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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라이저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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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탄
작품등록일 :
2019.11.03 23:55
최근연재일 :
2022.03.18 20:05
연재수 :
1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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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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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코르도바에 온 호랑이 (15)

DUMMY

권승아, 그 이전에 체칠리아 다니엘레가 선보인 기술.

날아가야 마땅할 공을 유려하게 회수한 네스토르 체펠린이 자세가 무너진 둘을 지나쳤다.

사민재와 이효진이 수비할 차례였다.


-허무하게 뚫렸습니다. 이제 최종 수비진밖에 안 남았어요!


체펠린은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직도 정면 돌파의 고집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사민재는 체펠린을 살피며 뒷걸음질쳤다.


-체펠린 돌파 시도!


체펠린은 오른발을 크게 앞으로 딛더니, 뒷꿈치로 붙은 공을 왼 발등으로 지탱했다.

이후 이어진 것은 이번 경기에서 나온, 레인보우 플릭이었다.


-다시 보기 힘든 사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효진 선수는 제쳤는데요!


허나 사민재는 여유롭게 어깨를 들이밀더니, 공만 쏙 빼갔다.


“어떻게···?”

“시선 처리.”


체펠린의 발재간과 시선으로 공을 띄우리라 예상하고서 자리를 잡았다.

상대방의 수가 보이는데 아마추어와 프로의 격차라도 나지 않는 한, 절대로 질 수 없는 승부였다.


-시간은 117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격의 템포를 고려했을 때 이게 마지막 공격 찬스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네 편으로 조여드는 파라과이의 진영.

유태욱과 최영종이 중앙에서 수비를 파훼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안서륜이 두 명을 상대하면서 망설임 없이 전진하고, 정태석과 교체된 한영석이 저돌적인 돌파를 구사한다.

그럼에도 파라과이는 미동도 않았다.

임주용과 이동근이 적극적으로 올라가고, 김재원 또한 언더래핑으로 중앙 빌드업에 참여한다.

인원수를 얼추 맞춤에도 절대적인 차이를 뒤집기란 어려워 보인다.


-체펠린 선수까지 수비에 참여합니다. 대한민국이 수비라인을 아무리 끌어올린다고 해도 결국 한계는 8명 정도거든요.

-결국 페널티킥까지 이어지나요?


앙헬 레스퀸을 맞이한 한영석이 돌아서 중앙으로 연결.

공을 받은 최영종이 임주용에게 소유권을 넘기며 박스 안으로 들어간다.

곧장 들어오는 압박에 신음하면서도, 확실한 기회를 노리는 임주용.

등진 상대의 왼쪽으로 공간을 확보하며 악을 질렀다.


퍼엉─!


-안서륜!


결국엔 똑같은 루트지만, 파라과이 수비진의 머리가 새하얘진다.

뒤따라온 줄리오 로메로, 페데리코 가마라, 에베르 사나브리아마저 제친 그가 앙헬 알바레스를 맞닥트린다.

욕심은 접어둔다.

옆으로 패스한다.


-유태욱!!


“젠장!”


트래핑 과정에서 살짝 미끄러져 공이 오른쪽에 배치된다.

이렇게 된 이상 주발인 왼발 슛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유태욱이 왼다리를 뻗어 익숙치 않은 디딤발을 딛는다.

그때였다.


“건드리지 마.”


-엇!

-슈팅 하지 않습니다!


부지불식간에 공은 유려한 선을 그리며 라인브레이킹에 성공한다.

소유권을 이양 받아 1대1 찬스를 맞이한 드리블러는, 사민재였다.


콰앙!!


네리 힉스의 다이빙은 무용지물이었다.

막을 수 있는 범주에서 벗어난 토 킥이 골망 구석을 뒤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


경기장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열광이었다.

라인을 따라 도는 사민재의 얼굴을 모두가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힘없는 킥오프가 경기의 마지막 터치였고, 대한민국은 월드컵 최정상에 도전할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


월드컵 결승이 열리기 전, 이적시장이 개방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호의 스트라스부르 이적 소식이 터지고, 온갖 루머들이 네트워크를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원래 이적시장이 그래왔던 그대로였다.


