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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뿐. (주토피아)

수석 壽石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나왈
작품등록일 :
2017.10.18 23:47
최근연재일 :
2018.03.31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478
추천수 :
41
글자수 :
66,826

작성
17.12.16 22:25
조회
99
추천
2
글자
6쪽

10. 누나는 멈춰라 그러면 마음이 멈춰 줘?

DUMMY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고 정원의 귀가를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6년째 가족으로 지내는 황갈색 도사견 주니어다. 종갓집 맏며느리인 선희는 결혼 후 기다리던 아이가 생기지 않자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쓰고 빌 수 있는 모든 신에게 빌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자신의 능력 밖이라 받아들인 후에야 바른 삶을 살면 언젠가 선물처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주니어를 아들 삼아 키우고 있다.

“ 주니어. 형아 왔다. 매형은?”

“ 찜질 방. 너 태현이 휴가 나왔다는 말 없었잖아.”

“ 어, 갑자기 왔더라.”

정원은 거짓말에 거짓말로 답하느라 주니어를 향했다.

“ 너 괜찮아?”

“ 뭐가? 아 이거. 별거 아냐.”

“ 그거 뭐? 어디 봐. 뭐야? 너 다쳤어? 야 이거 손톱자국이잖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선희는 어제 저녁에 남편이 들려준 정원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정원이 궁금해 한다는 그 의사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정원의 헛다리 짚은 고백으로 선희는 소라를 지목하며 광분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미운 털인 소라가 선희에게 제대로 걸린 것이다. 정원은 당장이라도 엘리베이터를 뚫고 소라 집으로 통과할 것 같은 선희를 말리느라 또 다시 거짓말을 시작했다.

“ 술집에서 그랬어. 옆 테이블에서 싸움이 났는데, 그거 말리다가 그랬어. 소라는 퇴원하신 아버지 생신이라 제주 집에 내려갔어.”

“ 그래? 진짜야?”

“ 어. 진짜. 전화 해?”

“ 어디 봐. 이씨 흉지겠네. 어느 미친년이 귀한 동생 얼굴에 흠을 내고 지랄이야.”

“ 괜찮아 연고 발랐어. 큰누나 그만해. 우리 주니어 쫄았다.”

정원의 시선을 쫓은 선희는 순간 웃음이 났다. 선희의 괴성에 주니어는 이미 소파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개를 아들처럼 키웠더니 가끔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많았다.

“ 주니어 이리와. ”

선희는 주니어를 안정시키고 냉장고에서 만들어 놓은 화채를 담아 정원에게 건넸다.

“ 그 의사는 어떻게 됐어?”

“ 어?”

소파에서 화채 그릇을 받아 들던 정원이 순간 멈칫했다.

“ 뭘 그렇게 놀래. 너 그 정형외과 원장이 궁금하다며.”

“ 매형이 그래?”

“ 왜 궁금한데? 그 원장 뭐래?”

“ 아니 그게 아니라.”

“ 근데 그 원장 소문이 별루던데. 나이도 좀 있잖아. 삼십대 중 후반 즘 될 걸.”

“ 소문이 왜?”

정원은 영신을 떠들고 싶었다. 영신을 볼 수 없지만 영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선희는 주니어를 쓰다듬으며 아파트 아줌마들이 꺼냈던 영신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몇 달됐지. 손목 아파서 물리치료 받으러 갔다가 잠깐 봤는데, 디게 말랐더라. 키도 크고 의사 가운 입어서 의사 줄 알았지, 완전 모델 같잖아. 너도 봤을 거 아냐.”

“ 어.”

“ 근데, 사람이 좀 차데. 실력도 좋고, 묻는 말에 대답도 곧잘 해주는데, 뭐랄까, 사람이 좀, 아무튼 좀 그렇데.”

“ 무슨 말이야. 그렇긴 뭐가 그런데?”

