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골든라이터 님의 서재입니다.

선협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골든라이터
작품등록일 :
2022.08.07 18:09
최근연재일 :
2022.12.18 10:2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76,681
추천수 :
2,085
글자수 :
579,134

작성
22.12.12 10:25
조회
685
추천
26
글자
17쪽

제70화 화경을 향한 마지막 일격

DUMMY

나는 우거진 나무들 속에 숨어 도화곡을 조용히 관찰했다.


산비탈의 독복숭아 나무들에서 피어 오르던 아지랑이가 갑자기 많아지고 두터워지며, 나무들을 휘감쌌다.

그전에는 그래도 가장자리의 나무들이나마 언뜻 살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어렵게 되었다.

누군가 백년도화장의 도법진을 활성화 시킨 것!

도화곡 안으로 들어가는 관문 밖에도 더 많은 병사가 배치되고, 수행자들까지 나와 검문소를 만들고 있었다.

들어오고 나가는 자들을 더 엄격히 통제하는 듯.

물론 주로 들어가는 자들이다.

큰 길에 간혹 십대의 소년들이 나타나, 여러 명이 무리를 짓거나 홀로 다가가 검문을 받고 도화곡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 그렇지.

소년들에 영약을 공짜로 내주고, 가병으로 영입한다는 그런 제안이 있었지.

근데 심령술사도 참 이상하지.

신분이 탄로나 정파 고수들이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판에 계속 그 의식을 치르려고 하다니.

무슨 배짱으로 ...

아니, 배짱이 아니라 탐욕이지.


심령술사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깨닫고,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 나쁜 놈!

설마!


첨성부에서 으뜸가는 정파의 내문제자를 두 명이나 배출한 부자 가문에서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비싼 영약을 주는 댓가로, 평민 소년들을 수행자로 만들어 가병으로 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시하는 자가 사파의 고수라면.

특히 살생과 제물 공양을 밥 먹듯 하는 백련교의 신도라면.

그 자가 실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뻔하지 않겠나!

제물 공양!

수백 명의 소년들을 도화곡에 끌어들여 백련성모에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 분명하다.

보패 제련, 상처 치료, 실력 강화 등 다양한 이득을 노리면서!

죽일 놈이라고!

정파 고수들이 알면 간섭할까 두려워 은평성 대전이 벌어지고, 수행자들이 도화곡 같이 편벽한 곳에 주의를 돌릴 여유가 없어진 틈을 타 이 짓을 벌이는 것이고.

신분이 폭로돼 정파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폭증했는 데도 도망치지 않고 도화곡에 남아 있는 것도 어렵게 얻은 제물을 포기하기 싫어서인 듯.

백의위와 정파도 바보가 아닌 바.

아무리 선천화경의 고수라 해도 수백 명의 살아있는 인간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기회는 이번만 놓치면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죽일 놈이라고!

심령술사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

그리고 미션도 하나 추가!

사파 고수의 계략에 빠진 수백 명 소년을 구조하라!


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

철통같은 방비를 펼치고 있는 도화곡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마침내 찾아냈다.

*

"너 대체 뭣하는 녀석이야?

이름, 나이, 목적 ... 한 번 얘기해 봐!"

도화곡 관문 앞 검문소에서 큰 책상 뒤에 앉은 수행자가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아, 네, 소명촌에서 온 전현우입니다.

나이는 열 여덟이고요, 강집사가 불러서 왔습니다.

영약을 공짜로 준다고 하기에."

나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지금 바로 최씨 가문의 검문소 앞에 와 있었다.

관문을 지키는 수행자의 심사를 받으며.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남들의 의심을 끌지 않으며 도화곡으로 진입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영약을 얻으려는 소년들로 위장하는 것.


지도를 꺼내 살펴 봤는데, 전씨 가문의 서자 전현우가 사는 소명촌은 도화곡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강집사가 그곳까지 가서 소년들을 모집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현우의 얼굴을 아는 사람 ... 있어도 괜찮다.

전씨 가주가 얼굴을 잘 다듬어 줘서 아주 친하게 지내던 사람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겠지.

