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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연하게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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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연하게
그림/삽화
아아연하게
작품등록일 :
2024.08.07 22:04
최근연재일 :
2024.08.26 23:5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695
추천수 :
219
글자수 :
98,440

작성
24.08.11 21:52
조회
995
추천
16
글자
13쪽

5화

DUMMY



###


[단독 보도]


[유경 그룹 2세 유호진 유경그룹 본부장 강남 비밀클럽 마약 파티 자백 영상 / 한 제보자에 따르면 유호진 본부장 외에도 다수의 유력 집안 자제들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금 큰 언론들이었다면, 분명 유경 그룹과의 관계 때문이라도 이 건은 보도하기를 망설이겠지만, 이런 내용에 환장하는 스포츠신문이나 연예 신문들이 이런걸 놓칠 리 없었다.


특히나 유호진 본부장은 이 사건 전에도 여러 사건으로 항상 언론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던 인물이었기에 이들에게는 더더욱 좋은 먹잇감이었다.


물론 기사는 모자이크된 채 보도되었지만, 어디선가 알 수 모자이크가 없는 영상이 유출되면서, 이 마약 파티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 대한 신상이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했다.


이번 강남 비밀클럽 마약 파티 사건 연루 명단.jpg [395]


-건설 유호진 본부장 유호진(유진 그룹 유정민 회장 차남. 현 유경건설 본부장)

-서울 중앙지검 차장검사 딸 오현서(현 대학생)

-래퍼 TYNEE

-배우 최연희

···

···

···


└와 씨발. 진짜 명단 봐라. 한 번 뒤집어 지겠네 ㄷㄷ

└2세가 저 모양이니, 유경그룹도 조만간 정상화 당하겠네.

└초보 : 유경그룹 주식은 오너 리스크가 있으니 팔아야겠다.

고수 : 유경그룹이 2세가 여러 고위층과 두루두루 인맥이 넓으니, 더욱 성장하겠구나.

└들리는 소문에 이거 사건 한 번 덮으려고 했다가, 자백 영상이 유출되어서 이제야 다시 수사하는 거라더라.

└ㄹㅇ임? 근데 님은 그걸 어케 암.

└나 친척 중에 사회부 기자가 있는데, 조만간 정리해서 기사 터질 거라고 하드라.

└TYNEE는 진짜 충격이네. 평소에 진짜 좋아하던 래퍼였는데···


특히나 이 파티에 참여했던 인물 중 유명 연예인들이 있던 것으로 알려지며, 이 사건의 파급력은 더더욱 커졌다.


결국 영상에서 이름이 나온 경찰서장 김태민은 결국 사건이 끝날 때까지 대기 발령이 되었고, 언론에서도 서로 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회 고위층들에 대한 도덕 불감증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매일 써댔다.


이 사건은 분명 몇 달 동안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사건이었다.

허나, 며칠 뒤 한 사건으로 인해 이 사건은 정말 사소한 사건이 되어버렸다.



###



“제, 제발··· 그, 그만해··· 내가 다 잘못했다고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살 테니까··· 제발 그만···”


대기업 2세로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나,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무서운 것 하나 없이 살아온 유호진.

가끔 인터넷에 자신이 했던 잘못들이 떠 대중들에게 비난받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가난한 인간들의 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미쳐가는 중이었다.


“본부장님. 식사라도 조금 드셔야 합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드시면···”


비서가 죽이라도 가져와 먹이려고 했지만, 지금의 그는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아니었다.


“됐어! 나, 나가···! 아무것도 먹기 싫으니까 다 나가라고!!! 으아아악!!!!”


이불을 뒤집어써도, 귀를 막아도 눈을 감아도 그놈들이 자신을 괴롭혔다.

귀신? 망령? 괴물? 이것이 대체 무언지 알 수 없었다.

허나 그들은 존재했고, 자신을 끝없이 괴롭혔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너 때문에 모든 게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귀, 눈이 아니라 뇌에 그대로 공포가 전달되어 온다.

마음이 서서히 꺾여 간다.


“씨발··· 제발, 제발 그만하라고··· ··· ···”


이불이 젖어간다.

