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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님의 서재입니다.

뉴웨이브 폭풍현대 깽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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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22:31
최근연재일 :
2018.02.05 22:2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248
추천수 :
44
글자수 :
15,992

작성
18.02.05 22:20
조회
640
추천
16
글자
10쪽

3. 아냐 그냥 또라이야.

DUMMY

덕배는 그 시퍼런 애송이가 미웠다. 죽기 직전까지 패고 한 대 더 패고 싶을 만큼. 면전에서 그런 소릴 듣고도 온화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진즉 성인으로서 예수와 부처 곁에 이름을 나란히 했으리라.


하지만 그게 레온을 죽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열심히 쥐어패서 참교육을 해주고 싶을 뿐, 사람 죽이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만큼 덕배는 갈 데까지 간 싸이코패스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미친놈 레온이 경찰서를 뛰쳐나갔을 때, 덕배는 갈등했다. 암만 그래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그 사람이 자기를 머리꼭대기까지 야마돌게 만든 짜증나는 애새끼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 싸가지없는 애새끼를 위해 그가 목숨 걸고 나설 이유는 없었다. 그는 가만히 있었다.


아니, 가만히 있으려 했다.


망할 애새끼가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 내세울 게 나이밖에 없는 훌륭한 자식새끼로 자라주셔서 부모님이 피눈물 흘릴 만큼 자랑스러워하시겠네!


별 생각 없이 무심코 던졌던 레온의 말이 비수처럼 덕배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부모님이 자랑스럽게 여길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철없던 학창시절엔 매일같이 쌈박질을 하기 일쑤였고,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일을 구하지 못해 주먹질을 시작했다. 부모님과 늦둥이 어린 여동생을 보기가 부끄러워 집을 나와 떨어져 산지도 십여 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던 해묵은 감정이 레온의 말 한 마디에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이런 씨발!”


최덕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앞에서 사람 뒈지는 꼴을 보고 가만히 있는 하잘것없는 인간이 되긴 싫었다. 비록 싸가지 없고 죽이고 싶을 만큼 깐족거리는데다 왠지 모르게 재수없는 놈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사람이니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니기미! 씨벌! 좆!”


그래서 최덕배는 레온을 따라 경찰서를 뛰쳐나갔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고 싶었다.





“내가 미쳤지! 왜 저딴 놈이 굴러 들어와서!”


김 형사가 나선 이유는 별거 없었다. 대한민국 경찰로서 애먼 사람 하나 죽어나가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이유로 저 망할 놈의 정신병자가 자신의 담당이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나 망했어.......”


김 형사는 울고 싶었다. 직업본능에 따라 경찰서를 뛰쳐나왔지만 정작 나오고 나니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 자신은,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C+급 균열의 앞에 각성자도 아닌 몸으로 나선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경찰서로 돌아가 대피소에 틀어박히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돌아가자니 경찰서를 뛰쳐나간 레온이 마음에 걸렸다.


거기다 조폭까지 사람 구하러 뛰어나온 마당에 경찰인 자신이 시민을 버리고 돌아갈 순 없지 않은가.


“어이 형사님! 저기 저쪽!”


별안간 덕배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들이 찾아 헤매던 미친놈 레온은 그곳에 있었다.


“덤벼라 경험치! 사실 나는 한 대만 맞아도 죽는다!”

- 캬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뱀 몬스터와 함께 말이다.


“저 새끼 진짜 미친 거 아냐?!”


덕배가 기겁을 했다. 각성자도 아닌 주제에 쇠파이프 하나 들고 상위급 몬스터에게 덤벼들다니, 이건 완전히 자살희망자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들은 적이 있었다. 가장 높은 확률로 능력을 각성할 수 있는 방법은, 맨몸으로 몬스터와 맞서는 것이라고. 초창기 헌터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갑작스레 몬스터와 마주해서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미친 인간이 의도적으로 몬스터 앞에 뛰어들까? 각성 확률이 높다고 해 봐야 이삼 할 정도 수준에 불과한데, 목숨을 걸기엔 턱없이 부족한 확률이었다.


그런데 저 놈은 그 확률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각성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 절박하다는 걸까? 도박이나 다름없는 확률에 목숨을 걸 정도로?


“내가 그리핀도르다!”

‘아냐, 그냥 또라이야.’


덕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암만 그래도 저 행동거지를 보고 절박함을 느낄 만큼 눈까리가 사시는 아니었다.


“어, 어쩌죠?”

“어쩌긴 뭘 어쩝니까! 정신병자라도 사람 아뇨! 쥐어 패서라도 저 몬스터한테 떨어트려야지!”


그래서 저길 끼어들자고?! 김 형사가 식은땀을 흘렸다. 암만 정의감이 투철한 김 형사였지만 목숨을 내다버릴 생각까진 없었다.


“지, 지금은 말고.......”