도화곡의 수행자들이 방금 전 난리를 친 자라고 알아볼 수 있을지도 않을까?

그것은 더욱더 근심할 필요가 없다.

도화곡에 들어 갔을 때 일부러 얼굴에 가짜 수염을 달고 있었고, 가장 중요하게 강집사를 취조할 때 쓰던 가면까지 쓰고 있었다.

화경의 고수를 상대하려면 그 정도 치밀함은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 내 얼굴을 아는 자는 한 명도 없다.

몸에서 풍기는 영적 기운은 ... 물론 은둔술을 써서 내 자신의 기운을 숨기고, 대신 검환에 봉인된 천령계 생명체의 기운을 내보내고 있다.

도화곡의 수행자들이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모든 것이 그야말로 딱딱 맞아 떨어진다.

전씨 가주가 지금의 상황까지 예측한 것은 아니고 ... 운명의 그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목패는 가지고 있어?"

"네, 여기요. 삼백오십칠이예요."


나는 품 속에서 숫자 "삼오칠"이 적힌 목패를 꺼내 공손히 건네줬다.

강집사의 뒤통수를 쳐서 쓰러 뜨리고 얻은 목패다.

이런 목패가 백여 개나 있다고.

사실 이게 백여 명의 소년이나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 위험을 겪지 않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해 하며 살라고.


"흐음, 진짜 맞군."

수행자가 목패를 들어 지긋이 살펴 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꼿꼿하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대로 순순히 들어가게 해줄 것으로 알았는데 ... 갑자기 머리를 들며 묻는다.

"소명촌의 이장이 누구지?"


자식, 기습 공격이네.

다행히도 아는 질문이다.

"저의 일곱째 큰 할아버지입니다. 전씨 병철."

"아, 그래? 마을에 우물은 몇 개나 있지?"

"각 집에서 쓰는 우물은 모두 따로 있고, 공동으로 쓰는 우물은 세 개입니다.

원래 동쪽과 서쪽에 두 개만 있던 것을, 지난 해에 성 안에 있는 우리 전씨 가문에서 선심을 써서 하나 더 만들어 줬거든요."

"그렇군."

수행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오행관에서 전씨 가주가 작은 책자를 하나 건네준 적 있다.

전현우로 행세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소소한 지식들.

소명촌과 전현우의 신상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고보면 전씨 가주도 평소의 행동과 달리 현실에서는 아주 세심한 측면이 있다.

방금 전 수림 속에서 그 책자를 부지런히 읽었고.

덕분에 수행자가 물어본 질문들에 무난히 대답할 수 있었다.


"큰 문제 없는 것 같구나.

그럼 도화곡에 들어 가거라!"

수행자가 마침내 질문을 멈추고, 들어가라며 머리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수행자에 허리 깊숙이 숙여 인사하고, 관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이게 현우 아냐? 전현우, 맞지?

너도 여기에 왔구나.

참 반갑다."

뒤에서 누군가 반갑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식, 뭐지?

한 순간 피가 거꾸로 흘렀다.

여기에 왜 나를 알아보는 자가 있느냐고?

아니, "내"가 아니라 "전현우"를.

나는 천천히 뒤로 돌아 나를 부른 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한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는 자였다. 어이없게도.

오래 전, 평안 객잔의 점소이 양은성.

불과 몇 달 전에 알고 지냈던 사이인데, 어쩐지 까마득한 옛날 적 일처럼 느껴진다.

근데 검문소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세상이 참 좁게 여겨진다.


"양 ... 은 ... 성?"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그래, 나 맞아, 기억하고 있었구나.

함께 들어가자."

양은성이 내 어깨를 툭 치며 함께 도화곡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수행자가 팔을 뻗치며 막았다.

"어허, 이 녀석 뭐지? 어디라고 감히 함부로 들어가려는 거야? 심사를 받아야 해."

"아니, 왜? 예전에는 심사고 뭐고 없었잖아요. 나도 몇 번 왔었는데."

"흥, 지금이 예전이냐? 코 앞의 은평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검사를 받고 들어가거나, 아니면 그대로 돌아가거나, 마음대로 해."

