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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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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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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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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삭초제근

DUMMY

6화 삭초제근



“빌어먹을. 그 작은 몸뚱이로 잘도 때려대는군.”


오늘의 서재방문도 구타로 끝이 났다. 방문을 마치고 나면 묘하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흘러간 채였다.


“그 조막만한 손이 왜 그렇게 매운 건지. 후우.”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무슨 핑계로든 때려대니 방문이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안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목숨을 공유 하는데다가, 자신이 얻은 것이 무언지 알기 위해서라도.


장의호는 간신히 고통이 사라지자 정신을 가다듬고 운기하기 시작했다.


보름이 지나는 동안 쉬지 않고 운기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허공법계는 자신이 마음대로 가고자 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적어도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나 간신히 들어갈 수나 있었다. 그리고 또 이상하게도 법계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묘하게 운기가 수월했다.


맞을 때마다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엄습해오는 통증에서 벗어나고자 택한 것이 심법을 운기하는 것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운기가 서너 단계는 나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아니겠지?’


두들겨서 하는 벌모세수라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인간의 몸의 쇠도 아니고 두들겨서 벌모세수를 한다니. 게다가 동녀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그 법계에서의 자신은 진짜 몸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주천을 몇 번이나 돌리고 난 이후 장의호는 일어났다. 삼재 심법의 소성을 이루고 나서도 성취가 무섭도록 빨리 나아가고 있었다.


지난 생애에서의 수련을 마치 비웃던 것처럼. 실개천 같았던 내기도 제법 불어나 이제는 강물 정도는 되었다.


“아닐 거야. 그럴 테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면서 장의호는 애써 잊어버리려했다.


애초에 벌모세수란 것은 강호의 뜬소문이나 다름없었다. 무공이란 스스로 성취하고 나아가는 것. 타인의 힘이나 영약으로 성취를 높일 수 있다면 구대문파와 세가의 인물들은 모두 고수가 되었어야 했다.


장의호는 자신의 생각을 망상이라 치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냄새야.”


자신의 의복에서 미묘하게 썩은 냄새가 풍겼다.


‘......땀을 심하게 흘렸나. 땀 냄새 치고는 심한 것 같기도 하고.’



* * *



장의호는 슬슬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보름이 지난 이상 관의 눈초리도 잠잠해졌을 테고 놈이 움직이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가야 했다.


부모님에게 잡화점의 거래처를 간다는 핑계로 노잣돈을 받아 집을 나와, 대호패거리를 수소문하자 들려오는 것은 많았다. 하지만 놈들을 찾는 것은 꽤나 발품을 팔아야 했다.


두목이 관에 잡혀가고 대부분의 패거리들마저 잡힌 탓에 몇 명의 피라미만이 잡히지 않은 채 숨어있는 탓이었다.


“자 가볼까.”


장의호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기루였다. 피라미 중 소재가 파악된 놈이 기둥서방으로 머물고 있다고 했던가.


“쯧.”


아직 앳된 소년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애초에 문지기를 하는 이들이 들여보내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돈 냄새를 풍기며 들어가는 것도 가진 게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애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그 젊은 놈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지금, 그럴 수도 없었지만.


“어쩔 수 없군.”


장의호는 전생에서 익혀둔 잡기(雜技)를 쓰기로 결정했다.


역용술, 내공으로 얼굴의 근육과 뼈의 위치를 조정하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입을 이리 저리 돌리며 얼굴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풀렸다고 느낀 장의호가 얼굴에 손을 가져다대고 내공을 운기했다.


“후우우우”


숨을 들이마신 장의호가 갑작스럽게 손바닥으로 광대뼈를 들어 올리며 주변 근육을 매만졌다.


뿌득!! 으드득!!


기묘한 뼈 소리가 이어지다 끊어졌다.


“젠장.....다시 태어나서도 이 짓거리라니.”


