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생강티 님의 서재입니다.

나 빼고 전부 겜알못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생강티
작품등록일 :
2019.08.24 19:08
최근연재일 :
2019.09.12 17:57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023
추천수 :
18
글자수 :
96,178

작성
19.08.25 20:00
조회
132
추천
3
글자
11쪽

4화 - 아! RPG 마렵다!

DUMMY

“뭐? 음악?”

“그래. 슈퍼 다리오에 들어갈 음악이 필요한데.”

“뭐 영화 만드냐? 이미 효과음은 만들었잖아.”


동전을 먹을 때의 소리나 불을 쏠 때의 효과음은 다른 곳에 제작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음악은 아직이다.

특히 슈퍼 다리오의 상징적인 BGM은 꼭 필요했다.


“TONG으로 번거 다 써먹을 생각이야? 음악은 돈도 많이 드는데.”

“1분 20초 정도짜리 몇 개면 돼.”

“1분 20초 몇 개가 합쳐지면 4분, 5분 되거든.”

“어쨌든. 아는 업체나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줘봐.”

“있기야 한데······.”


조철웅은 슬쩍 김재웅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 눈치는 못 챈 모양이지만 슈퍼 다리오의 제작에 자금이 투자될 때마다 항상 불려가는 건 자신이었다.

이 얄미운 친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조철웅은 마지못해 번호 하나를 건내주었다.


“더 필요한 거 없지? 없어야 된다.”

“이제 돈 들건 없어.”

“패드 넣는 것도 한소리 할 텐데. 쩝.”


차인호는 도망치듯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은 조용했다.


“여보세요? 네. 한번 찾아가려고 하는데요.”


혹여나 구두쇠인 김재웅 대표에게 들킬까 싶어 차인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조심스러웠다.

다음날.

메시지를 통해 받은 주소를 따라서 항상 판교에만 있던 차인호는 강남까지 이동했다.


“액트에서 나오신 분인가요?”

“네. 차인호라고 합니다.”

“배일 이라고 합니다.”

“본명인가요?”


축구 선수도 아니고 배일이라니.


“본명입니다. 앉으시죠.”


1인 회사인 모양인지 부동산처럼 작은 사무실에 음향기기들이 몇 개 놓여 있는 수준이었다.


“프로그램에 들어갈 음악 때문에 왔는데, 혹시 TONG 이라고 아시나요?”

“통이요? 이거?”


배일은 엄지를 들어보였다.


“내가 여기 통이다. 이럴 때, 통?”

“아뇨. 그거 말고···.”


역시 얘기가 안 될 줄 알았다.

어차피 음악을 만들려면 어디에 들어가는지 알아야 하니, 미리 노트북을 가져왔다.

USB는 안 될 말이다.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바로 기밀 노출이니까.


“자. 이런 건데요.”


노트북에서 슈퍼 다리오를 실행시킨 뒤,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주었다.


“이건가요?”

“네. 방향키랑 스페이스로 하시면 됩니다.”

“뭔가 움직이는 거군요.”


확실히 이런저런 의뢰를 많이 받는다더니 눈치도 빠르다.


“좀 밝게 가려고 하는데요. 이런 느낌으로. 빠바, 빠빠~빠! 빰. 빰~빰.빰···.”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무언가 다른 말이 나오기 전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직접적인 플레이 보다는 게임의 느낌을 보고 있는 모양이다.

배일은 잠깐 움직이고 화면을 보다가, 잠깐 움직이고 화면을 보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느낌인가···.”


자리를 옮겨 건반 앞에 앉은 배일이 건반을 두들겼다.

♪♪♩♬


“이건···.”


소름이 돋았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배일이 치고 있는 음악은 거의 비슷했다.

뉴 슈퍼 다리오의 첫 스테이지 음악.

이후 Mii 가 나온 뒤에 나온 버전과 뉴 슈퍼 다리오 2, 뉴 슈퍼 다리오 U 에서도 이 음악을 조금씩 바꿔서 사용했다.


“맘마미아!”

“뭐요?”


저건 뭔 병신인가 하는 눈빛.

세계가 바뀐 후에 수없이 받아본 그 눈빛이다.


“크흠. 방금 그런 느낌도 좋은 것 같습니다.”


굳이 기존의 BGM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그걸 알고 있는 건, 차인호 뿐이기에.

필요한 부분과 느낌들을 대충 설명하자 배일은 마치 원래 게임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이걸로 다리오의 제작은 거의 끝나가는 듯싶었다.