"알겠어요, 아저씨. 검사를 받을게요."

양은성이 구시렁 거리더니, 품 속에서 역시 목패 하나를 꺼내 건네줬다.

그리고 역시 수행자의 간단한 심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

나는 옆에 조용히 서서 그가 심사를 받는 과정을 지켜봤다.


심사가 끝나고, 나는 양은성과 함께 어깨 나란히 도화곡 안으로 들어갔다.

얘기도 나누고.

물론 수다는 주로 양은성이 떨고,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며 조용히 듣기만 하는 것이 전부였고.

답답한데 ... 나는 이 녀석에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한다.

*

도화곡 안에 들어가니, 한 병사가 나타나 어디로 가라고 안내해 줬다.

그대로 따라가보니, 탈곡장 혹은 연무장으로 썼을 것으로 보이는 큼직한 공터가 보이는데.

그 안에 수백 명의 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 너 대명촌의 ** 아냐? 너는 계명촌의 **고."

그전에는 몰랐는데, 양은성이란 녀석은 수다가 많고, 오지랖이 넓었으며, 인맥(?) 또한 좋았다.

그 빈터에 들어가 몇 명의 소년들을 부르며, 무랍없이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이다.

모두 주변 마을들에서 온 소년들이라, 평소에 알고 지냈을 가능성도 크지.

나는 속으로 머리를 끄덕이다가, 아주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다.

내 정적 구준.

계현촌의 그 녀석.

한수아의 숨은 사랑(?) 대상. 빌어먹을.

녀석도 어떻게 됐는지 들어온 것이다.

분명 강집사와 한 끗 차이로 엇갈리며 목패를 부여 받지도 못했는데.


마침 주변 소년들이 잡담을 나누다고 구준에 대한 얘기를 해서 듣고 알게 됐는데 ... 구준은 들어올 때 조금 소동을 겪었다고 한다.

돈 열 냥만 지니고, 목패도 없이 찾아 왔는데, 강집사를 만날 수 없었던 것.

흐음 ... 그 친구는 지금 깊은 수림 속의 어느 나무에 매달려 있다고.

검문소를 지키는 수행자가 들여보내지 않으려는 것을 구준이 사정을 하고, 떼를 쓰고, 마지막에 땅에 구르기까지 하며 소동까지 해서야 수행자가 마지못해 들여 보냈다고 한다.

허참.

이런 사지에 들어온 것이 재주는 아니다고, 이 녀석아!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선천화경의 심령술사가 나타니기만 기다렸다.

*

해가 저물며 저녁 무렵이 되었다.

최씨 가문에서는 큰 그릇에 밥과 국, 고기까지 담아 소년들에 나눠줬다.

상당히 푸짐한 식사였다.

그들이 무엇을 노리는지만 빼면, 상당한 환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 기다리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수백 명의 병사들이 모여들어 연무장을 빽빽이 채웠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나타났다.

수행자와 최씨 가문의 사람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최부자가 연무장에 들어와 소년들의 앞에 서더니, 최씨 가문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둥, 수행자가 된 뒤에 가병으로 되어 열심히 일하라는 둥, 연설을 늘어 놓았다.

그 뒤에는 한 수행자가 나타나 영약을 복용할 때의 주의사항들을 간단히 얘기해 줬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며 영약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흐음, 대우가 나쁘지는 않네.

나는 후천경의 영약을 복용할 때 그게 뭔지도 모르고, 홍운 도사에 의해 억지로 들이켰는데.


나는 주변의 소년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최부자 뒤에 선 한 사내를 조용히 곁눈질하고 있었다.

최부자의 아홉째 손자.

공식 신분은 대운종의 내문제자.

실제 신분은 ... 백련교의 대신관.

선천화경의 심령술사.


사람들의 앞에 나선 심령술사의 모습은 서생들이 즐겨 입는 긴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손에 부채까지 든 그야말로 부잣집 귀공자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혜안금정술을 써서 본 모습은 ...

