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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6004_jujuda306 8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자가 회귀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노달팽
작품등록일 :
2023.05.15 02:27
최근연재일 :
2023.05.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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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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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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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빙의 듀토리얼

DUMMY

1화. 빙의 듀토리얼


***


눈을 떠보니, 익숙한 공간이다.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웅성웅성 거린다.

모든 사람에게 개인 조명 같은 것이 하나씩 비춘다. 개인 조명이 모여 거대한 빛을 만든다.

사람이 없는 곳은 온통 컴컴한 암흑이다.

내가 있는 공간도 암흑이었기에, 나는 빛을 향해 걸었다.


나는 이곳에 대한 기억이 있다.

예비 빙의자, 그리고 빙의자 듀토리얼.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를 예비 빙의자라 부른다. 또한, 이들이 곧 치루게 될 시험이 있었는데, 그것은 듀토리얼이라고 불린다.

듀토리얼에서 시험을 치루고 빙의자 자격을 인증 받아, 통과된 빙의자는 모두 다른 각각의 소설 세계에 인물에게 빙의 되는 것이다.

내가 관계자만 알 수 있는 이러한 사실을 아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 역시 과거 예비 빙의자이고, 자리에 있는 모두와 듀토리얼을 치룬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말을 정리하자면, 모두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다. 이거겠지."


사십대의 남성, 김춘식.

김춘식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이곳에 오기 전, 마지막 기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모든 이에게 살핏 보이는 혼란, 공포, 절망 같은 부정한 감정. 하지만 대부분은 그러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노력한다.

공포는 쉽게 전염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나름대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두의 데이터를 몹고, 분석하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추론하는 그러한 프로세스 과정.


"아무래도 납치가 가능성이 가장 높겠어."

"하지만 저희는 마지막에 있었던 지역이 달라요. 서울 사람도 있고 부산 사람도 있는 걸요."


그러나 무엇하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지금 자리에는 다양한 지역, 분산되어 있는 연령, 반반의 남녀 성비 비율까지. 결론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아니, 애초에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이 자리에 우리를 모은 것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한 존재가 벌인 일이니까.


"혹시, 몰래 카메라는 아닐까요..."

"야,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인권 무시하고 이런 일을 저지를 방송국 놈들이 어디 있겠어. 걸리면 바로 감혹행이여. 알간?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말고 저기로 가 있어."

"네...넵. 죄송합니다."


한 여학생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의견을 꺼낸다.

그러나 그 의견은 김춘식에 의해 묵살되었고, 역정이 되어 돌아온다.

여학생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말하듯이 크게 사과했다. 여학생은 사과 후에, 내가 있는 조용한 구석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대체 누가 어른인 것인지.


"꼰대 특, 지 말만 옳음."


모두가 예민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러한 공간에 영문도 모르는 채로 깨어났으니 당연한 부분이다.

여학생이 혼잣말로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무시했다. 내 귀도 예민해진 것이 틀림없다.

동그란 안경에, 정갈한 교복, 화장기 하나 보이지 않는 수수한 여학생이 그러한 말을 할 리가 없다. 아니, 드물다.


"모르겠어."

"잠시 휴식을 갖지."


여학생이 없어도,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서로에게 피어난 불신의 감정도 한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굳이 나서, 상황을 정리하지는 않는다. 이제 곧 그 존재가 나타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퐁퐁 두둥등장! 안녕하시지요. 어려분."


오랜 기다림 끝에, 허공에서 푸른 빛을 뿜는 요정이 나타났다.

여덟 개의 파닥이는 날개는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쉬지 않고 운동했고, 손가락 마디만큼의 작은 얼굴에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있다.


사람들은 요정의 존재를 보며 꺠닫는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약속한듯이 자해를 한다.

스스로 따귀를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는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고통, 요정과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생동감, 꿈이라기에 뚜렷한 기억.


"저는 여러분의 인도를 맡게 되었지요."


한 아이가 요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지고 싶다는 감정.

요정의 모습은 누구나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요정은 잡히지 않는다. 유연하게 아이의 손을 빠져나와 뺨에 살짝 입을 맞춘다.

아이의 손은 공기만 품었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인도, 우리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 당신인가."


김춘식은 요정에게 자극적인 말은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뇌에 쉴틈 없이 떠오르는 단어를 필터하고, 말을 정리하여 수 놓는다.

이것이 바로 연륜.

김춘식이 삶을 살며 배운 그러한 것.

이곳에 자신을 데려온 요정에게 욕설을 뱉고 싶다.

