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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리드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의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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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리드
작품등록일 :
2021.07.26 13:07
최근연재일 :
2021.08.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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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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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4)

DUMMY

저벅저벅-


숲과 가까워질수록 잔디의 색깔도 점점 변해져갔다.

녹색에서 황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이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와······.”


유수진은 하늘과 땅을 번갈아보며 환호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인터넷으로나 보던 모든 광경을 육안으로 직접보고 있으니까.


“······.!”


순식간에 공기가 탁해졌다. 이 느낌, 이 감각.

살기가 느껴졌다.


‘두 번째 나무 뒤쪽······. 전투타입은 궁수인가.’


멀지않은 곳에서 활촉에 밴 쇠 냄새가 흐릿하게 느껴졌다. 난 자세를 낮추며 예의주시했다.

유수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걷고 있다. 이대로면 그녀의 몸은 찢겨나갈 것이다.


“수진씨, 숙여요!”


숲속에서 조그마한 빛이 반짝였다. 찰나의 순간, 날카로운 화살이 이쪽을 스쳐 날아갔다.

화살의 경로에 있던 잔디들은 전부 녹아버렸다.


‘맹독화살······.’


잔디에 보랏빛 때가 퍼지고 있다. 중독된 것이다.

젠장할.

가만히 있다간 둘 다 위험하다.


“모, 몬스터죠??”


유수진이 떨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옹골차있다.

애써 강한 척 해보려는 모습이 꽤나 대견해 보였다.


“수진씨. 제가 하는 거 잘 보세요.”


엘리트 중 엘리트.

조금만 가르쳐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견습기사의 검을 뽑았다.

방패는 아브락사스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이 검도 앞으로 한 달 밖에 못쓰지.’


대여한 물품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방패는 재가 되었기에 거래소에 직접 가서 값을 물어내야한다.

한 달이란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이자가 붙는다.


‘뭐, 한 달 정도야. 누워서 떡도 만들 수 있다.’


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를 향해 돌진했다.


‘아쳐 스켈레톤.’


살점하나 없는 해골형상에 활을 든, 궁수형 최하급 몬스터.

난 오른손에 쥔 검을 보며 고민했다.


‘검이 하나뿐이라 수진씨는 맨손으로 잡아야하시니······.’


나뭇가지로 싸우는 것 보단 맨손격투가 낫지 않은가.

난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주먹을 쥐었다. 물론 검으로 싸우면 한방이겠지만, 유수진은 검이 없다.

게다가 거의 없다시피 한 방어력의 스켈레톤은 급소에 주먹 몇 대만 꽂으면 끝이다.


난 스켈레톤이 다음 화살을 장전하기 전에, 빠르게 놈의 앞으로 다가갔다.

위치가 발각된 스켈레톤은 순식간에 활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진짜.’


서른 번째 플래닛에서 봤었던 놈의 공격과 비교하니 매우 느렸다.

너무 쉬워서 환장할 정도였다.


빠각!


가장 약한 뼈인 쇄골. 주먹으로 내리쳐 부순 다음, 갈라진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놈의 핵을 파괴했다.


“쿠에에엑-!”


아쳐 스켈레톤이 비명을 지르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수진씨,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의외였다. 그녀는 흥미로운 눈으로 나의 행동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전투방식이 간파된 듯 한 기분도 들었다.


.

.

.


쿠드드득-!


“와! 저 레벨업 했어요!”

‘······.’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여자다······.

유수진이 제 발밑에 고블린을 두고 환호했다.

그녀는 아까 전 등장한 ‘아쳐 스켈레톤’의 사냥법을 보여준 이후로 곧장 스켈레톤사냥에 성공하였다.


‘활로 고블린을 때려죽일 줄이야······.’


아쳐 스켈레톤의 전유물인 나무활로 고블린을 때려잡았다.


‘이정도면 10레벨도 금방이겠는데?’


10레벨 달성 시 개인 특성이 배급된다. 그때 얻는 특성이 앞으로 남은 생사를 장담하리라.


“그러게요······. 저 재능 있나 봐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되새기며 다시 우울해졌다. 이상할 것이다. 생명체를 죽이는 건 이로운 일은 아니니까.


“수진씨. 이건 게임이에요.”

“미안해요. 잠시 약해졌네요.”


유수진은 다시 표정을 되잡았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우는 건 그녀의 손에 쥐어진 활이었다.

분명, 활은 울고 있었다.


‘어?’


활이 반짝였다. 울음이 거세졌다. 이윽고 붉은 섬광을 내뿜으며 주변으로 갈라졌다.

유수진은 놀라 활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난 저 상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왜······.?


‘특성예지······.’


<특성예지>.

플레이어가 특성을 배급 받기 전, 자신과 매우 적합한 타입의 전투방식을 깨우쳤을 때 발현한다.


“이, 이거 뭐예요?!”


즉, 활로 고블린을 때려잡은 것이 그녀의 잠재적 전투능력과 시너지가 좋다는 뜻이다.


