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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90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11 17:15
조회
486
추천
8
글자
12쪽

121.

DUMMY

삽시간에 난전이 벌어졌다. 언지군 일행이 기습 공격하고 장마독군 등이 그들과 맞섰다. 한쪽에선 팽진과 황보헌이 두 명씩의 마두들과 생사결을 펼치고 있었다.


비선당원 삼십여 명은 대룡채 산적 오십여 명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실전이 한창이었다. 이걸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눈에 소상히 볼 수 있었다.


위진성은 한 곳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은 지금 싸움이 한창인 곳이 아니었다. 건너편의 산마루 어디쯤이었다. 정확하게는 큰 떡갈나무 세 그루가 있는 곳이었다.


헌데 절벽에서 거기를 올려다봤자 나무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마기···?!’


그렇다. 그곳에 마기가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마기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한, 하지만 절대 익숙해 질 수 없는 마기!


마교의 장로들과 싸울 때 조금씩 느꼈었던 지독한 마기. 그리고 지옥마검 요검화에게서 진하게 피어 올랐던 그 지옥의 기운!


그것과 동종의 마기였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달랐다. 뚜렷이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이질적인 사이한 기운이 어려 있다.


위진성도 처음 느끼는 괴이한 힘! 소천심공이 저절로 운기됐다.


위진성은 결정을 해야했다. 저 사이한 마기를 쫓아야 할지 아니면 절벽 밑으로 가야할지. 그의 시선이 떡갈나무에서 밑으로 향했다.


안정을 되찾은 비선당원들은 녹림도들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애초에 양측의 수준차가 있었기에 비선당원들이 정비가 되자, 실력차가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는 일곱 마두들이었다.


그들을 상대하는 언지군, 팽진, 황보헌은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특히나 장마독군을 포함한 세 마두의 합공을 받고 있는 언지군은 위태로워 보였다.


‘저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마경일도 확보해야 하니···’


위진성은 재차 떡갈나무를 봤다.


‘다시 보게 되겠지’


파라락


위진성은 절벽에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떨어져 내렸다.


팟!


떨어지며 그의 손이 까닥이자 한 줄기 섬광이 장마독군에게 쏘아졌다. 한창 언지군에게 맹공을 펼쳐, 상처난 자존심을 치유 중이던 장마독군은 느닷없이 섬광 한 줄기가 날아오자 기겁했다.


그는 전력으로 몸을 뒤로 뉘였다.


찌이익-


철판교로 가슴이 갈라지는 건 피했다. 하지만 가슴 부위 옷과 자존심이 찢기고 조각났다. 그는 땅과 수평인 자세로 뒤로 쭉- 미끄러졌다.


위진성은 그는 놔두고 다른 두 마두 중 체격이 왜소하고 쥐수염 있는 자를 택했다. 언지군은 즉각 알아채고 남은 마두에게 전력으로 일권을 뻗었다.


쿠르릉

쏴아학


뇌성 속에서 서늘한 반달이 그려졌다. 그리고,


콰드득

쿠르릉

파츠츠츠----


“으~아악!”


아-악~ 아악~ 악~


산골자기에 메아리가 울렸다. 고통에 몸부림 치는 비명소리다. 왜 아니겠는가? 뇌광권에 당한 그 마두를 본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정면으로 맞은 두 팔은 뭉개져 다른 형태가 됐다. 상체는 움푹 꺼지고 곳곳에 칼로 베인 것 같은 자상들이 생겼다. 충돌로 생긴 뇌기가 상체에 칼날 자국을 남겼다.


그 마두는 눈을 까뒤집고 흰 자위만 보인 채, 입은 최대한 벌리고 절명했다. 참 박복한 죽음이었다. 그에 비해 위진성의 직단천월을 받은 마두는 깔끔한(?) 죽음을 맞이했다.


조법으로 검을 잡으려던 손은 깨끗히 잘렸고 가슴은 가로로 갈라졌다. 정확하게 심장이 이등분됐다. 죽는 순간 고통이 크진 않았으리라.


이 놀라운 광경에 마두들이 일순간 주춤거렸다. 뇌광권의 패도적인 힘과 절대검수의 반달 검기!


충분히 놀라운 광경이었다. 만약 여기가 생사결이 아닌 비무대였다면 우뢰 같은 박수가 나왔을 것이다.