물론, 그건 덕배도 마찬가지였다. 못 배운 깡패 출신이라도 최소한의 상황판단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이미 레온은 거대뱀의 꼬리에 얻어맞았던 것이었다.


두 사람이 열심히 인간정의 실현과 현실적 생명의 위협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안, 당사자인 거대 뱀은 생각했다.


뭐지 이 X만한 건.


눈앞에서 깔짝대는 작은 인간 하나가 있었다. 뭔가 강한 힘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위협적인 무기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X만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거대뱀은 그 인간에게서 관심을 접었다. 자신 앞에서 뭔가 개수작을 부리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봐야 고작 날파리 같은 인간 하나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은 도시를 파괴하고 하찮은 인간들을 잡아먹는다는 웅대한 사명이 있었다.


- 캬악

“끄억!?”


귀찮다는 듯 휙 내저은 거대뱀의 꼬리에 레온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날아갔다. 만약 거대뱀이 정말 레온을 죽이려 했다면 분명 피떡이 되었으리라. 그리고 그건, 분명 덕배와 김형사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 가서 저 사람 보호해요!”


레온이 날려가자마자 김형사가 외쳤다. 저 거대한 뱀의 꼬리에 맞았으니 성치는 않겠지만, 죽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살려낼 수 있다. 옛날이라면 몰라도 각성자가 있는 지금은 힐러들이 있었으니까.


물론 천문학적으로 비싼 힐링비가 저 남자의 남은 인생을 저당 잡을 거라는 건 그들이 알 바 아니었다.


“끄으으으.......”

“그 놈 살아 있어요? 명줄 참 질긴 놈이네.”

“다행히도 큰 상처는 없어 보이네요. 이봐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바깥에 있는 거대뱀의 동태를 살피며 묻는 덕배의 말에 김형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천운이면 천운이랄까, 십여 미터를 날아 상가에 처박혔지만 레온은 무사했다. 고작해야 왼팔의 타박상과 약한 찰과상 정도 뿐. 다행히도 떨어진 곳이 옷가게인 덕분이었다.


“헬멧이 없었다면 즉사였다.”

“살짝 뇌진탕이 온 거 같아요!”

“......거 그놈은 그게 정상 아닙니까?”


허망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레온을 보며 덕배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상처가 없다손 치더라도 고통이 적지 않을 텐데 저러는 걸 보면 정신이상은 확실해 보였다.


“일단 이대로 데리고 가죠. 저 몬스터는 긴급대책반에서 알아서 하게 두고요.”

“내가 업을 테니까 좀 도와주십쇼.”


김형사의 말에 덕배가 레온을 업어들었다. 레온은 여전히 거대뱀에게 맞은 부분이 아프긴 한 듯, 비교적 얌전하게 덕배의 등 뒤에 업혔다.


“......아저씨 머리에서 냄새나는데 머리는 감았어요?”


물론 그렇다고 정상적이 되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 좆만한 새끼 확 던져버릴라.......”


덕배는 옆의 김형사를 의식하며 참을 인을 연거푸 떠올렸다. 그놈의 한자가 어떻게 생겼을지는 몰라도 정말로 거지같이 어렵게 생겼을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기 위해 옷가게를 나왔다. 몬스터가 거리를 제집마냥 휘젓고 다니는 지금 상황에서는 대피소가 있는 경찰서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실수였다. 옷가게의 뒷문으로 몰래 나온 순간, 눈앞에서 아까전의 거대뱀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쉬이이익-.

“으......으.......”


눈앞에서 자신들을 노려보는 수십 미터짜리 거대뱀을 마주한 김형사와 덕배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거대한 맹수가 지닌 압도적인 위압감 때문일까, 다리가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 여기서 죽는구나.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이 스쳐지나갔다.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인 두 사람이 저런 규격 외의 몬스터를 상대로 살아남을 확률은 없었다.


- 캬아아아아!

“으아악-!”

“안돼-!”


하지만 기적은 존재했다. 커다란 거대뱀의 독니가 두 사람을 향해 쇄도하는 그 순간, 희박한 확률을 뚫고 헌터로서의 능력이 각성한 것이다.


......레온을 제외한 두 사람한테.


파아아앗-!


눈이 멀어버릴 듯한 강렬한 섬광이 두 사람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덕배의 우반신을 뒤덮는 이질적인 재질의 갑주. 그리고 김형사의 등 뒤로 솟구쳐나오는 푸른색 날개. 일반인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힘의 해방은 두 사람이 다른 평범한 각성자들과 달리 어마어마한 힘을 각성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목숨의 위기. 그리고 각성. 마치 영웅의 탄생과도 같은 모습은 일말의 신성함마저 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레온은 말했다.


“......어? 나는?”


작가의말

그런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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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시팔 내가 왜 회귀요? 17.11.13 763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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