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힘이 안나요

상태창으로 키우는 걸그룹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힘이안나요
작품등록일 :
2021.01.15 18:24
최근연재일 :
2021.02.08 19: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049
추천수 :
219
글자수 :
136,936

작성
21.01.30 19:20
조회
248
추천
9
글자
13쪽

16화

DUMMY

‘······또 이벤트다.’


저번 진시아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이벤트가 발생했다.


아무래도 데뷔조 멤버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거나, 확신을 갖게 해주는 일이 발생하면 이렇게 이벤트가 뜨는 것 같다.


더군다나 아직 이벤트로 인한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진 못했지만.

진시아 때나 이번 한겨울 이벤트에 써 있는 효과를 봤을 때.

결코 무시하지 못할 효과로 기대된다.


“실장님.”

“어. 그래.”


잠깐 이벤트창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한겨울이 표정을 바꿔 말을 걸어왔다.


“그럼 혹시 다른 가사들도 조금 바꿔도 될까요?”

“얼마나?”

“······조금 많이요.”

“대략 얼마나?”

“절반 정도······ 요. 괜찮을까요?”


절반이라.

사실 한두 줄 바꾸는 건 어떻게 잘 얘기해보겠지만.

절반이나 바꾼다고 하면 김나라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미 이벤트도 뜬 마당이고, 효과가 궁금한 상황이라 거절하기도 그렇다.

그리고 만약 거절했다가 이벤트 효과가 사라지거나.

최악의 경우는 안 좋은 이벤트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 김나라 작사가님한테는 내가 잘 말할 테니까.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네. 감사합니다.”


한겨울은 90도로 꾸벅 인사하더니, 가사가 들린 종이를 들고선 책상 앞으로 갔다.

그러더니 펜을 쥐고선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멤버들도 점차 한겨울의 뒤로 가서 그 작업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우와. 한겨울. 대박이다.”

“티나는 한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원래 가사보다 한겨울이 쓰는 가사가 더 좋다.”

“쉿. 겨울이가 집중하게 조용히 하자.”


아무래도 데뷔조 멤버 반응을 봐서는 한겨울이 쓰는 가사가 생각보다 괜찮은 모양이다.

그럼 이젠 내가 문제인데······.


김나라에게 어떻게 말해야 기분을 안 상하게 할까 고민하며 나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


-겨울이가요?

“네······ 기분 나쁘실 텐데, 그 점은 제가 이렇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기분이 나쁘긴요. 어차피 원래 겨울이가 썼던 가사인데요. 아참. 그런데 혹시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말씀하세요.”

-그러면 제 저작권은 사라지고, 작사비도 다시 돌려드려야 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나라 작사가님 덕분에 나온 가사인걸요.”

-호호호. 그러면 됐어요. 아참. 이러면 너무 속물로 보이려나? 사실 돈도 돈이지만, 겨울이 첫 노래에 제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제 맘 알죠?

“알고 말고요.”

-그럼 오케이. 아, 그리고 혹시 겨울이가 수정한 가사. 저한테도 보내주실 수 있나요?

“작업이 끝나면 보내드릴게요.”

-고마워요. 그러면 다음에 뵈어요.

“네.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프로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나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잘 넘어가 줬다.

원래 사람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만큼 겨울이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걱정하고 있던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다.


“후우······.”


긴장이 풀려서인지 방금까지 느끼지 못하던 추위가 뼛속으로 파고드는 걸 느끼며 급히 연습실로 들어갔다.


“오오오······ 한겨울!”

“한겨울. 대단하다. 티나가 인정하겠다.”

“겨울이한테 이런 재주도 있었구나.”


연습실로 들어가자 모두가 겨울이를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왜? 무슨 일이야?”

“실장님. 이거 봐봐요. 겨울이가 수정한 가사에요.”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자 진시아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종이 위에는 기존 가사 위를 검은색 펜으로 휙휙 긋고, 새로운 가사가 쓰여 있는 게 보였다.


“와······.”


그 가사를 받아 들어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났다.

김나라가 쓴 가사는 절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겨울이가 수정한 가사와 비교하면 어쩐지 평범하게 느껴졌다.


“한겨울. 대단한데. 역시 겨울엔 한겨울인가?”


어쩐지 기특한 마음에 나름 칭찬의 의미로 나도 한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티나는 실장에게 실망했다.”

“실장님 노잼.”

“······이번엔 심하셨어요.”


돌아온 건 온갖 야유와 질타뿐이었다.


‘······예전엔 안 이랬는데.’


예전에 얘들이 연습생일 땐 실장이란 위치 때문에 나를 무척이나 어렵게 대했는데.

아무래도 요 며칠간 같이 다녔다고 내가 좀 편해진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어쩐지 서글퍼진다.


하지만 잘 보니 한겨울만큼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주고 있다.

평상시에는 무표정한 얼굴인데, 이런 상황에서 웃어주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래. 미안하다. 아무튼 가사 정말 잘 썼다. 겨울아.”

“······김나라 작사가님은요? 괜찮으시대요?”

“어. 아무 문제 없대.”

