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황규영 님의 서재입니다.

금룡진천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07.12.11 09:55
최근연재일 :
2007.04.23 23:24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79,201
추천수 :
56
글자수 :
44,987

작성
07.04.21 22:19
조회
23,100
추천
6
글자
10쪽

금룡진천하 - 8

DUMMY

“주운 게 아니야. 아침 운동하러 산에 올라갔더니, 미친 매가 한 마리 자빠져 있더라. 주워서 팔고 오는 길이다.”

이제 그녀의 얼굴이 너무 환해져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와아! 매고기! 그거 혹시 비싸요?”

그녀는 매라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매고기를 연상했다. 애완용이나 사냥용 매 같은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초운이 은자를 내밀었다.

“짠. 은자 한 냥! 그거 팔고 받은 돈이야.”

유미미는 너무 좋아서 깡충깡충 뛰었다.

“끼야아아아. 은자 한 냥. 이렇게 큰 돈을 벌다니. 오라버니. 저 행복해요.”

“그렇게 좋니?”

“그럼요. 은자 한 냥으로 잡곡을 사서 죽을 끓이면 우리 둘이서 넉 달은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진초운이 멈칫했다.

“넉 달? 둘이서?”

‘그동안 도대체 뭘 먹고 산 거냐?’

유미미가 진초운의 손에서 은자를 받아들었다. 그녀가 은자를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진짜로 은자를 만져보는 건 처음이에요. 철전은 여러 번 만져봤는데 모을 수가 없었어요.”

그녀가 조그마한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자기 입술을 가리며 말했다.

“아, 그렇지.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이거 벌어온 거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 돼요.”

“왜?”

“빚쟁이가 알면 빼앗으러 올 거거든요.”

“빚쟁이?”

“돈이 조금만 모이면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요.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요.”

진초운이 다짐했다.

‘누군지 몰라도 찾아가서 단단히 따져 주겠어. 우리 미미를 아예 굶겨죽일 셈이었냐?’

그는 바로 어제 마을에 돌아왔다. 유미미를 만난 것은 저녁때다. 이제 겨우 다음날 아침이 됐다. 빚쟁이에 대해서 파악할 시간이 없었다.

유미미가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아, 이제 앞으로 넉 달 동안 오라버니 식사 걱정은 끝이다.”

진초운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미야. 은자 한 냥이 큰 돈이기는 한데, 그거 하나로 우리 둘이서 넉 달이나 먹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유미미가 방긋 웃었다.

“헤헤. 밖에서 일을 하다보면 뭔가 얻어먹을 기회가 종종 생겨요. 그러니까 전 집에서는 아주 가끔만 먹어도 되요. 이 돈으로 산 곡식은 오라버니께서만 드시면 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 둘이서 이거 하나로 넉 달은 충분히 버텨요.”

진초운은 안쓰러웠다.

‘항상이 아니라 종종? 기회가 안 생기면 굶었니? 그렇게 얻어먹으면서 삼 년을 버텼구나. 그래서 집에 불을 피운 흔적이 없구나.’

그는 유미미의 어깨를 살짝 안아주었다.

“그러지 마라.”

유미미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오라버니?”

“내가 돌아왔잖아.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먹는 건 배불리 먹자. 내가 언제 너 굶긴 적 있니?”

유미미가 군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반성했다.

‘오라버니는 그동안 거지 생활하느라 나보다 더 못 먹고 지내셨을 텐데. 지금은 돈을 아끼는 것보다 오라버니 맛있는 거 해드리는 게 더 중요해. 그런데도 난 잡곡 죽으로 배만 채우게 해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잖아. 아이참. 난 왜 내 생각밖에 못하는 걸까?’

진초운은 이제부터 유미미를 절대로 굶기지 않을 생각이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앞으로 먹어야 하는 음식 문제를 미리 해결해두려고 했다.

‘삼 년을 돌이끼만 뜯었더니 이제 쌀밥에 고기가 먹고 싶다고. 미미 맘대로 하게 놔뒀다가는 앞으로 넉 달 동안 멀건 잡곡 죽만 먹겠다. 그렇게는 못하지.’

