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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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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6,049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08.0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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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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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돌의 무게 -2-

DUMMY

“23번 고객님 3번 창구로 와주세요.”


눈이 번뜩 뜨였다.


“우리 차례구나.”


창구로 향하는 콜린을 엘린이 총총 뒤따라갔다. 진한 화장을 한 은행원이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완벽한 인사를 받은 콜린이 꾸벅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대여금고를 사용하고 싶어서요”

“네, 신분증 보여주시겠습니까?”

“제가 사용할 게 아니라요, 미성년자의 명의로 대여할 수 있나요?”


콜린 옆에 엘린을 본 은행원은 잠시 생각했다. 그녀가 일하면서 미성년자가 대여금고를 쓰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뒷자리에 있는 팀장에게 다녀온 그녀는 재차 미소를 보이며 설명했다.


“보호자 분께서 같이 서명을 하시면 가능합니다. 어떤 물건을 보관하시려는지요?”


콜린은 작은 보석함을 꺼내 은행원에게 건네주었다. 보석에게 선망하는 눈빛 따위 없이 크기를 가늠하던 은행원은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왔다.


“금고는 소형으로 하시게 되고요, 여기에 보관 기간이랑 약관 동의 체크, 그리고 서명 부탁드립니다.”


은행원이 능숙하게 필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가며 알려주자 콜린은 펜을 꺼내 필요한 정보를 적기 시작했다. 금고를 빌린 것이 처음인 콜린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생각하며 서명을 하려 했을 때였다.


총성이 울렸다. 그것도 매우 가까운 곳에서. 단발이 아니었다. 기관단총을 천장을 향해 연사하며 들어온 남자들이 소리쳤다.


“꼼짝 마! 움직이지 마! 다 가만히 있으라고!”


순간 어리둥절하던 사람들의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자동화기를 들고 가면을 쓴 남자들을 본 일은 그들 생애에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곤 겁에 질렸다. 팔자에도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은행강도를 마주한 사람들인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겁에 질렸다. 강도는 구석에 손을 뻗어 가리키며 말했다.


“모두 손을 든다! 그리고 다 저쪽으로 꺼져! 손에 있는 거 다 놓고 이동하란 말이야!”


어쩔 줄 모르던 손님과 직원들은 우물쭈물하면서도 소지품을 놓고 이동했다. 손이 반쯤 내려가는 사람을 향해 똑바로 손들라며 일갈하는 강도들은 마치 부하를 훈련 시키는 군인 같기도 했다. 바로 그때 감히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이가 보였다. 3번 창구에서 여자아이를 옆에 둔 남자는 그의 말에 따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네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콜린에게 다가갔다.


“미쳤냐?”


대답은 기다리지 않았다. 강도는 대뜸 콜린의 얼굴을 후려쳤다. 엘린은 너무 놀라 굳어버렸다. 남자는 구석으로 손을 뻗어 콜린에게 명령했다.


“저기로 꺼져.”


콜린은 어쩔 수 없이 엘린의 손을 잡고 자리를 옮겼다. 창구 건너편으로 넘어가 버린 빅스바이트를 눈치껏 가져오려 했으나 실패한 그는 그 보석함이 강도들의 눈에 안 띄기만을 바랐다.


두 강도가 인질들을 감시하고 두 강도는 직원 구역으로 넘어가 돈을 쓸어 담았다. 제발 그냥 넘어가 주기를 바라던 콜린의 눈은 오로지 3번 창구에만 쏠려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린은 다른 강도들의 눈치를 보며 작은 보석함을 안 주머니에 넣는 강도를 목격할 수 있었다.




“보상을 못 받는다고요?”


경찰과 얘기를 마친 콜린은 마찬가지로 경찰과 얘기를 마친 은행원들과 얘기를 했다. 분명 보석도 넘기고 서류도 작성했건만 마지막 부분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은행원들은 분노가 가득 찬 항의를 예상해서 같이 뭉쳐있었으나 콜린은 허탈한 표정으로 아무 반론도 하지 않았다. 멋쩍은 듯한 미소를 짓는 은행원들을 뒤로한 채 은행 밖으로 나섰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아무것도 잡힌 건 없었다.


“아저씨?”


엘린의 목소리에 콜린이 정신을 차렸다. 주위가 환기되는 것 같았다. 콜린은 꿇어앉아 엘린과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아무래도 보상을 받는 건 힘들게 됐구나.”


