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내 눈이 붉은 액체로 물들어감과 동시에 나를 쥐고 있던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슈피구즈의 은밀한 족쇄는 깨져나갔다. 이제야 나는 내 인생을 온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왜 기분이 가벼워지지 않는 걸까.
나는 분명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인정하지 않을 뿐 너무나도 명백한 해답이 있다.
진정한 정신적 의미에 살인 그것이 내게 또 하나의 족쇄를 씌웠다.
이 족쇄는 영원히 벗어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붉게 물들어진 내 검을 보았다.
내가 처음으로 든 검. 내 새로운 인생 첫 살인. 족쇄를 끊은 검. 여러 의미가 있는 검이다. 나는 검에 묻은 피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아직 따듯했다.
어릴 적 안겼던 아빠의 품처럼.
내 울음보는 완전히 터져나갔다.
이제 나는 크게 소리를 내며 엉엉 울고 있었다.
“아빠! 아빠. 아빠...”
나는 내 검을 들었다. 그리고 두 양팔에 마력을 모은 뒤 힘껏 힘을 주었다.
역시 좋은 검이 아니었기에 검은 고무인 마냥 구부러졌다.
힘을 더 주자 검은 부러졌고 주먹으로 내리치자 가루가 되었다.
어디선가 경찰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아빠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으려 애썼다.
제가 연재하는 포인세티아 라일락과 연결되는 부분 역시 있으니 궁금하시다면 읽으시면 설정이해에 도움이 됩니다(안 읽어도 내용이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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