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무한 여고생 헌터 3:3 안 오면 지상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뭇찌
작품등록일 :
2019.07.20 19:35
최근연재일 :
2019.08.02 23:5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097
추천수 :
202
글자수 :
72,495

작성
19.07.22 20:20
조회
608
추천
19
글자
10쪽

수련 - 내공전수

DUMMY

그때, 마침 여동생이 문을 열고 나왔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돌아온 하윤이는 솔직히 오빠인 내가 봐도 예뻤다. 원래는 강아지 같은 얼굴이지만, 제대로 화장하면 피부가 더 하얘지고 말랑말랑해져서 모찌 같으면서도 차갑고 도도한 여자애로 보여 귀여웠다.

화장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기다. 실제로 보정까지 한 프로필 사진을 보면 여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뻐서, 소파에 누워있는 실물을 보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뭐 하고 있어?”


하윤이가 불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시선에 수희가 황급히 내게서 떨어졌다.


“스킨십.”

“···여고생한테 스킨십 하는 게 어딨어!”

“수희가 피곤해해서 안아준 거야.”


그러자 여동생이 나를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양 노려보았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피곤해서 호텔까지 가겠어.”


하지만 금방 적절한 말을 찾아낸 하윤이가 나를 비꼬았다. 이렇게 말 잘할 때를 보면 나보다 낫다 싶다. 슬쩍 수희의 반응을 보자, 수희는 고개를 돌린 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호텔에 미성년자는 못 들어가니까, 집에서···. 아니, 내가 호텔을 인수하면 되잖아.’


그러곤 갑자기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회귀자다운 철저함이었다.


“마음에 맞으면 갈 수도 있는 거지.”


내가 말했다. 그러자 수희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야. 염제님이랑 나랑 동갑인데, 너는 여동생 나이의 여고생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거야?”


하윤이가 다시 도끼눈으로 말했다.


“여고생이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난 수희가 예뻐서 좋아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염제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다. 오랜만에 꼴리네.’


염제가 발정 났던 것이다. 나도 여동생이 있는 사람이라 세상에는 선한 여고생도 있고 악한 여고생도 있다는 건 알지만,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라 내심 놀랐다.


“수련시켜줄게.”


염제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응. 먼저 먹고 있어, 하윤아.”


나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그러나 여동생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무슨 수련?”

‘그거 하는 건 아니겠지···?’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여동생도 볼을 붉게 물들였다. 하윤이는 내가 수희와 잠자리에 드는 것을 상상했지만, 여동생이 오빠의 그런 사생활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며 떨쳐냈다. 그래도 반대로 내가 하윤이와 하윤이의 남자친구를 상상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모든 오빠가 느끼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때가 두렵다.

수희와 나는 거실로 갔다.


“나는 네가 헌터 시험에서 만점 받는 것을 목표로 싸우는 법을 가르칠 거야.”


염제가 말했다. 그 말에 파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하윤이가 입에서 빙수를 분출했다.


“헌터 됐어? 대박! 그럼 이제 우리도 부자로 살 수 있겠네!”


오빠가 목숨을 걸고 괴물들과 싸워야한다는 점은 안중에도 없고,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신난 여동생이었다.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먹고 있어.”


눈을 동그랗게 떴던 하윤이가 내 말을 듣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의 항의였으나, 무언이었기에 무시했다.


“시험까지 며칠 안 남았으니까, 설명은 짧게 할게. 우선 벗어.”


염제가 말했다.


“갑자기 이상한 거 하는 거 아니지?”


여동생은 아직도 몰래 카메라인 줄 알고 있었다.

나는 “신체 강화”라 조용히 말하고, 옷을 벗었다.


[근력이 5 상승했습니다.]


그러자.


‘···여동생만 없었어도.’


염제의 무서운 생각이 읽혔다. 하지만 그 음험한 욕망도 그녀의 실제 나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갔다. 무한회귀자인 염제는 합법 여고생인 걸 넘어서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과거 설정을 넣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세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고고한 꽃이 되었지만, 인간성을 회복한 지금은 성욕이 폭발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나는 내 몸을 보았다. 신체 강화 덕에 내 몸이 그럭저럭 볼만해진 덕도 있는 것 같았다. 특별히 단련됐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지만, 원래 책에 찌든 몸이 그래도 꽤 괜찮은 몸이 되어 있었다.


“가부좌 틀고 명상해. 너한테 줄 수 있는 만큼의 내공을 넘겨줄게.”


염제가 말했다. 그런 설정은 분명 무협이 섞인 소설에 있었다.

내공전수. 그건 그 무엇보다도 귀한 힘을 양도하는 것이기에 분명 연이 깊은 상대에게나 받을 수 있는 수은(殊恩)이었다. 흔히 말하는 기연, 레벨업 이벤트를 받게 된 것도 좋았지만, 그만큼 그녀에게 호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더 좋았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공전수는 자칫하다 폐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물론 염제는 절세고수다. 그녀 정도의 실력자가 실수를 하진 않겠지만, 문제는 그녀는 내가 회귀자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일반인인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내공을 전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주인공이 폐인이 된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긴 한데, 나는 ‘주인공’이라 칭하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나는 심법을 익힌 적이 없는데, 괜찮아?”


나는 솔직하게 물었다.

심법은 내공을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지만, 나는 당연히 익힌 적이 없었다.


“헌터에겐 굳이 심법이 필요 없어.”