‘이거 뭐지?’


장마독군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머리가 하얘졌다. 느닷없이 하늘에서 검기가 쏘아졌고 자신은 철판교 자세로 구르듯 물러섰다. 이어서 심장이 갈라지고 상체가 뭉개진 시신 두 구.


꿀꺽!


등골이 서늘하다. 장마독군이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일단 도주!’


그는 녹림도답게 행동했다. 마두로서의 자존심이고 뭐고 줄행랑을 쳤다. 그러자 연쇄적으로 마두들이 날랐고 산적들이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중에 마경일을 업은 자는 장기인 신법을 펼쳐 섞여서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걸 본 언지군, 팽진, 황보헌 등이 어깨를 움찔 거렸다.


헌데 그보다 앞서 위진성의 검이 한바퀴 회전했다. 그러자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이미 십 장 이상 거리를 벌여 도주하던 자가 자석에 이끌리듯 그대로 뒤로 쭈욱- 딸려왔다.


신기한 장면이었다.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 상상해 봤음직한, 그러나 크면서 현실에 의해 다른 것들과 함께 기억 속에 묻은 한 조각 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딸려가는 자도 이해가 안 되는지 눈만 꿈벅이고 있었다.



위진성은 될지, 안 될지 그런 생각 없이 무의식에 가깝게 검을 한바퀴 돌렸다. 소천압중심공을 역으로 펼쳐 한 점으로 한없이 한없이 수축해 가는, 예의 그 무공이었다.


그 자가 앞에 이르자 위진성은 공력을 거둬 들였다.


쿵~


땅에 내려서고 몸이 자유로워지자 그 자가 몸을 돌려 이 희안한 광경을 만든 장본인을 쳐다봤다. 엉덩이는 뒤로 쑥 뺀 채로 신체의 모든 중심이 뒤에 실렸다.


그리고 의외인지 눈을 치켜떴다. 상대는 새파란 애송이(?)다. 허나 그는 곧 알게 됐다. 검을 들고 있는 저 자에게서 도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그는 자연의 일부인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남달랐다. 자연스러워서 주목되는, 꼬집어 뭐라 말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그건 언지군도 팽진도 황보헌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아!, 내가 위형을 잘못 봤구나!!’


언지군에게 지금의 위진성은, 자신이 생각한 이상의 굉장한 절대고수로 다가왔다. 단지 방금 놀라운 광경을 보여서만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 저 모습은 특별한 경지에 오른 자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운일 것이다. 그의 나이를 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그렇다.



위진성은 검을 보고 있었다. 뭔가 한꺼풀 벗겨진 느낌이다. 갑갑했던 족쇄가 풀려 가볍고 경쾌했다. 자유롭고 고요했다. 세상은 더 명료하고 투명하게 다가왔다.


‘내가 그것과 더 가까워진 건가?’


그때 공터에서 보았던 그 무엇!


거기 있지만 잡을 수도, 가질 수도 없다. 하지만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그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처럼 그는 계단을 오르듯 한꺼풀씩 벗어냈다.


위진성은 감흥에서 나왔다.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업고 있는 자에게 말했다.


“업고 있는 자가 마경일 채주인가?”

“그-, 그렇소.”

“내려놓고 물러서라.”


그 자는 고분고분 따랐다. 마경일은 마혈과 아혈을 점혈당했었다. 그러고 한참 시간이 흘렀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대룡채 소속인가?”

“그렇소. 본채의 전령을 맡고 있는 여삼구라 합니다.”


그는 묻지도 않은 말까지 술술 토해냈다.


“이 자를 왜 본채로 데려가려 하지? 군병을 공격하면서까지 말이야.”

“저, 저는 모릅니다. 지시를 받고 따랐을 뿐입니다.”


“정말이냐?”


다가오는 언지군이 무게감 있게 재차 물었다.


“물론이오. 난 명을 받으면 행할뿐, 이유를 물을 순 없소.”


“언형, 일단 여기를 벗어 납시다.”


위진성이 말하자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서둘렀다. 비선당원 한 명이 마경일을 업고 다른 자는 여삼구를 맡았다. 그리고 왔던 길로 빠르게 신형들을 날렸다.


