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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영 님의 서재입니다.

참마전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09.06.03 23:15
최근연재일 :
2009.06.03 23:1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50,219
추천수 :
109
글자수 :
59,880

작성
09.01.01 21:36
조회
50,100
추천
12
글자
7쪽

참마전기(마존참회록) - 1

DUMMY

서장.


“난극아. 네가 먹은 내단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보물이다.”


노인의 외모는 신선을 연상시켰다.

바람도 없는데 기다란 하얀 수염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하얀 도포 자락도 수염을 따라 느리게 움직였다.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용의 내단이라고도 하고, 봉황의 내단이라고도 한다. 정말 그런지는 나도 알 수 없구나. 어느 영물의 몸에서 나왔는지가 그리 중요하겠느냐? 아니다. 그저, 세상에 다시없을 대단한 기운을 품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거겠지.”

그런 대단한 보물을 유난극이 먹었음에도 노인의 표정에는 한 점 아쉬움이 없었다.

“난극아. 그 내단의 기운을 흡수해 너의 무공을 완성하여라. 그리하면 너는 네 안에 세상을 담을 수 있을 게다.”

노인의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가 덧씌워졌다.

“그때가 되면, 우리 문파의 이름도 같이 높아지겠지.”

그의 앞에서, 유난극이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 이마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였다.

유난극이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눌렀다. 심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을 참지 않고 큰 소리로 내뱉었다.

“아, 씨바. 흡수고 세상이고 자시고, 아파 뒈지겠다니까요!”

노인이 못 들은 척 헛기침을 했다.

“커험.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야. 이 스승이 너를 위해 다시는 구할 수 없는 보물을 아낌없이 썼으니...”

유난극이 결국 앞으로 고꾸라졌다. 배가 아파 몸을 움찔거렸다. 그래도 입은 멀쩡히 살아 있었다.

“제자가 장가도 못 가보고 주화입마로 죽는데, 어흑. 배가... 스승이란 작자가 헛소리만... 허윽.”

노인의 자애로운 미소가 깊어졌다. 지금 웃음이 나올 상황이 아닌 데 그래도 웃는 건, 이 상황을 어떻게든 넘기기 위해서다.

“아직 죽은 것은 아니잖느냐?”

“죽겠다니...”

“그 내단이 워낙에 많은 기운을 품고 있어, 사람의 힘으로 흡수하려면 고생이 심할 게다. 네가 아무리 난 놈이라도 그 근본은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라.”

“기운 때문이 아니라...”

“쉽게 얻는 건 가치가 없는 법이지. 원래 영물의 내단이란 그런 것이다. 견뎌야 하느니라.”

유난극이 고꾸라진 채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악을 썼다.

“내단 이거 상했잖아! 내가 먹기 전에 쉰내가 난다고 그랬... 아흑. 배야.”

유난극이 몸을 비틀며 오른손으로 바닥을 긁었다. 돌로 만든 바닥에 다섯 줄 고랑이 깊이 파였다. 무공 초식을 쓰지 않았는데도, 마치 쇠갈고리로 진흙 바닥을 긁은 듯했다.

노인은 그걸 보고 속이 뜨끔했다.

“가뜩이나 괴물 같던 놈이 이제 정말 괴물이 됐구나.”

하얀 수염이 바람이라도 받은 듯 흔들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아까부터 몸을 가늘게 떠는 중이라, 수염이 따라 흔들렸다. 도포 자락도 같은 이유로 흔들렸다.

노인이 유난극을 달래보겠다고 말했다.

“보아라. 너의 무공이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 역시 그게 내단이 맞기는 맞나 보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씨도 먹히지 않을 소리다. 그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내단의 효과가 아니라, 이건 주화입마라니... 컥. 커억!”

노인이 인자한 표정으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걱정하지 마라. 시험해봤을 땐 괜찮았다.”

“내단은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시험을 했... 꾸엑.”

“내단에서 긁어낸 곰팡이를 네 부하 녀석들 아침밥에 뿌려 먹였더니, 그놈들은 힘이 벌떡벌떡 난다고 아주 좋아하더구나. 곰팡이가 어찌나 많이 피었던지 다 긁어내니 내단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더라.”

설명이 좀 지나쳤다. 그 소리를 들은 유난극의 눈이 돌아갔다. 너무 화가 나서 고통을 무시하고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이런 개... 곰팡이가 그렇게 많이 핀 걸 나한테 먹... 컥.”

유난극이 일어서자 노인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제자야. 너도 알다시피 용이든 봉황이든 어차피 동물 아니냐? 자고로 고기라고 하는 건 아무리 잘 가공해도 관리를 잘못하면 곰팡이가 피는 법이지.”

유난극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단은 고기가 아니잖아!”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그 고함을 따라 바람이 일어났다. 노인의 수염이 강바람이라도 맞은 것처럼 휘날렸다.

노인이 뒤늦게 변명했다.

“동물 몸속에서 나온 건 마찬가지잖느냐. 내단도 함부로 굴리면 상하거나 곰팡이가 필 수도 있지. 그래도 내단처럼 생겼었는데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냐? 너라도 먹어야지.”

말이 많아지면 빈틈도 늘어나는 법이다. 노인의 변명삼아 한 말에서 유난극에게 내단을 먹인 이유가 드러났다.

유난극의 눈은 불타는 듯 붉었다.

“씨바. 배 아픈 것만 나으면 스승이고 뭐고 전부 다...”

유난극이 갑자기 뒷머리를 잡았다.

“커헉. 뒷골이... 저, 정신이...”

노인이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조금씩 유난극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내단을 먹이기 전에도 세상 천지에 무서울 게 없던 놈인데, 그거 먹고 미쳐 날뛰기라도 하면...’

“내가 세상에 죄를 짓게 되는 거겠지. 그것도 큰 죄를...”

어느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한 노인이 다시 변명했다.

“제자야. 난 그 내단이 겉은 좀 그래도 알맹이는 진짜 괜찮은 줄 알았다. 내가 먹기에 찜찜해서 널 준 게 아니....”

갑자기 유난극의 온몸 혈도가 부풀어 올랐다. 이제 눈은 완전히 새빨갛게 변했다.

“자기가 먹으면 탈날까봐 준 거구나!”

“내가 나이도 있는데 탈이라도 나면 곤란하지 않겠냐? 기왕이면 새파랗게 젊은 네가 먹어야지.”

유난극이 노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거기 서. 크르르르.”

노인의 물러서는 속도가 빨라졌다.

“제자야. 네가 원래 뒤끝이 많은 녀석 아니냐? 네가 내 입장이면 서겠냐?”

“스승님. 내가 그냥 고마워서 그러는 거니까 좀 잡혀 주... 크아악!”

노인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잡히면 죽이려 들지도...’

노인이 진심을 담아 부탁했다.

“본디 주화입마에 빠지면, 그 기간의 기억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내 사랑하는 제자야. 너도 이번 일만 좀 까먹어주면 안 되겠냐?”

그 말에, 유난극의 울화통이 제대로 터졌다.

치밀어 오른 울화가 아까 먹어치운 것을 자극했다. 그것에서 거대한 기운이 뚝 떨어져 나왔다. 그 기운이 혈도를 타고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그 거대한 기운이 뇌와 충돌하기 직전에, 유난극이 뒤집힌 눈으로 포효했다.

“크아아아! 다 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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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다들 뜻하시는 바, 원하고 노력하시는 것을 꼭 이루시기를.


새해를 맞아, 새 글, 마존참회록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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