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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뿐. (주토피아)

수석 壽石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나왈
작품등록일 :
2017.10.18 23:47
최근연재일 :
2018.03.31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474
추천수 :
41
글자수 :
66,826

작성
18.03.17 23:3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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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5쪽

20.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DUMMY

현관문이 열리고 해준과 영신 그리고 정원이 순서를 정한 듯 차례로 나왔다. 후덥한 공기와 따가운 태양빛에 짧은 계단을 내려서던 영신은 잠시 현기증이 났고, 뒤 따르던 정원이 서둘러 영신의 양팔을 잡았다. 한결 같은 무표정의 영신이 정원을 보며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고, 서둘러 보조석 문을 열고 기다리던 해준은 정원을 보는 영신의 표정을 살폈다.

“ 뭐하냐?”

소라의 앙칼진 목소리가 매미 떼의 울음소리를 뚫고 들렸다.

“ 소라야...”

영신의 뒤를 따르던 정원이 자신이 몰고 온 차 앞에 서 있는 소라를 보고 심장을 한 대 맞은 듯 놀랐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세 사람에 시선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소라는 오직 한 사람 영신을 뚫고 있었다.

“ 갑시다.”

해준은 끈적하고 화끈한 날씨만큼 이 상황이 싫었다.

영신은 소라가 정원의 여자친구임을 직감하고 말없이 해준이 열어 놓은 보조석으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소라의 음성이 송곳 같았다.

“ 네. 근데, 누구시죠?”

해준이 짐짓 밝은 음성으로 소라의 인사에 반응했고, 그 물음에 소라가 해준과의 거리를 좁혔다.

“ 저기 쟤, 정원이 여친이요.”

“ 아. 네.”

“ 안녕하세요.”

소라가 다시 영신을 향해 곱게 포장한 인사를 건넸다.

“ 네. 안녕하세요.”

“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 너 어떻게 된 거야? 여길 어떻게 왔어?”

정원이 소라 앞으로 다가서며 영신을 가렸다.

“ 말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사랑한다고.”

소라가 손에든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정원은 흔들거리는 소라의 핸드폰을 보자 몇 달 전 소라가 네일 샵을 찾은 손님에게 들었다며 커플 위치추적 어플을 다운 받았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 안 갈 거예요? 시간이 더 필요한가? ”

더위가 싫은 해준이 여유를 잃고 있었다.

“ 아니요. 두 분 가세요.”

해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영신을 보조석에 밀어 넣고 차를 몰아 동네를 벗어났다.

“ 모델도 아니고 무슨 의사가 저렇게 길어. 근데, 저 멋진 아저씨는 누구야? 남친? 아님 동거남? 둘 다 같은 건가...”

“ 가자”

“ 어딜?”

“ 집에.”

“ 너 저 사람들이랑 어디 갈려고 했어?”

“ 몰라.”

영신에 대한 걱정과 소라에 대한 짜증으로 마음이 부글거리는 정원이 서둘러 차에 타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높였다. 잠시 영신의 전원주택을 눈으로 감상하던 소라는 이내 서둘러 정원의 차에 탔다. 소라가 앉은 벨트를 당기는 사이 정원이 거칠게 차를 몰았다.

“ 알고 시작한 거야, 아님 오늘 안 거야?”

“ ......”

“ 그 남자. 너랑은 비교 불가 던데... 그 여자가 모지리가 아닌 이상 널 택할 이유가 없지. 너도 참... 하긴 벌 받아야지.”

보조석에 앉아 정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죽거리던 소라는 아무런 반응 없이 차를 거칠게 모는 정원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 너 내말 듣는 거야? ”

“ 이상해...”

“ 뭐? 뭐가 이상해? ”

“ 저 남자 이상해.”

“ 남자? 아까 그 남자? ”

정원의 차가 횡단보도 앞 신호에 멈춰 섰다.

“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 미친다 진짜. 너 혼자있지? 나 없는 거지? 뭐야, 그럼 두 사람 연인이 맞는 거야? ”

“ 이해가 안 돼. 아파서 링거 까지 맞은 상황에 굳이 끌고 나가겠다는 고집이 뭔지. 선생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 아씨 진짜. 지는... ”

“ 선생님,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닌 것 같던데...”

“ 뭐야. 그럼 너 아까 그 여자 때문에, 그 여자 걱정돼서 따라 가려고 그랬어? 그 둘 뜸에 껴서? ”

“ 선생님,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어.”

낯선 곳에 혼자 버려진 아이 같은 정원의 표정에 소라는 당장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녹색등이 켜졌지만 정원은 혼자 생각에 갇혀 움직이지 않았다.

“ 가자.”

정원을 외면하며 내 뱉는 소라의 목소리를 영신으로 가려진 정원은 들리지 않았다. 줄을 서있는 차들의 경적음 소리에 정신이 돌아 온 정원은 목적지도 없는 길을 가듯 차를 몰았다. 창밖 풍경을 보던 소라는 자석처럼 정원에게로 몸과 시선이 돌았다. 소라는 정원을 만지고 싶은 마음에 꼼지락 거리는 손을 주먹을 쥐고 참아 내다 문득 정원의 손가락에 나있는 반지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소라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커플링을 만지작거리며 정원의 손가락에서 사라진 링처럼 어쩌면 자신도 흔적으로 지워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밑동이 따끔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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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어. 죽었어 2년 전에. +1 18.03.24 137 1 7쪽
» 20.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2 18.03.17 116 1 5쪽
19 19. 영신씨랑 친해요? +2 18.03.10 90 2 6쪽
18 18. 잠깐 들어올래요? +2 18.03.03 101 1 6쪽
17 17. 노는 거야, 장난질이지. 18.02.03 86 1 10쪽
16 16.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1 18.01.27 122 2 6쪽
15 15. 하늘이 무너졌나봐. +2 18.01.20 83 2 8쪽
14 14. 야! 거기. +2 18.01.13 79 2 7쪽
13 13. 하지마. 아줌마한테 그러지마. +2 18.01.06 130 2 6쪽
12 12. 당신의 비밀쯤은 중요하지 않아. +1 17.12.30 99 2 10쪽
11 11. 확인하려는 거 아니에요. +2 17.12.23 162 2 11쪽
10 10. 누나는 멈춰라 그러면 마음이 멈춰 줘? +2 17.12.16 99 2 6쪽
9 9. 저 아세요? +2 17.12.09 96 2 8쪽
8 8. 못 할 것 같아? 내가? +2 17.12.02 99 2 9쪽
7 7. 네가 알아서 해결해! +2 17.11.25 108 2 7쪽
6 6. 내 동생 어딨냐? +2 17.11.18 99 2 7쪽
5 5. 잊고 싶은 눈빛이 있어요. +1 17.11.11 111 2 7쪽
4 4. 미친놈 뭐하냐. +1 17.11.04 96 2 7쪽
3 3.당신을, 알아요. +1 17.10.28 137 2 6쪽
2 2. 마음을 떼 주세요. +2 17.10.21 150 3 6쪽
1 1. 백야에 갇힌 지옥 +2 17.10.18 194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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