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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영JY 님의 서재입니다.

자동으로 인생 역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잔영JY
작품등록일 :
2024.03.15 17:15
최근연재일 :
2024.04.01 19:5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7,422
추천수 :
934
글자수 :
120,665

작성
24.03.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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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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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7쪽

오토 라이프 13화

DUMMY

오토 라이프 13화



그 말을 들은 현우가 당황하면서 크게 손사래를 쳤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직 준프로도 안 되는 아마추어들을 두고 무슨 팀이에요. 심지어 저는 이제 막 실력 회복하는 중이라니까요. 저는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참가한다는 게 아마추어 클랜 리그, 그러니까 3부 리그 지역 예선이지?”

“네? 네.”

“모든 프로 지망 팀의 기본 관문이지.”


툭, 툭, 툭. 책상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던 성환이 결정을 내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자. 일단은 너희 팀과 우리 회사가 가계약을 체결하는 거다.”

“가계약요?”

“네이밍 스폰서? 그런 느낌이지. 이름 걸어주고, 숙식 정도는 제공할게.”

“... 숙식...”

“아무도 없어서 황량한 팀 숙소를 놀려둘 수는 없잖아? 임대 기간은 남았는데. 어차피 회사 입장에선 매몰 비용이라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컴퓨터도 있겠다. 전기세랑 밥값 정도만 부담하면 되니까.”


온라인 연습보다는 당연히 숙식이 제공되는 상태의 합숙이 훨씬 팀워크를 다지는 데에 나았다.

게다가 이미 회사에서는 투자할 비용이 없다는 것도 현우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그 다음엔요?”

“아마추어 리그 지역 예선을 뚫으면 팀 전원 연봉 1200만 원에 선수 계약을 해 주지.”


1200만 원.

고작 월급 백만 원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업계에서는 파격적이었다.

아마추어 딱지도 벗지 못한 선수들에게 월급 백만 원이라는 것은 엄청난 비용 투자였으니까.


“일단 계획은 거기까지다. 굳이 2부 리그로 승격했을 때의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그건 너무도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였기에, 현우 역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네 월급도 백만 원이 조금 넘지?”

“그렇죠.”


하루 5시간씩 주 5일 근무였으니 월로 따지면 약 100시간 근무였다.

시급 만 원 기준으로 100만 원 선.


“어떻게든 예선만 뚫어 봐. 회사 출근 안 하고 게임만 하면서 일 년은 같은 월급이 나올 테니까.”

“그거... 조금 끌리긴 하네요.”


어차피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대회에 참가하려고 한 이상, 게임에 일정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게이머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게임으로 회사 업무가 대체된다?


‘짐짝이 하나 더 없어지는 셈이군.’


성환이 명목상의 프로젝트를 현우에게 맡기면서 잡다한 업무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거기에 아주 급할 때는 다른 팀의 업무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기도 했다.

그런데 큰 짐덩이를 하나 더 치울 수 있는 상황.

분명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잠깐, 설마?’


순간 현우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이고 떠올랐다.


‘복합 목표라는 건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고?’


너무도 톱니바퀴가 알맞게 맞추어져 돌아갔다.

‘최적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하하...’


헛웃음을 흘리는 현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분기점이 생성되었습니다.]

[행동, <게이머즈 리퍼블릭 社 사장 김성환의 제안 받아들이기>는 특정 목표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신중히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분기점에서 <예>를 선택하였을 경우]

- 변동 사항 없음


[현재 분기점에서 <아니오>를 선택하였을 경우]

- 목표, <복합 목표 1>의 실패 및 삭제


시스템 메시지를 읽은 현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메시지조차도 이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인 것 같네요. 팀원들한테 물어봐야 하긴 하겠지만...”


팀원들은 거절할 이유가 당연히 없으리라.

현우 본인 역시, 원래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는데, 거기에다가 더욱 이유를 더 해 줬으니 더더욱 거절할 이유란 없었다.

현우가 웃으면서 가볍게 말하자, 성환이 입을 삐죽였다.


“당연하지. 나름대로 생각해서 최고의 방법을 내놓은 거니까. 그런데 그것치고는 반응이 신통찮은데? 이거 물러, 말어?”

“으흐흐, 사장 형님 최고! 사랑해요 사장님!”

“으악!”


