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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빨이 좋아지는 날까지.

길거리 농구에서 이단 점프를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십간지
작품등록일 :
2023.10.01 11:50
최근연재일 :
2023.10.06 17:3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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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수 :
3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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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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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 측정기

DUMMY

현명호 감독에 권유에도 불구하고 최민섭 코치는 불만이 남아 있었다.

뭐, 감독자리를 내어준다고 말하니 어쩔 수 없이 나서기는 했는데.

그 혹독한 훈련은 누가 시키는가?

바로 자신이었다.

남양고는 나름 지역구에서 이름을 날리는 학교였기에 농구부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열정이 있었을뿐더러, 기본기를 갖춘 상태에서 연습에 임했다.



‘이게 무슨 열혈 농구만화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초심자를 다시 처음부터 가리켜야 한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농구는 팀 게임, 아무리 한 명이 잘한다고 한들, 규칙과 룰도 모르고 거기에 기본기까지 없는 친구를 길러 팀에 넣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 큰 도박 수라고 여겨졌다.

최민섭은 입술을 내민 채로 자판기에서 커피를 내렸다.


쪼르르륵.



‘뭐, 하프코트는 조스로 보이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점심시간 농구코트의 풍경이었다.



‘어?’



근데 뭔가 조금 다르다.

아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몰려있기도 했고, 농구를 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자신이 아는 얼굴이었다.

즉, 농구부였다는 소리.

그는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조금씩 창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봤다.



“씨발, 이건 반칙이지!”

“너 공격할 줄 모르는 거 아니였냐?”

“벽력일섬-.”

“씨이이이이-발!”



농구부로 보이는 녀석들이 다섯,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뒷모습이 하나. 처음 보는 뉴페이스인데 전광석화 같은 드리블로 아이들을 재껴버린다.



‘드리블이 일품이네. 누구지?’



농구에서 드리블은 걸음마와 같다.

그래서 저렇게까지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는 데까진 엄청나게 고된 연습이 필요했다.

그런데 저 뉴페이스는 그냥 달리기를 할 뿐만 아니라, 크로스 오버와 레그스루까지 겸비해있다.

NBA 농구선수들처럼 다리 사이로 드리블을 하고 거기에 무브먼트를 섞어 수비를 보는 아이들의 스텝을 꺾었다.

그걸 저렇게 공에 시선 한번 안 던지고 플레이한다? 아마 엄청나게 고단한 연습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촤아아악-



“뭐, 뭐, 뭐야 이게?”



녀석의 마무리는 덩크였다.

그것도 압도적인 점프력을 겸비한 자유투 라인 덩크.

그는 이곳이 NBA이인가? 하는 착각이 일었다.

누구지?

누가 저런 미친 재능을 타고났단 말인가.

어제 본 역대급 재능충 말고 또 다른 인재가 이렇게 바로 나타났다고?

두 눈을 비비며 창문에 머리를 박았다.

붉은색 농구 골대에서 매달리다가 내려온 그 주인공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


그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진석이잖아···?”



***




“아, 엄마한테 괜히 말했나···.”



즐거운(?) 수업시간.

나는 입술에 볼펜을 물고 어젯밤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때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결국 반기를 드셨다.

이진아도 마찬가지.

하지만, 아버지에 열렬한 응원으로 인해 조건이 붙었다.

눈에 보일 만한 성적을 내올 것.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몰래 대회에 나가서 짜잔! 하고 알려드리고 싶었던 거였는데···.

쩝.

마녀를 닮은 수학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적으며 말했다.



“이 문제는 보자··· 오늘 며칠이지?”



아이들이 대답했다.



“14일이요.”

“그럼, 14번 일어나서 이 문제 풀어봐.”



바로 나였고.

오늘만 해도 날짜 때문에 몇 문제를 푼지 모르겠다.

나는 칠판에 적힌 요란한 지렁이들을 보며 멍때리고 있었다.

이건 숫자고, 이건 음, 알파벳···? 근데 둘이 왜 같이 있는 거냐?