하지만 연륜이 그러하지 말라고 말한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요정을 대하라며 연륜이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요. 여러분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지요. 여러분은 빙의자로서 빙의자 듀토리얼에 참가하시게 되었지요. 빙의자 듀토리얼에서 자격을 얻으신 예비 빙의자 분들은 모두 다른 세계의 인물에게 빙의하게 되시지요. 본래 세계로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세계의 결말을 보는 것이지요."


빙의.

영혼이 옮겨 붙는 그러한 현상.

소설 책에서 많이 보았던 장르.

요정의 말대로 듀토리얼을 완료하게 되면,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로 흩어져 인물의 몸에 빙의한다.

그 세계가 모두 소설 세계라는 것을 요정은 굳이 명시하지 않는다.


"듀토리얼 전에, 여러분들에게 부여된 이능에 대해 설명드리겠지요."

"처음부터 자세한 설명을 원하네."

"불가능하지요. 퐁퐁이 시간이 없지요. 중요한 것 우선 순위로 알려드려야 하지요. 지금부터 제 말에 집중하지 않으시면 후회하시지요."


요정 퐁퐁은 우리에게 생긴 이능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 도중, 발생한 질문이나 욕설은 일관하게 무시한다.

곧, 사람들은 한둘씩 깨닫는다.

지금 요정 퐁퐁이 알려주는 정보를 듣지 않는 것은 본인만 손해.

곧 자리는 침묵이 되어, 요정 퐁퐁의 목소리만 들린다.

퐁퐁이 공유한 이능은 아래와 같다. 모두 나도 알고 있는 그러한 이능이다.


1. 빙의자 정보 시스템

- 빙의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이능이다.


"저 근력이 높아요. 헬스가 도움이 되었나봐요."

"저는 리더십이 높네요. 직장에서 프로젝트 리더를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네요."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

그러나 몇몇은 조용히 눈치를 살핀다.

자신의 정보 노출은 심한 약점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그러한 생각.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 나 경탁 ]

Lv : 1

Rk : 미등록

상태 : 피로, 심신의 안정이 필요

능력 : 리더십 F / 근력 F / 민첩 : F / 지구력 : F

칭호 : -

스킬 : -


내 시스템 정보를 열었다.

파란색의 스크린 같은 것이 허공에 나타난다.

내 스테이터스는 처음 빙의했던 때와 동일하다.

쏟아지는 허무감.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무너졌다. 잔재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이기에 납득한다.


2. 빙의자 상점

- 빙의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 및 패키지가 등록되어 있다. 상점 내부에는 검색 기능과 빙의자에게 현재 필요한 아이템의 추천 리스트가 메인으로 올라와있다. 모든 예비 빙의자에게 위로 금액으로 최초 5골드가 무료로 지급되어 있다.


"신기하네요. 추천에 무기가 등록되어 있네요."

"정렬 기능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 소지금으로는 살 것도 없네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기는 한데, 구매를 할 수가 없어요."


곧 있을 듀토리얼을 위해 구매할 것이 있다.

상점을 열어, 필터 기능을 통해 해당 기능을 찾고 구매했다.

내 상점 메인에 추천 아이템에는 심신 안정제 같은 약물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창을 닫았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그러한 것들이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추천 아이템으로 무엇이 나왔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낡은 활, 손목과 손가락 보호대 이렇게 나왔어요."


여학생이 제 추천 아이템을 말하며 내 것을 물었다.

활이라니, 쉽게 나올 수 없는 그러한 아이템이다.

추천 아이템을 들어보니, 아마도 여학생은 궁에 대해 경험이나 재능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내 추천 아이템은 대충 많은 사람에게 리스트로 올라왔던 낡은 철검 같은 것들로 읊었다.

지금 내 추천 아이템을 읊었다가,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으로 오해 받기 마련.


3. 빙의자 메신저

- 빙의자는 친구 추가가 된 상대와 무료로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다른 세계로 흩어져도 작동한다. 스팸으로 여러 건 신고 발생한 계정의 경우에는 메신저가 차단된다.


"제 메신저 청아한이름이요. 제 이름이 청아거든요."


여고생의 이름은 청아다.

청아가 제 교복에 달린 명찰을 가르키며 메신저 아이디를 공개했다.

내게 제 메신저 아이디를 친구 추가하는 소리다.

메신저를 킨 뒤에, 청아의 아이디를 찾아 친구 요청을 했다.

추천 친구 리스트를 살펴보는데, 연륜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이름으로 간략하게 메신저를 사용한다. 청아와 같은 연륜이 어린 세대는 제 이름이나 특징에서 별명을 따와 메신저를 사용한다.

나는 청아를 포함한 모든 예비 빙의자에게 친구 요청을 했다.


"친절한 나자씨?"


청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 영화의 제목.

영화를 아는 이들에게는 공감대가 될 것이고, 영화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제목으로 호감을 살 것이다.

청아가 내게 할 말이 많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나도 알고 있다.


