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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티 님의 서재입니다.

나 빼고 전부 겜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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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티
작품등록일 :
2019.08.24 19:08
최근연재일 :
2019.09.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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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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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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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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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2)

DUMMY

모든 프로젝트를 잠정 중지하고 액트는 슈퍼 다리오 2의 제작에 들어갔다.

슈퍼 다리오 2는 제작자인 미나모토 시기루가 추천하는 넘버링이지만 정작 유저들 사이에선 그리 인기 있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 게임을 슈퍼 다리오의 해적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아마 올드 게이머들에게 뽑으라면 슈퍼 다리오 3를 뽑겠지.’


그런 점에서 차인호는 슈퍼 다리오 3를 토대로 만들려는 생각도 했었다.


“빨리빨리 만듭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독촉해대는 김재웅 대표의 꼴이 보기가 싫어서 일단 슈퍼 다리오2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개발을 시작했다.

슈퍼 다리오가 성공했다고 개발 인원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시스템과 스테이지가 있는 슈퍼 다리오 3는 제작할 엄두도내지 못 했다.


“어? 이거 대표 아냐?”


사무실에 있던 직원의 말 한 마디에 모두 우루루 모여들었다.


[게임의 아버지. 액트를 이끄는 수장 김재웅 대표를 인터뷰하다.]


“게임의 아버지?”

“난 저런 아버지면 가출할 거야.”

“가출 받고 족보에서 나간다. 진짜.”


직원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차인호는 조용히 직원이 스크롤을 내리는 것에 따라서 인터뷰를 읽었다.


Q. 게임이라는 건, 어떻게 생각했는지?

김재웅 : 우리에겐 많은 놀이가 있지만 고도로 발달된 IT 산업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얼중얼.

잘도 끼워 맞춘 인터뷰 내용들이다.


Q. 슈퍼 다리오의 제작 배경이 궁금하다.

김재웅 : 슈퍼 다리오는 제가 어릴 적부터 생각해온···.


“지가 뭘 생각해? 주워 먹어놓고.”

“와, 이건 좀. 사탄도 혀를 내두르겠네.”

“지옥에서 기립박수 치고 있다. 진짜.”


다시 한 마디씩 거들던 직원들이 조심스럽게 차인호의 얼굴을 살폈다.

차인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슈퍼 다리오를 자기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김재웅 대표가 만든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개발 과정에 있어 김재웅 대표는 필요 없는 존재였다.


“다들 좋은 아침~”


때마침 들어온 김재웅 대표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아빠 왔네.”

“뭐라고?”

“저희 개발 얘기 중이었슴다.”


김재웅 대표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하더니 그대로 대표실로 들어갔다.

슈퍼 다리오의 성공으로 인해 수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김재웅 대표가 득을 보는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세계에 게임을 알리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좀 그렇지.’


개발자의 공을 가로채는 건, 좋지 않다.

한때 게임 업계를 대공황으로 몰고 갈 뻔한 아타리 쇼크가 일어났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이유였다.

게임을 만든 개발자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으니 개발자들도 대충 만들기 시작했다.

거기다 부를 가져가면서 명예까지 가져가려 하다니.


“이건 한 마디 해야···.”


♬♪♩


차인호의 핸드폰에서 웅장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액트의 차인호씨 핸드폰 맞습니까?]

“네. 그런데요.”

[성월전자에서 전화 드렸습니다.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성!”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전화를 받던 차인호는 황급히 사무실을 나왔다.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성월전자가? 저를?”

성월전자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대기업인 성월의 전자산업을 담당하는 곳 이었다.

대한민국을 일컬어 ‘성월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의 대기업.

수많은 분야에서 문어발 형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특히 강한 분야가 전자였다.


‘그런 곳에서 나를? 왜?’

“네. 괜찮습니다.”

[그럼 시간 괜찮으실 때,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뭐야 이거?’


성월전자에서 직접 찾아온다?

성월전자 정도라면 오세요. 한 마디에 예! 하고 꼬리 흔들며 뛰어갈 사람이 널렸을 것이다.

물론 차인호는 그럴 성격도 아니고 게임 말고는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도 괜찮습니다.”

[그럼 지금 찾아가겠습니다. 근처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차인호는 일부러 끊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성월전자 쪽에서 먼저 끊는 지를 보고 싶었다.

10초가 흘러도 여전히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직접 전화를 끊고도 얼떨떨해서 한참 핸드폰의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직접 찾아오고. 전화도 먼저 안 끊어?”


차인호 나름의 방법 중 하나였다.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고 싶은 것인지를 파악하는 방법.

생각이 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일단 만나보기로 결정한 차인호는 근처 커피숍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 봐라?’


커피숍에는 혼자도 아닌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반듯한 남녀 두 명.

곧이어 사내가 명함을 주었고 그곳에는 상무라는 직함이 적혀있었다.

약 10만명으로 구성된 성월전자 내에서도 단 100명뿐인 상무 중 한 명이 자신을 만나러 왔다?


“성월전자는 게임 산업화에 관심이 있나 봐요?”

“네?”


차인호가 던진 말에 성월전자의 상무는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가 커졌다.

말 그대로였다.

이미 성월전자에서는 TONG 때부터 예의주시 하고 있었고 슈퍼 다리오의 성공과 함께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89년 일본의 게임기도 직접 한국에 가져와서 판매하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성월전자였으니.

무슨 의도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차인호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세계가 바뀌어도 역사는 그대로 흐르네.’


본래 세계에선 성월전자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게임 산업에 참여했다.

