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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개인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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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1 20:00
최근연재일 :
2020.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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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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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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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7,438

작성
20.07.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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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챕터 2. 나 락 (58)

DUMMY

과연 자귀가 자주 가는 이유가 이해되는 대장간이었다.


덕분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약속에 늦을 뻔했다.



“ 말씀하셨던 4계층입니다 ”


“ 아, 감사합니다. 돈은 길드에 미리 납부해놨습니다 ”


“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내가 방에 틀어박힌 정확한 일 수는 289일.


9개월의 긴 방황을 끝내기는 했지만,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몸은 엉망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간 날 때마다 성녀님이 걸어준 【축복】 덕분에 재활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여튼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그중 하나가 길드의 다양한 의뢰 시스템이었다.


이전에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임무만 존재하던 길드 임무였지만, 일을 사랑했던 어느 여인의 영향으로 의뢰 임무가 생겨났다.



“ 포탈은 직접 방문해야 열려서 귀찮네~ ”



누구나 보상만 준다면 의뢰를 요청할 수 있는 이 시스템 덕분에 길드는 점점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생활 직업의 경우 잡화점 같은 가게를 운영할 때 재료가 부족해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문제였다.


그렇기에 전투 직업이 재료를 팔아 주지 않는 이상 어디서 재료를 수급할 수 없었지만, 이 의뢰 임무가 생기면서 해결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길드는 세를 점점 불려가고 있고 이를 시청에서 안 좋게 보고 있다고 한다.


시청이라. . . 그러고 보니 시장은 언제 뽑은 거지?


투표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 일단 목적지부터 확인해야겠네 ”


▣ 【 사 냥 꾼 의 메 모 】 ▣


▷ 불길한 이름을 가진 사냥꾼의 위치가 적힌 메모다


〔X: 26.47〕 〔Y: 14.78〕


▣ ▶(확 인)◀ ▣



얻어 놓고 한동안 까먹고 지내던 쪽지를 펼치자, 허공에 화살표가 등장한다.


. . . 이거 〔 길 찾기 〕특성인데?



“ 그 여자 진짜 정체가 뭐야 ? ”



선배라고 불러달라고 애원하는 모습만 봐서 나도 모르게 평가 절하하고 있는 선배 빌런.


이 메모를 받았을 때는 아직 2계층 근처도 못 갔을 시점이다.


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3계층부터 전직할 수 있는 모험가 특성을 쓸 수 있는 거지?


그것도 가장 배우기 힘들다는 〔길 찾기〕를?


. . . . 역시 수상해.



“ 그 길드장이랑 같이 뭔가 있는 건 확실한데. . . . ”



다시 한번 떠오르는 길드장의 의미심장한 말부터 여러 가지가 눈에 밟힌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비밀 파헤치기가 아니기에 넘어가기로 한다.


우선 아까 산 검을 착용한다.


너무 오랜만에 잡은 탓인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 트라우마 【현실 도피】가 진행중입니다 》


“ . . . . . . ”



검을 드는 것과 동시에 눈 앞을 가리는 알림창을 조용히 치운다.


그러고는 자귀에게 받아온 물약 몇 개를 꺼내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몸에 뿌렸다.



【 연금술사 「자귀」의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를 섭취하셨습니다 】


【 물약의 효력이 지속되는 동안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


【 연금술사 「자귀」의 《나는 친구 같은 거 없어》를 사용하셨습니다 】


【 물약의 효력이 지속되는 동안 몬스터가 다가오지 않으려 합니다 】


“ 진짜 더럽게 맛 없네 ”



섭취했거나 사용했을 때 만든이의 이름이 나오는 물약은 그 연금술사만이 만들 수 있는 오리지널 물약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연금술사의 능력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데, 자귀는 【에메랄드 타블렛】을 다섯 장이나 본 희대의 미친놈답게 물약 효능도 미쳤다.


이름이 하나 같이 괴상한 것과 더럽게 맛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러고 보니 자귀는 히든 특성인 【미식】을 가지고 있다.


이건 꽤 얻기 힘든 특성 중 하나인데, 그 조건의 괴랄 함 때문에 유명하다.



