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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달수1 님의 서재입니다.

꼴통도사 최풍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팽달수1
작품등록일 :
2019.12.24 20:36
최근연재일 :
2020.03.21 12:1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929
추천수 :
62
글자수 :
107,423

작성
20.02.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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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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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화 도사님도 몇 백 년 만에 잠에서 깨면 바보 같다는 것

DUMMY

다급한 위기의 순간.

여전히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풍헌.

소매를 뒤적거리며 혼자 중얼거린다.


“부적······ 부적이 하나도 없다.”

“정신 좀 차려요! 급하다고 지금!”

“크아!”


재수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요괴가 덮쳐오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런 재수를 풍헌이 낚아채 날아올라 한참 뒤로 피했다.


실눈을 뜬 재수의 시야에는 어느새 정신을 차린 듯한 풍헌이 보였다.


“부적 없이는 이깟 원귀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꼴이 한심하구나.”


손가락을 튕기자 여기저기서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 재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연기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수 많은 풍헌.

‘뭐지? 분신술 같은 건가?’


풍헌이 파란 두루마기를 펄럭이며 요괴에게 달려들자 열 명도 넘는 풍헌의 분신들도 달려들어 요괴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썩 아름답지는 않은 모습. 굳이 비유하자면 주막거리의 시정잡배들 같은 모습이었다.


“크아아!”


요괴가 괴성을 내며 마구 요동치자 분신들은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재수는 자신의 앞에 날아와 넘어진 풍헌과 눈이 마주쳤다.


“도사님! 괜찮아요?”

“아, 잘 안되는구나. 술이 덜 깬 건가. 어디서 부적이라도 좀 구해 오거라.”

“저, 저기!”


요괴가 다가오는 모습에 재수가 소리치자 풍헌이 얼른 다시 일어나 자세를 고쳤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원래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상대였지만 재수가 차고 있는 염주에 도력이 모조리 봉인되어있는 상태였다. 잔뜩 긴장해있는 풍헌의 귀에 폭음이 들려왔다.


펑-


불꽃이 솟아오르며 요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작은 키에 마른 남자가 나타났다. 많이 앳되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는 어울리지 않게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


옷차림도 캐주얼해서 더욱 어려보이는 그는 윗부분의 총열이 부서져 너덜거리는 권총을 보고 중얼거리며 다가왔다.


“아······ 이거 또 실패네. 무슨 일회용도 아니고.”


재수는 공포에 질린 채, 풍헌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웬 놈이냐.”

“아! 안녕하세요. 아······ 역시.”


밝은 목소리의 남자는 가까이 다가와 풍헌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앳된 얼굴이 적의는 없어 보였다.


“도력이 전혀 느껴지진 않는데······ 도사님은 맞으시죠? 그리고 도력은 저 염주에 들어가 있고요?”


그는 어느새 재수의 옆으로 가있었다.

재수의 팔을 잡고 염주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야······ 도력이 어마어마하네요. 처음 뵙는 분인데 어디 산속에 짱 박혀 계셨나. 그리고 어떻게 집어넣은 거예요? 기술이 엄청 좋네.”


능청스러운 그의 태도에 풍헌과 재수가 벙쪄 있는 사이 멀리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저기!”

“다들 골목 안쪽으로!”

“이크! 일단 가봐야겠네요. 통성명이나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뵐 때 하죠!”


풍헌에게 윙크를 해보이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였다. 곧이어 정장차림의 남자 셋이 그 뒤를 쫓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을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던 풍헌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재수를 쳐다봤다.


“자. 가자.”

“어딜요?”

“집. 시간이 늦었다.”

“집? 누구집이요? 이봐요!”


이번에도 길도 모르면서 앞장서는 풍헌을 따라가며 재수는 분명 뭔가 일이 꼬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상황이 정리된 후.

오갈 곳 없는 풍헌은 재수의 집으로 향했다.

재수의 집으로 가는 길.


생각에 잠겨있던 풍헌의 눈에 앞장서서 걷고 있는 재수가 손목에 차고 있는 푸른 염주가 눈에 들어왔다.


푸른 염주.

구미호를 봉인할 때 쓰려했던 물건이었다.


***


히데요시가 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약 3개월.

반란군의 진압과 궁의 수리 등 핑계를 대는 그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조선의 통신사 일행은 궁으로 들어갈 준비에 분주해졌다.


덩달아 사신 일행으로 둔갑해 그 틈에 끼어있던 풍헌도 생각이 많아졌다. 격변하는 일본의 정세와 스승님을 죽이고 조선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구미호.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의 감이 그를 이곳으로 향하게 했다. 분주하게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일행의 맨 뒤에 선 풍헌이 손목에 차고 있는 염주가 푸른빛을 더욱 강하게 띠고 있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앉아있었다. 분위기는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은 것 같아 보였고, 몇몇은 칼을 차고 있기도 했다.