마치 아이처럼 이불에 소변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 환상만 없앨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뭐든 할 테니까···”


이 거짓된 환상만 사라진다면, 재산도 모두 포기하고, 다시는 마약도 술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에 들어가 죽은 듯이 살 수도 있었다.


“제, 제발···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좀···!!!!!”


애원하고 다시 또 애원한다.


허나 그럼에도 거짓된 환상은 계속된다.


그렇게 공포에 질려 점점더 미쳐가던 순간, 방문을 열고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경 그룹 회장 이자 유호진의 아버지 유정민이었다.


“너,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지금 회사는 너 때문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


평소 유일하게 유호진에게 두려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아버지 유정민 회장이었다.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버지에게 나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지금의 유호진은 무언가 이상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유호진이 유 회장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친다.

눈은 이미 반쯤 풀려있고, 단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김 비서 이 새끼 오늘도 약 한 거야! 내가 약 하지 못하게 제대로 감시하라고 했잖아!”


그 모습에 유 회장이 어이없어하며, 김 비서에게 묻는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최근 본부장님. 일주일 동안 약은 둘째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놈 대체 이거 왜 이러는 거야!”

“그, 그게 저도 잘··· 지난번에 크게 다치고, 그 이후에 계속 이렇게···”


유 회장이 한숨을 푹 내쉰다.


“하아··· 내일 아침 일찍 호진이 이름으로 스위스행 편 하나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하아···”


유 회장이 안 주머니에서 담배 한 까치를 꺼내 불을 붙인다.


“후우··· 일단 출국금지는 어떻게든 막아놨으니까, 해외로 가서 몇 년 있다가, 잠잠해지면 그때나 돌아와. 짐은 가서 부쳐줄 테니까 내일 바로 출발하고.”


아무리 개망나니 같은 자식이지만, 그래도 자식인지라, 이렇게 유배 보는 듯이 해외로 보내버린다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런 유 회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호진은 더욱더 미쳐가고 있었다.


“히히··· 히히··· 기어코 날 죽이려고 왔구나. 씨발 내가 순순히 죽어 줄 거 같아!!”


유호진이 침대 옆에 있던 서랍을 열더니 조그만 나이프 하나를 꺼낸다.


“이, 개새끼··· 죽어!!”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유호진! 그 칼 안 내려놔!”


유 회장의 큰소리에도 그는 전혀 멈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 너만 죽이면 다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유호진이 나이프를 들고 자신의 아버지인 유정민 회장의 목덜미를 향해 달려든다.


“유호진! 너, 지금 뭐 하는!!!”


-푸욱!


김 비서가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유호진의 칼은 유정민 회장의 목을 찌르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 이후였다.



“회장님!!!”

“그으으으윽···!!!”


유정민 회장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피 분수를 쏟으며 쓰러진다.


그러나 유호진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 칼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도, 즐거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주, 죽였다!!! 내가 그 호랑이 가면을 죽였다고!!!”


유호진의 눈에는 지금 자신에 칼에 목을 맞고 쓰러져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지난번 자신에게 이 망할 저주를 건 호랑이 가면이었다.


유정민 회장이 쓰러지고 10여 분쯤이 지났을까, 김 비서가 연락한, 구급대원이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와 유정민 회장을 부축하려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유호진의 정신이 일 순간 돌아온다.


눈앞을 가로막던 거짓된 환상들이 사라지고, 잔혹한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뭐, 뭘 하고 있는···”


자신의 눈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버지.


“아, 아버지··· 이게 무슨···”


그리고 옆을 돌아보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피 묻은 나이프 한 자루.


그제야 아까의 기억이 돌아온다.


“내, 내가 설마··· 아버지를··· 아, 안돼··· 아버지!!!”


효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마지막 절규는 너무 처절했다.



###



[얼마 전.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은 유경 그룹 2세 유경건설 유호진 본부장이 집안에서 아버지 유경 그룹 유정민 회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 씨를 긴급체포한 뒤 조사중에 있습니다.]


모든 게 잘 끝났다.