‘특성예지가 벌써 나타난다고?’


특성예지가 첫 번째 플래닛부터 나타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대체 이여자 정체가 뭘까.


‘가능성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훗날 어떤 존재가 될지 그려지기 시작했다.

유수진과 팀이 된 것은 천운이었다.


‘어쩌면······. 유럽서버의 ‘십자부대’와 ‘블러드 마피아’녀석들을 잡는 것도 어렵지 않겠군.’


분명 녀석들도 이곳에 왔을 것이다. 다들 각자 인게임 흐름대로 성장할 것이다.

그 녀석들은 20번째 플래닛까지 막힘없이 돌파한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니까.


스르륵-


빛이 꺼지며 나무 활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유수진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멍하니 날 쳐다봤다.


“방금 그건 특성예지 란 겁니다.”

“그게······. 뭐죠?”

“방금과 같은 방식으로 몬스터를 잡아야 해요. 그럼 그에 알맞은 특성을 배급받게 될 겁니다.”


유수진은 자신의 몸을 쭉 훑어보더니, 알수 없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럼 전 궁수타입으로 사냥해야 되는 건가요?”

“그건 모릅니다. ‘활’과 관련된 특성일 수도 있지만, 활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 정확히 그녀는 ‘원거리’형 무기를 ‘근거리’공격 방식으로 사냥했다.

궁수일 수도 있고, 웨폰마스터 계열일 수도 있다. 혹은······.


‘설마, 그럴 리는 없지.’


순간, 어느 특성하나가 떠올랐지만 머리에서 지웠다.

그 능력은 단 한 번도 얻은 이가 없었다. 그래서 정보도 간략하게 밖에 모르고.


“그럼 다른 무기도 써봐야겠네요. 원거리를 근거리로, 근거리를 원거리로.”

“어······. 그렇죠?”


와, 독심술도 할 줄 아는 건가 이 여자.

설명하지 않았지만 바로 이해했다. 키우는 맛이 쏠쏠 하구만.

뭔가 갓 시작한 뉴비 하나 키우는 기분이 들었다.


“얼른 레벨업하러 가죠.”

“네!”


특성예지까지 발현된 이상, 속전속결이다.




*




“시, 시발!! 저딴걸 어떻게 잡으라고!”


김재환이 경악한 표정으로 땅에 엎어졌다. 얼마 전까지 번듯한 회사원이었던 사람이 느끼기엔 사악한 상황이었다.


“야! 어떻게 좀 해봐!”


그의 인턴동기들이 김재환을 떠밀었다. 이유는 이러했다.


‘저기, 강패······. 씨?’

‘잘됐다, 너 이리 와 봐. 이정운가 뭔가 하는 그 새끼보다 뒤쳐져선 안돼. 알지?’

‘예, 그럼요······. 하하.’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어.’

‘놈보다 더 빨리-’

‘아는데 뭐해? 가서 놈이 하는 거 훔쳐보기라도 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인사팀 김대리 쪽에 서는 건데.

그 자식은 한부장과 여사원들을 데리고 서쪽 호수로 향했다.


‘시발 놈들······. 특히 이정우 그 새끼-’


김재환은 이를 갈며 다시 일어섰다. 아까 전, 이정우가 주먹으로 해골바가지를 잡은 기억을 떠올렸다.

유수진과 하하호호 웃으며 사냥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그 자린 내자리라고!’


물론 그의 망상이었다.


“헥······. 헥······.”


‘쯧쯧······. 병신이 애쓴다.’


김재환 때문에 떠밀려났던 동료들이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강패란 사내에게 그딴 말을 한 건지.


‘저 새끼만 없었으면······.’


김재환이 강패에게 이정우와 관련된 얘기만 안했다면, 이렇게까지 수그러들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도 멈추었다. 어차피, 개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결국 수싸움일 테니까.

머릿수가 훨씬 더 많은 이쪽이 유리하리라.


“수고했어. 재환아.”


동료 김유진이었다.

그녀는 흙은 뒤집어쓴 그의 어깨를 털어주며 생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쪽도 한 외모하지.’


잘하면, 자신이 더욱 강해진다면. 이곳의 모든 미인들을 독차지 할 수 있으리라.


그는 깊은 야망을 품고 먼 우주를 올려다봤다.




*




‘기분 탓인가?’


아까부터 시선이 느껴진다.

누군가 날 훔쳐보는 듯한······.


“정우씨?”


유수진이 뒤따라오며 내게 물었다. 그녀를 잠시 잊고 있었다. 고민이 산더미였기 때문에 잠시 예민해졌나 보다.

앞으로 얻어야 될 것들이 한 트럭이나 있으니 그럴 만 했다.


“아닙니다.”


그렇다고해서 경계를 낮춰선 안 된다. 몬스터야 특유의 기운과 냄새를 풍기기에, 익숙해지면 멀리서도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끼리는 <인지>스탯이 없는 이상, 육감으로 사람의 기척까지 감지할 수 없다.


“우리 중간점검 하죠.”

