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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유디티 신병 슌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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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돌
작품등록일 :
2021.10.24 00:06
최근연재일 :
2023.02.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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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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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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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화

DUMMY

2-1


“신병! 신병!”


누군가 카람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당장 일어난다. 실시.”


무식한 외침에 카람이 몸을 일으켰다.

왠 거구가 그의 앞에 서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자 카람은 기겁을 했다.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야? 분명 그때 죽었잖아??”


신병 시절 카람의 기숙사 사감이던 탄 나핫 소령.

엘프를 상대로 한 발모아 전투 때 전사한 마족이었다.

그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카람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새끼가 어따대고 반말을 짓거리는 거야.”


퍽.


묵직한 주먹이 카람의 얼굴을 강타했다.

고통이 머리통을 울댔다.


정신을 차린 카람은 주변을 둘러봤다.

깔끔하게 정리된 개인실, 회색 커튼, 군용 노트북. 그리고 잘다려진 군복.

카람의 기억이 맞다면 분명 여긴 신병 기숙사였다.


“슌 카람 신병, 당장 훈련장으로 튀어간다. 실시!”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살아돌아온 탄 나핫은 뭐고, 신병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이 익숙함.

그럴 리가 없을텐데.


군복을 입은 카람은 어정쩡하게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신병 부지런히 움직여라.”


뒤따라오던 탄 나핫이 카람의 등짝을 갈겼다.




이 고통을 실제인가.

복수도 뭐고 도망만 가고 싶었던 시절.

정말 그 때로 돌아온 것인가.


훈련장 앞에 서자 그제야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1000명 남짓의 신병들.

긴장한 얼굴로 사관의 명령을 기다린다.

사관이 충성 맹세를 하면 그것을 따라하고, 묵념을 하고 뒤이어 체조를 한다.

그리고 줄잇는 뜀뛰기 행렬.

그러면 으레 시작되는 탄 나핫의 외침.


“뭐하나 머저리 새끼들아! 전방에 함성 3초 발사!”


아아아아악...


아. 눈 감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돌아왔다.

마왕군 신병 시절로.


2-2


카람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에 걷다가 멈춰서길 반복했다.

깍아질 듯 요새처럼 버티고 선 산 능선.

희미하지만 멀찍이 보이는 마왕성.

신병에겐 출근버스가 제공되지않아 이 출근길을 수백번 오고 갔다.

그립고 미웠던 지난 날의 감각이 다시금 샘솟았다.


카람은 두 팔을 벌려 숨을 쉬었다.

정말 과거로 돌아왔다.

신이 나의 복수심과 분노를 다시 한 번 시험하는 것일까.


각자의 부대로 향하는 신병들의 모습이 보이자 카람은 생각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첫 번째 생에서 카람은 의욕만 앞선 복수자였다.

그는 귀족도 아니었고, 마력을 다루는 솜씨도 좋지 못했다.

기술과 지식 또한 보잘 것 없었다.

노력 하나로 버텨내긴 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리둔찻을 제외한 상관에게 그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믿었던 칸 타타의 배신에 죽음을 맞이했지.’


하지만 다시 살아난 지금은 달랐다.


카람은 1키로를 남겨놓고 전력질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허벅지에서 뿜어지는 탄력과 폭발적인 힘.

힘을 주면 줄수록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러고도 힘은 남아돌았다.

분명했다. 이전 생의 마력이 고스란히 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전략전술, 전략무기 운용법, 지도 활용, 살상법, 이동전술

드워프, 엘프, 인간, 마족 등 각 종족의 언어와 몬스터를 다루는 방법.


마왕군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 기술은 이미 습득한 상태였다.


더욱이 군 내 정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예전엔 정치질에 희생양이었지만, 지금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꾼이었다.


부대 앞에 도착한 카람은 상점에 들러 성냥과 힐링 포션을 샀다.

그러곤 상점 문을 나와 기지개를 펴며 당당하게 부대를 마주했다.


[특수전사령부 UDT] (Underdeath Demon Team)


마왕군 내에서도 최정예만 모인다는 특수전사령부.

카람은 그 심장부를 향해 또 한 번 달리기 시작했다.


2-3


오크족 특수전부대의 교육훈련을 위해 한 달 간 파병갔던 리 둔찻 상병은 버스에 오르는 팟 린돔 소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대장님, 자리 뜨끈하게 뎁혀뒀습니다.”

“알고~ 우리 큼지막한 리 상병 엉덩이 아주 쓸만하구만.”

“소대장님도 그런 건 남자한테도 성희롱입니다.”

“하 이 자식이 파병 한 번 갔다왔다고 못하는 소리가 없네.”