모든 스테이지의 구성도 이미 끝냈다.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서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거의 흡사하게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필요한 것이 남았다.


“연수님. 잠시만요.”


회사로 돌아온 차인호는 프로그래밍과 함께 UI(User Interface) 를 담당하는 주연수를 불렀다.

따로 아트팀이 없다보니 중요한 그래픽 부분은 UI 전문인 주연수가 겸사겸사 담당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세요···?”


차인호와 마주보고 앉은 주연수가 쭈뼛쭈뼛 말을 꺼냈다.


“일은 어때요?”

“좋, 좋아요. 요즘은 그, 퇴근도 하고···.”


퇴근이 없던 액트에 차인호가 가장 먼저 정착시킨 것이 정시 퇴근이었다.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업무에 치여서 퇴근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라이프 밸런스가 잡히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면서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차인호의 지론 하에 정시 퇴근이 자리 잡았다.

이것도 모두 TONG의 판매 실적 덕분에 차인호의 입지가 커진 덕분이다.

김재웅 대표의 눈길은 곱지 않았지만.


“사실 캐릭터 네 개 정도 더 필요해서 부탁 좀 드리려고요.”

“네 개요? 이미 다른 것도 있는데···.”


지금의 기술이면 좋은 그래픽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차인호는 굳이 도트를 고집했다.

게임은 역사다.

그런 역사를 무시하고 도트 그래픽을 패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패드나 게임기처럼 편할수록 좋은 건 조금 더 시대를 앞서 나간다 하더라도.

절대 도트 그래픽의 레트로 게임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이후 진행에 꼭 필요합니다.”

“어떤··· 거예요?”

“어떻게 생겼냐면.”


벌떡 일어나서는 화이트보드에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다시 또 미술학원에 보냈던 부모님의 선견지명에 감사하며 쓱쓱 캐릭터를 그려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 머리의 공주와 등 뒤에 뾰족한 가시들이 박힌 거북이 그리고 버섯 머리를 한 난쟁이.


“휘치 공주, 쿳파, 토드 입니다.”

“이름도··· 정해오셨네요.”

“인게임 대사는 없지만요.”

“국밥도 아니고 쿳파···.”

“크흠. 어쨌든 작업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이름이 걸리는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갸웃 거렸지만 군말 없이 회의실을 나갔다.

이 시대에 듣기엔 좀 유치했나.


‘흠. 다음 게임은 뭘 하지.’


혼자 남은 회의실에서 생각에 잠겼다.

다양한 게임을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라스트판타지7을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의 인력으로는 바로 고난이도의 RPG 게임에 착수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슬슬 RPG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적은 인력. RPG?’


순간 머리를 퍼뜩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처음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수많은 회사들이 군웅할거의 시대처럼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그때는 모두 2명 많으면 4명이 모여서 만드는 동호회 수준이었다.


‘10명이면 차고 넘치지.’


슈퍼 다리오의 개발을 앞당겨서 수익을 낸다면 인력 보충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은 얘기할 수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슈퍼 다리오의 제작 회의가 다시 열렸다.

사실 이번에는 제작 회의 보다는 판매 회의에 가까웠다.

이미 차인호의 머릿속에 완벽히 원형이 있었기에 개발은 순조로웠다.


“판매는 CD 형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키를 동봉해서 키를 등록해야만 설치가 가능한 거죠.”


영업을 담당하게 된 조철웅의 말에 대표와 차인호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였다.


“패키지는 CD와 간단한 매뉴얼로 구성할 예정이고···.”


미리 말을 맞춰두었기에 조철웅은 차인호에게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이것도 같이 동봉할 겁니다.”


차인호는 패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게 뭡니까?”

“이게 뭐냐면.”


차인호는 곧 패드를 연결하고 슈퍼 다리오의 베타 버전을 실행했다.


“직접 해보세요.”


만 번의 설명보다 한 번의 플레이가 더 가슴에 닿는 법이다.

다짜고짜 쥐어준 패드에 김재웅 대표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것저것 눌러보기 시작했다.


“이게 방향키고. 이게 점프···.”


그래도 이제는 개발사의 대표라서인지 적응도 빨랐다.

패드를 쥐고 있는 김재웅 대표의 움직임이 자신도 모르게 커졌다.


“이렇게 피하라고!”


패드를 쥐고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것을 자신도 알지 못 했다.