위진성은 떠나기 전, 산마루의 떡갈나무로 눈을 돌렸다. 괴이한 마기는 사라졌다. 위진성의 눈이 깊이 가라 앉았다. 그의 내면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대룡채의 대응은 빠르지 않았다. 그들이 벗어나는 동안 앞을 막는 자들은 없었다.


‘분위기로 봐선 가볍게 보는 건 아닌데 반응은 허술하다...?’


마경일을 빼내고 공격에 대비해 마두들을 근처에 배치한 걸 보면 산채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저들이 어떤 목적으로 군병을 공격하는 무리까지 하면서 마경일을 데려 가는진 모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헌데 그렇다면 그에 맞는 반응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물론 위진성 등이 매우 빠르게 이동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해도 대룡채의 구역을 놓고 보면 뭔가 이상하다. 최소한 소채들에서 가로막는 게 있을 법한데 없다.


“언형, 잠깐만 봅시다.”


위진성이 신형을 멈추고 말했다.


“무슨 일이오?”


달리던 이들도 분분히 내려섰다.


“잠시만··· 뭔가 이상하지 않소?”

“뭐가 이상하다는 거요?”

“대룡채의 힘이 미치는 곳은 취암봉을 넘어 오대산 남쪽 일대에 이른다 들었소.”

“그래서요?”

“그런데 우린 여기까지 오면서 한 번도 저항이 없었소.”

“흠~··· 그렇구려.”


턱을 쓸던 언지군이 다른 십주들을 봤다.


“일단 주변을 탐색해 봅시다.”


황보헌이 발빠르게 정찰에 능한 자들을 척후로 보냈다.


“아, 위형. 여기는 황보세가의 황보헌 십주고 이쪽은 하북 팽가의 팽진 십주요.”


그들의 왼 팔뚝에도 황색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쪽은 순찰당의 위진성, 위형이오.”

“반갑습니다. 비선당 황십주 태산광권 황보헌입니다.”

“위형이었구려. 난 직도붕산 팽진이오.”


둘다 별호가 예사롭지 않다. 다소 광오하다고 해야 하나?


“두 분, 반갑습니다. 순찰당에서 용각으로 바뀐 다의검 위진성입니다.”

“용각? 위형, 용각으로 갔소?”


언지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렇게 됐소. 음.. 난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 보여지는데 세 분들은 어떻소?”

“나도 위형과 동감입니다. 이동하면서 몇 번의 싸움을 각오했는데 아직까지 없으니 이상하긴 했습니다.”

“황보형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채들에서 막아서긴 할 텐데 없으니 말이오.”


팽진도 주먹으로 볼을 툭툭 치며 수긍했다. 일단 정찰을 보냈으니 기다리기로 했다. 그틈에 위진성은 마경일에게 다가가 혈도를 풀어주었다.


“마채주, 두 번째 보는 건가?”

“그렇소.”


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왜 대룡채에서 그대를 데려가는 거지?”

“··· 난 대룡채 녹림도이니 당연한 거 아니오···”


그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 자가 안 되겠군. 지금 어떤 상황인데 말장난을 해?”


팽진이 거친 콧김을 뿜으며 불길을 토해냈다.


“마채주, 다시 말하지만 날 시험하지 마시오. 난 필요하다면 충분히 독해 질 수 있소.”


위진성의 눈에 칼날 같은 기운이 서렸다. 마경일은 그가 마음 먹으면 그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일전에 숲속에서 들리던 끔찍한 비명소리가 떠올랐다.


“마, 말했듯이 그 외에는 나도 잘 모르겠소··· 그, 호송마차에서 날 꺼내고 혈도를 짚는 걸 보고 좋진 않았소이다.”


위진성이 말없이 보자 제발 저린 듯 그가 더듬거리며 의견을 말했다. 위진성이 이번엔 옆에 있는 여삼구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말로 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대룡채에서 왜 마채주를 무리하면서 구해가는 거지?”

“모,.. 모르오.. 단지, 내가 들은 말들을 합쳐보면···”

“보면?”

“아마도 무림맹 토벌대가 왔을 때, 변명하기 위해 마채주를 구출하는 거 같았습니다.”


녹림에서는 보통은 같은 산채의 녹림도가 잡혀도 구하고 그런 게 거의 없다. 필요하지 않으면 말이다. 강력한 동료의식을 녹림에 기대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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