그 끝에 앉아있는 건 도요토미 히데요시.


통신사에게 관심도 없는 것인지 외국의 사신들을 만나는 자리에 젖먹이인 아들을 데려와 안고 있다.


“관백 전하. 조선의 사신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미닫이문이 열리고 통신사 일행이 걸어 들어왔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지만, 히데요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통신사 대표는 가져온 왕의 친서를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명성이 높은 그대가 일본을 통일하였다 들었다. 축하를 전하는 바이며······ 조선은 통신사를 보내 일본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히데요시는 관심이 없는 듯 품에 안겨있는 아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 다 끝나자 별 말없이 역관을 쳐다볼 뿐이었다.


역관이 히데요시를 바라보며 통역했다.


“조선은 관백 전하를 높이 받들어······ 부디 조선을 아우의 나라로 여겨주시고······”


그제야 얼굴이 한번 밝아진 히데요시였다.


그때.


통신사 일행의 맨 뒷줄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풍헌. 그도 고개를 살짝 들었고, 히데요시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풍헌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히데요시의 두 눈이 붉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사람들은 볼 수 없겠지만 분명 요괴의 눈 색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집중해 기운을 느껴보아도 그는 인간 이었다.


당황스러워진 풍헌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또 이상 징후가 있나 살펴봤다.


그리고 통신사를 바라보며 입을 떼는 히데요시.


“내가 본토를 통일한 것이 언제인데······. 조선의 인사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그는 말을 하며 안고 있던 아들을 옆에 서있던 여인에게 건네줬다. 자연스럽게 풍헌의 시선도 그를 따라서 여인을 향했다.


여인과 잠시 눈을 마주쳤고, 살짝 웃는 그녀. 무언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풍헌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헌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느꼈다.


‘구미호다.’


그리고 그의 귀가 아닌 머릿속으로 전언이 들려왔다.


-영로에게 제자가 하나 더 있다 들었는데······ 네놈이구나.


풍헌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호호. 설마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방안에 바람이 지나갔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풍헌은 쥔 주먹을 풀었고, 바람은 멈추었다.


여전히 풍헌의 얼굴에는 핏줄이 바짝 서있었지만 구미호의 시선을 끈 건 그가 손목에 차고있는 염주였다.


-푸른 염주를 가져오다니. 스승의 복수라도 할 셈인가. 촌스럽구나.

-여유로운 태도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미 끝난 일에는 관심 끄고, 무지한 조선인들이나 걱정하거라. 곧 피바람이 불 것이니······.

-그게 무슨?


그새 히데요시와 통신사의 대화는 끝난 듯 했다.

풍헌은 할 말도, 들을 말도 많았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그들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


풍헌이 잠시 회상에 잠긴 사이 어느덧 도착한 곳은 재수의 집이었다.


아주 오래된 느낌의 낡은 집.

아직도 서울에 이런 집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고개를 한참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마당이 보였다.


정면으로 보이는 재래식 화장실.

마당에는 작은 평상.

시골집 같은 분위기에 풍헌조차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평상에 앉아 신발을 벗으며 풍헌은 두리번거렸다.


“아까 밖은 휘황찬란하더니······ 집은 내가 살던 때와 많이 다르지 않구나.”

“할머니가 예전부터 사시던 곳이에요. 재개발이 안돼서······.”


재수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오면서 재수에게 대충 얘기를 들었다.


현재는 2020년.

풍헌이 잠들고 대략 400년 정도가 흘렀다.

구미호가 일으킨 전쟁도 한참 전에 끝났다.


그 후로도 몇 번의 전쟁을 겪었고, 세월의 풍파를 겪고 나서 이제는 조선에서 대한민국. 한양도 서울이 되어있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조선시대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놀랐던 건 밥 굶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 왕과 양반이 없어졌고, 지도자를 투표로 뽑아서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가 다음 지도자가 된다는 것 등은 들어도 이해가 잘 안 갔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데 안에서 재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서 이거 좀 드세요! 속 쓰리죠?”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음식 냄새가 풍겨져 왔다.

식욕을 당기게 하지만 생소한.

풍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또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 왠지 익숙한 자개상 위에 올라가 있는 냄비.

익숙하지 않은 냄새였지만, 아직 숙취가 있는 풍헌은 냉큼 자리에 앉았다.


“헤헤. 먹을 게 요거밖에 없기는 한데, 술 마시고는 이게 최고예요.”

