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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영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협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07.05.22 18:14
최근연재일 :
2007.05.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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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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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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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글자수 :
53,435

작성
06.12.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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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천하제일협객 - 7

DUMMY

그날 저녁에 서흑수와 총관 노주광, 그리고 장원의 일꾼 몇 명이 모여서 술을 마셨다.

서흑수는 고화주를 마셔보는 것이 처음이다. 그는 술을 한 잔 쭉 들이켰다.

“크으. 이거 화끈하게 독하네요?”

총관이 말했다.

“독하기만 한가? 깊은 향이 우러나잖은가? 우리 고가장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지.”

“유명한 게 하나가 아닌가보죠?”

“그럼. 수유현에서 손꼽히는 부자란 것도 유명하고. 마님이 사천당문 출신이신 것도 유명하지.”

서흑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일부러 크게 감탄했다.

“와아. 마님이 그 유명한 사천당문 출신이세요?”

“그렇다니까.”

‘역시.’

“그럼 독이랑 암기를 막 쓰고 그러는 고수이시겠네요?”

“하하. 이 친구. 그 정도는 아니고. 사천당문의 방계 출신이시라고 하더군. 한 이류무사 정도 실력이시라고 들었다네.”

서흑수가 걱정한 것은 그녀의 실력이 아니다. 신분이 문제다. 그래서 그는 안심했다.

‘시집간 방계의 여자라면 당문에서 신경 쓸 리가 없겠지. 다행이다.’

“아, 그럼 여기는 그렇게 세 가지가 유명한가보죠?”

“아니. 하나 더 유명하지.”

“뭐가 또 있습니까?”

노주광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거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말게. 사실 우리 고가장의 금지옥엽이 누군가? 소미 아닌가?”

“그렇죠.”

“소미의 미모가 어떻던가?”

“예쁘기는 하죠. 그래서 미모까지 네 가지가 유명한가요?”

“아니지. 그 곱상한 미모에 어울리지 않는 성질머리를 가졌다고 해서 유명하지. 별명이 엉덩이에 뿔난 꽃사슴이니까.”

서흑수가 술을 뿜었다.

“푸하하! 그거 정말 기가 막힌 별명입니다.”

“사실 소문이 조금 와전된 거라네. 어릴 때부터 지켜봐서 아는데, 사실은 착한 아이라네.”

“설마요.”

“진짜라니까. 그 마음 씀씀이를 알면 자네도 놀랄걸?”

“별로 놀라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할 때 고세옥이 나타났다.

“와아. 아저씨. 술 드시네요?”

노주광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세옥이 왔냐?”

고세옥이 그들 사이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야아. 고화주다. 고화주.”

노주광이 말렸다.

“술 마시려고? 안된다.”

“조금만 마실게요.”

“이 녀석.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왔구나. 너 또 술 먹고 깽판치려고 그러지?”

“이젠 그렇게 많이 안 마셔요.”

“그 소리는 지난 번 깽판치기 전에도 들었다.”

“술맛이 얼마나 기가 막히게 좋은 건지 가르쳐 준 건 아저씨면서 이제 와서 왜 그러세요? 너무하세요.”

“너한테 술을 가르친 게 내 평생의 후회다. 하여간 안돼. 네가 또 술주정하는 걸 마님이 아시면 나도 뒷감당 못한다.”

고세옥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총관 아저씨. 내가 누구에요? 바로 우리 고가장의 소장주. 미래의 장주. 그러니까 어서 술 주세요.”

“똥오줌 못 가리는 녀석을 씻어서 키워놨더니 이게 어디서 유세를 하려고 들어? 못 준다.”

노주광은 오히려 고세옥을 놀리려는 듯 술을 새로 한 잔 따라서 입으로 가져갔다.

“술 때깔이 좋은 것이 역시 고화주로구나.”

고세옥의 손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 손이 노주광의 술잔을 재빨리 가로챘다.

노주광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힌 자의 손은 빠르다. 노주광은 술잔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술이 술잔 안에서 둥글게 회전하다가 안정되었다. 그 빠른 움직임에도 술은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놀란 노주광이 외쳤다.

“엇, 이 녀석. 무슨 짓이냐? 어서 내놓지 못해?”

고세옥은 노주광이 술잔을 다시 빼앗기 전에 재빨리 쭉 들이켰다.

“크아아. 화끈한 게 속으로 쫙 흐르네. 오장육부가 어디 있는지 훤히 알겠구나. 역시 술은 우리 집 술이 최고라니까.”

“이 녀석이!”

“총관 아저씨가 준 거 아니잖아요. 내가 알아서 마신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서흑수가 옆에서 안주를 집어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금나수가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정교하군. 이 녀석. 실력을 조금 숨기고 있나? 아니면 잠재능력이 상당히 괜찮은 건지도. 술을 향한 욕망이 그 잠재능력을 끌어올렸을까? 뭐, 어느 쪽이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

고세옥은 어느새 또 다른 사람의 술을 빼앗아 마시고 있었다.

“크아아. 역시 인생은 술이 있어야 진짜지.”

서흑수는 그 말을 듣자 어이가 없었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술맛도 모르면서 인생은.”

고세옥의 고개가 서흑수에게로 돌아갔다.

“술맛을 모르다니. 내가 그동안 마시다 흘린 술을 모으면 미녀 몇 명쯤은 목욕을 할...”

고세옥이 입을 다물고 서흑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손뼉을 쳤다.

“아하. 요새 우리 누나가 이를 갈고 있는 서흑수가 누군가 했더니 형이 그 사람이군?”

“아직도 이를 갈아?”

“응. 아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엄마가 형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누나가 엄마 말은 잘 들으니까 아마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당분간?”

“누나 성격으로 볼 때 이삼일?”

