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선 노인이 정력 최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3.03.28 14:21
최근연재일 :
2023.09.14 21:02
연재수 :
163 회
조회수 :
6,522
추천수 :
232
글자수 :
847,351

작성
23.08.17 04:13
조회
15
추천
1
글자
11쪽

Hi North face XVII

DUMMY

"네 이놈!!!"


끝내 제비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대체 무엇이 너를 이토록 말도 안 되는 괴물로 만들었단 말이냐!!"

"괴물이라고 했는가. 기가 차는군. 이보게 제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우리를 이해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 욕심을 채우자고 무고한 사람들을 이리 희생시키면서 이해를 바란다는 겐가!!!"


'무고'와 '희생'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두루미의 얼굴에 힘줄이 올라왔다.


"제비, 과거를 잊은 건가? 지금 당신이 동정하는 그 무고한 희생자가, 한때의 우리였네."

"자신의 아픔을 방패막이 삼아 악행을 합리화하지 말게나."

"아니, 오해 말게나. 지금 내가 하는 짓이 악행이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네."

"허면 왜 멈추지 않고 악행을 연장하고 있는 겐가?!"

"정말 그것이 궁금하여 묻는 건가? 혹은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한 번 묻는 건가?"



제비와 두루미.


두 백발의 남자가 시선을 마주치자, 실내는 어둠에 잠식당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하!!! 이거 명색이 제비에게 실망을 다 할 줄이야. 당신은 너무 오래 쉬었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감 떨어지는 질문을 내뱉을 리 없겠지."

"자네야말로 너무 오래 머물렀네. 그렇지 않고서야 노망이라도 난 것처럼 오늘을 저당 삼아 자기만족이나 하고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제비!!! 정녕 우리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우리의 업적을 자기만족 따위에 비견하고 있는 건가?"

"자기만족이 아니라면?"

"그야 당연히 생존이지."



잊어서는 안 될 시대상.


그것은 바로 생존이 안부가 된 시대라는 것.




제비의 아래턱이 떨려왔다.


"생.. 존.."

"그래 생존 말일세!!!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정복하지 않는다면 언제 또 저들에게 굴복당할지 모를 일일세. 제비여, 혹시 우리가 알력 다툼에 눈독이 멀어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가? 그러면 안 되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비 당신이라면 우리를 그리 모함해선 안 되네!!!"

"하지만..!"

"현세에 '하지만'은 없네. 이보게 제비, 당신이라면 우리를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자네에게 복고가 우리라면, 내게는 '올봄'이 우리일세."



두루미가 손아귀에 힘을 줬다. 와인잔이 가련하게 느껴질 정도로 산산이 조각났다.


"제비!!!!!!!!!!!"


"하하하하하하하하"


"전설을 끝으로 은닉한 제비여!!!"


"하하하하하하"


"내가 아주 큰 착각을 했구먼. 그래 그래 당신 말이 맞아. 복고의 터에는 '제비'가 없네. 아니지, 그 반대겠구먼! 제비의 안중에 '복고'가 없는 것이겠지. 제비에게 '마녀'는 없을 테지."

"나 또한 마쎄의 소유자네."

"동시에 이 땅 위에 마쎄를 선물해준 선지자이기도 하고! 바로 그게 문제였네. 자네는 '마녀'의 아픔을 몰라. 약해본 적 없던 당신은 약자로서의 마녀를 모르네. 그러니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겠지."

"그리 말하지 말게나. 나 또한 마녀의 구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네."

"거짓말 말게!! 당신은 마녀가 아니라 사람을 구출했었던 걸세."

"마녀이든 사람이든 그게 그리도 중요한가? 곤란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난 단지 도리를 다했을 뿐일세."

"도리라고? 배부른 소리 하고 있구먼. 도리라는 것은 말일세! 당신처럼 강세한 자들에게나 허락되는 사치품일세. 쌀 한 줌이 없어서 배를 곯고 있는 부랑민이 타인을 위해 봉사를 하겠는가?!! 오늘내일하고 있는 걸객이 자선을 베풀 수 있겠는가?"

"그러지 말게나. 도리는 그저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그렇다면 대체 그 인간들은 왜 마녀를 사냥했단 말인가?"


두루미의 오른손. 와인잔을 깨뜨린 그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


"아까 당신이 물었지!!! 마녀이든 사람이든 그게 그리도 중요하냐고? 중요하고말고!!! 앎!!! 중요하고말고!!!"