뽀뽀세례라도 퍼부을 기세로 현우가 뛰어들자, 성환이 기겁을 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사장님! 저 열심히 할게요!”


안기듯 가볍게 포옹하면서 현우가 힘차게 말하자, 성환이 피식 웃으며 안은 채로 등을 두드려주었다.


“열심히만 할 거야?”

“잘할게요!”

“그래야지.”


그리고 싱글싱글 웃으며 현우가 사장실을 나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승아가 성환을 향해 물었다.


“1200씩 5명이면 6천 집행해야 하는 거 알지?”

“원래 나갈 돈이잖아.”

“다시 프로팀을 안 만들면 안 나갈 돈이기도 하잖아.”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는 한승아다.

그녀를 보면서 성환이 어깨를 으쓱였다.


“2부 리그 시드권 시세가 1억 정도. 1부 리그는 15억에서 20억이던가? 확실히 최소 2부 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면 회수도 못 하는 돈이지. 홍보 효과? 그걸 보려고 해도 최소 2부 리그에 구단을 진출시켜야 하는 게 사실이고.”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막 질러? 아무리 그 애가 좋아도 그렇지.”

“너도 좋아하잖아?”


은근한 그 말에, 한승아가 한숨을 내쉬며 타박하듯 이어 말했다.


“나도 현우 그 애는 좋아하지만, 6천을 허공에 날릴 정도는 아니야. 가뜩이나 회사 자금 사정도 빡빡한데...”

“글쎄. 과연 그럴까?”

“현우 걔는 몇 달은 게임 안 하고 쉬었고, 급조한 팀이라면서. 현우 하나만 믿고...”

“아니.”


한승아의 말을 일축하면서, 성환이 씨익 웃어 보였다.


“오히려 반대지. 현우 하나만 못 믿는다는 게 맞아.”

“응?”

“그 팀 이름이 뭐였더라? 팀 DBG? 난 그거 듣는 순간 익숙했는데?”

“익숙하다고? 경기도 안 해본 아마추어 팀 이름이 어떻게 익숙해?”

“커뮤니티에서 난리 났던 이름이니까.”


어깨를 으쓱이고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성환이 이어 말했다.


“솔직히 놀랐어, 현우가 거기 원년 멤버일 줄은 몰랐거든.”

“뭐, 뭐야. 그러면...”

“내가 알기로는 조금만 팀워크가 갖춰져도 2부 리그는 노릴 만한 팀이야. 커뮤니티에서 평판을 너무 망쳐서 그렇지. 4명이 정치질로 새 멤버를 왕따시켰다... 는 팀원 구할 때 확실히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겠지.”

“아, 설마...?!”


그제야 한승아도 어떤 사건인지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외쳤다.


“그 고등학교 프로 지망팀 정치질 사건? 그게 그 팀이야?”


커뮤니티가 들썩였던 워낙 큰 사건이었기에, 한승아도 여기까지 듣고서 모를 수는 없었다.


“그래.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해놓고서라도, 일단 현우 친구들이라는 그 넷은 실력은 있는 친구들이지. 아마추어 리그 정도는 뚫을 실력 말이야.”

“그러면...”

“사실은 현우가 아니라 내가 운이 좋았던 거지. 기존 우리 팀보다도 더 좋은 멤버를 현우가 물어와 준 셈이니까. 타이밍도 참 공교롭지. 그렇지?”

“그러게...”

“물론 현우는 내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시금 어깨를 으쓱이며 한승아와 시선을 마주하는 성환이다.


“자, 컴퓨터공학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르는 미래의 천재에게 은혜를 입히고 해체된 기존 게임단을 능가하는 새로운 멤버까지 영입한 순간인데. 내가 이래도 손해 볼 일을 한 건가?”


살짝 놀란 눈치를 보이는 한승아의 모습에, 성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단하다고 말해도 좋아.”


그런 성환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에.

쪼옥! 한승아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의 입에 자신의 입을 깊게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와 입을 맞추는 그 순간에도, 성환은 곁눈질로 유리 너머, 현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하다고 말해야 하는 건 사실 저 녀석이겠지만 말이지.’


수능 공부와 병행하면서도 그 정도 속도로 컴퓨터공학과 프로그래밍을 이해할 수 있다니.