팟 린돔은 리 둔찻에 목에 헤드록을 걸며 기분 좋게 웃었다.

헤드록을 풀면서 팟 린돔이 말했다.


“오늘도 제 시간에 출근하긴 글렀구만. 파병은 잘 다녀왔고?”

“네, 룻 지방시 대위님의 훌륭한 지휘 덕분에 잘 마무리 했습니다. 다만 오크군 내에 인간족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서 무사트 파트에서 애를 좀 먹었습니다. 이건 군수지원실과 연계해서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무사트는 인간족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 마왕국 에블란트에서 고안한 기사 살상무술이었다.


“뭐 리 상병이 알아서 하겠지. 나한테 일일이 보고 말고 다이렉트로 중대장님한테 말씀드려.”

“에이,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혹시나 부족한 점이 없나 가르침 주셔야죠.”

“하하하. 할튼 상관 기분 맞추는 재주 타고 났어.”


일을 꼼꼼히 챙기며 그와 동시에 상관의 기분을 맞추는 리 둔찻에 팟 린돔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적당히 밑밥을 깐 리 둔찻이 조심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혹시 신병 얘기 들으신 거 있으십니까?”


신병이란 말이 들리자 팟 린돔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신병... 알지...”


리 둔찻이 파병을 가기 전 중대장인 피 롯봇이 전해준 얘기가 있었다.

올해의 신병들은 모두 SSS급들이라고.

그래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왜 그러십니까? 설마 이번에도?”

“이번엔 아예 대놓고 폐급에 고문관이다.”

“이번에도 그러면 정말 고의 아닙니까.”

“이건 반품이고 재활용이고 아무것도 안돼.”


트리플 S급 사이에 유일하게 똥냄새를 풍겼다는 한 놈.

마왕군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관들이 보는 앞에서 돌까지 씹어 먹었다는데...

팟 린돔이 초점 잃은 눈으로 먼 산을 바라봤다.


“그저 패기만 가득한 놈이야. 훈련병 시절 내내 성적은 최하위, 졸업 역시 꼴지래.”


그러면서 팟 린돔은 인사실 장교들을 눈짓했다.

자세를 낮춘 리 둔찻이 그들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였다.


“아무리 칸 타타 소령님이라지만 이건 월권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최정예 부대에 그딴 놈이나 넣고...”


팟 린돔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쳐댔다.


직속 지휘관인 5중대장 피 롯봇 대위와 인사실 인사담당관 겸 1중대장 칸 타타 소령.

군 내부는 물론 귀족 사회에서도 유명한 관계였다.

최고위 마족 자제라는 것과 군사학교 동기라는 점이 같았지만 둘은 물과 기름이나 다름없었다.


피 가문과 칸 가문은 마왕이 지정한 10지파이었다.

어느 날 10지파 가운데 하나가 비리를 저질렀는데 칸 가문이 관련 없는 피 가문을 지목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마왕은 칸 가문의 제소를 받아들여 피 롯봇의 아버지인 피 랑망의 지위를 박탈하고 피 가문 몇몇 분파를 숙청했다.


이후 칸 가문의 권세는 높아졌고 칸 타타는 그 기류에 편승해 이른 나이에 소령을 달아 인사실에 배속됐다.

반면 피 롯봇은 칸 타타의 훼방으로 매번 진급에서 누락됐다. 뛰어난 능력과 인품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신병 전입 때마다 폐급 신병을 배치받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팟 린돔은 리 둔찻을 위로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도 네가 신병 키우기로 이거 아니냐. 잘 해봐. 나도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네 소대장님.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리 둔찻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폐급은 그저 폐급일 뿐인데...’.


2-4


특수전사령부 정예대대


마왕군 중에서도 최정예만 모인다는 전설 중에 레전설.

일명 나서스.(N.S.S)

마족들은 정예대대를 그렇게 불렀다.

마족 전체 영웅에 이름을 딴 만큼 타종족에게 악명이 높았다.

신체능력이 종족 중 가장 뛰어난 마족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살상능력은 사(死)급 3티어 몬스터조차 홀로 상대할 수준이었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10지파는 물론이거니와 마족 모두가 이 부대에 소속되는 걸 최고의 영예로 여겼다.


지난 생에선 카람은 이 부대에 배치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프락치.

군내 권력 다툼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무기였다.

미천한데다 재능까지 없어서 충성심은 높은데 비해 쓰고 버리기 용이했다.

카람도 그렇게 심어졌다가 버려진 프락치 중 하나였다.

물론 이번엔 호락호락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특수전 사령부에 배치된 신병들이 오자 카람은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카람의 얼굴을 본 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 자식이 이곳에 왜?’


일종의 경멸이었다.


