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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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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7
추천수 :
129
글자수 :
180,249

작성
23.10.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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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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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물러서지 않는다

DUMMY

5화 물러서지 않는다



지난 생, 나이 삼십 팔년 동안 자신을 죽이고,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죽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한 번 생의 끝을 맞이하고 나니, 정녕 그것이 옳은 길이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기적처럼 주어진 다시 한 번의 생애.


그 기적과도 같은 일을 겪음으로써 장의호의 마음가짐이 바뀌고 있었다. 복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각오 따윈 언제든 되어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굽혀가면서 나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상황에 휩쓸리며 살아온 끝이 바로 전생의 최후가 아니었던가. 어차피 죽을 거라면 적어도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가고 싶었다.


특히나 이런 강호의 변두리에서 만난 이들 하나 감당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복수를 이루겠는가?


의지견정(意志堅貞)이라는 말처럼 의지가 철처럼 굳은 장의호과 달리 강규는 흔들리고 있었다.


눈앞의 어린놈이 무엇을 믿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근처에 제 놈의 스승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도 아니면 허장성세인가? 분명 놈이 보였던 것은 단순한 심의육합권이었다. 애초에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놈이 무공을 숨긴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뒷배가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의문이 솟아났다.


‘쯧.’


강규는 불쾌했다. 저 어린놈에게 놀아난다는 느낌이 더없이 참을 수 없었다. 허나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


장고 끝에 나온 강규의 답은 지켜본다, 이었다. 저런 어린 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왔다면 지금쯤 그는 무덤에 있었을 것이다.


강호, 그것도 흑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수많은 창칼을 피해왔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오판이었지만 말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세심함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라고 할까.


뒷배 따윈 존재치도 않는 장의호의 굳은 의지에 말려든 것이다.


“그래서? 네 놈의 미래의 절대 고수가 될 수 있다 한들 지금의 너는 그저 하룻강아지일 뿐이다. 미래의 네놈이 지금 네놈의 목숨을 담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애송이. 승부란 그때까지 쌓아온 역량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얼굴을 마주했을 때 이미 끝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손을 쓰면 되지 않습니까?”


“.......”


장의호는 패를 던졌다. 적어도 상대방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이상 약세를 보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뒤를 캐내려고 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진심으로 자신을 탐내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이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할 때였다.


“하하. 크크크크큭. 네놈은 내가 아주 우습게 보이는구나. 좋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네놈이 먼저 들어와 봐라.”


강규가 천천히 내기를 운기했다. 그가 운기하자마자 기파가 피어오르며 주위를 압박했다. 내공 한 점 없는 대호 패거리들마저 피부가 오싹할 정도였다.


“후우우우....”


‘간다!!’


장의호 또한 숨을 들이키며 앞으로 전진했다.


콰직!


장의호가 내지른 권이 창대처럼 뻗어가는 도중에 힘을 잃고 흔들렸다. 현재 장의호가 펼칠 수 있는 최속의 수법이었지만 상대에게 가기도 전에 역으로 공격을 당한 것이다.


달아나려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은 장의호가 비틀거렸다.


“하아.”


강규로선 한숨이 나왔다. 나름대로 빠르긴 하나 그것뿐이었다. 무공을 익힌 지 이 삼년이나 되었을까. 이런 애송이과 손속을 나누는 것 자체가 그에겐 수치였다. 잠시 비틀거리던 장의호가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제법 단단하긴 하군.’


담대함을 높이 사긴 했지만, 의식하기도 전에 날아든 일격에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면 무에 대한 소양도 상당하다고 여겨졌다.


‘츱.’


그는 입맛이 썼다. 아깝긴 하지만 품에 넣지도 못할 보옥이라면 누구도 갖지 못하게 부셔버리는 것이 흑도의 생리. 허나 놈의 뒷배를 알아보지도 않은 채 풀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단 한초에 그렇게 비틀거려서야. 꼴이 우습지 않느냐.”


숨겨둔 것이 있다면 얼른 꺼내라는 계산이 깔고서 하는 말이었다.


“무공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이를 한 초식으로 설복시키지도 못하는 겁니까?”


장의호는 크게 질렀다. 놈은 분명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었다. 자신의 뒷배가 무엇인지. 적어도 그것을 알기 전에 손을 쓸 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선 이 길밖에 없었다.


“네 놈!!!-”


그 순간이었다.


쾅!!!


자그만한 폭음과 함께 시작된 불줄기. 대호 패거리가 머무르고 있던 장원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이건.”


