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 나 락 (65)
2계층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풀리는 제약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태창이다.
오직 성녀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상태창은 지속적으로 신전에 드나들 이유 중 하나다.
일단 위에서부터 천천히 확인하자.
쓸데없는 건 건너띄고 특성을 확인한다.
게임 ‘암 아드’에서는 캐릭터마다 특성 란의 수가 정해져 있었다.
아마 여기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이게 좀 짜증 나는 부분이 자신의 특성 란 수를 확인하는 방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하던 중에 새로운 특성을 얻을 기회가 종종 생기는데, 그때 【 특성 란이 부족합니다 】라는 알림이 뜨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최악의 캐릭은 한 개.
운이 좋으면 세 개에서 다섯 개까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내가 가진 특성은 두 가지.
하나는 《 비탄에 잠긴 기사 》를 죽이고 얻은 《 약 점 간 파 》로 내 사냥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특성이다.
조건이 조금 까다롭지만, 조건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내 직업인 검사와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다음 특성 때문에 내 마음은 ‘나락’이다.
【 마 나 저 항】이란 특성은 지난 1계층 보스 레이드에서 얻은 보상이었다.
꽤 많은 기여도를 쌓은 탓인지 보상으로 특성이 나왔는데, 이딴 게 나왔다.
해당 특성의 효과는 【 신체에 침투하려는 외부 마나를 거부한다 】라고 적혀있다.
이 효과를 설명하자면 마법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 아드’에는 마법을 쓰는 공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쓸대없이 특성란 차지하는 쓰레기라는 소리.
“ 아. . . 특성 노가다 귀찮은데 ”
“ . . . ? ”
물론 특성을 제거하는 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더럽게 귀찮아서 그렇지.
일전에 한 번 등장했던 [파브리제의 달걀]이라는 무작위로 등장하는 아이템에서 가끔 특성을 제거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온다.
문제는 이 [파브리제의 달걀]이 나오는 장소가 매번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패턴이 정해져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랜덤 박스 같은 녀석에게서 원하는 걸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스무 개는 열어야 할 거다.
상상만 해도 귀찮으니 일단 패스.
“ 다음은 능력치인가. . . ? ”
능력치를 주욱 내려보던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 . . . 이거 왜 +가 하나 더 붙냐 ? ”
우선 【체력】은 [D+]로 나쁘지 않은 정도.
【내구】는 [C+]로 좀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본래라면 지금 상황에 이 정도 【내구】라면 상위는 어려워도 중상위 정도는 노려 볼 만했다.
하지만 이 【기교】라는 의미 불명의 특성 때문에 【내구】가 아주 불안한 등급이 되어버렸다.
【기교】는 내가 100회차에 달성한 후에도 의문으로 남은 특성이다.
다른 능력치는 상승하면 명확한 결과를 내보인다.
예를 들어 【민첩】이 상승하면 좀 더 공격이 빨라지고 회피율이 올라가는 것처럼.
그러나 이 【기교】라는 능력치는 아무리 상승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지금처럼 이 특성이 유난히 높은 등급이 나오는 경우엔 상당히 귀찮아진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했다시피 【내구】보다 높은 능력치가 있으면 신체가 불완전해진다.
그래도 능력치 하나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지금 다음 특성들이다.
“ 【 힘 】이 [ C++ ]에 【 민 첩 】이 [ C++ ]이라. . . ”
현재 내 【내구】는 [C+]등급.
그런데 두 개의 능력치가 [++]라는 의미 불명의 등급으로 나타났다.
이미 【기교】가 [B]등급인 내게 【내구】를 초과하는 능력치가 두 개나 더 나타난 것이다.
“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상태이상이 걸리지 않았다는 건가. . . ”
다행이라면 【내구】를 초과하는 능력치가 두 개 이상이 되면 걸리는 상태이상창이 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엉망인 상태창은 진짜 오랜만이다.
만약 이게 게임이었으면 이번 회차는 버리고 새 회차로 넘어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 트라우마 【현실 도피】가 진행중입니다 》
당연하지만 이곳은 현실.
내겐 이 망해버린 상태창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로 넘쳐났다.
탄식에 가까운 숨을 뱉으며 다음 란을 확인한다.
“ . . . 미쳤네 ”
“ . . . ? ”
“ 아, 혼잣말입니다 ”
게임에선 기본적으로 【트라우마】 하나를 갖고 시작한다.
이후의 플레이에 따라 【트라우마】가 하나 더 추가될 수는 있지만 절대 두 개 이상은 쉽게 가질 수 없다.
여기서 【트라우마】 기술이 존재하니까 많으면 좋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걸 캐릭터가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트라우마】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디버프─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무슨 수를 써도 제거는 불가능하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발작】 때문에 최대 두 개가 한계다.
그런데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세 개나 되는 건지 모르겠다.
다행인 점은 하나는 현재 자귀가 준 약으로 치료가 된 상태로 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것도 【발작】을 거치는 순간 미쳐 날뛸 것이 눈에 선했다.
“ 【발작】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네. . . . ”
“ . . . . . ”
내 혼잣말을 들으셨는지 손을 움직여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성녀님.
그 따스한 손길을 감상하며 복잡한 머리를 식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사망 【트라우마】가 뭐였지?
“ 【사망 기억】. . . 신체와 관련된 죽음이었나 ? ”
그런데 어째서인지 상태가 [극복 중]이라고 뜬다.
자세한 확인을 위해 설명을 열어보았다.
【 「플레이어」 「333(임시)」 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입니다 】
【 현재 극복하는 중이며 그로 인해 특정 능력치가 일정 부분 상승하고 있습니다 】
【 극복이 끝난 [트라우마]이기에 [발작]은 하지 않습니다 】
내 상태 창이 거지 같은 이유를 찾아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면 그와 관련된 기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도피처】와 같은 발동형 기술만 얻는 건 아니었다.
시스템에서 내 【사망 기억】은 이미 극복 중이라 판단하여 상시 발동형 기술, 흔히 패시브라 명명하는 기술을 선사한 것이다.
문제는 이게 분명 좋은 건 맞는데 현 상황에서는 내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해결법은 하루빨리 【내구】의 등급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 . . . 분명 3계층에 【내구】 등급 높이는 약이 나오는 동굴이 있었지 ? ”
능력치 중 【내구】는 등급 업하기 쉬운 능력이라 평가된다.
다른 능력치는 캐릭터의 행동과 업적, 그리고 직업과 같은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는데 【내구】는 사냥을 하거나 약을 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올릴 수 있었다.
아마 마나가 풍부한 약초나 생물을 먹어 체내의 마나를 강화시키는 설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체내의 마나의 양은 늘릴 수 없지만, 그 마나의 질은 높힐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한 마디로 【내구】라는 능력은 마나의 질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등급의 기준이 【내구】로 이뤄진다.
현재 내 【내구】는 [C+]니까 나는 [C+]등급의 〔검사〕라고 보면 된다.
그나저나 어림짐작으로 망한 걸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는데, 진짜 엉망이다.
그래도 이로써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 내일부터 3계층으로 가서 약초 노가다 뛴다 ! ”
“ ( 쓰 담 쓰 담 ) ”
어째선지 더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시는 성녀님.
기분이 묘했지만, 좋은 쪽이 더 강했기에 거부하지 않고 쓰다듬어졌다.
-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도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들 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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