“휴. 다행이에요.”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아무튼 가사도 나왔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습해 볼까?”

“네!”

“네.”

“알았습니다.”

“좋아요.”


10일은 빨리 시작했어야 할 데뷔곡 연습이지만.

컨셉을 바꾸는 바람에 이렇게 밀려버렸다.

덕분에 뮤비 촬영까지 남은 날짜는 대략 12일.

시간상으로는 무척이나 빠듯해졌지만.

그 대신 곡과 가사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대로만 가면 분명 이 노래가 소리소문없이 묻힐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더불어.

요 며칠 동안 끙끙 앓던 고민도 드디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고 있었다.


‘무작정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는 걸 포기하고, 조금만 컨셉을 잡는다면······!’


***


“차 실장님. 잠깐 나 좀 볼까요?”

“네.”


애들 연습 시켜놓고 사무실로 돌아와 영상 편집 외주 계약서를 만들고 있는데.

석권이 형이 대뜸 나를 호출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말 없이 대표실로 따라가 보니.

석권이 형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저 가사 김나라 작사가가 쓴 거지?”

“어? 왜?”

“아니, 아까 창모 형이 잠깐 왔었거든?”

“창모 형이? 언제?”

“아까. 이미 갔어.”

“뭐야. 오랜만에 얼굴 좀 볼까 했더니.”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창모 형이 연습실 지나가다가 프리지아 애들이 연습하는 걸 우연히 들었대.”

“뭔 소리야. 연습실인데 어떻게 우연히 들어. 거기 방음이 얼마나 잘 되는데.”

“아. 그런 건 쫌 그냥 넘어가. 아무튼 멜로디도 좋아서 따라서 흥얼거리고 있는데, 가사를 듣고 영감이 팍 꽂혔대.”

“영감? 창모 형이?”

“어.”


이건 상당히 좋은 소식이다.

원래 형은 직접 작사작곡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강창모라는 사람을 전율케 하는 영감이 필요한데.

그 영감이라는 게 잘 오지 않는 게 가장 문제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이 써준 노래로 앨범을 내곤 했는데.

오랜만에 창모 형에게 영감이 샘 솟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창모 형이 직접 만든 곡은 언제나 명곡으로 뽑혔지.’


그런데 그런 강창모에게 한겨울이 쓴 가사가 영감을 줬다니.

이게 보통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그 가사 김나라가 쓴 거지? 그러니까 김나라한테······.”

“그거 김나라 작사가가 쓴 거 아니야.”

“뭐? 그럼 누가 썼는데?”

“한겨울.”

“한겨울? 그런 작사가가 있었나?”

“작사가 말고. 데뷔조 한겨울.”

“걔가 썼다고?”

“어.”

“그게 말이 돼?”

“말이 돼. 얘기하자면 길어지는데, 아무튼 한겨울이 쓴 거 맞아.”


초안도 한겨울이 썼고, 재수정도 한겨울이 했다.

물론 창모 형이 감명을 받을 정도의 가사가 된 건 이벤트 효과 덕분인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재능이 개화한 거 같아 기쁘다.


그런데 석권이 형은 기쁘기보단 곤란한 표정이다.


“이런.”

“왜.”

“그 가사를 김나라가 쓴 줄 알고 창모 형에게 그렇게 말해줬거든. 그랬더니 자기 가사 쓸 때 김나라랑 공동작업 하고 싶다고 했거든? 근데 김나라가 아니라 한겨울이라며.”

“그치.”

“얘들 데뷔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거기다가 창모 형 작업 도우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오랜만에 온 영감이 사라지면 어쩌나 싶고. 고민이다.”

“으음······.”


석권이 형은 회사 대표로서 프리지아가 성공적으로 데뷔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발라더 강창모의 매니저로서 새 앨범이 잘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니 상충되는 지금 상황에선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나 역시도 걱정이 된다.

한겨울의 가사는 이벤트 효과 때문에 이번에만 무척 잘 나왔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당장 다른 가사를 쓴다고 창모 형의 마음에 드는 가사가 나오리란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별수 없지.’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해서 당장 실행할 수는 없지만, 좋은 방법이 있긴 하다.


“형. 방법이 하나 있어.”

“뭔데?”

“창모 형 작업을 프리지아 애들 데뷔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해줘.”

“뭐? 그러다가 창모 형 영감 날아가면 어쩌려고.”

“괜찮아. 괜찮아. 방법이 있어.”


내게는 아직 새벽의 잔향 재고가 하나 남아 있다.

당장은 포인트가 없어서 살 순 없지만.

프리지아의 컨셉 변경이 완성되는 순간 분명 포인트가 들어올 테고.

그 포인트로 새벽의 잔향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안형일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때 상황 보고 한겨울에게 먹이든, 창모 형에게 먹이든 하면 된다.

그러면 뭐가 나와도 나올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강창모의 가사를 쓴, 혹은 공동 작사를 한 아이돌이란 이름으로 이슈를 만들 수도 있다.


한창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석권이 형이 닦달해왔다.


“뭐야. 무슨 방법인데?”

