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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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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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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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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반역(7)

DUMMY

“뭐라고? 누가 왔다고 했느냐?”


“....왕태자 전하가 홀로 오셨습니다. 대감을 만나고 싶다고요.”


“군대를 끌고 오셨더냐?”


“아닙니다. 혼자 오셨습니다. 나리-”


“거짓말하지마라. 그럴 리가 없다.”


“...정말입니다. 나리...”


“아니, 그건 말도 안 돼!!”


김홍집은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혼자서 적진에 왔다고? 아무런 호위도 없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반발하고 있던 그의 눈에 하인의 뒤를 따라 유유히 걸어오는 왕태자 이혁이 보였다.


그는 홀로 적진에 들어왔다는 경계심도 없이 편안한 얼굴로 걸어와서 빈자리에 합석했다.



“왕... 왕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여러 대신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다가 왕태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조선에서 왕족에 대한 예법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니...



씨익-


이혁은 허둥거리는 대신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밤중에 여러 대신들이 모여 계셨군요. 무슨 재밌는 얘기라도 하고 계셨나봅니다? 저도 끼워주시지요.”


“허허. 아닙니다. 그저 국정에 대해 논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쩐 일로...”



외부대신 김윤식이 은근히 이혁의 의중을 물었다.


왕을 경복궁에 가둔 왕태자 이혁이 자신들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단 말인가?


병사를 이끌고 잡으러 왔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좌중의 대신들은 혼자 있는 이혁을 언제든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심해서 긴장감이 풀어졌다.


호위병사도 데리고 오지 않은 왕태자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허튼 짓을 하면 하인들이 제압할 텐데...


그래서 그들은 홀로 적진에 찾아온 이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대들을 설득하러 왔습니다.”


“예? 저희는 전하의 신하인데 설득할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어떤 말씀이든 내려 주십시오.”


입바른 소리를 하며 어윤중이 왕태자 이혁의 눈치를 살폈지만 이혁은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이참에 못을 박고 싶다는 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소? 그런 것 치고는 내가 반대한 단발령을 바로 시행하자고 하던데....”


“크흠! 전하 그것은 저희가 조선의 안녕과 개화를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변명은 그만두시오. 사실 그동안 그대들이 나의 통치에 불만을 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대들을 나쁘게 대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시오. 하지만 아바마마는 다릅니다. 그 분은 친일파를 경멸하고 언제든지 숙청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누구와 손을 잡아야겠소?”


처음에 대리청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이혁은 친일파를 완전히 잘라내지 않았다.


어차피 잡초를 제거해도 새로운 잡초가 자라날 뿐이다.


지금 조선에서 일본이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는 그 사실을 부정하기보다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이이제이.


지금 조선에 필요한 것은 스위스같은 중립외교다.



“...!!!”


다른 대신들은 이혁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침묵했고 김홍집은 침음을 흘렀다.


사실 김홍집은 원래부터 일본에 조선을 팔아넘기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선의 왕실에 실망 했던 것이다.


그런데 걸출한 인물이 왕실에 나온 후부터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왕태자 이혁.


그는 기존의 왕이나 민비처럼 오만하지 않았고 세상물정을 모르지도 않았다.


위험한 순간에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질 줄 알았고 논리는 언제나 정연했다.



조선의 자주부강.



그 목적을 위해서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왕태자 전하. 이미 전하는 반역죄를 저지르셨습니다. 그 죄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유림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적절한 타이밍에 김홍집이 치고 나왔다.


그는 왕태자의 논리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확실히 일본의 의도와 상관없이 친일파들은 고종과 함께 갈 수 없었으니...


권력을 안정시킨 후에 고종은 친일파부터 숙청하며 민비의 복수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왕태자 이혁이 반역으로 명분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김홍집은 그 사실을 꼬집었던 것이다.



“김홍집 총리대신. 조선에 대한 반역죄와 왕실에 대한 반역죄. 둘 중에서 무거운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 조선의 왕실이 곧 이 나라이니 그 둘은 같은 죄가 아니겠습니까?”


“아니요. 조선이 먼저고 그 다음이 왕실입니다. 나는 왕실에 대한 반역죄를 저질렀지만 조선을 반역의 위기에서 구하였소. 그렇다면 나는 죄인이요? 아니요?”


이혁은 단발령이 조선에 대한 반역죄라는 사실을 꺼내들었다.


1895년의 조선인에게 머리를 자르라는 것은 조선의 전통과 정신을 살해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기술과 경제를 먼저 발전시킨 이후에 복식을 바꾸어도 충분하다.