그 모습에 차인호는 웃음을 참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패드를 쥐고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즐기던 김재웅 대표는 뒤늦게 몸을 흔드는 자신을 자각했다.


“흠흠.”


김재웅 대표는 헛기침을 하며 패드를 테이블 위에 슬쩍 올려두었다.

구경만 하고 있던 직원들 중 한명이 하이에나처럼 약삭빠르게 패드를 채갔다


“키보드로 움직일 때보다 더 재미있지 않나요?”

“크흠. 뭐 다른 재미는 있네.”


쟁탈에 승리한 직원은 혹시라도 뺏길까봐 재빨리 게임을 실행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김재웅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업이, 단가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말입니다. 이거 넣으면 얼마나 비싸지겠어. 맞죠?”

“패드는 증정품입니다. 가격을 더 올리진 않을 생각입니다.”

“그 비용. 누가 감당합니까?”

“투자죠. 투자. 미래를 위한.”

“TONG 매출.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바로 달려드는 조철웅과 차인호.

김재웅 대표 스스로도 이 회의에서 자신이 별로 영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TONG은 모두 차인호의 공이었고 주로 영업을 뛴 것도 조철웅 이었다.

직원들이 보기에 자신은 손 안 대고 코 푼 날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어. 내 회사인데. 거참.’


김재웅 대표는 다른 마음을 먹었지만 지금 대화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차인호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커져갔고 자신의 충실한 직원들은 게임이라는 해괴망측한 것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도 좀 생각해봤는데요.”

“다음 프로젝트요?”


차인호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게임에 빠져있던 직원들도 손이 멈췄다.


“빨리빨리 작업해야죠.”

“아직 슈퍼 다리오도 안 끝났는데.”


직원들의 볼맨 소리를 뒤로하고 차인호는 화이트보드에 크게 무언가를 써놓고는 모두를 돌아보았다.


“다음 개발할 건, RPG 라는 겁니다.”

“창세··· 전기?”

“맞아요. 다음 프로젝트 이름이죠.”


1995년.

한국 게임 시장을 뒤집었던 그 게임.

차인호의 가슴이 뭉클했다.


“다음에 만들 게임은 창세전기입니다.”


라스트판타지7을 위한 차인호의 두 번째 디딤돌은 창세전기 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2 비단바다
    작성일
    19.09.03 21:22
    No. 1

    직원도 아니고 창업도 아니고 개발자에 조언자에ᆢ월급을받는건가 배당을 받는건가ᆢ게임 만드는건 조은데 소유권과 영업권,이익은 어떻게 나누는지 설명이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빼고 전부 겜알못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19.09.12 43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19.09.04 54 0 -
19 19화 - 그리고 이어진다. (완결) +1 19.09.12 50 1 7쪽
18 18화 - 게임잼, 마지막 날. 19.09.11 60 0 13쪽
17 17화 - 제 1회 게임잼 (2) 19.09.10 62 0 12쪽
16 16화 - 제 1회 게임잼 (1) 19.09.09 59 0 10쪽
15 15화 - 짧은 휴가 19.09.07 68 1 9쪽
14 14화 - 올라가는 자와 떨어지는 자 19.09.06 70 0 13쪽
13 13화 - 낮말은 대표가 듣고 밤말은 동료가 듣는다. (2) 19.09.05 69 0 11쪽
12 12화 - 낮말은 대표가 듣고 밤말은 동료가 듣는다. (1) 19.09.04 76 0 11쪽
11 11화 - 파이터 킹즈, 캐릭터 만들기 19.09.03 85 0 11쪽
10 10화 - 복병 그리고 복병 19.09.02 85 0 10쪽
9 9화 - 창세전기 개발 (2) 19.08.31 96 1 12쪽
8 8화 - 창세전기 개발 (1) 19.08.30 112 0 11쪽
7 7화 - 테트리스. 드디어 세상에 나오다. +1 19.08.29 139 1 12쪽
6 6화 -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2) 19.08.28 102 1 11쪽
5 5화 -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1) +1 19.08.27 126 1 13쪽
» 4화 - 아! RPG 마렵다! +1 19.08.25 133 3 11쪽
3 3화 - 슈퍼 다리오도 내가 만듬 19.08.24 159 3 13쪽
2 2화 - 내가 만든 게임이 세계 최초? 19.08.24 205 2 12쪽
1 1화 - 게임이 없어졌다! +2 19.08.24 266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