「바르셀로나, 맨시티의 리안드로 포이리에 노린다」

「잇따른 이적설 부인··· 제이크 오리온은 아스날 잔류할 것」


그 중 하나의 기사가 크게 조명되고 있었다.


「맨유는 이바니 실바의 스왑딜 대상을 찾고 있다」


발롱도르 수상 경력에 빛나는 이바니 실바.

바르셀로나에서 갈등을 빚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둥지를 옮긴지 채 4년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처음엔 그를 중심으로 전술을 개편할 정도로 기대치가 높았지만,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먹튀 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 진짜에요?”

“···왜 나한테 물어?”


이호의 질문에 사민재가 반문했다.

단초 예상한 날짜보다 일찍 회복해 다시 대표팀에 합류한 이호는 현재 대한민국의 4강전을 돌려보고 있었다.


“이 사람 공신력 있는 기자라면서요. 예전에.”

“맨유 한정.”


기사를 찬찬히 살핀 사민재는 기사에서 지칭하는 ‘돌풍의 주역 역할을 물려받은 리그1의 엘리트 A’와 ‘파괴적인 반슬리의 스트라이커 B’와 ‘파리 생제르맹이 놓친 로마의 신성 C’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추론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선 이어지는 기사의 내용을 읽어갔다.


“다른 구단에게도 비드를 넣었다고 하지만, 급료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따졌을 때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건 세 구단뿐으로, 구단 관계자가 거론한 만큼 단순 추측이 아닌···.”

“스트라스부르, 반슬리, 로마 얘기에요?”

“응.”


힌트를 다 퍼주고는 왜 ABC로 지칭하는지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으려니 싶다.

A는 두말할 것도 없이 율리안 헤르겔류드.

권승아 이후의 주장으로 공격진의 중추다.

B는 윤태우.

굴곡이 있었다곤 해도, 현재 그를 제외하면 반슬리에서 믿을 사람은 루이스 스토크스 정도다.

C는,


“조르디 베니투. 폴스 나인. 결승전 상대다.”

“프랑스 대표팀이에요?”


프랑스 대 멕시코의 준결승은 후반에 4점을 폭격당한 멕시코의 패배였다.

4-3-3의 보편적인 포메이션을 가진 프랑스는 스쿼드의 질만으로 충분히 우승 후보였다.

그 배당을 증명해 결승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상대가 된 것이다.


“어쨌든 경기 마저 보고 얘기해요.”


이호가 이전에 잠들어 놓친 후반전을 보는 동안, 사민재는 조르디 베니투에 대해서 검색했다.

같은 팀에 있었지만 율리안 헤르겔류드는 1군의 후보였고 조르디 베니투는 임대 보내며 키우는 유망주의 위치였기에 안면을 트진 못했다.

그는 2년 전 레알 베티스로 임대, 39경기 7골 19도움이라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1군 명단에 들기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특색이 너무도 뚜렷한 그는 다음 시즌 구상에서 빠져있었다.

그런 그를 로마가 100억 남짓 되는 헐값에 영입해 35경기 10골 30도움이라는 경이로운 실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이야, 맨날 좋을 것 없는 도박수라고 멸시하던 분이 토 킥?”

“···조용히 해.”


***


스트라스부르는 리빌딩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현 멤버들이 발전하면 발전했지 퇴보할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헤르겔류드의 바로 후순위를 지켜줄 기량의 공격수와 패스를 지휘할 플레이메이커 정도를 갖추면 더욱 완벽해질 터였다.

그런 스트라스부르가 당면한 제안이 있었다.


“루머가 터지고 난 뒤에 비드가 들어왔습니다.”

“기사를 보고 좋은 생각이라고 누가 말했나 보죠? 절대 안됩니다.”

“하지만 이바니 실바라면···.”


보드진은 말끝을 흐렸지만 의미를 이해하긴 충분했다.