유준호는 마약 투약, 존속 살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정도 범죄혐의에 그를 막아주던, 유정민 회장까지 죽었다.

이건 재벌이 아니라 재벌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최소한 징역 20년 이상은 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형량을 무기징역을 받든 사형을 받든 크게 의미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1년 이상 살기는 힘들 테지.’


마혼술(魔魂術)이 마교에서조차 악독한 환술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처음에는 주변을 해하다가, 종국에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하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길어야 1년 내로 끝난다.


[체포된 유호진 유경건설 본부장은 유정민 회장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는 현재 말하지 않고 있으며, 체포 후에도 허공에 대고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전형적인 마약 중독증상을 보였습니다.]


삼촌이 보고 있던 TV를 끈다.

그러고는 한숨을 푹 내쉰다.


“하아, 결국 이 사달이 났네···”

“안타까우세요?”

“글쎄··· 솔직히 처음에 네가 그 영상을 가지고 제보하자고 했을 때만 해도, 복수할 수 있겠다 싶어서 기쁜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저렇게 되니 조금 안타깝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스스로 마약에 중독되어서 저런 건데요. 이미 저 사람은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거예요.”


삼촌이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는 내게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유호진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만약 지난번 마약 수사 때, 제대로 법의 처벌을 받고 형을 받았다면, 지금 같은 비극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결국 죗값을 치르는 걸 피하다 스스로 화를 입은 거죠.”

“후우··· 그런가··· 아, 맞다. 준혁이 너 정말, 그 영상 보내준 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

“저도 어쩌다 보니 얻게 된 거예요. 정말 모른다니까요.”

“그러면 다행이지만···”


그릇 정리를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삼촌은 어느새, 신발을 신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담배 피우시고 오시려고요? 적당히 피우세요. 그러다가 건강 안 좋아져요.”


‘아직은 괜찮아 보이지만···.’


무림에서 있는 동안, 의술도 어지간한 의원들 수준은 진작에 뛰어넘었다.

적어도 지금 삼촌의 건강 상태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밥 먹고, 이거 한 대 못 피우면 살아서 뭐 하냐.”

“같이 내려가요. 저도 밑에 내려가서 뭐 좀 사야 해요.”


그렇게 아파트 1층 흡연구역으로 가 삼촌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넌, 그런데 휴일인데, 젊은 놈이 어디 안 놀러 가고 이렇게 늙은이 상대나 해주고 있어도 되는 거냐?”

“제가 놀러 갈 때가 여기 말고 어디 있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지연이가 너무 안 온다고 자주 좀 오라고 하더라고요.”

“지연이가 너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건가? 하하하.”


나는 삼촌의 이야기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어휴, 가족끼리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삼촌도 잠깐 웃으며, 담배를 한 모금 빤다.

그러고는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기 시작한다.



“후우, 다음 달부터 다시 서로 복귀 하란다.”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이번에 사건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장이 사건 뭉개고 나 파출소로 좌천시킨 게 드러났잖냐. 근데, 여기에 엮인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라, 나 좀 달래보겠다고 다시 복귀시키는 모양이다.”

“하여간, 어디든지 빌붙어서 피 빨아 먹는 모기 같은 새끼들은 있네요.”


삼촌이 내 이야기에 담배를 내려놓고 크게 웃는다.


“하하하. 그래 맞다. 딱 피 빨아 먹는 모기다. 그래도 어쩌겠냐. 복귀 시켜준다는데 해야지.”

“파출소장도 괜찮으시다면서요.”

“일 강도야 그렇지. 그런데 나는 그래도 서에서 직접 나쁜 놈들 잡는 쪽이 더 좋다.”

“그런가요? 아무튼 축하드려요. 그럼, 이제는 주말에나 보겠네요.”


그러자 삼촌이 피우던 담배를 끄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내게 말 한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도 같이 갈 거야. 위에는 다 이야기 해놨어.”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 같은 순경 나부랭이가 서로 가도 되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 인마. 내가 앞으로 빡세게 굴려서, 형사 1인분 제대로 하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고작해야 순경 생활 2달이 조금 넘은 시점, 나는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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