장의호의 얼굴은 좀 전까지는 전혀 다르게 변해있었다. 광대뼈를 만진 탓인지 이목구비와 눈초리마저 변해 있었다.


역용술까지 펼치며 스스로의 정체를 숨긴 장의호는 너덜너덜한 옷을 구해 갈아입고는 기루에 들어갔다. 먹여만 달라고 반나절을 매달려 간신히 하인이 되어 들어갈 수 있었다.


주방에서 방으로 음식을 나를 때마다 주향과 지분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루에 들어 간지 삼일 째가 되어서야 목표로 하던 놈을 찾았다.


꽤나 경계심이 있는 건지, 그도 아니면 겁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얹혀사는 기녀의 방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방에 음식을 넣어줄 때 가끔씩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얼굴을 확인해보니 잡화점에서 난동 부리던 놈들 중에 하나였다.


‘확실하군. 그나저나 놈을 어떻게 꺼낸다...’


장의호가 일주일 동안 살펴보니 음식을 받아먹을 때를 제외하면 좀처럼 밖에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 놈이 하인을 부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술을 주방에 요구할 때였다.


기루에 존재하는 술은 전부 판매를 하기위해 들여온 것이라 놈은 그럴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


‘.....저거군.’


그날부터 조금씩 미끼를 꺼내들었다. 기루에는 가끔씩 술병에 술이 남아있었는데 장의호는 기루를 청소할 때 조금씩 빼돌렸다. 그리고 피라미에게 음식을 넣어줄 때 술을 잔에 따라 넣어주었다.


드드드.


피라미가 밥을 먹고 난 후 상을 가져가려고 하자 문이 열렸다.


“이거. 네가 넣은 거냐?”


놈이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예.”


“......어디서 난거지? 혹...”


놈이 뭘 두려워하는지는 뻔했다.


“아....훔친 것은 아니고 그냥 손님들이 술을 남길 때가 있어서. 조금.”


탁. 타닥.


피라미는 경계심을 풀고 어깨를 두들겼다.


“가능하면 다음엔 좀 더 모아와 봐라.”


“예에.”


그 후로 장의호가 그의 환심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두잔 분량, 세잔 분량 조금씩 넣어주니 그는 차츰 장의호가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오늘 것은?”


“그게.....”


매일 넣어주던 술이 보이지 않자 그는 장의호에게 물었다.


“어제께는 손님분이 술이 약하셨는지 거의 두병 분량의 술을 남기셨습니다. 헌데....그것을 넣어드리기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그렇긴 하지. 그러면 전처럼 넣어주면 될 것 아니냐.”


“그.....술이 아무래도 주향이 강한 술이라서....”


“.......쩝.”


그는 아쉬운지 혀를 다셨다.


“일단 제가 그 술병을 기루에 숨길 데도 없고 해서 밖에 쓰레기를 버릴 때 몰래 숨겨두고 왔습니다.”


“....그래?”


“항상 조금만 드시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니 나가서 드시고 오시는게 어떨지....”


“.....”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그가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조금씩 먹던 술로는 성이 차지 않았기에 술을 즐기는 이로서는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디냐?”


피라미는 갈증이라도 생겼는지 연신 보챘다.


“거의 다 왔습니다. 아무래도 시원하게 보관해야 할 것 같아 저 그늘 쪽에 묻어뒀습니다.”


장의호는 상대를 인적이 뜸한 자리로 끌고왔다.


“어디냐. 내가 파보마.”


급하게 서두르는 그를 지켜보던 장의호가 손을 썼다. 목에 손날을 한번 날리자 그는 혼절했다.


찰싹찰싹!


장의호는 기절한 피라미를 깨우기 위해 연신 뺨을 쳤다.


“으....”


“이제야 정신이 드나? 어지간히도 편한 모양이야.”


눈을 완전히 뜬 그가 장의호를 쳐다보았다.


“...이건.....”


놈이 밧줄에 묶인 자신의 몸에 의식이 미쳤다.


