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22,770
추천수 :
2,329
글자수 :
222,594

작성
20.09.02 12:30
조회
1,949
추천
33
글자
10쪽

27화 칼의나라(3)

DUMMY

이혁은 여러 대신들과 어전회의를 주재했다.

그동안 여러 일로 미뤄둔 탓에 정무가 많이 밀렸기 때문이다.


나라도 하나의 시스템이라 가만히 놔두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 돈도 생겼으니 제도를 정비할 차례다.


그래서 이혁은 시간 끌지 않고 김홍집에게 말했다.



“그래. 연호를 정했다고?”


“예. 전하. 연호를 건양으로 하고 황제폐하의 즉위식을 올리면 어떻겠습니까?”


“음...”



이혁도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황제의 나라가 된다는 역사는 알고 있다.


지금 김홍집이 황제에 걸맞은 호칭이나 의복 등을 정비하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혁은 나라의 외관을 재정비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지금은 군사, 화폐, 교통 등 내실을 다져야 할 시간이 아닌가?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 조선이 대한제국이 되는 것은 1897년으로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




“양력 사용과 연호는 허가하오. 하지만 내 생각에 황제 즉위는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소. 지금 조선은 내실을 다져야지 외관에 신경 쓸 시간이 없습니다.”


“그...그래도 전하. 이는 조선의 품격을 외세에 알리는 중요한 절차이옵니다. 엄연히 왕국과 제국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사옵니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김홍집은 확실히 다른 대신들과는 달랐다.


좋게 말하면 강단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가 없다. 이혁은 그의 그런 성격을 나쁘게 보지 않았지만 일부러 져줄 생각은 없었다.


“그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의복제도의 공포도 미루도록 하겠소. 이런 것들은 나중에 개혁해도 충분합니다. 자! 다음 안건은 무엇이오?”


이혁이 김홍집의 말을 끊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자, 김홍집은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더 이상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니 이혁의 말을 그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물론 김홍집은 대영제국 같은 위엄을 예상했겠지만 이혁의 생각에 지금의 조선은 그런 제국이 될 수 없었다.



“왕태자 전하. 법부대신 이호준 아뢰옵니다. 지난 참변에 잡힌 범인들의 판결이 얼마 후로 잡혔습니다. 어찌할까요?”


법부대신 이호준이 조심스럽게 이혁의 안색을 살폈다.


자신의 어미가 살해당한 사건에서 잡힌 범인들의 판결. 충분히 안색이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혁의 안색은 이전처럼 변함이 없었고 목소리도 안정되어있었다.


이미 그에게 을미사변은 지난 일에 불과하다.


“판결을 간소화하고 범인들은 처형하라. 괜히 민심을 어지럽힐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범인들이 누구라고?”


“예. 죄인 박선, 이주회, 윤석우 등은 일본 낭인들과 내통하여 궁궐의 수비를 약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아아. 더 설명할 필요는 없소. 그런데 재미있군. 어째서 범인 중에 일본인은 하나도 없는가?”


“그... 그것이 일본인들은 치외법권을 누리는 지라...”


조선의 법을 집행하는 법부대신 이호준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변명을 쏟아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는 소인배와 다름없다.


반면 이혁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눈빛은 바늘처럼 뾰족해졌다.


알고 있는 역사라도 열 받는 걸 어쩌겠는가?


남의 나라에서 죄를 지어놓고 처벌받지 않겠다고?


일본인 전부가 외교관의 면책특권이라도 누린다는 말인가...



“강화도 조약 말이군.”


“예. 전하. 강화도 조약 10관에 따르면 일본인이 조선에서 무슨 짓을 해도 일본에서 처벌받습니다. 저희도 일본 공사관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만 너무 범인의 수가 많고 행적이 모호한지라...”



우지직!


이혁은 분노를 표출하며 손을 올려놓고 있던 탁자에 힘을 주었다.


우지지직!


마치 작은 지진이 난 것처럼 원목 탁자가 흔들리고 이혁의 팔을 올려놓았던 곳이 움푹 파였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이 괴사에 여러 대신들은 눈을 크게 떴다.


