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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11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2
조회
7,325
추천
60
글자
11쪽

2화

DUMMY

알 수 없는 이명이 귀를 간들거렸다.

양쪽을 후벼 파는 소리에 설진은 겨우 눈을 떴다.


“으으··· 여긴?”


밝혀진 시야 속 눈에 비친 것은 새하얀 방이었다.

커다랗고, 빛나는 방. 형광등 같은 것이 없음에도 눈이 부셨다.


설진은 어렵사리 눈을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음에 적응한 시야가 주변 모습을 비추었다.


웅성- 웅성-.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었다. 자신까지 포함해 열 명쯤 될까. 하얀색 방 속,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저들의 표정과 목소리가 귀와 눈을 비집었다.


움찔-.


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방에서 검은빛이 설진을 잡아 삼킨 이후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그것도 열이나 되는 숫자가 자신 앞에 있다는 사실에 몸이 떨렸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지라, 그리고 위낙 방에 틀어박혀 생활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라 경계심이 돋아났다.

그러나 그와 마찬가지로 궁금증이 생겼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지, 왜 자신은 이런 곳에 있는 것인지.


하여 다른 사람들처럼 방을 탐색하고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려던 찰나,


“음음. 어디보자··· 하나, 둘, 셋··· 아홉, 열. 네! 다 오신 것 같네요.”


사람의 목에서 나왔다기엔 다소 몽환적인 목소리가 흰 방을 잠식했다.


설진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목소리를 낸 방향이었다.

그곳에는 날개를 가진 남성이 멋스럽게 서 있었다. 곧게 편 허리와 다리가 남자의 풍채를 한 층 더 돋우고 있는 듯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우선 제 소개부터 해야겠지요?”


이미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설진은 그를 남자로 생각했다.

아니, 이름을 알 때까지만 남자로 명명하기로 했다.


“저는 제 5구역 32에어리를 맡은, 여러분의 안내자입니다. 편하게 슌이라고 불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

“아,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목소리를 잠시 잠가놓았습니다.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슌은 허리를 한 번 굽히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갔다는 말까지 더했다.

설진은 생각했다. 슌이 누구인지. 익숙한 외형인지라 결론은 금방 나왔다. 방금까지 자신이 하고 있었던 게임, 스페이스 온라인의 등장인물이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탑이라는 기물 속에서 거주하시게 될 겁니다. 탑은 중립적인 공간이며···.”


이어지는 설명 속 설진은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게임 속 등장인물이 눈앞에 나타난 상황.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꿈이었다.

게임을 하다 잠들어 가상의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환상처럼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는 아닐까 하고.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은 없지만, 적어도 꿈은 아닌 것 같네.’


그러나 곧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자신을 집어삼킨 검은 빛이 정말 실제처럼 느껴졌다.

물론 자신의 가설이 틀린 것일 수도 있었다. 현실이라기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광경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으니까.

모르는 사람. 흰 방. 그리고 게임 캐릭터. 확실히, 이 키워드를 가지고 현실이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어지는 슌의 설명을 흘려들으며 설진은 생각에 생각을 더해 보았다.


‘게임에 들어온 건가?’


슌은 분명 앞으로 탑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슌은 게임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 게임은 스페이스 온라인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 온라인은 탑을 오르는 게임이다.


자신의 추론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에 들어온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복되고 의미 없는 나날의 현실보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더 좋았으므로.


“···해서. 앞으로 10분 후면 여러분은 첫 번째 층으로 향하시게 될 겁니다.”


자신의 추론이 끝남과 동시에 슌의 설명이 끝났다. 굳이 들을 필요는 없었다. 앞부분을 잠깐 듣고 확신했다. 슌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게임의 세계관과 ‘게임 속으로 들어온’ 우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였으니까.


간단한 인터페이스 조작 설명과 게임에 관한 기초 사항을 요약해 전달했으므로 굳이 귀를 기울이면서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부터 탑 속에서 사용할 여러분들의 이름을 정해주시길 바랍니다.”


[탑 내에서 사용할 이름을 정해주세요.]

[--]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설진]


게임, 스페이스 온라인에서 쓰던 닉네임. 그와 동시에 자신의 본명을 담았다.

슌의 설명을 들으면서 설진은 궁금해졌다. 만약 정말로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온 것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타인도 있지 않을까 하고.


‘바니타스, 페이드, 유약.’


그 이름을 몇 번 곱씹어 본 설진은 어느덧 10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아. 이게 대체 무슨-.”


설진이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잠긴 목이 풀린 어느 사내의 어리둥절한 외침이었다.


* * *


보통 게임 속 초반이라면, 어렵다, 짜증 난다, 보다는 쉽다. 기초적인 것들을 배운다, 라는 단어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스페이스 온라인도 마찬가지였다. 1층에서 3층까지는 거의 튜토리얼에 가깝기에 죽은 적도, 죽을 일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현실이 되어버린 게임 속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인가 보다.


“방금까지 흰 방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아니. 애초 이게 무슨 일인지···.”