거기에 게임은 덤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몸엔 전율이 일고 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머리만 좋은 소시오패스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어. 그렇지만 저 녀석은...’


이번 팀 사건을 듣고서 성환은 파악할 수 있었다.

현우에게 신의와 배려가 있음을.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천재.

영재와 수재, 그리고 천재들의 틈바구니에서 학창시절을 전부 보낸 성환은 그것이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외골수인 천재들은 보스(Boss)가 되지만. 인간적인 천재라면 최고의 리더(Leader)가 될 수 있다.’


그 순간.

하하하하! 사장실의 유리창 밖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현우를 둘러싸고 사무실의 모두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환 역시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응?”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는 한승아에게 답해주는 대신에, 성환은 한참이나 현우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실력은 있지만, 통제 불가능한 야생마 같은 4인방.

성환이 알고 있는 현우의 친구들에 대한 평가였다.

온라인에서도 욕설과 비매너 플레이로 유명했던 이들 4인방이 새로운 멤버와 트러블을 겪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을지도 몰랐다.


‘개개인의 능력으로 올라가는 것도 한계가 있지.’


성환은 단순히 개인 능력만으로 보았을 때, 이 팀이 오를 수 있는 한계는 전국 대회 2차전 정도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3차전과 결승전인 4차전에는, 이미 개인 능력은 기본이고 팀워크를 확실하게 갖춘 팀들이 올라올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 이상으로 오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초의 증명이 될 것이었다.





**





“기분 안 좋아?”


현우의 물음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네 명.

한참을 침묵하다가, 건태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가 스폰서를 구했다고?”

“어쩌다가 보니?”

“그리고 그 스폰서가 게이머즈 리퍼블릭이고, 우리가 대리 사건으로 해체됐다고 알려진 G.Rep 팀이 된다고?”

“그렇지?”

“......”


잠시 이어진 정적.

그리고.


“우아아아아아아!”

“와 씨발! 미쳤다!”

“개쩐다!”

“우와아아아아! 3부도 못 뚫었는데 스폰서라니! 이거 미쳤어! 미쳤다고!”


네 명의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물론 예상치 못한 괴성에 현우는 괴롭다는 듯 귀를 막고 있었다.


“그렇게 좋냐?”

“좋지! 숙식제공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지역 예선만 뚫어도 연봉 1200... 1부 리그도 연습생한테 월급 주는 팀은 없다고!”

“맞아! 사실 지역 예선급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대기업팀 연습생 수준도 못 될 텐데!”


그 뒤로도 주욱 이어지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현우는 살짝 감탄한 듯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 녀석들, 안 보던 사이에 제법 진지하게 프로게이머를 준비했구나.’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정보까지 꿰고서 평가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의견은 공통되었다.

대박 조건이라는 것.


“그 뒤의 계약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프로 ‘지망’팀인 우리에게는 초대박 조건인 건 맞아.”


건태의 결론에, 나머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솔직히 난 삼시세끼 라면만 먹여줘도 간다.”

“노노. 난 비싼 몸이라 계란은 넣어 줘야 됨.”

“쯔쯔, 배부른 소리 하기는, 난 단식도 할 수 있다. 거기에 하루 세 번 게이머즈 리퍼블릭 사장님한테 큰절도 가능함.”

“난 게이머즈 리퍼블릭 본사까지 삼보일배 가능.”

“난 일보일배.”

“난 일보일그랜절 가능.”


서로 장난스럽게 투닥대는 모습을 보면서, 현우가 피식 웃었다.


‘사장 형이 진짜 좋은 계약 제시한 게 맞긴 맞구나.’


이미 괜찮은 계약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격하게 좋을 줄은 몰랐던 현우였다.


‘이 녀석들은 그만큼 프로라는 타이틀에 목말라 있었다는 거겠지.’


그렇지만 부담감 역시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 나와 현우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계약이면 성과는 반드시 내야겠지.’


주먹을 불끈 움켜쥐면서, 현우가 분위기를 환기했다.


“미친놈들아, 헛소리하지 말고. 그래서 계약은 받을 거지?”

“지금까지 뭐 들었어. 당연히 콜이지.”

“이응이응.”

“좋아. 그렇게 연락할게. 앞으로는 우리 팀 연습 장소는 ... ”


팀 합숙을 위한 아파트 주소까지 알려준 뒤에, 현우가 이어 말했다.


