석호는 여자를 한명 끼고 있었는데 적당히 예쁘장했다.


“오빠 저 분은 누구야?”

“저번에 내가 말했던 그 사람.”

“···아. 그 분.”


여자는 입을 작게 가리고는 슬며시 웃었다.

호의적인 웃음은 아니다. 비웃음에 가깝다.

최석호가 자기 여자친구에게 그를 뭐라고 말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김도원은 기분은 퍽 상했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헤실헤실 웃으며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허튼데 돈 쓰시네.”

“예?”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점원이 주는 로또 영수증을 보며 한 말이다.


“그런 복권 같은 것 아무 소용없어요. 그 돈으로 책을 좀 읽지. 제가 하나 추천해 드려요?”

“···하하. 괜찮습니다. 제가 활자만 보면 울렁증이 나서요.”

“조금은 책하고 가깝게 사세요. 다 김 주임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아까 맥주 2+1으로 좋던 기분이 싹 날라 간다.

정말로 재수 없는 인간이다. 정말로!


* * *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켜도 마음 속 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도원은 오늘 최석호와 같이 있던 여자를 생각했다.

얼굴은 갸름하고 키도 늘씬한 것이 꽤나 미인이었다.

그녀가 예쁜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필 그런 미인이 최석호와 붙어있다는 것이 싫었다.


‘집이 금수저니 예쁜 여자 끼고 사는 것도 당연하겠지.’


정말 다 가졌다.

직장에서는 호랑이에 등에 탄 여우처럼 행세하고,

바깥에서는 젊음을 즐기며 여자를 만나고 있다.

그에 반해서 자신은 뭔가.

좁디좁은 원룸에서 궁상 떠는 것 밖에 할 줄 모른다.


‘나도 여자라도 소개를 받을까?’


그러나 곧바로 접는다.

돈 들어가는 거랑 주말 뺏기는 것 다 싫다.

아니, 아니 이건 둘러대는 거고.

지금 이 궁색한 처지로 여자를 만나기가 싫었다.

그래. 결국 문제는 자신이다.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 거지?’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어머니도 몸이 편찮았기에 결국 가장은 나였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주유소.

졸음과 싸워가며 공부와 알바를 병행했다.

결과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는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부질없었다.

당장 가진 돈이 없었기에 대학은 휴학을 두고 공장을 다녔다.

휴학은 곧 자퇴가 되었지.


반면에 최석호 그 놈의 인생은 어떨까.

껄렁한 것이 학창시절에도 날라리처럼 지냈을 것이다.

적당히 대학을 나와서는 즐길 것 다 즐기고,

부랴부랴 아버지 연줄로 회사에 들어온 것이다.


‘남과 비교하면 안 된다. 행복은 자신 안에 있는 것이다.’


속으로 되새기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다.

비뚤비뚤한 열등감이 김도원의 가슴속에 자국을 남긴다.

이 자국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좌아악!


다 마신 맥주 캔을 신경질적으로 찌부러트렸다.

김도원이 화풀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맥주 캔 정도다.

자신은 겨우 그 정도 인간이야.

그때였다.


“어?”


[ 당신은 발할라에 선택되었습니다. ]


들리는 것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정보 그 자체가 머릿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김도원의 주량이 낮다한들 맥주로 취할 정도는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 발할라의 탑에 입장하십시오. ]

[ 발할라는 죽은 자들의 전장. ]

[ 당신은 그들을 지휘하는 군주가 될 것입니다. ]

[ 1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발할라에 입장하시겠습니까? ]


죽은 자들의 전장? 군주?

조금은 유치해 보이는 문장들.

소설을 너무 읽은 것인가?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무슨 말이냐고?”

[ 30초 남았습니다. ]


물어도 대답은 없었다.

그제야 김도원은 정신이 번쩍 뜨였다.

자신이 저 질문에 승낙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10초 남았습니다. ]

[ 다시 묻습니다. 발할라에 입장하시겠습니까? ]

[ 5초···, 4초···. ]


무엇이든 좋았다.

어디든 자신을 데려가줬으면.


“입장한다.”


그 순간 김도원을 둘러싼 세상이 뒤집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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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화 - 1층 교관 막시무스(1) 17.06.23 108 2 9쪽
3 1화 - 발할라의 탑(2) +1 17.06.22 192 2 8쪽
» 1화 - 발할라의 탑(1) +1 17.06.22 209 2 9쪽
1 프롤로그 - 휴대폰 게임 +1 17.06.22 254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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