특히 지난번에 주제모르고 날뛰었던 군부대신 안경수는 말까지 더듬으며 두려워했다.



“새... 새... 새... 새벽에 열심히 운동을 하신다고 하더니,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전하. 언제 저도 함께 데려가 주시지요.”


“그렇게 하지요. 그나저나 강화도 조약은 역시 문제가 많군. 안 그래도 조선의 양곡 수출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이혁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론을 꺼냈다.


조선 백성이 굶주리는 이유는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양곡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출을 줄이면 조선에는 양곡이 남게 된다. 그것들로 홍수와 가난으로 굶주린 조선의 민심을 살펴야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조선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민심 이탈이다.



“앞으로 조선의 양곡 수출량은 지금의 절반으로 줄일 것이요. 그리고 남은 양곡은 적정한 가격에 나라가 매수해서 굶주리는 백성에게 나눠주는 게 좋겠소. 일시적인 조치로는 충분하겠지.”


강화도 조약과 조일통상조약에는 양곡의 무제한 유출을 막기 위해 조선의 지방관이 최소 한 달 전에 일본 영사관에 통보해야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혁은 조선에 불리한 조항을 일일이 지킬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왕태자 전하. 일본이 가만있겠습니까? 게다가 조선의 국고가 텅 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곡을 매수해서 나눠준다니....”


김홍집을 비롯한 친일파들은 지난 을미사변의 죄책감에 왕태자의 눈치를 봤고, 강릉에서 수완을 발휘하고 돌아온 교육대신 이완용이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왕실의 재정을 담당하는 내부대신 이윤용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전하. 반 년 이상 밀린 관리들의 봉급도 주지 못하는 판입니다. 이런 시기에 어찌 무리한 지출을 하려고 하십니까?”


두 사람이 나서자 좌중이 차갑게 냉각되었다.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대신들의 불신과 저항이 느껴졌다.


친일파야 일본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당연히 반대였고 친러파도 양곡을 매수하는 정책에는 반대했다.


어쨌든 현재 조선의 재정 상태는 최악이었다.



양쪽의 입장을 모두 아는 이혁은 잠시 고민하다 차분하게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성군이 되려면 언제나 힘으로 누를 수는 없기에...



“걱정 마시오. 곧 일본이 경인철도 부설권 대금을 지급하면 자금난은 해결할 수 있소. 그러니 나를 믿고 다들 개혁을 추진해 주시오.”


“.....알겠사옵니다. 전하.”


대신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은근히 기대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일단 밀린 월급부터 준다고 하니,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다.



좌중의 분위기가 변하자 이혁은 쾌활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자신은 실무를 하지 않는다. 명령을 하고 나면 대신들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내야 하는 것이다.


유교 국가인 조선의 장점이다.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입니다. 모두 나가서 일하세요. 일!”




**




이혁의 지시대로 조선의 내각이 양곡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을 때, 제물포의 항구에 일본의 이양선이 들어왔다.


그 배는 조선의 배보다 크기가 컸고 커다란 돛이 여러 개 나 달려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을 대포 한방으로 개항시켰던 열강의 그것처럼 표면을 불길한 검정색으로 칠했다.



‘이양선’


조선인들은 이 불길한 배를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그 배에서 계단이 내려오더니 단정하게 생긴 사람이 항구에 내렸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한 손에는 고급스러운 지팡이를 쥐고 있는 그 사람은 신사라고 말할 수 있었다.


조선에는 그런 복장을 한 사람이 외교관을 제외하고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항구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허허. 누구지? 아무래도 조선인은 아닌 것 같은데...”


“동양인들 중에 양놈들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일본 놈들 밖에 없지. 흥! 제 나라 옷은 어디 벗어두고 자랑스럽게 다니는지 모르겠군.”


“어디 섬나라 일본놈들이 전통을 알겠는가?”



조선인들이 궁시렁 거리며 뒷담화를 하는데도 검은 양복의 신사는 미동조차 없이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을 뿐이었다.


