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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영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협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07.05.22 18:14
최근연재일 :
2007.05.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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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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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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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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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35

작성
06.12.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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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하제일협객 - 6

DUMMY

그는 노주광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고가장의 주인인 당화련이 심각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이미 이십여 명의 고가장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정말 아무도 본 사람이 없나요?”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살폈다. 하지만 보지 못한 것을 봤다고 할 수는 없다.

서흑수가 질문했다.

“제가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서 모르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좀 여쭤보겠습니다. 목걸이가 어떻게 생겼습니까?”

“가느다란 금줄이에요. 끝에 손톱만한 금장식이 붙어 있어요.”

“비싼 겁니까?”

“가늘고 작지만 그래도 금목걸이니까 싸지는 않아요.”

“고가장은 부자이잖습니까? 물론 금목걸이 하나가 버려도 되는 값싼 물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난리피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다 궁금해 하는 일이다. 고가장은 구가장과 함께 수유현의 양대 부자집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마님이 평소에 돈에 미쳤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닌데 이상하기는 해.”

“그러게 말이야. 장사에 관련된 돈 문제는 철저하게 처리하시지만 그 외에는 꽤 후하신 편이지.”

“가느다란 금목걸이 하나 정도는 말만 해놓으시면 우리가 알아서 찾아볼 텐데.”

당화련은 평소와 다르게 심각했다. 그녀는 서흑수의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곧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건 소미의 아버지가 예전에 선물로 주신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야 해요.”

사람들은 그때서야 납득했다.

“저런. 돌아가신 주인어른의 선물이었군.”

“그럼 꼭 찾아야지.”

서흑수는 같은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그 사람, 이런 부잣집 주인이면서 얼마나 짜게 굴었는지 알겠군. 마님을 별로 안 좋아한 걸까? 아니면 뭔가 의미를 담고 준 걸까? 어쨌든 죽은 사람의 일이니 무시하자. 지금은 산 사람의 목걸이 찾는 것이 급하지. 목걸이 찾아주고 술이나 한 병 얻어 마셔야겠다.’

서흑수가 사람들을 죽 둘러보았다.

‘지난밤에 장원에 침입자는 없었어. 그럼 이 안에 범인이 있다는 소리인데. 누굴까?’

총관 노주광이 서흑수의 곁에서 안타까워했다.

“이건 우리가 팔을 걷고 찾아야 할 일이야. 마님이 슬퍼하시는 걸 볼 순 없잖은가?”

당화련은 장원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었다. 노주광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정말로 팔을 걷어 올렸다.

한쪽에 서있던 무공사부 손광태는 노주광이 싱싱하게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 놈이 저렇게 멀쩡하지? 어깨가 아파서 사나흘은 고생해야 하는데?’

그는 참지 못하고 노주광에게 다가와서 질문했다.

“이봐. 총관.”

“예. 손 사부님.”

“자네 어깨 괜찮나?”

“어깨요?”

노주광이 팔을 휘휘 돌려보았다.

“괜찮습니다만?”

손광태가 인상을 썼다.

“크흠. 재주가 조금은 있다 그거군. 역시 그냥 총관질을 하는 게 아니었어.”

“예?”

손광태가 노주광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그 따위 알량한 재주를 믿고 내 앞에서 그리 건방을 떨었던 거군? 하지만 조심하라고. 내 칼에는 눈이 없네.”

노주광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이게 협박임은 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흥. 됐네.”

손광태가 불쾌한 표정을 한 채로 다른 사람들 쪽으로 가버렸다.

노주광의 곁에 있던 서흑수는 손광태의 귓속말을 똑똑히 들었다.

그는 손광태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어제 좋은 술을 마셨으니 오늘은 거기에 여자의 품과 요리까지 곁들이고 싶겠군. 얼마 하지 않는 금목걸이 정도는 부잣집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금은 돈 대신 쓰기에 딱 좋지.’

결론을 낸 서흑수가 히죽 웃었다.