마누엘 리코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단언합니다. 율리안의 가치가 이바니 실바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때, 방의 문이 열리고 당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율리안 헤르겔류드는 주위의 면면들을 살피며 자리에 착석했다.


“이적 제의가 들어왔어.”


본론부터 꺼내는 마누엘 리코.

헤르겔류드는 기실 스트라이커 자원 중 믿을 이가 자신뿐임을 알고 있기에, 거절 쪽에 무게를 두고 이어 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바니 실바와 스왑딜이다. 게다가 200억을 얹어주고 싶다는군.”

“······너무 좋은 거 아닌가요? 발롱도르를 빼놓더라도 PL 도움왕이잖습니까.”

“재작년 이야기지.”


권승아가 그랬던 것처럼, 구단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있는 헤르겔류드는 스트라스부르의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부류였다.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봐도 이 딜은 응해주도록 설득하는 게···.”

“스쿼드의 리더인 율리안에 대해서는 좀 더 고려해야 하는 게 맞죠.”


알렉시스가 조목조목 말해나가자 또 다른 보드진이 침음했다.


“주급 문제도, 지금만 해도 실바 선수가 헤르겔류드 선수의 1.5배를 받고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얼마나 더 요구하겠습니까?”

“자칫 이번 이적 시장에 쓸 예산을 줄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번 떠나간 발롱도르 위너의 상징성을 다시 놓칠 순 없습니다!”

“상징성으로 따진다면 모든 서포터들이 헤르겔류드의 편을 들어줄 겝니다!”


뱅상 가르니에 체제의 4-2-4에서 권승아와 호흡을 이룬 투톱으로써, 율리안 헤르겔류드는 팀의 돌풍과 함께 커리어를 보냈다.

부상이나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하락세를 겪기도 한 권승아와는 달리 꾸준한 모습을 보인 언성 히어로이기도 하다.

또한 이젠 멤버들 중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에이스.

게다가 2, 3순위 스트라이커인 폴 두마스와 마티아스 페레이라의 튜터 역할을 맡고 있다.


“어차피 곧 재계약을 맺거나 처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비드가 결정을 좀 앞당기게 할 뿐이죠.”

“···중요한 건 선수의 판단입니다.”


마누엘 리코가 헤르겔류드를 쳐다보며 말하자 보드진들은 이내 침묵했다.

언성이 높아지기까지 한 논쟁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헤르겔류드.

그의 입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프랑스의 여태까지의 라인업이다.


골키퍼는 막시밀리언 부이어.


수비진엔 조르당 타르디, 크시슈토프 노박(프랑수아 라베르뉴), 이브스 클라라, 필립 퀘레.


미드필더에 펠릭스 로베르트(파페 디아우), 에디 브리앙(압둘라예 시세), 도나시엥 클레몽.


공격진에 프레데릭 르클레르크, 조르디 베니투, 막심 마리(압델하디 아소우).


이렇게 프랑스가 4-3-3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 가장 특징적인 면을 꼽자면···


(후략)」


“서론이 너무 길다.”


글을 휙휙 넘긴 이호는 이내 흥미를 잃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경기 사이사이에 시간이 짧고 애초에 호흡을 맞춘 기간 또한 짧은 대표팀의 훈련 세션은 바삐 돌아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부상으로 붕 떠버린 이호는 전술에 적응하기 위해 더더욱 열심히 뛰어야만 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인물.”

“예?”

“스트라스부르에서 뛰잖아.”


무심한 어조로 묻는 사민재에게 이호는 확답을 돌려줬다.


“타르디를 가장 조심해야 돼요.”


조르당 타르디.

화수분처럼 솟아나온 스트라스부르 유스의 영건들 중 단연코 가장 기량이 만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윙어에 세워도 문제없는 공격력과 풀백에 세우면 안심되는 수비력을 한 몸에 갖춘 그는 뱅상 감독 체제부터 우측면의 핵심이었다.

이호가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사민재를 흘겼다.


“근데 그걸 왜 물어요? 알잖아요.”

“뭘?”

“···다 조심해야 되는 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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