두루미가 평범한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중요하네!! 저기 누런 인간들에게서 우리 하얀 것들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 그 도리에 과연 우리도 포함이란 말인가?!!!!"



***



불현듯 사내가 말했다.


"실패입니다."



두루미가 쏘아봤다.


"일개 인간인 주제에 어쭙잖게 발악하지 말게나."



사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입을 뗐다.


"나름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전권을 쥐고 있는 복고가 가만히 지켜만 봐도 현세의 사태는 악화되겠지요. 그래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하겠지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시간은 누가 뭐라 해도 복고의 편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것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죠."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예우해 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네."

"여기서 제가 말을 멈춘다면 오히려 답답함만 느끼실 텐데요?"

"....."

"복고의 계획에 한 가지 패착이 있었습니다. 비록 시간은 복고의 편이지만,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할당되어 있다는 것을요."

"원론이 무엇인 건가."

"복고는 저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흰 그 시간을 남김없이 사용했습니다."

".....?"

"저희를 너무 낮잡아 보신 걸까요? 아니면 확신에 찬 나머지 방만하신 걸까요?"

"....."

"저희가 진정 사태가 최악을 치달을 때까지 보고만 있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발악인 건가?"

"일리 있는 저항입니다."


사내가 양팔을 피고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자 보십쇼, 이 자리에 모인 민중들을."

"일개 인간 따위가 어딜 감히 낫대드는가."

"그 일개 인간 따위가 살아남고자 저항하지 않습니까?!! 누군가 도와줄 때까지, 선인께서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두 다리가 있으니 스스로 일어나고, 두 팔이 있으니 스스로 쟁취합니다."

"입 다물어라!!"

"저흰 두 손, 두 발을 놓고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투쟁과 오해로 범벅이었지만, 끝내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복고 없이도 자생할 수 있도록 살아남았습니다. 복고 없이도 공생할 수 있도록 연대했습니다."

"올봄!!!!!!!!!!!!!!!!!!!!!!!!!!!!!!!!"

"네! 저희가 바로 올봄입니다. 돌아올 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인내한 새싹입니다!!"



사내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마저 말했다.



"북쪽에 너무 오래 머물러 계셨나 봅니다. 북쪽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 두 눈 뜨고 똑바로 쳐다보십쇼. 지금 남쪽에선 사조직마다 협력하며 더 나은 내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분명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경거망동하구나!!!!!!!!"

"오만하신 것은 복고입니다. 두루미여! 이 땅 위에 군림한 통치자여!! 위기의 순간에 복고가 나선다면 당신들이 낮잡아 부르는 일개 인간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라 생각합니까? 저희가 마당에 묶인 개새끼처럼 꼬리나 흔들고 있을 줄 알았습니까? 우리는 인간입니다. 글을 나누고 말이 오가는 인간입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가만두고 볼 동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사내가 왕좌 가까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버쩍 들어 올리며 두루미를 올려다봤다.


두루미는 생각했다. 분명 내려다보는 사람은 자신이지만, 머리 위에 나앉은 것은 올봄의 남자라는 것을.




사내가 말했다.



"올봄의 슬로건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교류입니다."



***



"겨슬아!!!!!"

"형님!!!!"

"수장님!!!"


사내가 가슴을 움켜잡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허.. 허... 으... 허.....'



사내는 힘겹게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피... 시발.'



사내의 손에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형님 움직이지 마십쇼!!:


산적이 곧장 사내의 머리맡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사내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 이게 뭐야... 형님 가슴이... 뻥 뚫려 있잖아.'



산적이 사내의 부상을 파악하고 있던 찰나. 노인이 소리쳤다.



"산적아!!!!!"



산적은 곧장 뒤를 돌아봤다.



'댕그러러러렁'



그러나 노인과 눈을 마주치기도 전에 산적의 모가지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

.

.

.

.

.

.

.

.

.

.

.

.

.

.


"이래서 인간들이란, 아량을 베풀면 고마운 줄을 모릅니다."


어느 세인가 두루미는 오른팔을 들어 공격을 명하고 있었다.




"뭘 보고만 있습니까, 얼른 쓰레기 치우지 않고."


두루미는 게슴츠레하게 눈꺼풀을 닫고는 오른손을 앞으로 넘어뜨렸다.