“어? 이제 말할 수 있게 된 거 같은데.”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사람들.

설진도 사람이고, 저들도 사람이었다.

같은 종이라는 사실에 기인되는 것은 협력. 죽을 정도의 협박도, 위협도 받지 않은 현대 사람들은 웬만해선 폭력적이지 않다.

아마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탑을 공략하는 것이 튜토리얼의 기본적인 취지인 듯싶었다. 본 게임의 다섯 명 제한이라는 법칙이 없어지고 열 명의 인원이 숲에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인 남성이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는 고블린이라는 몬스터가 바로 1층의 목표였다.

슌은 이 상황을 의도한 듯싶었다. 탑이 중립적인 곳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초입인 1층을 공략하는 것이 지금의 목적이라면, 이보다 더 안전할 수 있는 상황은 없으니까.


‘거주.’


등반이 아닌 거주라고 말한 슌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설진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성별로 나이도 성격도 외모도. 한국인이라는 공통점만 빼면 아마 제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일 터.

적어도 약하거나 아파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말 그대로 건장한 사람 열. 불화의 요소도 없고, 분열의 계기도 없어 보였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모이겠지. 모이고서 지금 상황을 의론하겠지.

앞으로 일어난 일을 생각한 설진은 숲의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혼란에 빠져서인지 그 누구도 설진을 향해 뭐라 하지 않았다.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타인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10/10(임시) 파티를 탈퇴하시겠습니까?]

[네/아니요]


망설임 없이 전자를 선택한 설진은 사람들을 지나쳐 숲으로 들어섰다. 초록잎의 나무와 바닥에 떨어진 잔가지. 조금은 붉게 물들어 있는 꽃과 열매들은 이곳이 정말 평화로운 숲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듯싶었다.


‘직업 선택.’


설진은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직업은 게임과 관련이 깊은 키워드였다. 스페이스 온라인도 마찬가지로 직업이라는 키워드로 캐릭터의 개성을 나누었고.


[직업 목록]

[전사]

[기사]

[궁수]

[도적]

[마법사]


이렇게 딱 다섯 개의 직업을 초기 직업이라고 불렀다.


굳이 새로운 길을 파고 싶지는 않았다. 설진은 자신이 하던 것 그대로 직업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도적.’


기민한 속도와 순간 폭딜로 적을 암살하는 식의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직업.

꼭 도적만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진은 시작을 도적으로 삼았다.


[도적을 선택하셨습니다.]

[조잡한 단검x1, 능란한 망토x1를 획득하셨습니다.]

[기민한 발걸음 lv.1을 습득했습니다.]

[암습 lv.1을 습득했습니다.]


‘단검 시작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일단 스킬 셋은 나와 잘 맞았으니까.’


한 번의 실패가 곧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난이도의 직업.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 정말 도적을 고르는 것이 맞을까 생각했다. 한 번의 실수가 곧 죽음이라면 오래 살아남기란 힘들어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설진은 도적을 택했다.

죽음 정도야, 별로 두렵지 않았다.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생각보다 널려 있었다. 적어도 설진의 삶 속에서는 그러했고, 그러해 왔었다.


‘일단 받은 것들 확인부터···.’


[조잡한 단검]

[근력 +2, 민첩 +1]


[능란한 망토]

[체력 +3, 민첩 +1]


직업을 선택하고 난 뒤 받은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망토와 단검.

빠른 속도가 중점이 되는 도적이기에 초기 장비들 모두에는 민첩을 올려주는 옵션이 달려 있었다. 게임 속 설진이 중점으로 챙겼던 옵션이었다.


다음은 스킬.


[기민한 발걸음 lv.1]

[발소리와 기척을 줄입니다.]


[암습 lv.1]

[밤이 되면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다음으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유설진(lv.1)]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체력 : 13(+3), 근력 : 12(+2), 민첩 : 12(+2) 마력 : 13]


망토와 단검으로 인한 능력치 상승폭이 7.

게임을 시작할 때 초기 스탯이 10인 것을 생각하면 정상적인 수치였다.


‘음? 그런데 마력은 왜 13이지?’


무언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 설진은 마력 부분을 쳐다보았다.

게임 속 초기 스탯은 전부 10인 상태로 시작했었다. 그러나 현실이 된 지금의 상황 속에서 마력 스탯이 올라가 있었다.


‘뭐, 마력도 쓰는 스탯이긴 하니까 높으면 좋긴 한데···.“


아리송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설진은 상태창을 껐다. 확인은 이제 그만하고, 탑을 올라갈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바니타스, 페이드, 유약도 이곳에 있는지 알고 싶었다. 탑 3층을 클리어하면 활성화되는 커뮤니티 시스템을 활용해 그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설진은 단검을 쥐었다. 탑 1층의 클리어 조건은 고블린 둘 이상을 처치하는 것. 쉽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기민한 발걸음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기척이 줄어듭니다.]


탑 1층에서의 고블린은 그리 많지 않다. 일 대 다수의 싸움이 아닌 일 대 일의 형국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설진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비로 인해 올라간 민첩이 속도를 높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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