대호패거리는 물론 강규까지 불줄기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쿠. 이런. 이래서야 관에서 나올 수밖에 없겠군.”


갑작스럽게 깔린 정적 속에 능청스런 어조의 목소리만이 울렸다.


“네 놈 짓이냐.”


장의호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강규가 물었다. 장의호는 그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하얀 이를 물들이고 있는 피가 섬뜩했다.


“네놈이-!!!! 감히!!”


강규는 분통이 터졌다. 조심스레 본 파에서도 알지 못하게 진행해온 일이었건만. 이 일로 인해 괜한 문책을 받을지도 몰랐다.


“어이쿠. 이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괜찮겠소?”


대놓고 조롱하는 장의호.


“네놈 목하나 꺾는데 그만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느냐!!”


하지만 그 말을 하자마자 장의호를 바라본 강규는 놈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코앞이면 닿을 놈이 잠깐 불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놈이 멀리 이동한 것이다.


뿌드드득.


‘완전히 놀아난 것이 아닌가.’


맘 같아선 금방이라도 잡아 족치고 싶다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괜히 관에게 찍히느니 지금은 숨는 것이 맞았다.


“네놈......네 놈의 밑바닥은 이미 다 알았다. 기다리고 있어라.”


강규는 말을 마치고는 바로 사라졌다.


‘그러던가 말던가.’


장의호는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도 없었다.



* * *



“아야야.”


얻어맞은 턱이 아파왔다. 운기를 몇 번 하고 나서야 터진 상처쯤이야 금세 아물었지만 속은 아직 다 낫지 않은 까닭이었다.


놈들을 덮치기 전 만에 하나라는 심산으로 깔아놓은 도화선과 화약은 꽤나 쓸 만했다. 항구가 근처에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대호패거리의 이야기를 묻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흑선. 혹여 쓸 만한 것이라도 있을까 뒤져본 것이 당첨이었다. 혹시라도 시끄러워질까봐 한 줌의 화약만을 집어가지고 온 것이지만 관의 시선을 끌기엔 제격이었다.


“그나저나.......어떻게 한다지.”


자신이 수소문해서 대호 패거리들을 찾았듯이 놈들도 이쪽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비록 자신이 바깥출입을 그다지 하지 않았다 한들 입 소문이란 무서운 것.


지금으로선 허공법계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거기다 자신은 꼭 물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마치 초식이 머릿속에 흘러 들어오는 기묘한 감각.


그것이 무엇인가. 자세히 들어야만 했다.


-무해(武海)의 깊은 심연을 맛보고 싶은 자 총람을 얻으리라. 그리하면 모든 무공의 주인이 되리라.-


오랜 강호의 전설과 마주했다는 흥분감에 젖어 장의호는 그저 일념으로 운기했다.


소주천을 한 바퀴, 두 바퀴 계속해서 돌렸지만 허공법계의 끝자락은커녕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내공이 약간 늘기는 했는데....쯧.’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실망도 그만큼 컸다. 애써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무심으로 운기했다. 소주천을 몇 번 했는지를 점차 잊어버리고 점점 운기에 빠져들었다.


몇 번이고 반복했을까. 삼재 심법을 행할 때 기가 지나다니는 통로가 마치 길들은 것처럼 느껴졌다. 기가 막힘없이 지나다니는 느낌에 확신했다. 삼재 심법의 소성을 이루었음을.


“후우우...”


숨을 고르며 운기를 마친 장의호는 눈을 감고 손을 치켜 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하하!!”


무엇이든 나아간다는 것은 즐거운 법이기에, 그는 숨기지 않고 기쁨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그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콰앙!!


“으악!!”


“멍청이. 뭘 잘했다고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거야?”


법열의 기쁨과 맞바꾼 고통이......그를 환형했다.



* * *



장의호는 아픈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하지만 아픔에 몸을 떠는 장의호를 보고 있음에도 허공법계 관리자의 표독스런 기세는 죽지 않았다.


“그.....왜 이러시는지.”


“왜? 왜냐고 물었어? 이 멍청이가”


“윽.”


관리자 그녀가 다시 손을 들자 장의호는 찔끔했다. 영체고 뭐고 마치 영혼을 뼈째 어루만지는 느낌은 참기가 힘들었다.


“쯧. 차마 불쌍해서 치지 못하겠구나.”


“.....”


질문이 안 되자 장의호가 선택한 것은 침묵이었다.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꺼라 생각하느냐.”