* * *

하가장의 하선란이 총관에게 질문했다.

“총관. 일처리는 확실히 했겠지?”

총관이 즉시 대답했다.

“어젯밤에 직접 뛰어다니며 돈이 나올 곳을 모두 막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선란은 만족했다.

“수고했어.”

‘이제 진초운은 내 거야.’

그때 진초운이 하가장의 문을 열었다. 하가장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진초운이 히죽 웃었다.

“돈 갚으러 왔어요.”

하선란이 총관을 돌아보며 인상을 썼다.

“총관. 어떻게 된 거야?”

놀란 총관이 진초운에게 호통을 쳤다.

“거짓말하지 마라. 돈이 날 곳이 없었을 텐데 무슨 소리냐!”

진초운이 손가락으로 철전을 하나씩 튕겼다. 철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총관의 발치에 떨어졌다.

그가 철전을 날리며 말했다.

“어디서 돈이 났는지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죠. 하가장에서 상관할 건 아니잖아요?”

어느새 열 개의 철전이 총관의 앞에 흩어졌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철전 열 개를 똑똑히 보았다.

총관은 할 말이 없었다.

‘이래서야 못 받았다고 잡아뗄 수도 없겠군.’

돈 자체로는 따질 것이 없지만 진초운의 태도가 거슬렸다. 그가 호통을 쳤다.

“네 이놈! 돈을 던지다니! 네가 감히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진초운이 피식 웃었다. 총관을 째려보며 말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일자리를 좀 알아보려고 했더니 어떤 개자식이 미리 손을 썼더라구요. 누가 그랬을까? 내가 어떤 놈인지 알면 함부로 그런 짓 안 할 텐데. 누군지 이제 밤길에 뒤통수 조심해야 할 거예요.”

총관은 뜨끔했다.

“허험. 그, 그건...”

‘다 알고 왔구나. 어떤 놈이 그걸 불었지? 단단히 입단속을 시켰는데.’

그는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지은 죄가 있기에 진초운의 눈치를 보며 바닥에 떨어진 철전을 하나씩 주웠다.

하선란은 그런 총관을 노려보았다.

‘애초에 이 방법을 제안한 건 총관이야. 철전이 총관의 이마에 박힌다고 해도 그건 일을 제대로 못한 총관 잘못이지. 절대로 내 잘못이 아니야.’

그녀는 순식간에 자기 합리화를 했다.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대신에 일이 실패한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저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 기회였는데.’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돈은 확실히 받았어. 또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더 큰 돈이라도 꾸어줄 테니까. 우리 사이에 그런 것을 가려서야 되겠어?”

‘아직 끝난 건 아니야. 갚지 못할 돈을 꾸어주면 돼. 책임감은 있는 녀석이니까 그걸로 옭아맬 수 있어.’

진초운은 입맛이 썼다.

‘이 마을에서 그나마 돈 꿔준다는 사람이 딱 하나 나왔군. 그런데 그 돈은 아무래도 뒤가 켕기는 돈이란 말이지.’

“됐거든요?”

* * *

은자 한 냥은 유미미에게 있어서 무척 큰 돈이다. 철전 열 개를 갚고도 아직 구십 개가 남았다.

유미미는 그날 오전에는 일을 나가지 않았다. 대신에 시장에 들러 몇 가지 음식 재료를 사 왔다. 그 중에는 닭도 한 마리 있었다.

진초운이 집에 돌아왔을 때 유미미는 그것을 한창 끓이는 중이었다.

진초운이 코를 킁킁거렸다. 고기 냄새가 나자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고기 냄새냐?’

“와아. 냄새 정말 좋다. 이게 뭐냐?”

유미미는 아침의 일이 미안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난 정말...’

“오라버니. 닭을 한 마리 샀어요. 지금 닭죽을 끓이는 중이에요.”

진초운의 뱃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참기 힘들었다. 손이 다 떨렸다.