그런데 일본은 조선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단발령을 꺼내들었고 친일 내각은 힘을 보태었다.


김홍집은 이혁의 지적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아아.... 단발령이 이 나라에 대한 반역죄로 여겨질 정도의 실패였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김홍집 총리대신. 나는 그대가 무슨 생각으로 단발령을 시행하자고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마 하루라도 빨리 서양의 기술과 제도를 동시에 발전시키자는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이 조선에는 조선의 법도가 있으니 그대의 생각은 잘못되었소.”


“.......”


“내가 단발령으로 초래될 결과를 미리 말해주겠습니다. 조선의 백성들은 단발령에 분노해 반란을 일으킬 것이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이번 내각은 공중분해 되어 버리겠지. 그게 그대가 원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소신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발작적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김홍집은 이때까지 위엄 가득한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는 처음 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처럼 소년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조선을 개화시키기 위해 공부했던 순수한 시절을 생각하며, 권력욕과 친일에 흐려졌던 눈은 맑아졌고 조선에 대한 애정이 다시 솟아올랐다.


적어도 그는 이완용 같은 인물과 달리 개선이 가능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내게 충성을 맹세하시오. 그리고 단발령을 철폐하겠다고 맹세한다면 그대를 용서하겠습니다.”



꿀꺽.


여러 대신들은 충성맹세를 강요하는 이혁을 불만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친일파는 애초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였으니, 고종보다 이혁이 이득이 된다면 지지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친일파의 수장인 김홍집의 개인적인 충성맹세는 얘기가 조금 달랐다.


이혁은 계파의 수장으로서 지위를 버리고 자신의 충신이 되겠다는 맹세를 강요한 것이다.



‘흥! 김홍집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맹세를 함부로 할 리가 없다. 친일파가 이혁을 지지한다고 해도, 허수아비로 이용할 목적인 게 정답이지.’


외부대신 김윤식의 생각대로 이때까지 친일파들은 그런 생각으로 조선의 왕실과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내게 이득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고 손해가 되는 것은 반대한다.


이혁도 이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홍집에게 진심을 토로하고 그를 설득한 것이다.


총리대신이자 친일파의 수장인 김홍집의 충성을 받으면 일본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일이었기에 이혁은 마른 침을 삼키며 김홍집의 반응을 기다렸다.



“......”


김홍집은 항상 완고하고 고집스러웠던 모습과 다르게 자신의 단발령이 틀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때까지 살아왔는가? 조선의 자주부강? 조선의 식민지화? 친일파? 이제는 솔직히 지친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왕태자에게 걸어 봐도 되지 않을까?’



지난번에 이혁이 경인철도 부설권을 파는 모습을 보고 김홍집은 조선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차올랐다.


이혁은 외세 앞에서도 당당했고 조선의 이득을 챙겼다.



‘그런 그라면 한번 믿어 봐도 좋지 않을까?’


이혁의 말대로 고종을 지지하면 김홍집의 친일파가 위기에 빠진다. 그렇다면 이혁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김홍집은 지금 이혁이 요구하는 충성이 조금 다른 의미라는 걸 잘 알았다.


이혁은 친일파 김홍집이 아니라, 조선의 충신 김홍집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홍집은 나직하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이혁에게 물었다.



“왕태자 전하가 만들고자 하는 조선은 어떤 것입니까? 지금의 일본제국처럼 강해진 나라? 아니면 대영제국처럼 여러 식민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 말씀해주십시오.”



김홍집의 질문에 이혁은 아주 잠시 동안 고민하더니, 미리 준비한 대답처럼 막힘없이 대답했다.


김홍집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 질문을 던졌겠지만 그에게는 아주 쉬운 대답이다.



“나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도 않고 침략당하지도 않는 조선. 백성들은 부유하고 출신에 의해 차별당하지 않는 조선. 그리고 외국인들에게서 백성들을 지킬 수 있는 자주 부강한 조선. 그런 나라를 꿈꾸고 있습니다. 나와 함께 하겠소? 김홍집 총리대신.”



이혁의 대답이 김홍집의 심중을 관통했다.


그는 일평생 조선의 왕실을 보며 실망했고 권력다툼에 질색했다.


그래서 왕이 힘을 잃은 입헌군주제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이상적인 군주를 만나고 나니, 머리가 새하얘지고 이때까지의 관념이 붕괴되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왕태자 이혁은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이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신 김홍집, 왕태자 전하의 조선에 함께하겠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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