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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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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느루찬
작품등록일 :
2018.04.10 18:33
최근연재일 :
2018.05.30 23:43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38,612
추천수 :
334
글자수 :
178,346

작성
18.05.2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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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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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0화

DUMMY

상단은 가져온 물품들을 풀어놓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낯선 이들이었지만 유독 살갑게 대하는 청년들에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거래의 현장 옆으로 황금장 사람들이 대접하는 음식들이 차려졌다. 평소 맛보기 어려운 식재료와 진귀한 술을 차려 늦게 찾아온 것에 대한 사죄 아닌 사죄를 하였다.


“마을의 신승검 어르신은 왜 안 오시는지요.”

“부르러 갔으니, 이제 곧 오실 걸세, 원래 이런 자리를 즐기는 분이 아니시라.”

“그렇군요.”

명상을 하고 있던 신승검은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의 성화에 중앙으로 나왔다.


“그래, 자네가 김시진 대신 왔다고.”

“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규인 이라고 합니다.”

“반갑네,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도는구먼.”

“어르신도 한잔 받으시지요. 제가 특별히 준비한 귀한 술입니다.”

“내 자네 성의를 보아 한 잔만 들고 가도록 하지.”

“그래도 사죄의 의미로 대접하는 것인데, 마을 최고 어르신을 빼놓고 대접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배불리 드시지요.”

“허허, 그러세 그럼, 잘 먹도록 하지.”

“이것도 드셔보시지요.”


황금장의 세심한 배려에 마을 사람들 모두 고루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할아버지, 나왔어.”

“오냐, 오늘은 토끼를 잡았더냐?”

“아니, 오늘도 못 잡았어. 토끼 너무 빠르다고.”

“허허허, 곧 있으면 너도 잡을 수 있을게야. 카니스는?”

“카니스는 혼자 신나서 사냥하러갔어.”


아라후는 최근 토끼잡기를 수행하는 중이다. 타고난 신체능력이 뛰어난 아라후는 작은 토끼정도는 금방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정립이 그랬듯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본능적인 움직임은 정립이 따라올 수 없었지만 기의 운용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하여 수련의 시간은 꽤나 흘렀지만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는 중이었다. 매번 산을 뒹구는 아라후의 수련을 지켜보며 카니스는 하품하며 지루해 하면서도 항상 아라후의 곁을 지켰다.


수련을 하느라 무방비한 아라후를 지켜주려는 나름의 배려인 듯 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아라후를 지켜보는 카니스는 아라후의 수련이 끝난 후에야 본인만의 시간을 가졌다.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냥하며 배를 채우곤 한다. 주변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청수산의 왕이 된 카니스는 돌아다님에 거침이 없었다.


“오늘도 수련하느라 고생했으니 많이 먹거라.”

“응! 많이 먹을 거야.”


빠르게 커가는 만큼 식욕이 왕성한 아라후는 정신없이 식사를 했다. 넓은 식탁에 골고루 올려 진 갖가지 음식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맛봤다. 그로서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자극적인 음식들에 단단히 홀렸다.


산해진미에 좋은 술이 곁들어지니 점차 흥이 오른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작은 잔치를 벌인 것처럼 음식을 즐겼다.


황금장의 호위무사들은 어느새 물품정리를 끝내고는 그들의 천막에 모여 간단히 요기를 했다. 청수마을 사람들의 권유에도 그들은 한사코 거절하며 경계에 만전을 기했고 상인들은 음식을 부족하지 않게 채워주며 함께했다.


상단의 대표 격인 유규인은 마을 어르신들의 잔을 채우며 곳곳을 누볐다. 불콰하게 취해 늘어놓는 주정에도 일일이 대꾸하며 잔치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신승검의 곁에서 벗어나지 않고 시중을 들었다.


“이 술이 제가 저~ 멀리 서역에서부터 가져온 진귀한 술입니다. 이번에 청수마을로 오게 되면서 귀히 보관하고만 있던 이 녀석을 품고 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전설로만 듣던 어르신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드디어 이 술을 마실 때가 왔구나, 했습죠.”

“김시진도 그렇고 상인들은 하나같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구려.”

“아무래도 거래를 하다보면 입에 발린 말을 해야 하기마련이지만 지금만큼은 진심입니다. 어르신은 어린 시절의 제 영웅이셨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기분은 좋구먼.”


개선장군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유규인은 신승검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고 끊임없이 술을 따랐다. 덕분에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었지만 신승검은 술의 영향을 벗어 난지 오래다.

평생의 수행 끝에 보통의 방법으로는 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술뿐만이 아니라 독에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그동안 한제국의 전쟁영웅으로서 긴 시간을 지냈음에도 살아남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전쟁의 와중, 적 지휘관을 암살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술 중 하나다. 훌륭한 지휘관 하나가 전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엄청난데 일반 병 수백보다 적 지휘관 한 명의 목이 더 중요한 곳이 전장이다. 일개병사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목숨의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전장의 지휘관은 끊임없는 암살에 시달리는 법이다. 무력을 이용한 습격도 있고 함정을 파기도 한다. 그 중에도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독살(毒殺)이다.


군세의 식수에 독을 풀거나 지휘관의 식사에 직접 독을 넣는 행위는 상습적이라. 장군은 식수 하나도 끓여먹으며 조심하지만 그럼에도 신승검은 수 없이 많은 독을 먹어왔다. 그중에 치명적인 중독을 부른 독도 있었지만 결국은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독에 대한 엄청난 내성을 길렀고 덩달아 술에 대한 저항력도 인간의 범위를 벗어났다. 유규인이 이미 엄청난 양의 술을 권했음에도 신승검은 얼굴하나 붉어지지 않은 채 태연했다.