“이게 무슨······ 개죽을 가져온 것이냐!”


해맑게 웃으며 뚜껑을 연 재수에게 풍헌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단 드셔 보세요.”


손이 얼른 가지 않는 모양새였지만, 참을 수 없는 냄새에 풍헌은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재수를 쳐다보는 풍헌.


“괜찮죠?”

“백년을 넘게 살면서 못 느껴본 맛이구나.”


곧 라면 냄비에 코를 박는 풍헌이었다.


***

새벽.

아직은 어둑어둑한 마당.

툇마루에 재수 혼자 앉아있다.

라면을 혼자 다 먹어치우고 잠이 든 풍헌.

혼자 뒤처리를 마친 재수는 생각이 많아져 아직 잠에 들지 못했다.


하루 사이에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았다.


갑자기 만나게 된 풍헌과 공원에서의 일부터 술집에서 있었던 난리까지. 원래 조용하고 별 탈 없이 사는 편인 재수에게는 영화 같은 일이었다.


자신이 조선에서 온 도사라고 하는 풍헌이 미친 사람 같았지만, 눈앞에서 본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은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 주었다.


결국 할머니가 풍헌 덕분에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까 지금 시대를 설명해주면서 느낀 건.

도사님도 몇 백 년 만에 잠에서 깨면 바보 같다는 것.


아무튼 할 일이 있다는데 자신이 도와줄 건 없겠지만, 어디 가서 바보 취급은 당하지 않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직도 풍헌의 말이 다 믿기지 않아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도 우스웠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풍헌을 피해 옆방에 들어가 자리를 폈다.


***


다음날 아침.


“아이고 허리야······.”


재수는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훨씬 늦게 기상했다. 평소에 운동도 잘 하지 않는데 어젯밤은 도사와 요괴와 운동이라니.


자리에서 일어나 풍헌을 깨우러 간 재수. 문 앞에 서도 코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인기척이 없다. 놀라 문을 벌컥 열었다.


“응?”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재수는 옷을 챙겨 입고 풍헌을 찾으러 나섰다.


“아, 불안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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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중학교가 무엇이냐. 20.03.21 37 1 10쪽
24 23화 산에서 도나 닦던 도사놈들이 꽤나 복잡하게 일을 하는구나. 20.03.18 33 3 10쪽
23 22화 반드시 내 손으로 잡는다. 20.03.12 34 2 10쪽
22 21화 어린놈이 정신을 못 차리면 매질이라도 하는 게 어른의 도리지 20.03.11 53 2 9쪽
21 20화 최······풍헌 이라고 했나? 20.03.06 46 2 9쪽
20 19화 그래 스승의 존함이 어찌되느냐. 20.03.05 43 2 10쪽
19 18화 처음 들어보는데요? 20.03.04 69 2 10쪽
18 17화 재물에 눈 먼 욕심쟁이들처럼 20.03.03 40 3 10쪽
17 16화 받아들여야 한다. 넌 죽었다. 20.03.02 49 3 9쪽
16 15화 풍헌은 생전 하지 않던 오지랖을 부렸다. 20.03.01 46 2 11쪽
15 14화 종국에는 구미호를 없애는 게 목표다. 20.02.29 44 2 10쪽
14 13화 사귀의 도력을 최풍헌이 흡수한 것 같습니다. 20.02.28 52 2 11쪽
13 12화 이 녀석이 지금까지 집어삼킨 도사가 몇일까? 20.02.27 56 2 10쪽
12 11화 목숨을 걸고 당신을 제거하겠습니다. 20.02.23 69 2 10쪽
11 10화 지금 풍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 20.02.22 67 2 9쪽
10 9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20.02.19 60 2 11쪽
9 8화 인간은 불완전하고 심약한 존재라는 것. 20.02.18 74 2 11쪽
8 7화 속고만 살았느냐. 늑장 부리면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아. 20.02.17 60 3 9쪽
7 6화 내 너에게 금은보화를 안겨주마. 20.02.16 69 2 9쪽
6 5화 대체할 방법이 있어요. 20.02.15 90 2 9쪽
5 4화 웬만한 도사가 아니라면······. +1 20.02.14 106 2 10쪽
4 3화 고리타분한 소리하기는, 늙은 도사놈. +1 20.02.13 110 2 10쪽
» 2화 도사님도 몇 백 년 만에 잠에서 깨면 바보 같다는 것 +1 20.02.12 147 2 12쪽
2 1화 나는 풍헌이다. 도사 최풍헌. +1 20.02.11 180 6 11쪽
1 0화 다 망할 구미호 때문이지 +1 20.02.11 293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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