4. 빙의자 거래장

- 빙의자들은 거래장을 통해 서로 얻은 물품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 가격은 판매자가 등록 진행하나, 최근 체결 거래 가격 검색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판매자에게는 별도세 20프로가 수수료로 부가된다.


거래장, 듣는 것만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장 먼저 계선해야 될 그러한 시스템.

그래도 급하지는 않다. 수수료가 20프로나 발생하기에 처음에 거래장을 사용하는 사람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수요가 맞지 않아 매우 드물다.


"큼, 너무 많이 말해서 목이 아프지요. 퐁퐁이 설명 너무 잘했지요. 이제 곧 빙의자 듀토리얼이 시작되지요. 최초 지급되었던 5골드는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되지요."


퐁퐁은 기진맥진한 얼굴이다.

혼자 20분 넘게 쉬지 않고, 설명했으니 지친 모양이다.

사람들이 다시 한곳에 뭉친다.

퐁퐁이 말했던 듀토리얼을 준비하기 위해 서로 회의한다. 제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퐁퐁은 여덟 개의 날개를 펼친다


"퐁퐁."

"무슨 일이신지요."


조용히 손을 들고 퐁퐁을 불렀다.

퐁퐁의 활짝 펼친 날개는 수줍게 다시 접힌다.

듀토리얼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시선도 나에게 집중된다.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사용한다."

"벌써 아이템을 구매하셨는지요. 충동 구매는 위험하시지요!"


무려 한 개에 2골드에 거래되는 아이템.

아까 구매한 그것들을 인벤토리 창에서 꺼냈다.

투명한 병에 담긴 영롱한 푸른 액체가 모습을 나타낸다.

듀토리얼이 아니면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 듀토리얼에서도 굳이 사용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 요정의 눈물 ]

- 요정이 세상에 흘린 눈물은 무수히 많다. 해당 아이템에 담겨 있는 액체는 그러한 요정의 어느 동포가 흘린 눈물. 동족의 요정에게 건네줄 시 당신의 원하는 진실을 하나 들을 수 있다.


"개봉하지 않아서 환불이 가능하시지요. 지금만 환불해드리지요. 퐁퐁이는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지요."

"아니, 환불은 원하지 않는다."


퐁퐁은 내가 충동 구매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환불을 제안하고 나를 설득한다.

처음의 5골드가 듀토리얼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쓰이는지, 나도 알고 있기에 이해한다.

그러나 듀토리얼 시작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환불은 없다는 내 확고한 표정에 퐁퐁은 결국 아이템을 받으며 질문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에 모인, 그러니 빙의자라고 불리는 우리는 모두 적인가?"


내 물음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모두 속으로 고민하고 있으나, 꺼내지 못한 근본적인 질문.

내가 이러한 질문을 한 이유는 하나.

기존의 듀토리얼에서는 너무 많은 빙의자가 죽었다. 듀토리얼 과정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많이 죽었다.

각자 다른 세계에 갈 사람이었으니, 모두 경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이번 듀토리얼에서 분란은 없어야 한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듀토리얼이 시작되기전에 하나로 뭉치는 것.


"아니지요! 여러분은 서로 도와야하지요. 절대 아군이라는 표현이 가장 옳지요!"


퐁퐁의 말에 사람들은 안심한다.

날개를 펼치고 제 대답을 곳곳에 소리친다.


"다음 질문."

"벌써 골드를 다 써버리신 것이지요. 퐁퐁이는 걱정이 되지요!"


인벤토리에서 다시 요정의 눈물을 꺼낸다.

내가 가진 소지금은 고작 1골드.

듀토리얼을 치루기에는 너무 작은 금액이다. 퐁퐁도 그것을 우려한다.


"괜찮아. 내 선택이다. 다음 질문은 이전에 네가 말했었지. 빙의한 세상의 결말을 보게 되면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말이 진실인가."


내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음.

퐁퐁은 빙의한 세상의 결말을 보게 되면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과거 나는 그 말을 의심한 적이 없다.

요정 퐁퐁은 인도자다.

빙의자에게 분명 긍정적인 도움만 주는 존재.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빙의 되었던 세상의 마지막을 보았음에도 말이다.


"맞지요. 세상의 마지막을 보게 되면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시지요."

"...그렇군."


퐁퐁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러니 퐁퐁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에게 알 수 있다.


"퐁퐁이는 가봐야하지요."


내 납득한 표정을 확인하고 퐁퐁은 사라졌다.

나는 듀토리얼을 위해 사람들이 모인 자리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나만을 향했다.

암묵적으로 무리의 리더가 되었던 김춘식에게서, 나로 말 없이 리더가 바뀐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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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빙의 듀토리얼 23.05.15 3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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