“할아버지 나 졸려.”

“그래? 난 이만 마시고 돌아가야겠구먼. 더 즐기시게나.”


고된 수련 후에 배를 채우니 아직 초저녁 임에도 졸음이 쏟아지는 아라후였다. 신승검은 당장이라도 잠들 것 같은 손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유규인이 그런 신승검을 붙잡았다.


“아이고, 어르신 조금만 더 즐기다 가시지요. 손자 분은 저희 애들이 잘 돌보겠습니다.”

“아닐세, 이미 충분히 마셨으이. 자네들이나 더 즐기시게.”

“어르신 다름이 아니오라 최근 황궁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퍼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손자분과 관련이 있는 듯하여,..... 따로 대화를 나누시지요.”

“무슨 일인가.”


신승검은 정립의 이야기가 황궁에서 거론된다는 소식에 자리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마을에 아라후를 위협할 위험이 없었기에 유규인의 부하에게 아라후를 맡기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내 손자가 왜 이제 와서 황궁에서 거론 되냐는 말이야.”

“저도 확실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하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황제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황제가? 황궁의 관리를 받는 황제의 건강이 나빠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최근 정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수라가 돌아 나오는 양이 대폭 늘었다 합니다. 아무래도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둣 합니다.”

“어의와 무녀가 황제를 지키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아직은 소문만 무성한 상황입니다. 황제의 모습을 본 사람이 전무하니 추측만 무성할 밖에요.”

“최근 황궁에 들어가는 기운만 하더라도 능히 죽은 자를 살려낼 수 있는 힘일세. 그런데 황제가 아프다?”

“그 기운이 꼭 황제에게 간다는 보장은 없지 않겠습니까.”

“황비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가. 허나 황비 입장에서도 황제의 건강은 중요할진데.”

“그래서 어르신의 손자분이 언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관계인가.”

“만약 황제가 몸져누웠다고 한다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겠습니까.”

“아니. 필히 황비의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겠지. 허나. 왜?”

“어르신이 황도를 떠나고부터 제국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금은 배로 오르고 귀족의 횡포는 극에 달했습니다. 백성들의 고통에도 황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은 황제에게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랬겠지. 황제라면 그래도 백성들의 고통을 묵인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 사람이지.”

“실제로도 황제께서 출타를 하신 후, 백성들의 생활을 보고는 황비와 말다툼을 했다고 합니다. 황비의 수족들에 둘러싸여 그간 국정을 살피지 못한 탓이죠.”


현 황제는 신승검이 황도에 있었을 당시 그를 잘 따랐다. 선황제의 호위를 하며 황태자의 스승을 맡아 가르침을 내린 적이 있었다. 고귀한 핏줄을 이은 황태자는 선대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훌륭한 황제가 될 자질을 가진 명석한 아이였다.


문제는 황태자는 아직 어렸고 황제는 너무 일찍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때에도 신승검은 황도를 벗어나 있었다. 황제의 바람에 따라 고향을 찾은 참이었다. 황제는 항상 자신의 곁에서 임무를 다하는 늙은 스승에게 잠깐의 휴식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 때 제자이자. 자식과 같았던 황제의 간청에 신승검은 한 달의 시간을 받아 고향에 내려갔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 사이에 황제는 사냥 중 낙마하여 의식을 잃었다가 일주일 만에 명을 달리했다.


제국의 기둥과 다름없는 황제는 대대로 무병장수하며 천수를 누렸다. 하여 대부분의 승계는 황제의 오십 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후계절차를 밟는다. 확실한 권력이양 후에 선황제는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 마련이라 이런 돌연사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그랬기에 대비하지 못했다. 신승검은 갑작스런 황제의 죽음에 한달음에 황궁으로 복귀하였고 장례를 치렀다.


장례를 끝마치고 자연스레 황태자가 승계를 이어받았다. 그 때 황태자의 나이가 열다섯이었다. 마냥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황비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린 황제는 황비의 도움으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


신승검은 선대의 유지를 이어받아 황비와 함께 어린 황제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황권을 다지는데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황제는 제위한지 삼년 만에 정계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


신승검은 황제의 뒤에서 힘을 보태고만 있었다. 황제의 호위를 맡았던 이로서 죽음에 책임감을 느낀 신승검은 은퇴할 나이임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방의 국경에 몸소 나서게 된 것이다.


어린 황제는 아직 판단력이 부족하여 주변인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북방의 세력이 점차 강해지고 오랑캐의 침범이 잦아지자 그 위험성을 설파하는 보고가 쏟아졌다. 사실 그 정도의 침략은 꾸준히 있어왔던 수준이었지만 이제 막 짐을 진 황제에게는 나라를 안정시켜야겠다는 심리적 압박이 심했던 듯 했다.


연일 위험성을 보고받는 입장에서 태연하게 지시를 내리기엔 3년이란 시간만으론 아직 부족했다. 그를 보좌하던 황비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기회를 얻은 황비는 다른 귀족들을 선동하여 신승검의 출정을 강요했다.


신승검은 황제에 대한 책임감을 등에 지고 노구를 이끌고 전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모든 과정에 황비의 개입이 있었다. 황제가 하필 신승검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리 허무하게 운명을 다한 것과 어린 황제를 불안감에 떨게 하여 전장으로 보낸 모든 것들이 권력을 탐한 황비의 오랜 계획이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배경의 무협소설 입니다. 다양한 문화를 차용하였지만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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