“네놈 짓이냐? 감히...”


“하아.....”


장의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지간히도 머리도 안돌아가고 눈치도 없는 놈이었다. 지금이면 이상하다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놈의 손목을 잡아서 내기를 운용해 있는 힘껏 쥐었다.


으득! 으드득!


경쾌한 뼛소리와 울리며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시끄럽군.”


곡택혈을 잡고 있는 힘껏 진기을 불어넣어 짚었다.


“꺽. 꺼거거거..”


놈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몸을 연신 떨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었나?”


내가 묻자 놈은 고개를 간신히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는 묻고 너는 대답한다.”


둘은 한동안 문답을 나누었다. 물론 묻는 것은 장의호고 대답하는 것은 사내였다.

장의호는 원하던 정보를 어느 정도 얻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이제 풀어 줘도 되지 않소?”


생각을 멈춘 장의호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원하던 것은 다 말해드렸지 않소....나 같은 피라미 하나 살려둔다고 해서 소협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지 않소.”


“이런. 이런. 아무래도 우린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것 같군.”


“....?”


영문을 알 수 없는 장의호의 말에 그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강호에서는 후환을 남겨두지 않지. 삭초제근(削草除根). 더군다나 서로가 원한을 품은 이상 이 고리를 없애는 방법은 하나뿐이지.”


그 말에 대호패거리의 피라미를 그가 자신을 살려두지 않으리란 것을 깨달았다.


“사-ㄹ...!”


말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조그만 손이 사내의 턱을 잡았다.


“미안하지만 단말마가 시끄러운 건 질색이라서.”


으드드득.


사내의 목뼈가 기묘한 방향으로 비틀리더니 이내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혈영방 산하 흑령회의 강규라....”


장의호가 생각을 정리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그저 싸늘한 바람만이 감돌았다.



* * *



강규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잠이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린놈에게 놀아나다니. 놈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가 있었다면 불을 지르는 수를 썼을 리가 없었다.


어디서 귀동냥이라도 해서 무공에 입문을 하기라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관의 눈초리가 잠잠해졌을 무렵 바로 가주마. 애송이.’


묵묵히 속으로 의지를 불태우는 강규였다.


강소성 소주 부근은 흑령회 제자들끼리의 경합. 서로가 사람만을 부려 누가 지역을 지배하는가를 겨뤄야만 했다.


강규가 몰래 키운 대호라는 패는 관에 사로잡혀 갔고, 사형, 사제의 부하들은 곧 자신의 패를 들이미리라.


적어도 대호를 관에서 빼내던지.....그 애송이를 포섭하던지 어떻게든 수를 써야만 했다.


고민하며 산책을 하던 강규가 주변에 의식이 미쳤다.


‘쯧. 어디까지 나온 거야.’


자신의 장원에서 한창 벗어난 근처의 언덕. 강규는 마음을 정리하며 돌아가고자 했다. 그런 강규의 앞에 갑자기 어린 소년이 나타났다.


“여.”


저 어린놈이 자신을 부른 것인지 힐끔 쳐다보았다.


‘.....뭐야 이 놈은.’


강규는 어린 소년을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이 얼굴인 채로 와버렸군. 그럼....”


소년이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곤 바로 뼈 소리가 울렸다.


으드득!!


“후우.....시원하군.”


소년은 좀 전까지와는 이목구비가 완전히 달라졌다.


“.....네놈!!”


“간만이지?”


장의호가 시원한 웃음을 보였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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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결투 23.10.31 298 5 11쪽
» 6화 삭초제근 +1 23.10.30 330 7 11쪽
5 5화 물러서지 않는다 23.10.29 383 6 13쪽
4 4화 맹룡과강 +2 23.10.28 467 4 13쪽
3 3화 허공법계 +1 23.10.26 582 10 10쪽
2 2화 환생 +2 23.10.25 654 11 8쪽
1 1화 무경총람 +2 23.10.24 767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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