“ 그니까. 표정이 없어. 어 그래. 한번은 교통사고 환자가 왔는데, 피해자 가해자 둘이 병원 로비에서 시비가 붙어서 의자 부수고, 액자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데. 경찰까지 출동해서 난리버거지가 났는데, 그 부원장은 얼굴 표정하나 안변하고 그냥 지켜보고 서있더래. 결국에는 옆에 간호사가 다치겠다 싶어서 진료실로 끌고 들어갔데.”

정원은 영신이 위험했을 상황이 떠올라 미간이 찌푸려졌다.

“ 더 웃긴 건 대기실에서는 그렇게 난리를 치는데 지는 환자 보는 거지. 아무일 없는 것처럼. 마인드 컨트롤이 갑중에 갑이래. 근데 넌?”

“어?”

“매형 말로는 니가 그 부원장 마음에 들어 한다는 눈치던데. 진짜야? ”

“어? 그게...”

“멈춰. 생긴 게 동안이라 그렇지 너보다 나이도 훨 많아 안 돼. 더군다나 속을 모르는 사람을 구려서 안 돼.”

“누나”

“왜?”

“누나는 멈춰라 그러면 마음이 멈춰 줘?”

“뭐?”

“누난, 누나 마음이 누나 마음대로 돼? 난 안 돼. 안 되더라.”

“ 너 그 정도야? 어제 잠깐 본 게 전부인 여자가, 그렇게까지?”

“ 말릴 거야?”

“ 아니.”

정원은 선희의 거침없는 대답에 조금 놀랐다. 선희는 주니어를 놓아 주며 정원을 깊게 봤다.

“ 넌 아직 어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봐. 연애 경험도 많으면 좋고, 잘생긴 우리 막둥이 여기저기 똥개처럼 사고치는 스탈일 아니잖아. 누난 그렇더라. 첫사랑 니 매형이랑 결혼하고 나니까. 사는 게 심심해. 그리워할 사람도, 몰래 꺼내 볼 추억도 없다는 게, 참 밍숭밍숭 해. ”

“ 매형은 알아? 누나가 이렇게 심심해하는 거.”

“ 니 매형도 마찬가질 거야. 믿지는 않지만 니 매형도 내가 첫사랑이래.”

정원이 서둘러 선희 볼에 입맞춤을 했다.

“ 싫다 좋다 까지 막지 마. 엄마처럼 똥 기저귀 갈며 키웠는데, 그 정도 간섭은 할 수 있잖아. 그리고 정원아. 앞으로는 니 얘긴 니 입에서 듣자. 꼭이다. 어?”

“어”

정원은 약속이 있다며 약간의 멋을 부리고 다시 집을 나갔다. 선희는 그런 정원이 걱정스러웠다. 의사를 입에 담는 정원의 눈빛이 설레임과 들뜸으로 상기되었고, 한 가지에 몰두하면 주변을 보지 못하는 막둥이의 시야가 마음에 걸렸다. 정원의 말처럼 의사와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면 소라와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짐작컨대 얼마 가지 못할 의사와의 관계로 괜한 전쟁을 겪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하지만 선희는 막둥이에 대한 믿음으로 그가 선택한 길을 막을 생각이 없고 언제나 편이 되어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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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5 희망녀
    작성일
    17.12.17 04:17
    No. 1

    세상에 널린게 남자고 여자이지만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하나뿐이니 숫자와는 상관없는거겠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나왈
    작성일
    17.12.23 22:04
    No. 2

    과연 마음 속에 들어오는 사람이 하나뿐일까요... ㅎㅎㅎ 아님, 내가 너무 헤픈가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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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당신의 비밀쯤은 중요하지 않아. +1 17.12.30 9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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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누나는 멈춰라 그러면 마음이 멈춰 줘? +2 17.12.16 100 2 6쪽
9 9. 저 아세요? +2 17.12.09 96 2 8쪽
8 8. 못 할 것 같아? 내가? +2 17.12.02 9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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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내 동생 어딨냐? +2 17.11.18 99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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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미친놈 뭐하냐. +1 17.11.04 96 2 7쪽
3 3.당신을, 알아요. +1 17.10.28 137 2 6쪽
2 2. 마음을 떼 주세요. +2 17.10.21 150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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