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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영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협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07.05.22 18:14
최근연재일 :
2007.05.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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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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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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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글자수 :
53,435

작성
06.12.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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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천하제일협객 - 4

DUMMY

그는 그때 누가 걷어차는 기척을 느꼈었다. 하지만 살기가 전혀 없는데다가 워낙 보잘것없는 위력이라 그냥 맞아주었다. 가소로워서 눈도 뜨지 않아 얼굴은 보지 못했다.

이제 누가 찼는지 알게 되었다.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서흑수다. 그런데 오히려 걷어찬 고소미가 먼저 발끈했다.

“너? 너라고? 이게 어디서 너야? 나는 우리 엄마 딸, 이 장원의 금지옥엽 고소미라고!”

고소미는 자기의 신분을 과시하며 양 손으로 가느다란 허리를 턱 짚었다. 얼굴에 의기양양함이 가득했다.

‘내가 누구인지 밝혔으니 너 이제 큰일 났어.’

그녀는 즉시 서흑수가 사과할 것을 기대하며 으쓱해졌다.

서흑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고소미가 당황했다.

“그, 그래서라니? 내가 우리 엄마 딸이라니까?”

“나를 고용한 건 주인마님. 네가 아니야.”

“이, 이익. 내 말 한 마디면 넌 짤려. 그러니까 어서, 어서 사과해!”

“뭘 사과해?”

“너 때문에 내가 발목을 다쳤단 말이야. 사과해!”

“싫어.”

“시, 싫어? 짤라 버린다?”

“아쉬운 거 없어. 잘라.”

고소미의 기가 조금 죽었다.

“안... 아쉬워?”

“하나도 안 아쉬워. 내가 먼저 고용해달라고 찾아온 적 없어. 노 총관님이 하도 부탁해서 고용돼 준거야.”

“뭐가 아쉬워서 거지를 고용해?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자꾸 건방지게 굴면 내가 먼저 나가버리는 수가 있어.”

“거, 건방? 이익!”

고소미가 발을 동동 구르다가 외쳤다.

“그래도 내가 발목을 다친 건 사실이잖아. 사과해!”

서흑수가 자기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러게 다 큰 처녀가 남자 엉덩이에 발길질은 왜 해? 내 엉덩이도 아팠어. 서로 비긴 거야.”

“이, 이게... 니가 무슨 남자야?”

“그럼 여자냐?”

“너, 너는 거지야!”

서흑수가 도끼를 잡았다.

“비켜. 장작 패야 돼. 으랏차!”

기합까지 크게 지르며 도끼질을 하자 통나무가 두 개로 쩍 갈라지며 옆으로 튀었다. 튀어나간 장작 하나가 고소미의 발밑으로 날아와 굴러다녔다.

“꺅!”

고소미는 놀라서 뒤로 후다닥 물러섰다.

서흑수는 이제 그녀를 싹 무시하고 도끼질에 집중했다. 쪼개진 장작들이 자꾸 고소미에게 날아갔다.

고소미는 더 뒤로 물러서서 서흑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냥 안 넘어갈 거야. 두고... 꺄악!”

장작은 계속 날아왔다. 고소미는 결국 장작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쳤다.

“거지 너, 두고 봐!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얏!”

다른 아가씨들도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돌아갔다.

천기연이 서흑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흑수 오빠. 나중에 봐요.”

서흑수가 웃어주었다.

“그래. 기연아. 나중에 꼭 와라.”

어느새 말까지 터 버렸다.

다른 아가씨들도 그걸 보더니 서흑수에게 신나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서흑수는 한 명 한 명에게 웃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고소미도 분위기에 말려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서흑수가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고소미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아가씨들을 다 쫓아낸 서흑수가 흩어진 장작 쪽으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생긴 건 예쁘장한데 성질은 망아지 같은 아가씨네.”

서흑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가씨들이 떠나고 나자 더 이상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감각에 잡히는 사람도 없었다.

서흑수가 흩어진 장작들을 발끝으로 툭툭 찼다. 장작들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소리 없이 날아갔다. 그것들은 한 쪽에 차곡차곡 쌓인 장작더미 위에 사뿐히 떨어졌다.