그때였다.



“저기, 실례합니다. 선생님.”

“어라? 누구시죠···?”

“아, 저는 농구부에 코치를 맡고 있는 최민섭이라고 합니다.”

“아··· 그런 분이 무슨 일로?”

“이진석이라는 학생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혹시 좀 괜찮을까요?”



처음 보는 모자쓴 아저씨가 나를 찾으니 아이들이 술렁거렸다.



“뭐야. 너 뭐 사고 쳤냐?”

“농구부 코치라잖아. 농구부 애들이 털리고 개빡쳐서 찾아오신 거 아닐까?”

“일리 있네.”

“에이, 그래도 쟤 착하잖아.”

“하긴··· 사고 칠 애는 아니긴 한데. 그럼 왜 오신 거지?”

“몰?루?”



수학 선생님은 나와 그를 번갈아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

이 이상 수업에 대한 포커스가 나에게 쏠리면 좋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우리의 수학 선생님.

그녀는 쿨하게 내 등을 떠밀었다.



“예, 그럼 데려가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싸.

또 탈출이다.



“이쪽으로 오렴.”

“예···? 거긴 밖인데?”

“아이, 괜찮아 요 앞에 나가서 밥만 먹고 들어 올거야.”



유명호 감독이랑 만났을 때처럼 체육관으로 갈 줄 알았는데 수업시간에 교문을 넘는다니.

뭐지.

이 배덕 감은···?

솔직히 은근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특별취급? 받는 기분이랄까.

최민섭 코치는 근처에 있는 밥천김국에 들어가 돈까스를 주문하고 서두를 열었다.



“반갑구나, 진석아 나는 농구부에서 코치 최민섭이라고 해. 어제는 내가 일정이 있어서 오늘 이렇게 처음으로 보는구나.”

“아, 예 안녕하세요.”



나는 그가 주는 수저를 받으며 가볍게 목을 떨궜다.



“그래, 농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예의도 바르네. 아, 메뉴는 괜찮지? 여기 스페셜 돈까스 세트가 기가 막히거든, 선생님이 사줄 테니까 너도 한번 먹어보렴.”

“···!”



스.페.셜?

그냥 돈까스도 아니고 스페셜 세트를 시켜준다니.

수업시간 땡땡이, 스페셜 세트. 공짜.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를 이루었나니.

갑자기 처음 보는 아저씨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밝아진 표정을 본 걸까.

최민섭 코치가 방끗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사실, 선생님이 어제 카메라로 녹화되어있는 네 플레이를 봤단다. 점프력이 기가 막히던데? 기훈이가 그렇게 수비에 쩔쩔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아···.”


녹화를 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최첨단 어쩌구 저쩌구 농구부 아이들이 얘기하는 걸 듣기는 했는데 요즘 스포츠는 상당히 과학적이구나.

연습용 말고 따로 쓰는 건 아니겠지? 막 너튜브에 올린다거나?

생각하는데 최민섭 코치가 먼저 말했다.



“다른 곳에 사용하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격투기 선수들이 자기 영상을 찍어서 습관이나 개선점을 찾는 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사용하는 것뿐이야.”



오케이 인정.



“그래서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아, 그··· 사실 내가 오늘 너 점심시간에 농구 하는 걸 봤거든? 점프력은 알고 있었는데 드리블까지 일품이더구나? 쉽지 않았을 텐데 노력 꽤나 했겠어.”

“아···드리블이요?”



노력을 하긴했지.

하루 정도···?

생각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돈까스를 둘러싸고 있는 김밥들의 새하얀 자태에 군침이 돌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야기는 괜찮으니 최민섭 코치가 어서 먹으라고 나에게 손짓을 한다.

먹으면 무언가 약점이 잡힐 것 같은 이 느낌.

하지만, 스페셜 돈까스를 어떻게 참냐고.

크게 썰어놓은 돈까스 한 조각이 내 입으로 향했다.