***



"살려줘!!!"

"숨 쉬어!! 숨 쉬라고!!!"

"전원 물러서지 말고 진용을 갖추어 대항하라!!"

"사람 목이 초당 열 대개씩 잘려 나가는데 뭔 놈의 진용이야!!!"

"도망가... 도망가... 애초부터 적수가 안 되는 싸움이었어."



어느 이는 배때기가 갈려 창자가 튀어나왔다.


어느 이는 눈동자가 관통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어느 이는 목이 단면적이 깨끗하게 잘려 나가 있었다.


어느 이는 항문과 구강이 기다란 꼬챙이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 살고 싶어."


앳돼 보이는 병사가 눈물 콧물을 쏟으며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철컹 철컹'



열리지 않는 문.


병사는 다급한 마음에 문고리를 잡아 뜯었다.



'철컹 철컹'



문은 요지부동이었고, 병사의 검지와 엄지손톱이 악어 입처럼 벌어졌다.



"사... 사.. 살아야 하는데. 나.. 나.. 진짜로 살아 돌아가야 하는데..."



병사의 동공이 점차 주검처럼 말라비틀어졌다.




'터벅 터벅'


병사의 등 뒤로 들려오는 발걸음.



'터벅 터벅'


병사는 등 뒤의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터벅 터벅'


오로지 한 동작만 반복하는 병사는 마치 생명력 없는 기계와 같았다.



'터벅 터벅'


걸음 소리가 가까워졌고, 병사가 바라보고 있는 문 쪽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병사는 아연실색하며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어... 안 되는데... 나 돌아가야 하는데... 내 동생 옆집에 맡기고 와서... 데리러 가야 하는데..."



이내 그림자는 병사의 얼굴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약속했는데.... 쌀 가지고 돌아가겠다고... 형이 맛있는 거 잔뜩 가지고 내려가겠다고···."



병사가 울었다.



"나 돌아가야 해요. 안 그러면 옆집에서 내 동생 그냥 버려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


.

.

.

.

.

.

.

.

.

.

.


병사의 눈앞에 이글거리는 칼날.


.

.

.

.

.

.

.

.

.

.

.


'툭'


.

.

.

.

.

.

.

.

.

.

.


머리가 대구르르르르.


작가의말

31도.


이제 좀 쌀쌀해지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선 노인이 정력 최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지도 +4 23.07.22 62 0 -
공지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꺽인다면 그냥합니다. 시발. +1 23.04.01 297 0 -
163 지각쟁이 V (완결) +4 23.09.14 24 3 8쪽
162 지각쟁이 IV +2 23.09.14 14 2 15쪽
161 지각쟁이 III 23.09.14 10 1 11쪽
160 지각쟁이 II 23.09.13 11 1 14쪽
159 지각쟁이 I 23.09.13 12 1 9쪽
158 Hi North face XXIV 23.09.12 11 1 14쪽
157 Hi North face XXIII 23.09.12 12 1 16쪽
156 Hi North face XXII +2 23.09.11 12 1 11쪽
155 Hi North face XXI 23.09.11 9 1 13쪽
154 Hi North face XX +2 23.08.18 62 2 14쪽
153 Hi North face XIX +4 23.08.17 24 2 17쪽
152 Hi North face XVIII 23.08.17 16 1 12쪽
» Hi North face XVII 23.08.17 16 1 11쪽
150 Hi North face XVI 23.08.17 22 1 12쪽
149 Hi North face XV 23.08.13 17 1 14쪽
148 Hi North face XIV 23.08.11 20 1 11쪽
147 Hi North face XIII 23.08.09 20 1 15쪽
146 Hi North face XII 23.08.09 31 1 14쪽
145 Hi North face XI +5 23.08.07 37 2 13쪽
144 Hi North face X 23.08.06 23 1 11쪽
143 Hi North face IX +2 23.08.05 27 2 11쪽
142 Hi North face VIII 23.07.29 24 1 15쪽
141 Hi North face VII 23.07.28 24 1 11쪽
140 Hi North face VI 23.07.26 23 1 10쪽
139 Hi North face V 23.07.24 19 1 11쪽
138 Hi North face IV 23.07.23 23 1 14쪽
137 Hi North face III 23.07.22 21 1 14쪽
136 Hi North face II 23.07.19 28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