직접 가져와서 판매했던 게임기의 판매량이 저조해서 곧 시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글화도 시도하고 협회도 만들었다.


“그러면 김재웅 대표를 만나야···?”

“아닙니다. 저희는 차인호 님을 모셔가려고 온 겁니다.”

“저를요?”


대부분은 김재웅 대표가 주가 되어 개발했다고 알기에 차인호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


“차인호님이 개발의 중심이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랑 같이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좋은 기회였다.

성월전자라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 분명했다.

인력도 충분할 것이고 마케팅이나 경영, 사업엔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게임만 만들 수 있는 환경일 것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과연 그곳에 자유가 있을 지는 알 수 없었다.

거기다 자신을 믿고 있는 조철웅이나 액트의 직원들도 마음에 걸렸다.


“···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어떤 환경이든 원하는 대로 맞춰드릴 겁니다. 잘 생각해보시고 연락 주세요.”


마지막까지 흔들리는 말을 남기고 성월전자의 상무는 떠나갔다.

만약 성월전자로 소속을 옮긴다고 해도 당장 옮길 생각은 없었다.

슈퍼 다리오2 의 개발은 끝내고 가고 싶었다. 자식을 버려두고 갈 생각은 없었다.


“게임의 아버지는 내가 아니지만.”


무더위가 기승부리던 여름도 어느새 끝나가고 있었다.

개발 인력은 조금도 늘지 않았지만 슈퍼 다리오2 는 기존에 개발했던 슈퍼 다리오1에 덧붙이는 형식으로 개발되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올 때까지 개발은 계속 되었지만 인력 충원은 없었다.


“대표님. 저희 충원···.”


혹여나 사람 좀 뽑자고 말이라도 나오면.


“어. 그래. 잠깐만.”


핸드폰을 들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서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그나마도 회사에 자주 안 보이는 양반이 또 사라지면 의사 결정에도 문제가 생기니 충원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날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김재웅 대표, 아직도 출근 안 했어?”

“뭐, 그렇지.”


대표 얘기라면 눈 뒤집고 같이 욕하던 조철웅이 조용했다.

무언가 아는 게 있는 눈치였지만 차인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묻는다고 해서 좋은 대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점심시간이 되어 직원들은 다 같이 나왔지만 또 다시 파가 갈렸다.


“전 요즘 상황이 안 좋아서···.”


한 명이 슬쩍 빠지자 몇 명도 따라서 빠져나갔다.

분명 매출도 나왔고 기자들도 인터뷰해갈 만큼 회사는 떠올랐지만 복지는 전혀 없었다.

어디로 갈지 회사 앞에 서서 웅성거리던 직원들 앞에 차 한 대가 멈췄다.


“어, 저거 대표 아냐?”


차에서 내린 것은 김재웅 대표였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딱 하나가 달랐다.


“차 바꿨네?”


멀리서 김재웅 대표를 보고 있던 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벤츠 S 클래스 아니야?”


적어도 2억은 넘는 차였다.

본래 아반떼를 몰고 있던 대표의 차가 순식간에 고급 세단으로 탈바꿈했다.


“사람은 안 뽑고 차를 뽑았네.”


다른 직원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차인호는 전혀 웃지 않았다.

되려 차인호는 성큼성큼 김재웅 대표를 향해 걸어 나갔다.

평소 차인호의 성격을 알고 있던 조철웅은 황급히 다가가 붙잡았지만.


“놔.”


확 제쳐버리고 차인호는 김재웅 대표에게 다가갔다.


“···? 뭡니까?”

“차 바꾸셨네요.”

“그럼 안 됩니까?”

“직원은 뽑지도 않으면서 차는 바꾸셨네.”


김재웅 대표의 얼굴이 확 바뀌었다.

당황하거나 찔리는 얼굴이 아니었다.

분노.


“경영은 내가 합니다. 다 경영에 필요하니까 바꾼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신경을 안 씁니까?”


김재웅 대표가 피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픽 던졌다.


“인호 씨. 내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말했죠. 가만히 있으라고. 근데 더 이상은 가만히 못 있겠습니다.”

“가만히 못 있으면 뭐?”

“퇴사하겠습니다. 사람을 뽑든지, 저한테 전권을 주든지, 아니면 짜르든지.”


김재웅 대표는 피식 웃었다.


“당신이 뭐라도 되는 것 같아?”


그 한 마디에 말리러 왔던 조철웅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없어도 돼. 우린 못 만들 것 같아?”


안 그래도 김재웅 대표에게 차인호는 이에 가시였다.

사무실에서 자신이 은근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걸, 김재웅 대표가 눈치 채지 못 할 리가 없었다.

김재웅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차인호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무능했던 김재웅 대표에 비해 차인호의 일처리가 확실한 게 이유였으니까.


“그럼, 한번 잘 해봐.”


차인호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야! 인호야!”


조철웅이 후다닥 뛰어와 차인호을 돌려세웠다.


“너 가면 어떻게 하라고?”

“어떻게든 된다고 하시잖냐.”

“될 리가 없잖아?”


액트에서 게임 개발은 A부터 Z까지 모두 차인호가 지시하고 있었다.

이제 중반정도 만들었지만 어떻게든 더 이어 나간다 쳐도 제대로 완성될 리가 없었다.


“어쨌든 저놈이랑은 끝. 나중에 연락할게.”


시원하게 등 돌려서 떠나는 차인호의 뒷모습을 모두가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안타까움을 담아.

누군가는 분노를 담아.

차인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성월전자라.


“차인호입니다. 저번에 하셨던 얘기, 다시 해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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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 게임이 없어졌다! +2 19.08.24 26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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