“어때 맛있지?”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진짜 살살 녹네.

그러자 예상한 것처럼 그의 눈빛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최민섭 코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맛있는 것도 먹었겠다···.”



무슨 말을 하려나.

나는 돈까스를 삼키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혹시, 경기 좀 뛰어줄 수 있을까?”




***



최민섭은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

“가족들 문제도 있지만 그건 제 손에서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근데 풀코트는 안 돼요.”



아니,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풀코트를 뛰지 않겠다고?

이건 거의 타고난 축구선수가 자신은 꼭 골키퍼를 해야겠다는 소리와 뭐가 다르겠는가.

물론 야신 급 골키퍼가 된다면 연봉이야 높아지긴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한계가!

호날두와 메시가 될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골키퍼라니!



“너는 아직 너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구나···.”

“예···?”



최민섭은 결의를 다진 눈빛으로 앞에 놓인 천재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이 선생님이 솔직하게 말하마, 그 정도 스타성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프로 출신인 선생님이 장담하건대 국내에서는 가볍게 탑을 찍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천재는 돈까스 세트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자존감이 너무 높아지면 나중에 농구부 아이들을 무시할까 봐 참으려고 했지만, 그에겐 조금만 더 야망을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진석의 최고치를 살포시 꺼내보았다.



“욕심이 나지 않니? 자신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스테판 커리, 로브론 제임스 이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재능이 너에게 있다니까?”

“그래도 안 돼요. 쩝쩝.”



옴뇸뇸.

고놈 참 야무지게도 먹네.

아니, 이게 아니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관심을 안 가진다고?

최민섭 코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 이유라도 들어볼 수 있을까?”

“복잡하면 외우기 어렵거든요. 부모님과 약속이라 공부도 해야 하고. 아암.”

“하아···. 공부, 공부도 좋긴 하지.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니까? 생각해보렴 공부도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겠니?”



하지만, 천재는 완고했다.



“아, 그리고 찾아보니까. 아시안 게임에 길거리 농구가 채택됐다고 하던데, 그거 금메달 따면 하면 군대 안 갈 수 있데요.”



지독했다.

두 손 두 발이 다 들렸다.

국내 리그에도 자신은 엄두도 못 내는 천재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녀석 만큼의 재능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진석 옆에 나란히 선다면 그냥 천재의 탈을 쓴 코스프레로 보일 것이다.



‘그런 재능을 놓칠 순 없다.’



일단 농구부에 들어오게 만들기만 하면 기회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사춘기 소년들이야 원래 손바닥 뒤집듯 감정이 오락가락하니까.

최민섭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는 한 수 접기로 했다.



“그러면 풀코트가 아니라 하프코트를 하면 농구부에 들어오겠다는 거지?”

“네.”

“알겠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꾸나.”

“감사함돠.”



냠냠쩝쩝.

야무지게 밥을 먹고 있는 그를 보며 최민섭은 생각했다.



‘두고 봐, 반드시 널 농구의 길로 빠지게 만들 테니까···.’


***



다음날.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체육관에 들렀다.

원래는 수업시간에 농구를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번 기말고사는 꼭 잘 봐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럴 수 있지! 하면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끼익-


문이 열리자마자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에이 설마, 내가 올 시간에 맞춰서 계속 문을 쳐다보고 있던 건 아니겠지?

옆에는 최민섭 코치도 같이 있었다.

둘이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서로 끄덕인다.

그리고 갑자기 최민섭 코치가 빠르게 달려온다.



“어! 진석아!”

“엇. 코치님 안녕하세요.”



코치님은 부리나케 달려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우, 그래. 성적도 중요하다며 공부는 잘했니?”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력을 다해 들은 수업인데 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 걸까?

이건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분명 공부 시스템의 문제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코치님과 앞으로 걸어갔다.

감독님이 아이들을 모아 정식으로 나를 소개했다.



“오늘부터 농구부로 활약하게 될 이진석이다. 인사해라 얘들아.”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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