《 트라우마 【현실 도피】가 진행중입니다 》


“ 흠. . . . ”



오직 튜토리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이 특성의 조건은 튜토리얼이 끝나기 전, 그곳에 있는 것 열 가지 이상을 '맛'보는 것이다.


몰려오는 구울과 싸우기 바쁜 와중에 느긋하게 뭔가를 먹는 인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은 사람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 저 특성을 얻은 까닭이다.


물론 무턱대고 입에 넣기 바쁜 그를 상대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뭐, 덕분에 나는 실력 좋은 연금 물약을 싼 가격에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 보자, 이쪽으로 가면. . . . 슬라임의 숲인가 ? ”



그나마 4계층부터 볼 수 있는 오크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현재 실력으로는 3계층의 고블린과의 싸움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


그나마 슬라임이라면 최대한 피해 없이 지나칠 수 있을 거다.


좋아, 그럼 가 볼까?








슬라임의 서식지는 대체로 늪과 같은 곳으로 액체 같은 몸을 숨기기 쉬운 공간에 주로 머무는 생태를 갖고 있다.


이건 녀석들의 사냥 방식도 영향을 끼치는 데, 슬라임의 사냥 방식은 늪과 같은 액체에 몸을 숨기고 근처를 지나치는 생물을 덮쳐 천천히 몸 안에서 소화 시키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보호색이 유난히 발달한 녀석들은 웬만한 관찰력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존재했다.


모든 생물이 그렇지만, 슬라임도 주변 환경에 맞춰 보호색이 정해진다.


이런 늪과 같은 곳에 머무는 슬라임은 늪의 색으로 보호색을 갖춘다.


때문에 늪 밖으로 나오면 눈에 띄기에 보통 늪 안에만 머문다.


더불어 현재 나는 자귀의 회피 물약을 먹었기에 슬라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먹잇감으로 여겨진다.


웬만큼 굶주리지 않은 이상 위험을 무릅쓰고 늪을 벗어나는 녀석은 없었다.



“ 그러고 보니 이쪽은 게임에서도 잘 오지 않는 구간인데 ? ”


《 트라우마 【현실 도피】가 진행중입니다 》



눈 앞을 가리는 상태창을 치우며 생각했다.


슬라임의 숲이라는 특이성만 갖고 이 근처에 딱히 뭔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주위에 슬라임만 살아서 그런지 짐승들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꽃과 같은 식물이 많이 자라던 것을 떠올렸다.



“ 아마 여기가 스샷 명당으로 유명했던 거 같은데 ”



게임을 즐기다 보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서 자랑하고 싶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암 아드’는 로그라이크에 가까운 게임성과 특유의 불친절함 때문에 게임으로서는 인가가 최악이었다.


그래도 그래픽 하나는 끝내줬기에 스크린샷, 흔히 스샷이라 불리는 걸 찍으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던 걸 떠올렸다.


그렇게 슬슬 우중충한 나무 사이로 밝은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둡고 칙칙했던 숲이 점점 활기와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어 갔다.



“ 오. . . . ”



슬라임을 숲을 벗어난 직후 맞이한 광경을 보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녹색으로 가득 찬 숲을 벗어나자, 오색 찬란한 꽃밭이 날 반겨줬다.


한동안 너무 어둡고 칙칙한 곳에 있다가 밝고 화려한 곳으로 나오니 대비 효과로 마음이 상쾌해진다.


과연, 이런 풍경이라면 나라도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 보자, 스크린 샷이 가능한가 ? ”


【 촬영을 시작합니다 】


【 원하는 장면을 허공에 뜬 유리에 담아주세요 】


〔 경 고 ! ! ! ! ! 〕


《 트라우마 【현실 도피】가 진행중입니다 》



눈에 거슬리는 알림창은 치우고 꽃밭을 거닐며 원하는 장면이 나올만한 곳을 찾아 헤맨다.


한참을 그렇게 스스로 찍은 사진을 품평하며 꽃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기뻐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상을 쓰며 다시 찍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 꽃밭의 중앙이 마음에 들어서 가는 중에 그곳에 먼저 온 손님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 . . . . . ”


“ . . . . . ”



오랜만에 신이 나서 주변 둘러보는 것을 소홀히 했나 보다.