....불합리한 폭거였다. 그럼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뭐야. 그 불손한 눈은.”


“아....아닙니다.”


어쩌겠는가. 적어도 갑은 자신이 아닌 것을. 지금 자신은 을일뿐 이었다.


“하아.....”


관리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이곳에는 의자도 있었나? 진짜 서재같군.’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다. 이 허공법계는 도대체 어떤 공간인지. 신선이 득도한 후에나 이르르는 곳인가, 그도 아니면 현실과는 유리된 그저 하나의 공간인 것인지.


“너 제정신이냐?”


“그.....어떤..것을 말씀하시는지. 어르신.”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르기에 장의호는 물었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이라고 했어?”


“예에...”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다시 만나고 살펴보니 묘하게 탈속한 분위기에 선녀 같은 옷까지 입고 있어 자연스레 말을 올렸는데 그것이 또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저번에는 분명 나이가 저보다 많다고....-”


“그래서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냐고!!!”


앙칼진 외침. 화려하면서도 고아한 이목구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독이 오른 어조였다.


장의호는 대호와의 싸움보다도 훨씬 머리를 돌리며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아....아닙니다.”


“아닌데 그럼 왜 그렇게 불렀어!!”


“제가 잠시...잠시 정신이 혼미했던 탓입니다. 싸움에서 턱을 얻어맞아 잠시 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후우......조심해.”


그녀의 노성이 간신히 가라앉았다.


“그 누님-”


장의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눈꼬리가 다시 치켜 올라갔다.


“아니, 아니 누나. 이 못난 우제가 잘못했습니다.”


“조심해.”


“네.”


누님이라는 단어의 어감마저 늙은이 취급한다고 느꼈는지 그녀가 다시 발작하려는 순간 장의호가 순간 재치를 발휘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셈이야. 멍청아. 분명히 말했을 텐데. 너와 나는 일련탁생이라고. 너가 죽으면 나도 죽어.”


“그.....싸움을 벌인 것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싸움 자체는 뭐라 할 생각도 없고, 오히려 너는 싸워야만 해. 싸움으로써 너의 그릇은 강해지고 그로 인해 너와 나의 수명이 유예를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싸워야지.”


“......”


“그 마지막에 싸운 젊은 놈. 그놈은 네가 못 이겨. 그건 너도 알 텐데?”


“이깁니다.”


“하아....멍청하게 굴지마라.”


“전생의 저는 그저 상황과 상대에 떠밀려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위험을 피해 살아온 결과가 죽음으로 돌아왔고, 기적처럼 살아났을 때 깨달았습니다. 위험을 피해 목숨만을 부지한 채 살아도 즐겁지 않고 누군가의 변덕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


“그렇다면 적어도 제 마음이 가는대로 살고 싶습니다. 또 다시 상대를 보고 납작 엎드려 살아간다 한들, 제 자신이 납득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껄끄러운 삶은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기에.”


“제정신이야? 간신히 목숨을 건졌는데 또 죽으려고?”


그녀가 만류에 장의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죽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를 죽인 놈들에게 칼을 박아주기 전까지는.”


“후우우우..”


그녀는 단념했다. 이렇게 굳은 마음을 자신이 어찌 할 수 있으랴.


“뭐 죽으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던진 말. 하지만 그것을 실수였다. 무거운 중압감이 관리자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하.....하하하. 그래.”


“누님? 아니 저기 누나. 왜 주먹을.”


장의호가 숨 가쁘게 내뱉었다.


“알고 보니 네 놈은 미친 놈이었구나. 그래. 성현들 말이 틀린 게 없지. 미친놈에겐 몽둥이가 약이라고.”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놈이 감히 자신의 목숨까지 들었다 놨다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내화가 치솟아 주화입마 할 것 같았다.


“으헉.”


“약을 줄 테니 잘 받아 마시거라!!”


그 말을 시작으로 북을 터트리는 듯한 구타 소리가 서재를 뒤흔들었다.


“으아아아아악!!!”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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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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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결투 23.10.31 298 5 11쪽
6 6화 삭초제근 +1 23.10.30 329 7 11쪽
» 5화 물러서지 않는다 23.10.29 383 6 13쪽
4 4화 맹룡과강 +2 23.10.28 467 4 13쪽
3 3화 허공법계 +1 23.10.26 582 10 10쪽
2 2화 환생 +2 23.10.25 654 11 8쪽
1 1화 무경총람 +2 23.10.24 767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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