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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김

전생 덕에 괴력 중식셰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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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김
작품등록일 :
2021.07.26 23:51
최근연재일 :
2021.11.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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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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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6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6>

DUMMY

“내 말 좀 들어줘 제발.”

“며칠째 징징징! 시킨 거만 하라고!”


김유빈의 불룩 솟아오른 핏줄을 보며 유전은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좋은 말로 할 때 가만히 있어라.”

“······”


이집트 병사가 노예 굴리듯 혹독하게 몰아쳤다.

그래놓곤 폐인처럼 사느니 바쁘게 살게 하는 게 동생한테도 좋을 것이라 합리화를 시작했다.


‘쓸 수 있을 때 써먹어야지.’


솔직하게 말하면 김유전은 아직 쓸만했다.

셰프라는 명성과 미디어에 방대한 인맥.

새로운 브랜드와 잘 매치만 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다.


나름 노력한다고 짜 온 레시피를 보니 유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주석과 꼼꼼한 비율까지 확인해 다른 전문가를 쓸 돈 벌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끼이익


“부르셨습니까. 상무님.”

“네. 박 팀장님 담당자가 구상한 메뉴 라인업 입니다.

“네.”

“뭘 가만히 앉아있어. 자료 넘겨드려.”


새로 영입한 포석정의 최고 책임자 박장학.

김유전이 가져온 메뉴 구상안에 볼펜 자국을 남기며 쓸만한 제품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손을 움직이는 속도가 예사가 아녔다.


비가 우수수 내리는 손길을 보니 이윤이 높은 상품 위주로 골랐다.


‘역시 돈이 최고야.’


박장학은 본래 경쟁사의 제품 개발 총괄자.

공장생산 위주의 상품을 기획하고 중저가 히트상품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다.

항간에는 저질 재료를 사용하네. 조미료만 들이부어 혀를 마비시키는 미각 테러범이라 까이지만.


매출은 확실하게 책임졌다.


“포테이토 핫도그, 회오리 감자, 큐브 스테이크 같은 메뉴들은 없군요.”

“김유전 대답해드려.”

“그야 명성 그룹에 걸맞은 고급 요리들을 선보여야죠. 스트릿 푸드 계열이라 퀄리티를 중시해 밀랍을 넣은 아이스크림이나...”

“그래요? 저한테 지시한 내용관 다르긴 한데.”

“네?”


멍한 표정으로 있던 김유전은 자료를 돌려받더니 금세 얼굴이 굳어갔다.

유빈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보니 신기했다.

자신이 지시한 건 제품화가 편한 소위 ‘안전빵‘에 가까운 메뉴만 만들라 지시했다.


그리고 셰프에 몸담고 있던 김유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불만을 터뜨렸다.


“이게 뭔데? 기성 상품이나 반조리로 나오는 메뉴만 골라놨잖아. 이럴 거면 왜 구상해오라 한 거야?”

“시끄러워. 니가 얼마나 쓸만한지 확인하는 절차니까.”

“하?”

“가서 박 팀장이랑 공정부터 잡아놔. 설비 세팅을 빨리 마쳐야 생산 들어가야 일정에 간신히 맞출 테니까.”

“그렇지만! 분식계 카피 메뉴나 냉동식품을 튀겨주기만 하는 수준이면 중저가는커녕 싸구려 이미지로 굳어버린다고 그건 곧 명성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인트를 맞은 김유전은 바닥에 굴렀다.

옆에서 박 팀장이 헛기침하며 고갤 돌렸지만, 보건 말건 상관없다.


“우리가 아니고 내 브랜드야. 쫑알쫑알 토 달지 말고 가서 시킨 거나 해.”


남 앞에서 추태를 부리게 만든다. 쓸모없는 동생 놈.

그러니까 진작 말을 들었으면 좀 좋아.

괜히 성질만 뻗치네.


“잘 들어. 생산 일정 늦으면 모두 네 책임이다 죽어 라고 맞춰.”

“윽... 윽...”

“대답.”

“네...”


***


내가 달성한 미슐랭 3스타는 국뽕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마침내 국회에 계신 무거운 분들 입에도 오르락내리락했다.

거기에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쉐이킷 유린기‘의 업적까지 또 한 번 들썩이며 논공행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도 나왔고.


결국엔 청와대에서 먼저 움직여 우리를 초청했다.

나뿐만 아니라 조리장들이랑 강희 씨까지 모두다!


“입술이 바싹 마르네요.”

“여기도 별거 없어요. 어차피 좀 큰 사무실인데요 뭐.”


나보다 훨씬 담이 큰 여자다.

청와대를 큰 사무실이라 부르는 거엔 헛웃음이 나왔다.


“강희씨... 그래도 청와대를 사무실이라 하는 건 좀...”

“저기 경호원님 오시네요.”


어느새 찾아온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소지품을 검사하고 사진을 찍고 내부로 들어갔다.