“고기. 고기. 고기.”

“오라버니도 고기 오랜만이시죠?”

“어. 손가락만한 투명한 물고기나 벌레 같은 건 가끔 잡아서 날로 먹었지만 제대로 된 고기는 삼 년만이다.”

“헤에. 아무리 배고파도 난 벌레는 안 먹었는데. 정말 고생 많으셨구나. 이제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다 되요.”

진초운이 유미미의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왜 닭죽이니? 그냥 푹 삶아서 소금에 찍어먹어도 꿀맛이잖아.”

말을 하다 보니 다시 침이 흘렀다.

유미미가 바짝 말라 한 줌밖에 되지 않는 허리를 딱 짚으며 말했다.

“안 돼요. 닭이 작아요. 병아리만 겨우 면한 거예요. 기왕에 먹는 고기인데 그냥 삶으면 양이 너무 적잖아요. 남은 쌀을 넣고 죽을 끓여야 양이 늘어나죠. 그래야 배불리 실컷 먹을 수 있어요.”

진초운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그럼. 음식은 원래 질보단 양이지.”


닭죽은 곧 완성됐다. 반찬은 아무 것도 없었다. 소금 조금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불만이 없었다. 뜨거운 닭죽을 호호 불어가며 떠먹었다.

진초운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정말 맛있어.”

삼 년 만에 먹는 닭죽이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손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유미미의 표정도 진초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오라버니. 죽이, 죽이 살살 녹아요.”

그녀 역시 이런 것을 먹어보지 못한 지 삼 년이다. 일하다가 가끔 남는 음식이 있으면 얻어먹던 처지에 감히 고기를 꿈꿀 수는 없었다. 고기는 고사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녀가 닭죽을 한 숟가락 떴다. 이번 숟가락질은 조금 실수를 했다. 죽 속에 고기가 조금 섞여 들어왔다.

‘고기는 오라버니 드셔야 되는데.’

기왕 뜬 것이라 입안에 넣었다. 고기 맛이 느껴졌다. 혀끝이 사르르 녹아났다.

그녀의 눈이 살포시 감겼다.

“행복해요.”


-------------------------------------


이 글은 분명히 장르가 무협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무도 없고 협도 없고... ^^;;

그래도, 골든 베스트 30에 들었습니다. ^o^

이번 일요일은 연재 없습니다. ^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룡진천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금룡진천하 완결권이 나왔습니다. +49 07.12.11 5,267 0 -
공지 금룡진천하 9권이 나왔습니다. +37 07.11.08 4,099 0 -
공지 금룡진천하 8권이 나왔습니다. +49 07.10.10 4,138 0 -
공지 금룡진천하 7권이 나왔습니다. +28 07.09.18 2,437 0 -
공지 금룡진천하 6권이 나왔습니다. +52 07.08.14 4,405 0 -
공지 금룡진천하 5권이 배본됐습니다. +89 07.07.18 4,978 0 -
공지 금룡진천하 4권이 배본됩니다. +60 07.06.29 4,886 0 -
공지 금룡진천하 3권이 배본됐습니다. +45 07.06.11 5,210 0 -
공지 금룡진천하 1, 2권이 배본됐습니다. +120 07.05.07 14,801 1 -
9 금룡진천하 - 9 +104 07.04.23 28,216 6 9쪽
» 금룡진천하 - 8 +122 07.04.21 23,101 6 10쪽
7 금룡진천하 - 7 +88 07.04.20 23,091 5 12쪽
6 금룡진천하 - 6 +71 07.04.19 22,732 7 12쪽
5 금룡진천하 - 5 +66 07.04.18 23,702 4 11쪽
4 금룡진천하 - 4 +68 07.04.17 22,626 5 12쪽
3 금룡진천하 - 3 +73 07.04.16 22,900 4 12쪽
2 금룡진천하 - 2 +62 07.04.15 25,610 8 12쪽
1 금룡진천하 - 1 +89 07.04.14 40,501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