“아. 나중에 말해줄게. 지금은 비밀이야.”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말해줘 봐야 미친놈 취급밖에 못 받을 테니까.


“아무튼 창모 형한테는 잘 말해줘. 그럼 난 간다.”


***


마음속 작은 별 하나.

하늘에 놓인 맘 하나


오늘도 연습이 한창이다.

이로써 노래 연습에 매진한 지 3일째.

게다가 어제 안무까지 나와서 안무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점 하나가 있다.


[진시아]

-매력 B+ (S)

-카리스마 D (C-)

-노래 A- (S)

-랩 F (D)

-댄스 C (B+)

·댄스 실력이 부쩍 늘고 있음

·연습하는 게 즐거움.


진시아의 댄스가 어느새인가 두 단계나 올랐다.

그 덕분인지 예전에 삐걱거리던 진시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잠깐만. 다시 할게요.”

“······죄송합니다.”


아직도 다른 멤버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라 실수가 잦긴 하지만.

그래도 빠른 속도로 안무에 숙달되어 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포텐도 늘어난 거 같은데?’


진시아의 댄스 포텐은 B였던 거 같은데, 오늘 보니 B+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포텐=한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진시아. 거기선 이렇게 하는 거다.”


연습이 잠깐 멈춘 김에 휴식을 갖는 사이.

진시아가 답답했던 건지 티나가 진시아에게 다가가 조언했다.


“이렇게?”

“아니다. 진시아는 이렇게 하고 있다. 이게 아니라 이거다.”


티나는 일부러 진시아를 흉내까지 내며 몸소 진시아에게 제대로 된 안무를 보여줬다.

확실히 티나의 길쭉길쭉한 몸에서 나오는 댄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딱 좋다.

게다가 티나의 몸은 춤 추기 아주 좋은 비율이라 일부러 엉성하게 추더라도 그럴듯한 춤이 나온다.


“이렇게?”

“맞다. 진시아. 그거다.”


그런데 그때 목을 축이던 윤보라가 끼어들었다.


“야. 티나! 언니라고 부르랬지!”

“윤보라. 무슨 상관이냐.”

“무슨 상관이긴! 시아 언니는 우리 리더고, 우리보다 나이도 많잖아. 그럼 당연히 언니라고 불러야지.”

“러시아에는 그런 거 없다.”

“여긴 한국이잖아!”

“보라야, 난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언니. 그리고 나중에 데뷔하면 이거 문제 될 수도 있어요! 안 그래요 실장님?”

“어?”

“생각해봐요! 티나가 아무리 외국인이라지만, 여기저기 반말하고 다니는 걸 보면 사람들이 좋게 볼까요?”

“으음. 문제긴 하지.”


확실히 문제 될 요소가 있긴 하다.

팀 내에서야 친해서 반말을 한다고 하면 된다지만.

만약 다른 방송에 나가서도 반말을 하게 된다면 그건 좀 문제다.


“들었지? 티나. 앞으로 존댓말 연습해!”

“······알겠다.”

“좋아. 그럼 내가 도와줄게. 나한테 ‘언니 고맙습니다.’ 해봐!”


웬일로 윤보라가 옳은 소리를 하나 했더니.

저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저리 가라 윤보라. 티나는 바쁘다. 진시아······ 언니한테 춤 알려줘야 한다.”

“칫. 뭐야.”


소기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어쨌든 의도치 않게 티나에게 언니 호칭을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윤보라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광경을 몰래 찍으면서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이것도 비방용이려나?’


역시 생각해둔 그 컨셉을 바로 실행해야겠다.

그러지 않고선 언제까지나 이런 비방용 영상만 찍힐 테니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태창으로 키우는 걸그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1 21.02.09 162 0 -
25 25화 +1 21.02.08 152 11 12쪽
24 24화 21.02.07 154 8 12쪽
23 23화 21.02.06 172 9 13쪽
22 22화 +2 21.02.05 174 11 13쪽
21 21화 21.02.04 191 11 12쪽
20 20화 +1 21.02.03 196 10 12쪽
19 19화 21.02.02 209 8 12쪽
18 18화 +1 21.02.01 217 9 13쪽
17 17화 +4 21.01.31 233 8 11쪽
» 16화 +1 21.01.30 249 9 13쪽
15 15화 +2 21.01.29 247 9 11쪽
14 14화 +2 21.01.28 258 10 11쪽
13 13화 +1 21.01.27 259 9 12쪽
12 12화 +1 21.01.26 280 8 11쪽
11 11화 +3 21.01.25 291 10 12쪽
10 10화 +3 21.01.24 293 7 13쪽
9 9화 +2 21.01.23 310 8 12쪽
8 8화 +2 21.01.22 317 7 13쪽
7 7화 +3 21.01.21 327 8 13쪽
6 6화 +3 21.01.20 346 8 11쪽
5 5화 +2 21.01.19 344 7 12쪽
4 4화 +2 21.01.18 363 9 12쪽
3 3화 +2 21.01.17 419 9 11쪽
2 2화 +2 21.01.16 406 9 12쪽
1 1화 +3 21.01.15 634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