몸에 피부가 하나도 없어 혈관과 근육, 힘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붉은 핏덩어리 같은 기괴함 그 자체.

섭혼술을 이용한 환술이었다.

그전에 박천호가 섭혼술을 써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심령술사는 섭혼술을 써서 다른 사람들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피부를 스스로 도려내고, 원래 지니고 있던 실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최부자는 자신의 손자에 대해 어디까지나 알고 있을지.

*

자정이 가까워 지며 밝은 달이 둥실 떴다.

그리고 심령술사의 대운종 사제들과 최씨 가문에서 고용한 수행자들이 소년들 속으로 들어 오더니, 주먹 크기의 영약을 하나씩 나눠줬다.

영약흡수의식을 치러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나는 역시 영약을 하나 받아들고, 유심히 살펴봤다.

반투명한 덩이 속에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부단히 형체를 바꾸며 구름 같은 것.

실제 영약 맞았다.


최씨 가문에서 실제 영약을 나눠줄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오백 명의 일반인 소년을 제물로 삼아 신에 바치는 것과.

그 중 후천경 승급에 성공한 삼백오십 명의 수행자를 제물로 삼아 신에 바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백련성모의 환심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행위일까?

그 답은 아주 간단했다.

물론 수행자들을 제물로 삼아 바치는 것이.


"뭣해, 빨리 흡수하지 않고."

내 근처에 있던 수행자가 독촉했다.

소매에 구름 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은 대운종의 제자였다.

최씨 가문에서 고용한 수행자들 중에는 백련교 신도가 아닌 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심령술사의 대운종 사제라면 반드시 정체를 숨긴 백련교 신도일 것이다.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덩어리가 툭 터지더니 ... 안에서 빠져나온 한 가닥 연기가 내 얼굴을 감싸더니 ... 천목혈로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암암리에 봉인술을 구사하며 ... 천목혈에 스며든 영적 기운을 봉인해 기해에 보냈다.

*

영약은 결코 함부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감응경에 승급하면 후천경의 영약을 마음대로 흡수해도 되지 않는가?

혹은 감응경에서 감응경의 영약을 계속 흡수해 영혼력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모두 수행 체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만 품을 수 있을 법한 생각이고.

실제 수행자들은 절대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약 흡수란, 외부의 영혼을 몸 속에 들여와 자신의 영혼을 부서 버리고, 또 그 영혼에 깃든 힘을 흡수해 부서진 영혼을 재조합 하는 과정이다.

때문에 영약에 깃든 영혼의 힘이 일정 강도에 도달해야 수행자의 견고한 영혼을 부서버릴 수 있고, 또한 재조합을 위한 힘도 얻을 수 있다.

감응경에서 후천경이나 감은경의 영약을 흡수하면 자신의 영혼을 부서버릴 수 없고, 설마 부서버려도 재조합에 필요한 충분한 힘을 얻을 수 없는 것.

물론 자신의 경지를 훨씬 초월한, 너무 강력한 영약을 흡수해도 영혼이 조각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루가 되며 의식조차 되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지와 실력에서 어떤 단계의 영약을 흡수하는가 하는 것은 아주 복잡하고, 체계적인 과학인 바.

마음대로 복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앗!"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드러누워 몸부림 쳤다.

영약을 흡수하는 시늉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소년들도 하나 둘씩 쓰러지며 괴성을 지르고, 심지어 손으로 몸을 쥐어뜯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

연무장 곳곳에서 들려오던 괴성이 조금씩 즘즛해졌다.

소년들 중 일부는 영약 흡수에 성공해 수행자로 승급하고.

일부는 실패해 죽거나 의식을 잃었다.

몸에 기괴한 변이가 생겨나 괴물로 화하는 소년들도 있고.


실패하는 소년들에 대해서는 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영약을 흡수하면 반드시 일어나게 되는 확률적 현상.

오행관에 데려가 더 좋은 영약을 준다고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담보는 없다고.

초능력을 지닌 수행자가 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


수행자들이 소년들 속으로 들어와 소년들을 살펴보고.