장작은 마치 손으로 쌓는 듯이 정확하게 제 자리를 찾아 놓였다.

* * *

고소미는 즉시 당화련에게 자기가 당한 일을 일러바쳤다.

당화련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잘못했겠지.”

“엄마! 그 거지가 일부러 나한테 장작을 던지면서 쫓아냈다니까!”

당화련이 옆에 있던 천기연에게 물었다.

“사실이니?”

천기연이 즉시 배신을 때렸다.

“아뇨오! 흑수 오빠는 그냥 장작을 팼어요. 하긴, 조각들이 아가씨 쪽으로 좀 튀기는 했어요.”

“그것 봐라.”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야. 틀림없어.”

“그러게 니가 먼저 잘 대해주지 그랬니? 평소 네 성격으로 봤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뻔하구나.”

“이익. 하여간 그 놈 짤라 버려!”

“안돼.

“왜 안돼? 엄마 누구 엄마야?”

“서흑수는 우리 장원에 큰 도움이 되는 일꾼이란다. 네 잘못 때문에 자를 수 없어.”

“이이익. 일꾼은 많잖아.”

“그는 삼류무사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단다. 아마 외공을 익힌 것 같은데, 그래서 힘이 장사지. 평소에는 일을 잘 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유사시에는 그 무공이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 큰 잘못이 없는 한 자를 수 없어.”

“무공은 엄마도 잘 하잖아. 세옥이도 있고!”

“내 무공은 잘 쳐줘야 이류. 세옥이도 잘 쳐줘야 일류에 발끝이나 겨우 들여놓은 경지. 사실은 이류라고 보는 것이 옳지. 우리만으로 장원을 지키기는 아직 부족해. 우리에게는 삼류 무사라도 많을수록 도움이 된단다.”

“이류가 둘이면 충분하잖아.”

“네가 세옥이 정도 실력이 된다면 충분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 너도 세옥이 본받아서 수련이나 열심히 하든지. 자질도 뛰어난 애가 왜 그렇게 무공수련을 싫어하니?”

“싫어. 무공 수련은 힘들단 말이야. 그리고 그런 거친 수련은 나처럼 예쁜 아가씨가 할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녀들이 대화하는 곳 앞쪽 마당에서 땀을 흘리며 검을 수련하고 있던 고세옥이 마지막 동작을 마치고 투덜거렸다.

“누나. 생긴 게 핑계가 된다고 생각해? 나도 밖에 나가면 아가씨들이 줄줄이 따라붙은 잘 생긴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수련을 열심히 하잖아.”

“그럼 너도 수련 하지 마.”

“안돼. 장원을 지키려면 내가 고수가 돼야지.”

“웃기고 있네. 세옥이 네가 어느 세월에 고수가 된다는 거야? 열여덟이나 된 놈이 아직도 그 모양 그 꼴이면서.”

“누나 이거 왜 이래? 나도 내 나이에 비하면 엄청나게 뛰어난 실력이라고.”

“남들은 열다섯 살에도 검기 쓰는 고수가 된다더라.”

고세옥이 툴툴댔다.

“그거야 명문대파에서도 특별히 잘나가는 놈들이지. 나도 당문의 무공을 직접 전수받았으면 지금쯤 고수가 됐을 거야.”

갑자기 고세옥이 당문을 언급하자 지금까지 기세등등하던 고소미가 깜짝 놀라서 짧게 외쳤다.

“세옥아!”

고세옥도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깨닫고는 얼굴을 굳혔다. 곧바로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엄마. 미안해요.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당화련이 씁쓸한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괜찮다. 내가 당문의 방계 출신이라서 네가 암기술을 못 배우는 건 미안해하고 있단다. 내가 직계였다면 당문에 들어가서 수련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

고세옥이 급히 말했다.

“아녜요. 엄마. 난 지금 배우는 무공으로도 만족해요. 사부님 실력도 상당하거든요.”

어느새 다시 활발해진 고소미가 코웃음을 쳤다.

“흥. 새로 들어온 네 그 이상한 사부? 난 그놈 맘에 안 들어. 애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도 돈단 말이야.”

“놈이라고 하지 마. 그래도 사부님이라고.”

