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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회

없어? 내가 만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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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회
작품등록일 :
2018.06.22 16:30
최근연재일 :
2018.09.17 17:01
연재수 :
4 회
조회수 :
4,098
추천수 :
54
글자수 :
6,999

작성
18.06.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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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8
추천
23
글자
13쪽

1화 - 맛없는 세상

DUMMY

"저...기 사람은 안 되나요?"

"에...? 젖소가 얼마나 좋은데요. 마음에 안 드세요?"

"아... 좀... 그렇죠"


젊어보이는 20대 중반의 남성과 40대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테이블을 제외하고 주변이 모두 하얗다는 점이었다.


"음... 사람이라... 있긴 한데 별로 추천 드리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해서요"

"으으으음 하아... 사람 사람이라...당신이 가진 선행수치로는 엄청 힘든데..."

"그걸 어떻게든..."


20대 남성이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하자 갑자기 테이블에 커다란 책이 한권 나타났다.


"음...대부분 가난하고 질병에 걸려죽거나...심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거나... 이런 것뿐인데..."

"몸에 이상만 없고 다른 건 다 안 좋아도 괜찮으니 뭔가 없을까요..."


열심히 책자를 넘기던 남성이 한 페이지에 멈춰 섰다.


"음...이걸 제가 차마 ...몸은 멀쩡하고 그렇긴 한데.."

"괜찮습니다. 그걸로 해주세요!"

"진짜 차라리 매미로 환생을 하는 게 좋지 않을 까요?"

"아닙니다. 사람이면 됩니다. 제발 꼭 좀 부탁드립니다!"


부탁하는 이 20대 남성의 이름은 한 율. 자취방에서 홀로 떡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사망한 남성이다.


진짜다.


"나중에 여기로 다시 왔을 때 저한테 뭐라 하기 없는 겁니다. 마이너스 포인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구요"


남성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괜찮다는 듯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이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에다 사인하시면 됩니다."


한율이 사인한 것을 살펴본 남성이 손을 휘젓자 한율의 뒤로 거대한 문이 생겼다.


"저쪽으로 나가시면 ... 에?..."


한율이 바로 문을 열고 나갔기에 남성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상관 없으려나..."




헤이만 대륙의 제일 오른쪽 귀퉁이에 위치한 거스 왕국


이 이야기는 이 아주 작은 왕국의 왕성의 구석에 위치한 별채에서 시작한다.


"왕자님. 어이쿠 귀여워라 우리 왕자님 맘마 드실 시간입니다."

"아부부브"


아기가 입을 내밀면서 귀여운 표정을 하자 갈색머리의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유모가 사랑스러운 듯이 아기를 쓰다듬었다.


아기의 이름은 에단 거스. 거스 왕국의 13번째 왕자이다.


아기는 지금 속으로는 답답함에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아...이게 무슨 꼴이야....'


에단 거스의 정체는 바로 한율이었다. 에단 거스로 환생한 그는 특이하게도 전생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어 정신은 20살이었다.


하지만 아기여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답답 그 자체였다.


'어떻게... 다행이 기억은 남아있는 듯한데 실수였어...'


자신의 생각이 짧았던 것을 후회하는 한율 아니 에단이었다.


그는 당연히 자신이 살던 2024년의 그 시대로 태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아이의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을 때 잘 봐도 중세시대 느낌이었다.


'하아...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마음만 급해서...'


자신을 자책하는 에단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맘마 왔어요~"


에단을 챙겨주는 유모의 이름은 비에타. 에단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에단이 아프거나 무언가를 원할 때 비에타는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주는 해결사였다.


에단은 입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우유를 조금씩 음미했다. 처음에는 비린 맛에 거부감이 상당했지만 먹다보니 이제 맛있다고 느껴지는 정도였다.


"비에타 나왔어"

"오셨습니까 왕비님. 에단 왕자님은 식사중이십니다."


에단이 우유를 음미하고 있을 떄 긴 은빛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외모와 붉은 눈 에단과 쏙 닮은 여성이 시녀들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비에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왕비가 에단에게 다가왔다.


"흥...잘 살아있군 됐다. 방으로 가지"

"네 왕비님"


왕비의 이름은 카나텔 마슈미스. 카나텔은 에단의 이마를 누르더니 획 돌아나갔다.


