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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505
추천수 :
129
글자수 :
180,249

작성
23.10.24 13:33
조회
766
추천
13
글자
7쪽

1화 무경총람

DUMMY

온 몸이 떨린다.


첩첩이 깔린 기관을 돌파하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르고 얻어낸 보물들이 눈에 들어왔기에 무리도 아니었다.


“대단하군.”


“천하를 오시하던 무명광자(無名狂者)의 비동 같아 보이기는 한데....정말 여기에 그의 마지막 유진이 있을지 모르겠군.”


같이 들어온 이들이 여러 감상을 흘렸지만 무엇 하나 내 정신에 닿지는 못했다. 오랜 세월 꿈꿔왔던 것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내 귀와 눈을 흐렸다.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인원이 각자의 목표를 찾아 비동을 뒤쳤다. 각자의 무공에 맞는 비급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모두가 말 하나 없이 집중해 무기와 서책을 뒤졌다.


나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무경총람(武經總覽).


오랜 세월 강호를 떠돈 전설.


무해(武海)의 깊은 심연을 맛보고 싶은 자 총람을 얻으리라. 그리하면 모든 무공의 주인이 되리라.


그 말이 나를 지금껏 움직였다. 객잔의 매담자들이나 할법한 어딘가 풋내 나는 이야기지만, 나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무공을 제대로 닦을 수 없는 나에겐.


“이....이것.”


“호?”


“....”


각자가 원하던 것을 찾았는지 경탄성을 내뱉거나 눈을 빛내며 각자 얻은 서적들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빌어먹을.....


큰 기대 따윈 하지도 않았고, 스스로에게도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없이 뒤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몇 날 며칠이 지났을까. 그런 나를 보다 못한 세 명의 동료가 만류하며 나가기를 종용했다.


“들어 온지도 꽤나 지났고, 슬슬 나가지 않겠는가?”


이낭위(李狼威)가 미안하다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후우.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 나 스스로도 알았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로서도 충분히 기다린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무공을 재미 삼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진 나로선 무경총람을 쫓지 않을 수 없었다. 설사 그것이 헛된 꿈이라 할지라도.


무림인이란 결국 불을 쫓는 나방이 아니던가. 내 몸을 태우는 불이라는 걸 알지라도 그걸 쫓지 않을 수 없기에 무림인인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부탁하네.”


막히던 무리를 풀어 해석해준 예전의 은혜를 평소에는 내세우고자 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들이 양보해주기를 바랬다.


“씁....”


세 명이 모두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나는 조건을 걸었다.


“여기 남은 벽곡단이 떨어질 때까지만 부탁하네. 안 되겠는가?”


정말 간곡히, 간절히 여러 번 부탁하고 나서야 그들이 한발 양보했다. 벽곡단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여기서 무경총람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얻기를, 그저 바라고 기원할 뿐이다.


이때의 난 정말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벽곡단이 거의 다 떨어져 가고, 넘어온 지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무렵, 세 명 중 가장 성격 급한 호일산(胡一山)이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이봐. 그만 하지 그래.”


평소 그의 언행이 어디 가진 않았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왔다.


“아직....조금 더 남지 않았는가.”


그가 벽곡단이 든 주머니를 들더니 한 움큼 쥐고 입으로 퍼 넣었다.


“자, 이제 남을 이유가 없을 텐데.”


“뭐하는 짓인가!”


“후우.....둘 다 조금만 더 진정하게나.”


“낭위나 천해 자네들도 똑같은 마음이지 않나. 한 달이 넘었어. 언제까지 있을려고. 뼈가 삭을 때까지?”


“허어. 자네.”


“미치겠군. 천해 자네가 좀 말해보게.”


“.......뭘?”


“답답해서 원.”


그가 비동의 바깥으로 나갔다.


“이해해주게. 그렇지만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닌가.”


핑계였다. 나 같은 삼류 나부랭이라면 모를까. 저들에게 한 알의 벽곡단이면 수십 일은 버틸 수 있는 이들이 무림의 고수라는 자들이었다. 하나같이 고수의 반열에 들어간 저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더 이상 여기 있기가 싫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정파의 인물들이지만, 나름대로 의협이라는 그들이 내뱉는 말치곤 속내가 너무 뻔하지 않은가.


“험험.”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바로 앞에 있는 낭위가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했다.


“.....가게. 나 혼자라도 남지.”


“다시 생각해 보게. 자네가 아니면 기관을 해체할 이도 없지 않은가.”


이것 또한 핑계였다. 어차피 들어올 때 대부분의 기관을 해체했고 역순으로 나가면 십중팔구는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을.


“.......”


“츱.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군.”


촤아악!!!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 배를 꿰뚫은 창날.


“크헉.”


콰당.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넘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간신히 몸을 뒤집어 위를 올려다보니 낭위의 손에 시뻘겋게 물든 창이 들려져 있었다.


“나름대로 함께 한 정이 있어서 이렇게 손을 쓰고 싶진 않았네만. 쯧.”


“크.흣..크르르...하하..”


피 끓는 소리와 내 웃음이 섞여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그게 아.니게...ㅆ. 지...이 비동에 있는 것들이 소문이 나선 안...되니까.....아닌가?”


“......후....후후. 뭐 좋도록 생각하게나. 무치(武痴). 자네는 퍽 도움이 되었다네.”


빌어먹을.....몸에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침이라도 한번 뱉어주고 싶건만.....그런 내 눈앞에 바닥에서 뒹구는 서책이 보였다.


여기에 들어왔을 때부터 떨어져 있었던 서책. 비동의 주인에게도 버림받은 것인지 묘하게 정리된 서책 가운데 저것 하나만 떨어져 있었다.


마치 지금의 나....같구나. 나도 모르게 그 서책에 손이 갔다. 피 묻은 손이 서책과 닿자마자

서책이 가루처럼 흩어진다.


젠....장.


오랜 세월 삭기라도 한 것인지...마치 나처럼 더 없이 사라졌다.


한번만. 다시 한 번의 기회만...있다면.


비통한 외침도 잠시뿐. 눈이 감겨간다.


그 순간 어디서 말이 들려왔다.


-......록이 필요해?-


‘뭐라....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였다.


-다시 살기를 원해? 내 힘이 필요해?-


‘물론이다. 살아날 수만 있다면.’


-잊지 마. 이건 계약이야.-


“허...헉...”


숨이 버거워져 온다. 죽기 직전의 주마등이 이따위 환청이라니. 귀신이든 뭐든 좋아. 살아날 수만 있다면.....


‘아아.....이젠 환청도 들리지 않는군. 이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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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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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결투 23.10.31 298 5 11쪽
6 6화 삭초제근 +1 23.10.30 329 7 11쪽
5 5화 물러서지 않는다 23.10.29 382 6 13쪽
4 4화 맹룡과강 +2 23.10.28 466 4 13쪽
3 3화 허공법계 +1 23.10.26 582 10 10쪽
2 2화 환생 +2 23.10.25 654 11 8쪽
» 1화 무경총람 +2 23.10.24 767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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