안내받은 홀에는 다과와 뱃지와 두피가 반짝이는 높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익숙한 얼굴 옆에 앉아 청와대 초청 다과회가 얼마나 영광스러운지에 대해 설파하는 담당자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얼마 안 가 대통령도 도착했고 행사가 시작됐다.


“자랑스러운 셰프 여러분.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격식이 없다고 해야 할까?

동네 아저씨 같다고 해야 할까?

말은 더없이 정중했지만 친근함이 묻어나오는 말투로 연설을 시작했다.


흔히들 정계가 복마전의 중심이라 하는데

복마전의 수장치곤 사람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소감문 발표 시간이 왔다.

초청받은 우리의 이력을 듣는 시간으로 미리 준비해온 자료 들고 일어서려는데.


대통령이 동석한 김필승 위원장을 쳐다봤다.


“김 위원장님 셰프님들은 매일 힘든 곳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분들이지 않습니까?”

“아 네. 현장 환경은 흔히 힘들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뭘 시키면 되겠습니까?”

“네?”

“저기 자료도 준비 해오신 것 같은데. 대신 읽어 주시죠.”

“아 예예.”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조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열 정리하는 건가. 괜히 나만 불편해지게.‘


굳이 외부인들이 있는데 이래야 하나 싶지만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행사 진행자가 운영에 대한 브리핑과 관광특수 도시 한강 계획을 발표했다.


“평 상무님한테 들으셨죠 셰프님?”

“네. 아주 훌륭한 계획이더군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앞에 있으니 눈치껏 칭찬하자.


“저번 밀키웨이 필드도 셰프님 만한 업적을 세운 분이 없는데. 혹시 이번에도 참가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말은 질문인데 표정만 보면 협박 같다.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오면 경호원들 데리고 진실의 방으로 따로 부르지 않을까?

일단은 사려야겠다.


“네 무척이나 좋은 기회니. 오히려 먼저 말씀해주셔서 감사하죠.”


에둘러 대답했지만 여기선 별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대통령이랑 김필승이 동시에 입꼬리를 올리는 걸 봐선.

내 대답은 정답인 모양이다.


하다 보니 다과 회라기보단 새 사업 발표회나 다름없이 흘러갔다.

검은 옷 입은 덩치 아저씨들이 유인물을 나눠줬다.


“다른 셰프님들도 관심 있다면 경청 부탁드립니다.”


한강 주변에 휴게, 편의 시설에 심지어 숙박시설까지 들이는 대규모 사업.

까막눈이 보더라도 한강에 천지 개벽급 변화가 있을 것이란 건 자명한 일이었다.


그리고 선두는 요식업.

나를 얼굴마담으로 세우려는 방법으로 출발한 건 참고자료에 있는 내 얼굴과 우리 매장 사진을 보면 어린애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입 싹 닫고 보상을 주지 않는 저번과는 다르게.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다.


“이번에 괄목할 성과를 낸다면 더 플래티넘과 본사에 한강에 새로 지어질 숙박시설에 우선 분양권을 드린다고 약속드립니다.”

“?!“


한강 뷰 아파트?

물론 계획만 봐선 오피스텔에 가깝긴 했다.

그래도 위치가 좋은 만큼 한참 솟아오르는 부동산값에 편승해 천정부지로 오를 건 당연지사다.


”그리고 오늘 일은 오프 더 레코드니 우리끼리의 비밀로 합시다.“


마무리는 입막음.

행사가 끝나고 차로 돌아온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너무 조용히 있던 탓일까? 운전석에 강희 씨가 입을 열었다.


”괜히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요. 달인씨.“


지금까지의 쌓은 시스템은 가져올 수 없는 새로운 전장으로 내던져진 건 맞지만 그게 강희씨 탓만은 아닌데.

그런 곳으로 내몬 장본인이 자신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기선 오버해서 라도 안심시켜 줘야겠다.


”네? 뭐 가요. 전 너무 기대돼요.“

”정말요?“

”비싸고 고급스런 재료로 높은 분들 상대하는 게 질리던 참이었거든요.“

”아.“

”그리고 이번엔 보상도 대통령님이 약속했으니 의욕이 샘솟네요.“

”후훗. 한강뷰가 펼쳐진 집 사고 싶어요?“

”그럼요! 꼭 성공해서 같이 살고 싶어요.“


남자라면 돌직구다. 굳이 돌아보진 않아도 시선이 느껴졌다.

주어를 빼먹어도 자동완성처럼 뭐라 말하려 했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입 밖으로 꺼내니 좀 부끄럽네.


함께 얼굴이 빨개진 채.

주차장 차단기가 올라가는 걸 진귀한 풍경인 마냥 바라봤다.


***


새 사업에 뛰어든다.

말은 쉽게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제일 걸리는 건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더 플래티넘을 떠나야 하는 것.


’미안 조리장들.‘


그렇지만 저번에 사이토를 만난 이후로 내 맘은 줄곧 어지러웠다.

레스토랑에서 얻을 수 없는 보람을 찾기 위해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다.

언제고 함께 있을 수는 없으니 빠르게 일정을 준비했다.


틈틈이 레시피를 정리하고 기술을 직접 지도했다.

