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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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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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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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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9화 천마신공(1)

DUMMY

김홍집의 충성맹세를 받은 후에 이혁은 경복궁을 찾았다.


대전에 감금되어 있는 고종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있었고 고무라 공사가 도끼 눈을 뜨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한 짓이 있으니... 그는 편히 잠에 들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왕태자를 두 번이나 암살하려다 잡혔으니 최단기간의 일본 공사가 된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멍청한 오카모토의 시신도 이혁이 가지고 있으니...



물론 그는 정말로 이혁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성적으로 조선이 일본 공사를 죽일 수는 없었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경인철도를 생각하면.


조선처럼 작은 나라에서 철도 공사는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깨있었나? 고무라 공사. 옆에 계시는 아바마마와 달리 똥 마린 개새끼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가 뭐지? 설마 내가 그대를 죽이기라도 할까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 저는 그저 왕태자 전하께서 저를 죽일 수 없는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게 무엇인가? 왕태자를 암살하려고 했던 자를 죽이지 못할 이유가.”


“첫째, 지금 조선은 일본이 주도하는 경인철도 건설로 변혁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공사를 담당하는 일본과 척을 져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는?”


왕태자는 논리정연하게 대답하는 고무라의 말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는 애초부터 고무라를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직접 자신을 변호하는 고무라의 말에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둘째는 왕태자 전하께서는 제가 아닌 다른 일본공사와 상대하는 것이 더 손해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지난번에 전하가 말씀하신 미곡 수출량을 제한하겠지만 다른 공사들은 어떨까요? 조선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 신임 공사는 기존처럼 일본의 무력을 앞세워 전하를 압박할 것입니다.”


“......”


조선에는 비참하게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조선이 이혁의 주도 아래 경인철도를 부설하고, 미곡의 일본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이는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막말로 고무라 대신에 파견된 신임 공사가 이혁의 미곡 수출량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희궁에서 강제할 명분이 없다.


어쨌든 조일통상장정에는 최소 한달전에 조선이 미곡 수출량 제한을 일본 공사관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무라는 이번에 약점을 잡힌 자신이라면 바로 미곡 수출량을 제한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이다.


당장에 조선 내의 식량사정을 개선하고 백성들의 주린 배를 채워 줄 수 있으니.... 이혁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조선은 지금 왕과 왕태자가 권력을 서로 견제하는 상황이었기에 빠르게 내정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일시적으로 대리청정을 부활시켰다고 해도 조선의 식량사정이 좋아지지 않으면 언제 을미의병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맞는 말이군. 고무라 공사. 지난 밤 그대가 나를 저격하려고 했던 사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겠소. 앞으로도 나를 많이 도와주길 바랍니다.”


“이를 말씀이옵니까? 앞으로도 언제든지 저를 찾아주십시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음에 봅시다.”


경복궁에 감금되어 있던 고무라는 과연 머리가 좋았다. 머리가 나쁜 놈이었다면 언젠가 보복하겠다는 말을 꺼냈겠지만, 그는 이미 왕태자 이혁이 고종을 밀어내고 권력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유추해냈다.


그리고 왕태자를 시해하려고 했다는 자신의 약점을 건네주고 풀려난 것이다.


이혁이 언제든지 밀어낼 수 있는 고무라 공사를 좀 더 이용할 수 있게...


당연히 고무라 공사도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그의 말대로 이혁입장에서는 그가 일본 공사로 있는게 더 편했다.


실제로 이혁은 조일통상장정에 적혀 있는 것보다 한 달 먼저, 조선의 미곡 수출량을 제한 할 수 있었다.


- 흥! 저놈을 이대로 보내도 괜찮은 것이냐? 나 같으면 사지를 부러뜨리고 뼈를 발라버릴 텐데. 항상 말하지만 너는 너무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다보면 실수를 하는 법이지.


“너무 걱정마십시오.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일단 그를 지금 살려 보내는 대신에 조선의 식량사정을 개선했지 않습니까? 오늘부터 조선 백성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넉넉하게 쌀을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왕실에 대한 불만도 사라지겠지요.”


- 네 말도 이해는 하지만 저 놈의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이번에는 졌지만 언젠가 보복하겠다는 것 같다는 말이다.


“.... 저도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



고무라를 돌려보내고 이혁은 경복궁을 찾아온 김홍집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혁은 고종을 대신해 권력을 찬탈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이니, 이제 어떻게 권력을 안정시킬지 의논해야 된다.


그래서 김홍집이 홀로 경복궁을 찾아온 것이다.



“왕태자 전하. 일단 폐하의 건강이 악화되어서 대리청정을 부활시킨다는 조서를 작성하시옵소서. 그 이후에는 저희 내각에서 왕태자 전하의 대리청정을 지지하겠습니다.”


“알겠소. 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김홍집 대감. 내가 누워있는 동안 별일은 없었습니까? 사실 일어나자마자 폐하를 뵈러왔기에 조선의 상황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혁은 김홍집의 방문에 당황하지 않았고 그의 의견에도 찬동했지만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고종을 끌어내린 이상, 나머지는 절차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위험한 일본 공사관의 움직임도 묶어놓았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사실 이혁이 고무라를 돌려보낸 것은 그런 이유도 있었다.

조선에 친화적인 인물이 일본 공사로 있으면 그만큼 편한 것도 없다.


고무라는 조선 친화적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이혁에게 약점을 잡혔지만... 어차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당분간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어쨌든 그래서 이혁은 김홍집에게 조선의 상황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음.... 그동안 폐하가 친정을 선언하고 내각과 발을 맞춰온 것을 빼면 정치적으로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외국 공사관들도 조용했고... 아.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있었습니다. 저도 정신이 없어서 보고는 못 드렸지만 정말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꿈틀.


신기하다는 듯이 여러 번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김홍집의 말에 이혁의 눈썹이 좁혀졌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조는 이혁에게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게 무엇입니까? 어서 말해보시오. 총리대신. 나는 알아야겠습니다.”


“예. 왕태자 전하. 사실 전하가 누워계시는 동안 무려 다섯 곳에서 양반의 집이 도둑에게 털렸습니다.”


“흠... 도둑이야 언제든 나타나는 것 아니오?”


“물론 그렇습니다만.... 양반들의 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며 홍길동 행세를 하는 자들은 없습니다.”


“자신이 훔친 재물을 나눠주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입니까? 도둑이 재물을 훔치는 이유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일 텐데...”


“그러니 저희도 이상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국에 홍길동 행세를 해서 이득이 뭐가 있다고... 어쨌든 그런 이유로 가난한 관졸들은 홍길동을 찾기를 꺼려하고 수색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


이혁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김홍집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일개 도둑에게 공권력이 무력해지는 상황은 그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조선의 권력은 왕실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일개 도둑이 판사, 검사 역할을 혼자서 다 하려고 하다니...


그리고 그 도둑이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다면 공식적으로 처리하기도 어려워진다.


도둑 하나를 처형하고 민심이 어지러워진다면, 법부(당시 사법부)의 판결에는 망설임이 생기니까.


이런 이유로 더 이상 그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혁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를 더 이상 가만히 놔둘 수는 없겠습니다. 좌, 우 포도청의 병졸들을 동원해 반드시 체포하세요. 10만 달러 정도를 포상금으로 건다면 백성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왕태자 전하. 그런데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자에 대해서.”


“말해보시오.”


“이때까지 저희가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가 지난번 유길준의 집에서 일본인들을 살해했던 천마탈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말

내일 13시 30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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