“그리고 말이야. 아무리 내가 예뻐도 그렇지. 돈을 그렇게 많이 주고 고용했으면 적어도 나를 볼 때 그런 눈빛으로 보지는 말아야지. 소름 돋아.”

“아마 누나도 가르치고 싶으신가보네. 같이 배울래?”

“아, 됐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검을 휘두르면 피부 까매져. 나는 그냥 이대로 살래.”

* * *

노주광은 장원의 총관이다. 하지만 남에게 일 시켜놓고 뒷짐 지고 구경하는 성격은 아니다. 고가장의 일꾼은 많지만 그래도 한 명이 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바빠진다. 그걸 아는 그는 입이 아니라 몸으로 일했다.

대신에 그는 아주 일 잘하는 사람과 조를 짜서 움직이는 요령 정도는 피웠다. 지금 이 장원에서 가장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서흑수다.

서흑수와과 노주광은 장원 한쪽에서 삽질을 하고 있었다.

노주광이 허리를 쭉 폈다.

“아이고. 이러다 허리 부러지겠다.”

서흑수가 삽질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그럼 쉬세요.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 그래도 되겠나?”

서흑수가 피식 웃었다.

“어차피 거의 다 팠잖아요.”

땅은 거의 다 서흑수가 팠다. 그의 삽질 재주는 일반인과 차원이 달랐다.

노주광이 미안한 마음에 크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우리 고가장의 최고 일꾼은 흑수 자네로군. 우리가 이걸 벌써 다 파다니.”

“그런데 여긴 왜 파는 건가요?”

“삽질이 무슨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건가? 그냥 하는 거지.”

“그럼 저 쪽에 단지들은요?”

“봤나?”

“봤죠.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요?”

“쩝. 술 좋아하는 자네가 눈치 챘으니 큰일이군. 사실 저걸 여기 얕게 묻으려는 거라네. 그리고 위에 지붕을 씌우지. 우리 고가장에서 술을 빚는 방법이라네.”

서흑수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꿀꺽. 저게 다 술인가요?”

“눈독 들이지 말게. 저건 전부 파는 술이니까. 상당히 비싼 술이라 우리는 함부로 못 마신다네.”

“쩝. 맛있겠는데.”

“그리고 저 단지들은 단골고객의 특별주문품이라 숫자가 맞추어져 있다네.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큰일 나. 훔쳐 마시다 걸리면 쫓겨나는 거로 안 끝나네.”

“걱정 마세요. 다른 건 몰라도 도둑질은 안하니까. 그런데 술단지로 다가가는 저 사람은 누구에요?”

노주광이 그 사람을 보고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곧바로 얼굴을 펴고 구덩이에서 나와 인사를 했다.

“손 사부님. 오셨습니까? 이 친구야. 어서 와서 인사하게. 세옥이에게 무공을 가르치시는 손광태 사부님이시라네. 그 대단하다는 일류무사이시라네.”

서흑수도 어기적거리며 구덩이에서 나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손광태가 서흑수를 쓱 보았다.

‘별 것 없는 놈이군.’

그는 일개 일꾼보다는 항아리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의 손이 항아리 하나를 덥석 잡았다.

노주광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손 사부님. 그 술은 파는 물건입니다.”

손광태의 한쪽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입주위에 썩어문드러진 미소가 맺혔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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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의 큰 즐거움. 리플.

그리고 작은 즐거움. 절단무공. 아직 수련이 부족해 삼류입지요.


제목은, 저도 포스가 2%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제목을 들으시자마자 '협객? 도둑놈이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

사실 제목 변경 가능합니다. 이 제목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과 부합되며 ‘아무도’ 써먹지 않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제가 워낙에 이름 짓는 재주가 없습니다. ^^;; 말씀해주신 광협도 나쁘진 않은데 그것도 2%가 부족...

1편에 언급된 적호대와 흑룡대의 인원수? 머릿수가 중요하겠습니까? 그 부대들이 얼마나 강력했냐가 중요하죠.

광마에서 광룡이 생각나신다고요? 저도 광룡에 대한 미련 때문에 광마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혼자서 쌀가마니 100개를 다른 장소로 옮기려면, 보통 사람은 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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