내 주접을 다 봤을 상대방에게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어색하게 마주친 상대는 상당히 긴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이었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상당히 실례지만 약간 퇴폐적인 느낌의 여자였다.


그때, 갑자기 돌풍이 불어 꽃잎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 스크린 샷이 저장되었습니다 】


“ 아 ”


“ . . . . . ”



단아하게 올려 묶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멍하니 앞으로 손을 뻗은 그녀.


그 손 위로 살랑이는 꽃잎이 내려앉았다.


이걸 본 나는 자신도 모르게 스크린샷을 찍어버렸다.


참고로 스크린 샷은 찍는 순간 다른 사람도 들을 수 있게 소리가 난다.


그것이 지금 내가 얼어붙은 이유였다.


우선 멋대로 사진을 찍은 것을 사과하려 했다.



“ 재밌는 하루군 ”


“ 예 ? ”


“ 이곳에 피를 뿌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


“ !? ”



천천히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뭔가를 붙잡은 그녀.


그녀의 손에 들려 점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이었다.


무려 내 키보다 길어 보이는 어마어마하게 긴 검.



“ 괴물을 봤으면 사냥하는 것이 내 숙명인 것을. . . . ”


【 NPC「아흔아홉 번째 사냥꾼」 [ 나 락 ]과 마주쳤습니다 】


〔 경고 ! ! ! ! ! 〕


〔 위험 등급 NPC와 마주쳤습니다 ! ! ! ! 〕


작가의말

항상 이 부족한 글을 꾸준히 읽어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도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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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챕터 2. 나 락 (68) +1 20.08.11 44 1 8쪽
68 챕터 2. 나 락 (67) +1 20.08.10 41 1 8쪽
67 챕터 2. 나 락 (66) +1 20.08.07 49 1 10쪽
66 챕터 2. 나 락 (65) +1 20.08.06 62 1 8쪽
65 챕터 2. 나 락 (64) +1 20.08.05 46 1 7쪽
64 챕터 2. 나 락 (63) +1 20.08.04 50 1 8쪽
63 챕터 2. 나 락 (62) 20.08.03 50 2 13쪽
62 챕터 2. 나 락 (61) +2 20.07.31 53 3 8쪽
61 챕터 2. 나 락 (60) +1 20.07.30 58 2 10쪽
60 챕터 2. 나 락 (59) +1 20.07.29 63 2 9쪽
» 챕터 2. 나 락 (58) +1 20.07.28 61 2 9쪽
58 챕터 2. 나 락 (57) 20.07.27 80 2 7쪽
57 챕터 2. 나 락 (56) +2 20.07.24 77 3 9쪽
56 챕터 2. 나 락 (55) +2 20.07.23 76 2 13쪽
55 챕터 2. 나 락 (54) +2 20.07.22 70 3 10쪽
54 챕터 2. 나 락 (53) +1 20.07.21 83 1 8쪽
53 챕터 2. 나 락 (52) 20.07.20 84 2 9쪽
52 챕터 1. E N D (51) +2 20.07.17 103 4 11쪽
51 챕터 1. 개미 학살자 (50) 20.07.16 101 0 12쪽
50 챕터 1. 개미 학살자 (49) +3 20.07.15 93 3 9쪽
49 챕터 1. 개미 학살자 (48) +1 20.07.14 100 3 8쪽
48 챕터 1. 개미 학살자 (47) 20.07.13 108 2 11쪽
47 챕터 1. 개미 학살자 (46) +3 20.07.10 132 4 8쪽
46 챕터 1. 개미 학살자 (45) 20.07.10 97 1 8쪽
45 챕터 1. 개미 학살자 (44) +2 20.07.09 136 3 7쪽
44 챕터 1. 개미 학살자 (43) +2 20.07.08 116 2 10쪽
43 챕터 1. 개미 학살자 (42) +1 20.07.07 133 1 8쪽
42 챕터 1. 개미 학살자 (41) 20.07.06 13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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