* * *

어둑어둑한 밀실, 창문까지 꼭꼭 닫힌 방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방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의 침묵이 지난 후에 새로운 사람 한 명이 그 방에 들어왔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바짝 긴장했다.

그는 제일 윗자리에 털썩 앉으며 질문했다.

“목표물들의 확보 상황은?”

즉시 대답이 튀어나왔다.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해가 될만한 놈들의 동태는?”

“그들 중 누구도 우리 일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웃음이 피어오르며 흰 이가 드러났다.

“흐흐. 좋아. 아주 좋아. 계속 진행하도록. 천하가 내손에 들어오는 그 날까지 너희들의 쥐새끼 같은 목숨이나마 전부 바쳐서 나에게 충성하도록.”

여러 개의 목소리가 일제히 대답했다.

“지존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 *

산동의 황보세가는 권법으로 유명하다.

파암철갑 황보헌앙은 그 황보세가의 장로 중 한 명이다. 그가 가문의 무사 몇 명과 함께 사천의 한 지방을 걸어가고 있었다.

황보헌앙이 산을 넘다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건너편 산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쯧쯧.”

무사 한 명이 질문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따라오너라.”

그는 그 말만 남기고 즉시 경공을 펼쳐서 달려갔다.

수행하던 무사들은 깜짝 놀라 황보헌앙의 뒤를 쫒았다. 그러나 황보헌앙과 무사들 사이의 무공차이는 컸다.

“장로님을 쫓아라!”

무사들이 뒤늦게 그의 뒤를 쫓아 달렸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벌어졌다.


황보헌앙이 한참을 달려간 곳에는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마부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그리고 십여 명의 무사들이 마차에서 젊은 여자를 끌어내고 있었다.

그 꼴을 본 황보헌앙이 호통을 쳤다.

“네 이놈들. 감히 사람을 죽이고 여자를 납치하려 하다니. 내가 못 보았으면 모르되 본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무사들은 갑자기 방해꾼이 나타나자 조금 놀랐다.

그들을 이끄는 중년인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황보헌앙을 보고 생각했다.

‘손에 검이 없군. 여행객인가?’

“늙은이가 낄 곳 못 낄 곳을 가리지 못하는군. 뭣들 하느냐? 목격자를 남겨둘 수는 없다. 없애라!”

그의 명령에 무사 한 명이 황보헌앙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갔다.

“재수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죽어라!”

그의 검은 처음부터 황보헌앙의 목을 노렸다.

황보헌앙이 코웃음을 쳤다.

“흥!”

그는 즉시 오른 주먹을 쭉 뻗었다. 그의 주먹에서 강력한 기세가 일어났다.

무사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자신의 검이 황보헌앙의 주먹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는 중이었다.

“흐억!”

황보헌앙의 주먹은 검을 부숴버리고도 힘이 남았다. 그 큼지막한 주먹이 계속 날아가 무사의 얼굴을 때렸다. 주먹에서 경력이 뿜어져 무사의 머릿속을 박살내고 뒤통수를 터트렸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돌아 무사의 몸을 뒤로 삼 장이나 날아가게 만들었다. 무사의 시체가 땅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사방에 피가 튀었다.

나머지 무사들은 깜짝 놀랐다.

“고수다!”

중년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바짝 긴장하며 외쳤다.

“네 놈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나 황보헌앙. 사악한 네놈들을 정의의 철권으로 단죄하겠다!”

중년인이 놀라서 소리쳤다.

“허억. 파암철갑!”

그는 얼른 승산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했다.

‘파암철갑의 주먹은 바위를 부순다. 더구나 호신기공이 하도 대단해서 어지간한 칼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 실력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고수다. 젠장. 그래도 비밀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중년인은 뒤를 힐끗 보았다. 무사들은 모두 겁을 잔뜩 먹은 얼굴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무사들 뒤쪽에 서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만에 하나를 위해서 데려왔지만 정말 인(人) 급이 나서는 상황이 올 줄이야. 인 급을 싸움에 투입하면 난 돌아가서 큰 처벌을 받겠군. 그래도 내가 지금 죽는 것보다는 낫지.’

중년인이 품에서 패 하나를 꺼냈다. 맨 뒤에 서 있던 사람은 그 패를 보자 눈빛이 변했다. 중년인이 그 사람을 향해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황보헌앙을 정확히 가리키며 말했다.

“지존께서 내리신 명령이다. 저 자를 죽여.”

그 사람은 중년인의 명령을 받고 황보헌앙을 향해서 똑바로 걸어갔다.

황보헌앙은 자신을 죽이러 다가오는 사람을 보더니 조금 놀라워했다.

“호오?”

그러나 곧바로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 네 놈들이 나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못 죽일 줄 아느냐? 똑똑히 보아라!”

무림의 유명한 고수인 황보헌앙이 바위도 박살낸다는 그의 큼지막한 주먹을 휘둘렀다.


황보세가의 무사들은 황보헌앙보다 경공이 많이 느렸다. 그들은 황보헌앙이 지나간 흔적을 쫓아 숲을 헤치며 달려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무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휴우. 장로님. 저희가 조금 늦었...”

그는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처참하게 망가진 황보헌앙의 시체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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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협은 음모를 꾸며주는 놈이 있어야지요. 암. 그렇고말고요. 잠룡전설은 워낙 알기쉬운 스토리로 가다보니 이런 놈이 없어서 서운했습니다.


어제것 하나도 안 짧았습니다. 오히려 그 전회들보다 아주아주 약간 더 길었죠.

가마니 일단 신경 껐습니다. ^^;;

원고가 벌써 중반을 넘었냐고요? 아닙니다. ^_^


선호작 베스트 100에 들었습니다. 우하하하! ^o^

이게 다 선작해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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