‘어제 술을 한 단지나 마셨으면 오늘 아침에 숙취가 왔을 거야. 그 상태로 아침부터 술 마시러 갔다 왔을 리는 없고. 그럼 지금 가지고 있다는 소린데. 어디 좀 건드려 볼까?’

그가 당화련을 돌아보고 말했다.

“마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서흑수. 말해보세요.”

“일단 우리는 우리들이 결백하다는 것을 먼저 보여드려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우리가 목걸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먼저 증명하고 찾아야 한다는 거지요.”

당화련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나는 우리 장원 사람들을 의심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더 확인해서 결백을 증명하자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가져간 것이 아니니까요.”

당화련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 목걸이는 그녀에게 너무 소중했다.

“그, 그렇다면 어떻게...”

“그냥 서로 옆 사람의 돈주머니나 뒤져보게 하죠 뭐. 어차피 형식적으로 하는 겁니다.”

옆에서 고소미가 얼른 말했다.

“그거 좋네. 거지가 제법인데? 좋아요. 다들 옆 사람 돈주머니 좀 확인해 보세요.”

서흑수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생각했다.

‘저게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고소미의 말에 사람들이 서로의 돈주머니를 대충 벌려 보여주었다.

손광태는 뜨끔했다.

‘젠장. 겨우 가느다란 금목걸이 하나로 이런 난리가 날줄 누가 알았나. 뭘 훔쳐도 이렇게 된다면 다음에는 좀 더 비싼 것을 노려야겠군. 그나저나.’

그는 서흑수를 한번 째려보았다.

‘저 놈이 알고 저지른 짓은 아니겠지만 감히 나를 불쾌하게 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손광태는 일류무사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성질이 상당히 더럽다. 누가 주머니를 보려고 다가오면 눈을 부릅뜨기까지 했다.

당연히 장원의 그 누구도 손광태의 주머니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손광태는 사람들의 태도에 만족하고는 자신은 이 일에 상관없다는 듯이 하늘만 쳐다보았다.

서흑수는 손광태의 그런 동작들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손광태가 서흑수를 노려보았다. 꺼지라는 뜻이었다.

서흑수가 그 눈빛을 무시하고 넉살 좋게 말했다.

“손 사부님. 여기 제 돈주머닙니다. 보시다시피 텅텅 비었죠. 한 푼도 없습니다. 손 사부님 것도 좀 보여주십시오.”

손광태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아무리 노려봐도 서흑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젠장. 이 놈은 왜 이렇게 둔해? 바보 아냐? 하여간 보는 눈이 많으니 싫다고 할 수가 없군.’

그는 천천히 돈주머니를 꺼냈다. 서흑수는 돈주머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손광태는 어쩔 수 없이 돈주머니를 천천히 벌렸다. 손광태의 왼손이 주머니의 입구를 가렸다.

그는 사람들을 한번 노려보았다.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몇 명은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돌렸다.

그 틈에 그의 오른손 손가락이 왼손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일반인이 알아보기 힘든 속도였다.

그의 손가락 끝에 금목걸이의 끝이 걸렸다. 손광태의 왼손은 여전히 주머니 입구를 가린 채였다. 오른손이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끌어내며 자연스럽게 등 뒤로 돌아갔다. 그의 등 뒤에서 금목걸이가 대롱거렸다.

서흑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손광태는 만족했다.

‘네 눈깔로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는 목걸이를 건 손가락을 슬쩍 튕겼다. 목걸이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결국 손광태의 뒤쪽 화단 위에 떨어졌다.

손광태가 생각했다.

‘이중에 본 놈은 없을 거야. 저건 나중에 몰래 챙겨야겠다.’

서흑수가 그 꼴을 보고 웃었다.

'놀고 있네.'

“역시 손 사부님은 도둑놈이 아니네요. 당연히 다른 분들도 결백하시고. 저는 원래 우리 중에는 도둑놈이 없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지은 죄가 있으니 도둑놈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손광태가 으르렁거렸다.