그는 여기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때, 일본 공사관 공사대리 오카모토는 자신을 수행하는 일본군과 함께 부리나케 신사에게 다가왔다.


오카모토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이 남자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핏 보기에도 먹물을 많이 먹은 티가 났기 때문이다.


군인 출신인 그는 학력에 콤플렉스가 있어, 공부를 많이 한 엘리트는 분위기만으로 판별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무라 공사님. 저는 공사대리 오카모토 류노스케라고 합니다. 공사님을 마중 나오라는 외무성의 연락을 받고 일찌감치 나와 있었습니다. 오는 동안 편안하셨습니까?”



꿀꺽.


오카모토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한방에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이 나약해 보이는 고무라의 분위기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고무라는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눈빛으로 오카모토를 쳐다보고 나서 짐을 떠맡겼다.



“짐을 들고 따라오시오. 이동수단은 어디에 있소?”


“저 쪽에 마차를 준비해두었습니다. 공사관으로 바로 가셔서 여독을 푸실 수 있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어서 가시죠. 더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고무라 공사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것처럼, 오카모토는 개처럼 배를 까고 헥헥 거렸다.


누가 봤으면 사람이 아니라 진짜 개새끼인 줄 알았을 것이다. 혓바닥이 마르도록 아부를 하니...



그런데 포인트를 잘 못 잡았나 보다.


오카모토의 아부에 고무라는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눈살을 찌푸리고 마지못해 대답했다.



“공사관이 아니라 왕태자가 있는 경희궁으로 갈 것입니다.”


작가의말

내일은 20시 10분에 연재됩니다-


자꾸 바꿔서 죄송합니다. 대신에 토요일에 연참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조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공지! 20.08.22 2,452 0 -
50 50화 유언비어(4) -1부 완결 +12 20.09.18 1,235 25 12쪽
49 49화 유언비어(3) +4 20.09.17 1,038 20 12쪽
48 48화 유언비어(2) +1 20.09.16 1,109 20 9쪽
47 47화 유언비어(1) +6 20.09.15 1,275 22 10쪽
46 46화 천마신공(8) +9 20.09.14 1,308 26 8쪽
45 45화 천마신공(7) +3 20.09.13 1,286 22 7쪽
44 44화 천마신공(6) +5 20.09.12 1,434 25 9쪽
43 43화 천마신공(5) +2 20.09.11 1,341 24 10쪽
42 42화 천마신공(4) +6 20.09.11 1,401 29 10쪽
41 41화 천마신공(3) +4 20.09.10 1,520 29 10쪽
40 40화 천마신공(2) +4 20.09.10 1,624 30 10쪽
39 39화 천마신공(1) +3 20.09.09 1,778 27 9쪽
38 38화 반역(7) +2 20.09.09 1,777 34 10쪽
37 37화 반역(6) +5 20.09.08 1,674 34 11쪽
36 36화 반역(5) +4 20.09.08 1,759 36 10쪽
35 35화 반역(4) +1 20.09.07 1,763 38 10쪽
34 34화 반역(3) +5 20.09.07 1,812 44 9쪽
33 33화 반역(2) +4 20.09.06 1,873 36 10쪽
32 32화 반역(1) +5 20.09.06 2,029 38 10쪽
31 31화 칼의나라(7) +3 20.09.05 1,995 41 10쪽
30 30화 칼의나라(6) +7 20.09.05 1,971 39 10쪽
29 29화 칼의나라(5) +4 20.09.04 1,970 39 9쪽
28 28화 칼의나라(4) +4 20.09.03 1,896 35 10쪽
» 27화 칼의나라(3) +4 20.09.02 1,950 33 10쪽
26 26화 칼의나라(2) +4 20.09.01 2,019 37 9쪽
25 25화 칼의나라(1) +4 20.08.31 2,153 42 10쪽
24 24화 경인철도 부설권(6) +3 20.08.30 2,072 41 10쪽
23 23화 경인철도 부설권(5) +3 20.08.29 1,993 44 11쪽
22 22화 경인철도 부설권(4) +3 20.08.28 2,166 4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