콜린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 해야 할 말을 끊임없이 생각했으나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내 마음속으로 정리를 마친 콜린이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엘린이 콜린의 눈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아직도 풀리지 않은 긴장을 품고 이것이 내 운명이라는 듯 체념하는 아이를 보니 콜린은 가슴이 미어졌다. 엘린은 이 사건을 어쩔 수 없단 말로 포장하여 이대로 돌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콜린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을 바쳐 나를 구해준 재키와 그의 유품의 무게는 굉장히 무겁다. 정당하게 상속받을 사람을 두고 고작 은행강도 나부랭이가 어마어마한 보석을 가지는 건 불합리하다. 콜린은 운송에 실패했고 그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콜린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럴 수는 없어요.”


조지는 소파에 늘어져 있는 데이지에게 말했다. 데이지는 대답이란 것은 자기 사전에 없는 양 TV만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은 콜린도 없잖아요. 콜린은 그렇다 쳐도 왜 저한테까지 밥을 안 해주는 건데요? 요리사잖아요? 자기의 본분을 지켜야 하지 않나요?”


데이지가 손을 뻗었다.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탁자에 놓인 리모컨을 집어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였다.


“콜린도 콜린이지만 하루만 쉬자. 여태껏 휴일도 없이 일했단 말이야.”


이젠 완전히 휴일을 즐기는 상태가 된 데이지에게 조지도 닦달할 수는 없었다. 오늘만 시리얼로 때우자며 자신을 위로하던 조지는 소파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데이지는 뉴스 채널을 틀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으나 워낙 볼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향한 채널이었다. 속보가 한창 방영되는 뉴스는 데이지의 눈길을 끌었다. 도심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 강도 4명 중 3명 검거 완료. 기적적으로 CCTV에 찍힌 얼굴 공개. 흥미로운 사건이라며 감상하고 있던 데이지는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베로?”




콜린은 낡은 아파트를 나섰다. 엘린을 은행에서 집으로 데려다준 후였다. 엘린은 마지막까지 콜린이 “아저씨가 해결할게.”라고 한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았다. 상관없었다. 놈을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테니까.


콜린은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이 그동안 도주하던 강도를 잡았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 사람이 빅스바이트를 가지고 있었다면 되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은행강도 사건의 피해자이며, 말할 것이 있다고 간단히 용건을 말하고 들어갔다. 담당 형사의 과에 방문했지만, 그는 아직 수사 차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형사가 콜린을 맞이했다.


“네, 3명이 지금 서에 구금되어 있긴 합니다.”


콜린은 되찾은 것 중에서 작은 보석함이 있냐고 물었지만, 형사는 고개를 저었다. 일이 골치 아프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도망쳤답니까?”

“네? 누가요?”

“남은 한 명이요. 괜히 궁금해서 말입니다.”


형사는 경계하는 듯했다.


“아직 수사 중이라 딱 특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콜린은 묵례하고 돌아섰다.


“직접 찾으려 하면 안 됩니다. 저흴 믿고 기다려주셔야 해요.”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게 했지만 형사의 말을 들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추적이란 건 숱하게 해왔다. 콜린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시리얼을 먹고 있는 조지를 지나치고 물을 한 컵 들이켠 후로 데이지는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 있냐는 질문에 간단히 아니라고 말한 그녀는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콜린은 선내를 배회하던 그녀를 지나치고 조종석 옆자리에 컴퓨터를 켰다.


콜린이 실행한 프로그램은 지난 10년간 쓸 일이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낡은 기억 속에 숨어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엔터를 눌렀다.


‘제발 아직 되기를.’


드러나는 수많은 카테고리와 정보들. 그의 바람대로였다. 경찰에서 업로드한 정보들이 펼쳐졌다. 열람 자체가 불법인 정보의 세계에서 콜린은 어렵지 않게 도주 중인 강도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베로라고 하는 이 작자는 경찰이 아직 붙잡지 못한 것을 보면 등록된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료를 보면 특히 카트리나 구의 한 골목에서 많이 보였으니 그쪽을 찾아보는 게 좋으리라. 물론 카트리나 구는 넓다. 그렇다 하더라도 찾아야 한다.