“당연한 것 아니냐?”

그들의 대화에 고소미가 끼어들어 따졌다.

“야. 거지. 그래서 이제 어쩌자고?”

서흑수가 그녀를 싹 무시하고 당화련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마님께서 어디다 흘리지 않으셨는지 찾아봐야지요. 어쩌면 이 근처에 흘리셨는지도 모르니까요. 일단 같이 좀 찾아보죠?”

당화련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바깥으로 가지고 나온 적이...”

서흑수가 갑자기 외쳤다.

“앗, 저기 뭔가 반짝이는 게 있습니다!”

그는 먼저 소리친 뒤에 손가락으로 화단을 가리켰다. 사람들의 눈이 그가 가리킨 방향을 향했다. 정말로 화단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다.

서흑수는 화단에 달려가서 목걸이를 주웠다.

“여기 있네요. 여기. 와하하. 찾았습니다.”

그가 그것을 들고 당화련에게 내밀었다.

“마님. 목걸이입니다. 확인해 보세요.”

당화련이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받았다. 틀림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꼭 쥐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고마워요.”

“고마우시면 술이나 한 병 주십시오.”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웃었다.

“흑수는 술을 참 좋아하네요?”

“취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알았어요. 노 총관. 흑수에게 고화주 한 단지 가져다주세요.”

노주광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마님. 그건 파는 물건입니다.”

“괜찮아요. 예약되지 않은 것 중에서 한 단지 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꿀꺽.”

노주광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가 서흑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보게. 흑수. 술은 같이 마셔야 맛이지. 그렇지 않은가?”

서흑수가 크게 웃었다.

“그럼요. 오늘 다같이 술이나 푸자구요. 하하하!”

그러면서 그의 머리가 회전했다.

‘마님의 눈동자는 내가 말하자마자 정확한 위치를 짚었다. 보지도 않고 목걸이가 날아가는 것을 알아챘어. 역시 사천당문와 관계가 있나? 그럼 조금 곤란한데?’

그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게 목걸이인지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어. 뭐가 날아간다는 것만 알았겠지. 거기다 평소의 움직임으로 보면 아마 이류 정도? 그럼 무공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신분이 문제란 말이야.’

서흑수가 손광태를 힐끗 보았다. 손광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서흑수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마님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챘을 텐데? 그럼 그냥 눈감아준다는 거군. 왜? 아들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서흑수는 조금 찜찜했다.

‘설마 둘 사이가 특별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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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상당히 간단한 에피소드죠. 하지만 페이지 채우려고 넣은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


약간의 논란이 되고 있는 쌀가마니 문제는, 출판시에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ㅠ.ㅠ

그렇다고 1000가마니로 할 리는 없고(고가장이 쌀 파는 것도 아니고, 고화주는 고급 술이라 재료로 쌀 1000가마니가 필요한 만큼 많이 만들지 않습니다...), 쌀의 양은 놔두고 대사를 약간만 수정하겠습니다. ^^;;

제목은, 아마 그대로 가게 될 겁니다. 앞부분만 봐서는 아직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안 오실 테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기인지 확실히 아시려면 상당히 뒤까지 읽으셔야 합니다. 지금은 어울리는 제목 짓기가 어려우실 겁니다. 그래서 그냥 가게 될 겁니다. ^^;;

가끔 깜짝 놀랍니다. 여러해 전에 썼던 단편을 아직까지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천하제일고수는 천리안이 아니라 하이텔 무림동에 올렸던 단편입니다. ^^ 말 나온 김에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이마에 땀이... ^^;;;;;;;;;;;;;;;;;;;

가끔, ‘이 글을 보려고(또는 리플을 달려고) 여기 가입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커흑. 감사합니다. 그토록 맘에 드셨다니... ㅠ.ㅠ

서흑수가 본명이냐굽쇼? 쿨럭. 흑수(黑手)입니다. 검은 손이라는 뜻이지요. 노 총관에게 그 이름을 댈 때의 상황을 보면 쉽게 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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