“여기서 다 보네요.”


그들 사이에서 닐 쿤 바렛이 다가와 선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가증스러운 건 이전 생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카람은 담담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게요. 반갑습니다.”


하지만 닐 쿤 바렛은 카람이 내민 손을 멀뚱히 바라봤다.

그러곤 무시와 함께 비웃듯 입가를 치켜올렸다.


“반갑기는요 뭘. 기숙사에서 봤으면서.”


아차

이전 생이라면 10년 동안 안 본 사이지만 지금은 매일 같이 보는 사이였지.

카람은 침착하게 손을 거두었다.


“여기서 보니까 왠지 색달라서요.”


닐 쿤 바렛은 훈련병 시절 카람의 바로 뒷 번호였다.

그리고 그것이 졸업 내내 그의 불만이었다.

유력 귀족 중 하나인 자신이 고작 평민과 함께 훈련하다니.

그는 인간국처럼 장교와 병사를 따로 훈련시켜야 한다고 입에 달고 살았다.

마왕국은 일원제 군체계를 채택해 장교라 할지라도 병사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 불만을 괴롭힘으로 해소하던 자가 바로 닐 쿤 바렛이었다.



“색다르기보다 의외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하하.”

“아무래도 여기로 절 부르신 분이 의외의 선구안을 가지신 거 같은데.”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나 평민특별전형 그런 거겠죠.”


닐 쿤 바렛이 은근히 가시를 세웠지만 카람은 감정을 섞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죠.”


닐 쿤 바렛 역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쨌든 훈련병 때처럼 여기서도 잘 버텨봐요.”


불쾌한 윙크를 날린 닐 쿤 바렛은 또 다른 신병 무리가 다가오자 인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카람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는 닐 쿤 바렛을 유심히 지켜봤다.

무시와 경멸이 불쾌하긴 해도 이전 생에선 진급에 영향을 줬던 인물은 아니다.

당시엔 급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카람을 경쟁자로 취급조차 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카람에겐 그를 압도할 능력이 있다.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닐 쿤 바렛은 카람부터 견제하려 할 것이다.

눈치껏 적당히 할 생각이지만 만약을 위해 경계해서 나쁠 건 없다.

군인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얼마 후 인사실 데 시구알 상병이 ID카드를 나눠줬고 앞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설명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특수전사령부는 마왕성에 근접해 있습니다. 부디 용모단정 품위유지에 신경써주십시오. 그럼 지금부터 소속 부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호명하면 대답과 함께 손들어 주세요.”


2-5


호명이 끝나자 카람의 손엔 ID카드와 함께 소속 부대 표식이 들려 있었다.

발톱 세 개가 그려진 용의 표식 .

특수전 사령부 정예대대 5중대.

과거와 똑같다.

그렇다는 얘긴 전처럼 ‘그 자’도 만난단 얘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데 시구알 상병이 다가와 슌 카람을 불러세웠다.


“슌 카람 일병은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 잠깐 이쪽으로 오시죠.”


자리를 떠나던 신병들이 따로 떨어져 걷는 카람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의문, 시기, 혐오.

카람은 그들의 눈총을 무시한 채 태연하게 데 시구알의 뒤를 따랐다.


얼마 뒤 나무 뒤에 기댄 그의 모습이 보였다.

칸 타타 소령.

그를 보자 카람은 기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인사를 해야 할 정도로 가까워져 허리를 굽히자 칸 타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그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적 기사단 마도(魔都) 침투. 포인트 47-3 북측 마도벽으로 침투 현재 경비병과 대치 중. 상황발생 크라켄 격상. 크라켄 격상”


“상황 발생. 상황 크라켄. 적 기사단 마도 침투. 국지도발대응작전 즉시 시행. 각팀은 집결지로 이동하여 대기 바람.”


방송이 울려대자 칸 타타의 손을 잡으려던 카람은 얼굴을 곤혹스럽게 찡그렸다.

분명 이전 생에선 없었던 일이다.

그때는 칸 타타 대령과 차를 마시며 모종의 지령을 받았다.

그러곤 5중대에서 하루 종일 맨탈 깨진 것 밖에 없는데···

설마 과거로 돌아왔다 해서 모든 게 똑같이 진행되는 건 아니란 말인가···

예상에 없던 일이라 카람의 당황은 꽤 컸다.

하지만 메뉴얼대로 빠르게 대응하는 데 시구알 상병과 칸 타타 소령의 모습을 보면서 카람은 정신을 차렸다.


뜻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군인은 늘 최악을 상정한다.


머리 회전을 최대로 끌어올린 카람은 얼타는 신병들에게 일종의 희열을 느끼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 상황이 5중대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기회일지 몰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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