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느루찬 님의 서재입니다.

바로 세우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느루찬
작품등록일 :
2018.04.10 18:33
최근연재일 :
2018.05.30 23:43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38,613
추천수 :
334
글자수 :
178,346

작성
18.05.17 17:08
조회
658
추천
5
글자
9쪽

33화

DUMMY

“오늘은 돼지 잡는 날이다.”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을 텐데 무리할 필요는 없다.”

“무리라니요. 신 옹께서 오셨는데 그까짓 돼지야 열 마리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론 끄떡도 없습니다.”

“그럼 그러도록 하게, 덕분에 마을 사람들도 돼지 맛 좀 보겠구먼.”

“하하. 저희 마을이 다른 건 몰라도 고기는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애들 사냥실력이 훌륭합니다.”

박철중은 끊임없이 능력을 과시하며 신승검의 인정을 바라고 있었다. 신승검은 그런 그를 자제 시키려 했으나 오랜 반가움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고는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저녁이 되고 마을의 중앙엔 작은 축제가 벌어졌다. 커다란 모닥불은 돼지가 통째로 구워지고 있고 그 주변으론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되었다.


처음의 불편함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백두대의 사람들은 정립과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의 천성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법인지 신승검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그들은 평소와 같이 장난치며 놀았다.


“아니 이놈이 그래서 언제 적 전통인데 아직도 머리를 미냐고 박박 우기는 거야. 내 한마디 했지 네놈이 머리를 길러도 소향이는 거들떠도 안 본다고. 크하하핫.”

“소향이 때문이 아니라니까! 군인도 그만두고 산적 질 하면서 다 자유로워졌는데 왜 머리는 계속 밀어야 하는 거냔 말이지.”

“그게 우리 전통이니까.”

“아오, 쓰벌 무슨 몇 백 년 된 유수한 전통이여? 고작 십 몇 년 된 것 가지고 더럽게 유세떠네.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전통을 지키고 자빠졌어.”

“아그야,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캬~ 그때 철중 두목이 이 개새끼들아 하면서 머리를 잘라내는데 가슴이 찡하더라.”

“크하~ 그 날로 진정한 백두대가 만들어 진 것이제.”


평소 빡빡머리에 불만을 가진 한 사람의 불평으로 정립은 물론 새로 들어온 이들도 궁금해 하던 이유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때는 북쪽의 오랑캐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 장소는 북쪽 국경 어딘가 이다. (다들 정확한 장소는 기억하지 못했다.) 백두단은 그때까지만 해도 머리에 대한 자유가 있었다. 성격이야 그때도 여전히 괴팍했지만 말이다.


신승검을 따라 전장이란 전장을 다 돌아다닌 백두단은 온갖 인간 군상이 다 모여 있었다. 제국인 뿐만 아니라 북쪽의 오랑캐, 동쪽의 몽곤인, 서남쪽을 건너왔다는 검은 피부의 흑인까지 다양했다.


인종, 출신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다 보니 어느새 한 제국 출신보다 다른 나라의 병사가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기엔 그들은 육안으로도 확연히 달라 같은 군 에서도 차별을 당하기 일쑤였다. 백두대를 직접 구성한 신승검 앞에서는 감히 내색 할 수는 없었지만 은연중에 배척당하는 처지였다.


신승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백두대를 아꼈고 차별 없이 바라보았다. 만약 그들을 차별하는 자가 보이면 엄하게 벌을 주었고 그 반대여도 똑같이 다스렸다. 서로 목숨을 맡기며 생사를 넘다 보면 자연스레 믿음이 싹틀 것이라 믿었다.


그건 이상적인 바람일 뿐이었다. 한 국경을 책임지는 장수의 위치는 백두대의 위치와 많이 달랐다. 신승검은 예전과 달리 직접 백두대와 전장을 누비지 못했고 백두대는 그들끼리 싸워나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싱검이 자리한 중앙군을 피해 적군이 백두대가 포진한 좌측을 찔러 들어왔다. 다른 지역을 포기한 필살의 강습이었기에 좌측 날개가 분리되어 잡아먹히기 직전이었다. 백두대는 특유의 근성을 발휘해 몸을 던져 도주로를 만들어 냈으나 정작 뒤를 받쳐주어야 할 아군이 그들을 미끼로 두고는 도망가 버렸다.


그들에겐 자신들의 목숨이 더욱 소중했다. 하찮은 오랑캐 출신의 목숨을 값어치 있게 여기지 않았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그들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백두대의 희생 덕분에 대부분의 군세는 살아남았고 본진까지 후퇴한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도 백두대의 안위를 걱정하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적들이 돌아가 전열을 재정비 할 때, 어둠을 뚫고 백두대가 돌아왔다.


그 때가 유일하게 동료를 잃은 순간이었다. 그들은 수천의 군세 속에서 등을 맞대며 살아남기 위해 발악했다. 다들 칼 한두 개쯤은 몸에 달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두터운 군세에 둘려 싸여 뚫어내기 불가능한 막막함 속에서도 끈기만을 가지고 버티길 한참. 적의 퇴각 신호가 울려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죽음의 직전에서 살아난 그들은 생존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없었다. 각자 동료의 주검을 한 구씩 챙기며 그 무게만큼 분노를 눌러 넣었다.


그들이 앞장서 퇴로를 뚫을 때 아군이 믿고 따라왔으면 어떠한 희생도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한데 아군이란 놈들이 그들을 위해 애쓰는 그들을 미끼로 두고 도망가다니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박철중을 비롯한 백두대는 본진에 귀환하자마자 그를 두고 도망간 지휘관을 찾았다.