이것이 저들을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신입 긴장하지 말고 마판부터 잡자.“

”네넵!“

”후인이는 마판 넘어오면 체크 한 번 더 부탁하고.“

”예.“

”중아 튀김솥 불 내리고 웍 잡아보자.“


각 판의 기술들을 모두 공유했다.

내가 레이븐 본점을 떠날 때 받은 것 처럼 인수인계는 확실해야 하니까.


그러다 결국 올 것이 왔다.


”달인 세프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이번에 떠나면 다시 안 올 겁니까?“


마감이 끝난 어두운 주방.

가장 많이 배우고 있던 후인과 민기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벽까지 몰렸으니 이젠 도망칠 구석이 없다.


”상류층을 지향하는 틀에서 벗어나. 제 요리를 찾아 떠나고 싶습니다.“

”허...“

”아...“

”아쉽겠지만, 더 플래티넘 잘 부탁해요.“


후인이와 둘 중 한 명을 헤드로 올릴 생각이다.

떠나기 전엔 헤드의 기본소양

요리 순서와 주방을 다잡는 법을 완전히 가르치면


’직급도 오르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헤드가 되는 거니. 나라도 마냥 싫어하진 않겠네.‘


현실적으로 보자면 그런 거다.

어떤 생각인진 모르지만.


”이미 마음먹으셨네요.“

”네.“

”하~ 어쩐지 중이씨한테 불판 가르쳤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하핫. 그래야 후인이도 휴가는 쓸테니까요.“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니 확실히 마무리 짓는다.

둘 은 기왕 늦은 김에 얘기나 더 하려는지 조리대에 몸을 기댔다.


”가면 어떤 요리를 만들려구요?“

”싸고 맛있고 배부른 요리가 목표예요.“

”그러려면 고생 많이 하겠네요. 손이 많이 갈수록 맛있어지니까.“


어느새 내 앞길을 고민해주고 있었다.

참 착한 사람들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후인이 입을 열었다.


”그럼 만두는 어때요? 역시 한국인 하면 역시...“

”냉동으로도 먹는 걸 나와서까지 먹을까?“

”달인 셰프님 말이 맞아요. 그리고 겨울이면 모를까 여름엔 만두 가게 근처도 안 가죠.“


수증기가 폴폴 날리는 만두 집.

추울 땐 인기지만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 근처도 안 가려고 멀리 피해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것 말고도 떡볶이, 토스트까지 생각 안 해본 게 없다.

하다못해 우리 디저트류인 고구마 빠스나 지마구도 말해봤지만


”간식보단 식사가 낫겠죠. 배도 부르고 손님들 기억에도 남기고.“

”그럼 역시 볶음밥?“

”나쁘진 않죠. 짜사이 볶음밥이나 계란 같은 것도요.“


곰곰이 생각하던 후인이가 입을 열었다.


”볶음밥이라 대만에 닭 날개 볶음밥 같은 건 어때요?“


어감부터 좋다.

닭 날개란 치트키에 볶음밥.

파스타와 토마토처럼 실패할 리 없는 조합이었다.


후인이는 음식 사진을 금세 찾아서 내밀었다.

후기 블로그만 해도 그 흔한 백중원 레시피 만큼이나 많은 게 명실상부한 인기 메뉴인가보다.


”이거 어디서 먹어볼 수 있어?“


후인이가 빙긋 웃더니 대답했다.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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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6화 - 소상공인을 규합하라 <3> 21.11.01 78 2 11쪽
96 95화 - 소상공인을 규합하라 <2> 21.10.31 82 2 11쪽
95 94화 - 소상공인을 규합하라 <1> +2 21.10.30 87 1 11쪽
94 93화 - 영웅 옆 컴패니언 <3> 21.10.29 82 2 11쪽
93 92화 - 영웅 옆 컴패니언 <2> 21.10.28 94 3 11쪽
92 91화 - 영웅 옆 컴패니언 <1> 21.10.27 94 3 11쪽
91 90화 - 닭으로 승부한다 <3> 21.10.26 106 2 11쪽
90 89화 - 닭으로 승부한다 <2> 21.10.25 99 2 11쪽
89 88화 - 닭으로 승부한다 <1> 21.10.24 104 3 11쪽
88 87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7> 21.10.23 103 2 11쪽
» 86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6> +2 21.10.22 111 2 12쪽
86 85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5> 21.10.21 112 2 11쪽
85 84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4> 21.10.20 109 2 11쪽
84 83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3> 21.10.19 126 3 11쪽
83 82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2> 21.10.18 129 4 11쪽
82 81화 - 시동! 푸드 보트 in 한강 <1> +2 21.10.17 141 3 11쪽
81 80화 - 세계로 뻗어나가는 쉐이킷 유린기 <7> 21.10.16 149 3 11쪽
80 79화 - 세계로 뻗어나가는 쉐이킷 유린기 <6> 21.10.15 145 3 11쪽
79 78화 - 세계로 뻗어나가는 쉐이킷 유린기 <5> 21.10.14 14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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