“솔직히 사장님은 지역 예선만 뚫어도 연봉 보장은 해 준다고 말했지만, 너희들도 알지? 지역예선 따위, 백 번을 뚫어도 그냥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거. 적어도 프로를 꿈꾸려면 전국 대회에서 우승해서 2부 리그 승강전까지는 가야 한다는 거.”


현우가 강력한 의지를 섞어 말하자, 팀원들이 그제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승강전 뚫고, 1부까지 가야지.”

“1부가 뭐야, 월드컵은 가야지.”

“아, 나도 연봉 수십억 받고 싶다.”

“나도나도...”


그리고 갑작스레 삼천포로 빠져버린 대화의 장을 듣던 현우의 표정에 황당함이 어렸다.


‘이 시키들, 아주 김칫국을 사발로 드링킹하는구만.’


아마추어 지역 예선에서 우승하면 전국 대회 출전권이 생기고,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면 2부 리그의 꼴지 팀과 승강전을 치를 기회가 주어진다.

여기에서 승리하면, 프로 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2부 리그 시드가 생기는 것이다.

이 아득하게 먼 과정보다도 더욱 멀리 있는 것이 1부 리그.

그리고 1부 리그 상위권만이 참여할 수 있는 월드컵이었다.


각 단계를 넘어서기 위한 벽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그런데 이미 월드컵이라도 확정된 것처럼 떠들어대는 꼴이라니!

그들에게 살짝 한심함을 느끼려던 찰나였다.


[감정 이해도 수치가 높습니다.]

[돌발 목표, <팀원들의 정신 상태 개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전에 미역국을 끓여주고 올렸던 감정 이해도 한계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 새끼들 정신 좀 차리게 해 줘라.’


마다할 생각 없는 현우의 입이 자연스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우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무언가를 네 명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썩어들어가는 네 명의 표정.

그것은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왔던 그들의 팀을 저격한 게시글이었다.


“그걸 왜 보여줘... 짜증나게.”


그러나 현우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냥 아마추어로 간다면 몰라도, 프로가 되는 이상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지.”

“뭘 외면해?”

“너희, 변명 말고 커뮤니티에 제대로 사과한 적 있어? 그 사람에게 직접 사과는 했어?”


현우의 질문에 서로를 바라보는 네 명.

그리고 현우의 레이저 같은 시선을 마주하던 그들이, 헛기침을 터트리며 시선을 피했다.


“소, 솔직히 너무 남탓이 심해서...”

“걔가 민호를 너무 까잖아.”

“오더도 잘 안 듣고.”


그들의 말을 듣던 현우가, 팔짱을 끼면서 미간을 좁힌 채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내가 남탓 하고, 민호 까고, 오더 안 들으면 나도 정치 당하겠네?”

“야! 그건 아니지! 어떻게 친구한테...!”


그 순간, 건태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헙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현우의 입꼬리는 올라간 채였다.


“그래, 너흰 같은 잣대를 두고도 친구인 동료에게는 후하게, 새 동료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했던 거야. 그런 걸 정치질이라고 말하고.”

“......”

“프로라는 건 말이지. 말 그대로 그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 또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성과를 위해서는 나의 즐거움, 나의 행복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친구들에게, 현우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이어 말했다.


“성격이 맞지 않는 새로운 팀원을 어르고 달래고 맞춰주는 건, 즐겁지 않을 수도 있고 행복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분명 감수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 그래서 뭐...! 우리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거야?”


당사자인 민호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 항변하듯 외치자, 현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그저 게임인데. 마음에 안 들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고, 때로는 누굴 미워할 수도 있고, 괴롭힐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았다고. 이게 무슨 직업도 아니고. 그렇지?”


즉답으로 부정하는 현우에, 오히려 당황해진 네 명이 눈알을 데룩데룩 굴렸다.

괜찮다는 뜻인가? 아니라는 뜻인가?

무어라 말할지 몰라 떠듬거리고 있는 그들에게, 현우가 피식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


“그런데, 이젠 아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6 sa******..
    작성일
    24.03.23 10:18
    No. 1

    그렇지. 이제 직업인데, 싫은 것도 해야지.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일교차 심한 날씨에 건강관리 잘 하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99 난의향기
    작성일
    24.03.23 22:20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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