찾을 수 있을까? 너무 무모하게 움직이는 게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꾸 떠오른다. 달리 생각해보면 경찰 또한 카트리나 구를 수색하고 있을 것이다. 운이 좋게 얻어걸려서 베로를 체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차선으로는 좋은 일이다. 경찰에 잡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빅스바이트를 받을 순 있을 것이다. 홀몸일 뿐인 콜린이 나가서 발품 팔아 찾는 건 힘들다. 그가 추적을 계속하기 위해선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화면 아래에 작은 아이콘이 떴다. 프로그램을 켜자마자 등록해둔 은행강도 사건 담당 형사에게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이런 때에 그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은······.


콜린은 아이콘을 눌렀다.


“···라고 소재를 파악했습니다. 환자긴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요. 병실 번호는 505호 입니다.”

“베로 그 자식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그랬던 건가. 병원 이름이 뭐라고? 다시 말해봐.”


콜린의 사고회로가 번뜩였다.


“뭐하는 거야?”


흠칫한 콜린이 뒤를 돌아봤다. 데이지가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못마땅한 시선이 신경 쓰인 콜린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일하는 거야.”

“은행강도잖아, 그 남자.”


데이지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안 거야?”

“TV에서 봤어. 아까 줄창 보도하던데?”


콜린은 대답이 없었다.


“저 남자 잡을 거야?”

“너랑 관계없는 일이야.”


데이지가 화가 났다는 듯이 외쳤다.


“만날 이상한 것만 배달하다 보니까 자기 정신머리도 배달한 거야? 아니면 그새 정의감이 싹터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전직이라도 하게?”

“정신머리가 나간 건 너겠지. 내가 뭘 하든지 뭔 상관이야?”

“애초에 화성에 올 때부터 만사에 관심 없는듯한 그 싹퉁바가지 없는 태도가 문제였다고. 내가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데이지의 말이 끊겼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표정을 깨지는 않았지만 더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


“너, 저 녀석을 아는 것 같은데.”


콜린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하자 데이지가 헛웃음을 내었다.


“둘이 무슨 관계야?”


데이지가 한숨을 쉬었다.


“당신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콜린은 기가 찬다는 듯이 웃었다. 데이지가 물었다.


“그 녀석은 왜 잡으려는 거야?”

“네 알 바 아니라고.”


입구 쪽에서 몸을 빼꼼 내밀고 있던 조지가 보였다. 콜린이 데이지에게 일갈했다.


“내 눈앞에서 꺼져.”


데이지가 고개를 으쓱하고 사라지자 콜린이 조지를 불렀다. 긴장하여 눈치를 보는 조지에게 별일 아니라며 안심을 시켰다. 조지를 컴퓨터 앞에 데려온 콜린이 말했다.


“이 사람 사진을 잘 봐라.”

“베로요?”

“그래, 베로. 만약 이 네트워크에 이 사람 사진이 올라오면 즉시 어디서 찍혔는지를 나에게 연락해서 알려줘야 한다. 또 이 프로그램 아래에 작은 아이콘 하나가 뜰 거야.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버튼인데 베로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나온 전화면 역시 나한테 연락해야 해. 알았지?”

“이거 불법은 아니죠?”


콜린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쓰다 걸려도 네 이름은 안 불 테니까 걱정 마. 알았지?”


조지는 의아해하면서도 마지못해 수긍했다.


작가의말

부족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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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황야의 우주인 -2- +2 21.08.13 63 5 13쪽
14 황야의 우주인 -1- 21.08.12 65 6 14쪽
13 카우걸의 삶은 경각에 달려있다 -2- (完) 21.08.11 63 6 11쪽
12 카우걸의 삶은 경각에 달려있다 -1- 21.08.10 81 8 11쪽
11 돌의 무게 -4- (完) 21.08.09 73 7 12쪽
10 돌의 무게 -3- 21.08.08 79 6 12쪽
» 돌의 무게 -2- 21.08.07 88 8 12쪽
8 돌의 무게 -1- 21.08.06 84 7 12쪽
7 한기 속에서 바스라지다 -3- (完) +2 21.08.05 101 8 12쪽
6 한기 속에서 바스라지다 -2- +4 21.08.04 101 10 12쪽
5 한기 속에서 바스라지다 -1- +2 21.08.03 123 9 11쪽
4 비너스에겐 동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3- (完) +2 21.08.02 142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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