“그럴까요? 정보창.”


이제 알려주지 않아도 곧잘 해낸다. 유수진과 난 서로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


플레이어 : 이정우 (남자)

[레벨 7]

체력: LV. 4

공격력: LV. 2

방어력: LV. 3

마력: LV. 0


----


‘레벨 더럽게 안 오르네.’


이건 게임이나 현실이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라도 나오면 좋으련만. 물론 저 스탯들은 초반에야 쓸모 있을 뿐, 나중에는 특성이 8할을 먹고간다.


“전 5레벨이네요. 정우씨는요?”

“전 7레벨입니다.”


유수진은 나름 만족한 듯 수수하게 웃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호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기는······.”

“던전입니다.”


붉은색소를 띈 호수와 은빛조개알들이 눈을 아프게 했다.

눈부심도 잠시, 꽤나 아름다운 정경이 우릴 맞이했다.


“힐리어 호수?”

“예?”

“아, 예전에 호주에 사는 친구에게 들었던 적 있어요. 플랑크톤 때문에 붉은색을 띄는 아주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걸요.”

“아, 하하······.


역시 살아온 세계가 남다르군.

하지만 그런 그녀도 모르는 것이 있다. 저곳은 힐리어 호수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확히는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저기 들어가면 죽어요. 몸이 녹아내릴 겁니다.”

“네? 어째서······.”


호수의 진명은 ‘나르키소스의 거울’.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년의 이름을 따온 호수다.

플레이어들끼리는 ‘죽음의 강’이라고도 불린다.


“저거 전부 핍니다.”

“피라니······.”


던전에서 플레이어들이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저 호수의 색깔이 짙어진다.

아직 밝은 적색인 걸 보니 사상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저걸로 대략 얼마가 살아남았는지 가늠할 수 있죠.”

“그런 잔인한······.”


유수진은 경악했다. 그것도 온몸에 호랑이 가죽을 둘러맨 채로 말이다.

누가 보면 ‘우당탕탕 야생대탐험’같은 거라도 찍는 줄 알겠다.


“어?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도 호수가 있지 않았나요?”

“그곳은 그냥 평범한 호수입니다. 저기 저 붉은 호수는 ‘서쪽호수’, 아까 거기는 ‘동쪽호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아하!’하며 배시시 웃었다. 전보다 훨씬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의 얼굴이 밝아짐에 따라 전투방식도 과격해진 것도 있지만... 그건 분명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우린 왜 저기로······.?”

“저곳에 강한 몬스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어쩌면 나만이 알고 있는 목표중 하나인 ‘12조각’ 중 첫 번째 조각이 숨겨진 곳이기도 하다.


‘역시 조각모두를 손에 넣으면 답이 있겠지.’


지구에서 받았던 문자내용을 상기시키며 호수로 걸어 나갔다.


호수와 가까워질수록 강한 몬스터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역시 이곳만큼 초반에 레벨업하기 좋은 장소는 없다.

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검을 허리춤에서 빼내었다.


‘음?’


익숙한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

“정우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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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7) 21.08.23 21 0 12쪽
28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6) 21.08.21 23 0 13쪽
27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5) 21.08.20 19 0 14쪽
»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4) 21.08.19 22 0 12쪽
25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3) 21.08.18 20 0 11쪽
24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2) 21.08.18 21 1 13쪽
23 Episode 4- 또 새로운 이야기 (1) 21.08.17 24 2 13쪽
22 Episode 4- 새로운 이야기 (3) 21.08.16 26 1 14쪽
21 Episode 4- 새로운 이야기 (2) 21.08.15 21 0 15쪽
20 Episode 4- 새로운 이야기 (1) 21.08.14 27 0 13쪽
19 Episode 3- a blessing in disguise (4) 21.08.13 23 0 11쪽
18 Episode 3- a blessing in disguise (3) 21.08.12 20 0 11쪽
17 Episode 3- a blessing in disguise (2) 21.08.11 26 0 11쪽
16 Episode 3- a blessing in disguise (1) 21.08.10 21 1 11쪽
15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7) 21.08.09 22 1 13쪽
14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6) 21.08.07 20 1 11쪽
13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5) 21.08.06 28 1 11쪽
12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4) 21.08.05 26 0 11쪽
11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3) 21.08.04 32 0 11쪽
10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2) 21.08.03 27 0 11쪽
9 Episode 2- 신세계의 플레이어 (1) 21.08.02 35 1 11쪽
8 Episode 1- 신세계 (4) 21.08.01 39 2 11쪽
7 Episode 1- 신세계 (3) 21.07.31 49 1 11쪽
6 Episode 1- 신세계 (2) 21.07.30 60 1 11쪽
5 Episode 1- 신세계 (1) 21.07.29 92 3 11쪽
4 Episode 0- 오류 (3) 21.07.28 115 2 12쪽
3 Episode 0- 오류 (2) 21.07.27 155 8 12쪽
2 Episode 0- 오류 (1) 21.07.26 257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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