진맥까지 하며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고작 십 수 명의 수행자들이 수백 명 소년들을 전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최부자의 아홉째 손자, 심령술사도 들어와 조용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기회였다.

심령술사가 내 근처 몇 보 밖까지 들어온 것을 깨달으며, 나는 노궁혈에 숨겨둔 검환에 암암리에 기를 불어 넣었다.

"

이게 바로 내 계획이었다.

무방비 상태의 심령술사가 내 근처에 들어오면 검환을 날려 일격에 죽여버릴 것이다.

그게 성공하면 일격에 녀석을 죽여버릴 것이고.

실패하면 내가 오히려 잡혀 죽을 것이다.

아주 위험한 도박이지만 ... 한 번 해볼만 하지 않은가?

형가가 진시황을 노리던 것처럼.

섭정, 전제, 예양 ...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자객은 많고도 많다.


하늘이 도와준다면, 나는 심령술사를 이 자리에서 죽일 것이다.

물론 그러고도 십 수 명의 감응경 수행자가 남아 있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

화룡주와 기종자 사리주를 잘 쓴다면 한 번 해볼만도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승률 20퍼센트 미만의 싸움이라고 해도.


나는 심령술사가 조금 더 가까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평생 최고의 일격을 준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협의 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재벌집 막내아들", 대체 누가 윤현우를 죽였을까 뇌피셜 +2 22.12.01 601 0 -
공지 후원금을 보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2.08.21 2,050 0 -
73 제73화 선천화경의 고수를 사냥하는 법 +6 22.12.18 965 28 21쪽
72 제72화 어둠의 가호, 통제불능의 제례 +3 22.12.16 677 23 21쪽
71 제71화 마근십삼향, 죽은 소씨의 비밀 +4 22.12.14 625 25 21쪽
» 제70화 화경을 향한 마지막 일격 +4 22.12.12 686 26 17쪽
69 제69화 백련성모의 공격 +5 22.12.10 627 24 15쪽
68 제68화 헬 난이도, 포위망 +4 22.12.08 680 24 19쪽
67 제67화 최씨 가문의 가병들 +4 22.12.06 711 16 18쪽
66 제66화 금강석 귀걸이, 마지막 단서 +4 22.12.04 724 22 23쪽
65 제65화 백련성모와 제물 공양 +4 22.12.02 660 23 20쪽
64 제64화 최부자 댁의 강집사 +3 22.11.29 702 22 17쪽
63 제63화 공손세가의 학 요왕 +4 22.11.27 756 24 16쪽
62 제62화 천마해체대법과 보패 제련술 +5 22.11.23 744 22 22쪽
61 제61화 팔백 마리의 화룡초 +4 22.11.21 747 27 19쪽
60 제60화 남산선자와 흑풍자, 화경대전 +4 22.11.20 727 22 18쪽
59 제59화 약삭바른 점쟁이 +3 22.11.19 748 25 18쪽
58 제58화 반전에 반전, 계중계중계중계 +3 22.11.18 730 24 16쪽
57 제57화 흑관압정과 천살고성 +5 22.11.15 860 21 22쪽
56 제56화 한수아의 의뢰 +3 22.11.13 837 24 18쪽
55 제55화 혈전, 최부자네 도화곡 +3 22.11.09 828 28 18쪽
54 제54화 백년생 산삼, 백련교의 함정 +4 22.11.07 887 23 19쪽
53 제53화 역용환, 백보루의 소공자 +4 22.11.05 871 26 16쪽
52 제52화 청족오와 검환 +4 22.11.04 871 27 18쪽
51 제51화 정두칠전서의 저주술 +4 22.11.02 886 26 17쪽
50 제50화 핵폭탄 맞게 된 은평성 +5 22.10.31 926 31 22쪽
49 제49화 금선좌망비, 잃어버린 정글도 +4 22.10.29 949 29 20쪽
48 제48화 마침내 나타난 심령술사 +7 22.10.27 980 28 21쪽
47 제47화 태고화룡주와 화룡술 +4 22.10.25 954 36 19쪽
46 제46화 삼매화룡패와 혈둔술 +4 22.10.23 977 3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