“오호, 용케도 살아 돌아왔구만?”

“뭐라?”

“귀는 같이 못 온 모양이군?”

“이 미친 새끼가 당장에 무릎 꿇고 사과는 못할망정, 한다는 소리가 그깟 농담이냐?”

“뭐 미친 새끼? 너 돌았어? 어디 백부장 따위가 천부장한테 대들어.”

“네놈이 우리를 버리지만 않았더라도 우리 애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었다. 아군의 퇴각을 위해 몸 바쳐 길을 뚫어내는 동료를 버리고 돌아가는 지휘관은 그게 지휘관이야? 그러고도 천부장이란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와!”

“다수의 생존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거다. 너희들은 그러라고 존재하는 부대야. 네 말대로 우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너희의 존재이유라고. 오랑캐 녀석들을 제국군으로 받아줬다고 진짜 제국민인줄 아나. 우리를 위해 희생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지 어디서 따져들고 있어!!”

“우린 신승검 상장군 직속 부대로 정식 파견된 한제국군이다. 네놈이 뭔데 받아준다 만다야!”

“상장군께서 무슨 생각으로 머리도 있다 만 것들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너도 정신 차려, 네 뒤에 있는 놈들은 우리랑 싸우는 오랑캐 들이라고, 전장에서 싸울 때 언제 뒤에서 칼이 들어올지 몰라, 혼잡한 와중에 겉옷만 벗어던지면 그게 아군인지 오랑캔지 어떻게 알겠어? 대가리에 털도 반박에 없는 게 누가 봐도 오랑캐 아냐?”

“뭐, 이 개새끼야!”


화를 주체하지 못한 박철중은 그대로 달려들어 놈을 묵사발 냈다. 잔뜩 흥분한 그를 말리는 놈의 부하들이 다 떨어져 나갈 때 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를 말릴 수 있는 백두대는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들도 천부장의 말에 큰 분노를 느낀 상태였다. 그간 동고동락하며 목숨을 걸고 싸워온 동료를 잠재적 배신자 취급하며 백두대를 싸잡아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다. 박철중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이 나서 죽였을 것이다.


홀로 삼십 여명에 이르는 장정을 때려눕힌 박철중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천부장을 내려 보며 칼을 들었다.


“내 등을 맡기는 동료를 못 믿는다는 것은 내 가족을 못 믿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 동료의 머리칼이 없으니 오랑캐라고? 오랑캐는 군인도 아니야? 그럼 내 머리도 잘라내겠다. 이제 나도 동료의 등에 칼을 꽂을 오랑캐가 되는 것이냐. 아니! 나는 여전히 상장군 직속 백두대의 대장 박철중이다. 이 개새끼들아!”


충혈 된 눈을 부라리며 거칠게 윽박지르는 박철중의 손은 한 가득 잘라낸 머리칼을 쥔 채 분노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당장에 바닥을 기고 있는 저놈의 목에 칼을 쑤셔 넣고 싶었으나 초인적인 인내로 본인의 머리칼을 잘라내는 것에 그쳤다.


전투가 끝이 나고 전열을 다잡는 때에 이정도 소란이 나니 지휘관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좌익을 담당하던 이성주 부장이 황급히 달려오니 시뻘건 얼굴에 칼을 쥐고 있는 박철중과 바닥에 누워있는 삼십 여명의 사내들을 보곤 단숨에 박철중을 제압하려 달려들었다.


누가 봐도 명확하게 박철중이 일방적인 폭력을 저지른 모양새니 당장에 칼을 뽑았다. 갑작스런 공격에 흥분을 잠재운 철중은 휘둘러오는 칼을 멀리 쳐내고는 땅에 칼을 박아 넣어 공격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체계적인 수련을 받아 단숨에 부장(部將)까지 오른 이성주는 놈의 칼을 쳐내리라 장담한 일격에 오히려 자신의 칼이 날아가자 순간 당황했다.


고작 백부장 따위에게 무장해제 당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든 이성주는 붉어진 얼굴로 당황을 애써 감춘 채 이유를 물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야.”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배경의 무협소설 입니다. 다양한 문화를 차용하였지만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로 세우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5월 2~4 예비군 갑니다. 18.05.01 736 0 -
47 47화 18.05.30 548 2 12쪽
46 46화 18.05.30 547 3 12쪽
45 45화 18.05.29 533 2 11쪽
44 44화 18.05.25 568 5 9쪽
43 43화 18.05.24 858 5 9쪽
42 42화 18.05.23 567 3 10쪽
41 41화 18.05.22 557 5 12쪽
40 40화 18.05.21 590 5 11쪽
39 39화 18.05.19 586 5 7쪽
38 38화 18.05.18 612 5 9쪽
37 37화 18.05.18 586 5 10쪽
36 36화 18.05.18 587 5 9쪽
35 35화 18.05.18 641 6 9쪽
34 34화 18.05.18 718 5 9쪽
» 33화 18.05.17 659 5 9쪽
32 32화 18.05.16 688 6 10쪽
31 31화 18.05.16 819 6 9쪽
30 30화 18.05.16 690 6 9쪽
29 29화 18.05.16 719 5 8쪽
28 28화 18.05.15 691 5 9쪽
27 27화 18.05.14 837 5 9쪽
26 26화 18.05.13 722 4 8쪽
25 25화 18.05.12 779 7 8쪽
24 24화 18.05.11 750 6 8쪽
23 23화 18.05.10 764 7 9쪽
22 22화 18.05.09 1,063 5 8쪽
21 21화 18.05.08 813 5 7쪽
20 20화 18.05.07 777 6 7쪽
19 19화 18.05.06 792 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