"지 아비를 닮았어야했는데 말이야"


매몰찬 단어를 남기고 왕비가 방을 나가자 에단은 다시 유모가 주는 우유를 열심히 먹었다.


'엄마가 맞긴 맞는 건가...너무하네 진짜 에라이 ***'


에단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열심히 육두문자를 날리고 있었다. 그만큼 카나텔은 에단에게 쥐꼬리만큼의 관심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멀게만 대했다.


오죽하면 에단은 단 한 번도 엄마인 카나텔에게 안겨본 적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거니 팔자라 생각해야...으...'


에단은 우유를 다 먹고 유모의 손에 트림을 한번 한 다음 자리에 다시 누웠는데 곧바로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아기가 이렇게 많이 자는 거야? 아니 무...'


불만을 토로하다가 곧바로 잠에 빠진 에단이었다.




"에단 왕자님! 또 여기 있으셨군요!"

"엑 유모다. 필립 나중에 올게"

"네 왕자님"

"필립!!"


유모가 필립을 보며 눈을 날카롭게 치켜떴다. 필립은 카나텔 별채의 주방장이었다. 어두운 녹색의 짧은 머리와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남성이었다.


필립이 유모의 눈빛에 움찔하더니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회피했다. 그 사이에 에단은 재빠르게 주방을 벗어나 창고를 통해 밖으로 튀어나왔다.


"에단 왕자님 어디가십니까?"


금발의 풍채가 큰 남성이 에단을 보고 손을 흔들자 에단이 손을 들며 답했다.


"잭! 유모한테 들켰어 숨을 데가 없을까?"

"하하하 또 주방에 가셨군요. 왕자님 이미 늦으신 듯합니다."


있는 힘껏 달려가던 에단의 몸을 누군가가 가볍게 잡아 들어올렸다.


"에~단 왕자님~ 어딜 가시나요?"

"하하하...유모... 잠시 운동하러 나왔어요. 하하하"


비에타가 에단을 정면으로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호호호 그러셨구나. 왕자님... 제가 주방은 위험하다고 했죠! 거기다가 제왕학 선생님까지 화가 나셔서 돌아가셨다고요! 내가 어떻게 주절주절"

"으익...."


비에타의 설교 시간이 시작되었다. 한숨을 내쉰 에단이었지만 이미 잡힌 몸이었다.


에단의 나이는 이제 5살. 왕자의 신분이기에 한창 공부나 무예에 힘써야 하는데 에단은 오로지 요리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런 에단이 걱정스러운 비에타였기에 혼을 내보기도 하고 유명한 선생님들을 모시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에단은 오로지 요리에만 일직선이었다.


"왕자님 제 말 듣고 있긴 해요?"

"아니! 안 들었어!"


에단의 당당한 말에 유모가 한숨을 쉬며 에단을 내려주었다. 유모가 에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왕자님... 공부를 하시거나 무술을 익히셔서 폐하의 눈에 들어야 살아남으실 수 있어요. 왕자님에게 이 세상은 매우 가혹할거예요. 어떻게든 강해지지 않으면..."


에단이 유모에게 걱정 말라는 듯 가슴을 폈다.


"걱정 마! 유모. 유모도 말했잖아 내가 천재라고 내가 어떻게든 할 거야"

"왕자님..."


비에타가 에단을 끌어안았다. 비에타는 이 조그마한 아이가 겪어야할 일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아파오는 듯했다.


"유모 그럼 다시 주방에 가도 될까?"

"아니요"

"쳇"


에단은 유모에게 끌려가 다시 자신의 방의 책상에 앉았다. 유모가 밖으로 나가자 잠시 뒤 한 남성이 들어왔다.


호리호리한 몸에 잘생긴 외모와 긴 금발을 지닌 이 남성의 이름은 테른. 에단의 마법 선생님이었다.


"오늘도 도망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왕자님"

"사람이 살다보면 도망도가고 그럴 수도 있지요"

"하하하 왕자님은 이제 갓 5세이신데 말하시는 것은 완전 애늙은이시군요."

"흥"


에단에게 다가온 테른은 거대한 마법서를 책상에 내려놓기만 하고 멀뚱히 에단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수업하려던 거 아니었어요?"