“기(氣)가 마나와 같은 거라서 그래?”


그러고 보면 이런 설정도 있었다.


“그래. 역시, 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그녀는 나를 다시 보았다는 듯이 말했다.

질문을 마친 나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했다. 심법은 몰라도 명상법은 알았다. 설마 어릴 적 재미삼아 배웠던 수련법이 정말 세계를 구하는 데에 사용될 줄은 몰랐다.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며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녀의 손이 내 등에 닿았다.


그 순간.


몸속에서 불같은 기운이 요동쳤다.

해야 할 일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불꽃을 다스려야만 했다. 나는 평정을 유지하며 숨을 깊게 내쉬고, 들이마셨다. 뜨거운 열기가 호흡과 함께 사그라지고 거세졌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기의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순, 불이 전신을 타고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미친 듯한 열기에 숨이 가빠지고, 전신에 땀이 줄줄 흘렀다.


“서희윤!”


하윤이가 놀라 부르는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전신이 불타고 있었다. 그랬다.

이건 주화입마(走火入魔)였다.


“정신을 집중해.”


염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명상을 시도했다.


“그 불은 기에서 나온 거야.”


필연적으로 기로 없앨 수 있다는 말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도 불은 거세질 뿐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불을 없애려 하지 말고, 애초에 뜨겁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의 말에, 나는 무언가 깨달음을 느꼈다.


“각성.”


나는 조용히 말했다.

찰나의 번뜩임. 개연성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불길은 사그라들었다.

눈을 뜨자, 메시지가 보였다.


[신체에 불이 깃들었다.]


“···내 예상보다 성취가 빠르네.”


염제가 담담하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심법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실력이야. 재능이 있구나.”

‘···정말 주인공 같아.’


무심한 어조와 다르게 수줍음이 가득한 속마음이었다.


“서희윤, 괜찮아?”


하윤이가 놀라서 달려왔다. 이 녀석은 내가 죽기 전에는 오빠라 부르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괜찮아.”


상반신 대부분에 화상을 입어 죽고 싶을 정도로 쓰라렸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굳이 여동생을 더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내공은 전해졌어. 잠시 쉰 뒤에 다음 수행을 하자.”


염제가 말했다.


“세계를 구하러 간다고 했던 거, 진짜였구나.”


하윤이가 드디어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 마. 돈이든 뭐든 목숨이 제일 중요하잖아.”


의외의 모습이었다. 방금 전만 해도 오빠가 헌터가 됐다고 해서 아이처럼 신나하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나를 걱정해주고 있던 것이다. 그런 여동생을 염제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야.”


염제가 말했다.


“서희윤이 없어서 멸망할 세계면 멸망하면 되잖아.”


하윤이가 매번 님 자를 붙이던 염제를 상대로 당차게 말했다. 염제의 표정은 더욱 싸늘해졌지만, 내겐 기특하게만 보였다.


“하윤아, 괜찮아.”


내가 말했다.


“꼭 네가 해야 하는 거야?”


여동생이 나를 보며 말했다. 울 일도 아닌데, 이럴 때 보면 눈물이 많았다.


“내가 해야 해.”

“죽으면 어떡해.”


여동생이 내게 안겼다. 그 가냘픈 감촉에 옛날 생각이 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때는 꽤 사이가 좋았었는데, 내 인생이 망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었다. 가족이라곤 해도 원래 그런 법이다. 나도 쓰는 소설이 잘되어 가족들에게 용돈 주는 상상을 했던 적은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망상에 그쳤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됐으니 못난 오빠에서 다시 좋은 오빠가 되고 싶었다.


“걱정하지 마. 난 죽을 생각 없다.”


나는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맨날 이번엔 잘될 것 같다고 해놓고 망하는 사람이.”


갑자기 촌철살인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을 그렇게 만든 것도 나였다.

나는 여동생을 품에 안은 채, 설정 하나를 추가했다.


-여동생이 걱정하기에 죽을 수 없다


우스운 설정이었으나, 무사히 통과되었다.


[체력과 정신력이 25 상승했습니다.]


원래 소설에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힘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덕분에 주화입마로 떨어졌던 체력이 전보다 더 늘었다. 그 고마운 마음이 더 와닿아서, 나는 피식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 여고생 헌터 3:3 안 오면 지상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헌터 시험 (1) +6 19.08.02 442 15 13쪽
14 헌터촌 (4) +3 19.08.01 268 10 9쪽
13 헌터촌 (4) 19.07.31 343 10 10쪽
12 헌터촌 (3) 19.07.30 345 11 12쪽
11 헌터촌 (2) 19.07.29 323 8 8쪽
10 헌터촌 (1) +2 19.07.27 342 13 13쪽
9 여동생이 너무 강함 19.07.26 407 13 9쪽
8 절정고수가 된 여동생 +5 19.07.25 492 13 20쪽
7 염제의 신뢰를 받다 +4 19.07.24 443 14 7쪽
6 수련 - 검수지옥 19.07.23 539 13 8쪽
» 수련 - 내공전수 +3 19.07.22 609 19 10쪽
4 SSS급 여고생 헌터를 길들이는 법 (2) +2 19.07.21 794 19 14쪽
3 SSS급 여고생 헌터를 길들이는 법 (1) +3 19.07.20 982 15 15쪽
2 문피아의 엑스트라 +4 19.07.20 1,159 18 10쪽
1 프롤로그 +7 19.07.20 1,610 1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