에단이 테른을 말똥말똥하게 쳐다보자 테른이 씨익 웃었다.


"음...여태껏 보아온 바로는 왕자님은 전혀 마법에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마법 수업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오오“


에단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기뻐했다. 사실 에단도 처음에는 마법이라는 신기한 것에 관심이 많이 갔지만 마법은 다른 말로는 어려운 공부였다.


고등학생 때 봤던 수학의 정석은 마법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테른이 손으로 마법서를 두드리자 마법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테른이 에단의 두 눈을 보며 물었다.


"에단 왕자님 무엇이 배우고 싶으십니까? 저에게 말씀해 보시지요."

"음... 말한다고 알까요?"

"당연하죠. 저는 이 왕국의 수석마법사중 한명 지식의 보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말씀해보시지요."


테른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자 에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식이요"

"예?.. 미식이라니요?"


테른의 놀란 표정에 에단이 빙긋 웃었다. 이곳에는 미식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음...이 세상에 모든 맛있는 것들을 먹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죠"

"아하... 그런 뜻이군요. 하오나 왕자님 그런 것들은 왕자님의 신분이면 모두 어느 정도 쉽게 구할 터 인데..."

"아니요 틀렸어요"


에단의 틀렸다는 말에 테른이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에단이 유모가 놓고 간 쿠키를 하나 집어 입안에 넣으며 말했다.


"너무 맛이 없어요. 음식이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그래서 매일 같이 주방에 가는 거에요"


전생의 에단은 맛있는 것을 먹으러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로 열정적인 미식가였다. 그가 그토록 사람으로 환생하고 싶어 했던 이유도 먹을 것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세계의 음식은 정말 맛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만 먹지만 에단의 입맛에는 전혀 성이 차지 않았다. 하나같이 밋밋했고 맛이 별로였다.


갑자기 테른이 턱을 잡고 고민하더니 중얼거렸다.


"음...요리라...먹는 것에 관해서 가르쳐 드릴 거라곤...음... 식재료에 관련된 것뿐일까요..."


테른의 말에 무엇인가 떠오른 듯 에단이 테른을 잡고 흔들었다.


"테른 선생님 방금 식재료라고..."

"네 왕자님 요리에 관한 것이라면 제가 알려 드릴게 식재료에 관련된 것 정도 밖에 없을 것 같군요."

"그거닷!"


에단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테른이 깜짝 놀랐다. 에단의 눈빛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 번쩍이고 있었다.




"음... 완벽합니다. 왕자님 대단하시군요... 그 나이에 이정도의 지식이라니... 한편으로는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테른이 에단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에단의 미식에 대한 열정은 진짜 배기였다.


고작 8살의 아이가 책에 적혀져 있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외우고 있었고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채집방법부터 시작해 농작물 경작방법부터 양식까지 익히고 있었다.


저 열정과 재능이 마법을 향해있었다면 필히 뛰어난 마법사가 됐을 거라 확신하는 테른이었다.


"그런데 왕자님 이제 10살이 다되어가는데 다른 공부는 안하셔도 괜찮겠습니까? 유모가 매일 걱정하고 계시던데"

"음... 하지만 흥미가 없는걸요."


테른도 슬슬 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테른이 보기에 에단은 아주 위험했다. 많은 숫자의 왕자들과 왕비들 게다가 에단은 누가 봐도 '마틴의 후예'였다.


언제 누가 암살기도를 할지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자신의 몸을 보호할 어느 정도의 실력이 필요했다.


그 기준이 10세인 이유는 거스 왕국에서는 10살이 넘으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는다. 다른 말로 해석하면 보호 받아야하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테른은 하다못해 검술이라도 배우게 해주고 싶었지만 에단은 오직 먹을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직진형 천재였다.


그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할 의욕도 1도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아이언피그를 키우는 방법을 보고 있는 에단을 보며 한숨을 쉬던 테른은 문득 아이언피그를 보고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아하! 그 방법이 있었구나!"

"깜짝이야 놀랬잖아요. 선생님"


갑작스런 테른의 큰 목소리에 에단이 놀라 반응하자 테른이 에단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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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logue - 탄생 18.06.22 1,860 2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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