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Una

귀신 잡는 제584 특임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MaUna
작품등록일 :
2019.02.12 02:59
최근연재일 :
2019.05.24 14:15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68,821
추천수 :
1,154
글자수 :
514,613

작성
19.04.20 14:15
조회
353
추천
6
글자
12쪽

고기는 고기다! (3)

DUMMY

“확실한 거야?”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584부대원과 조리병 그리고 김주열 하사만이 남아있는 식당에서 석우가 다시 한번 민이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니까 형아.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그러니까 저 걸귀가 협상을 하자고 한다고?”


이게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걸귀가 귀신 잡는 부대와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니. 뭐 이번 경우에는 시나락이 아니라 고기를 다 까먹긴 했지만 말이다.


아니, 그보다도 저 민이 새끼가 하는 말이 맞긴 하는 거야?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심히 의심이 가는 석우였다. 장병들의 고기반찬 투쟁이 끝난 뒤 민이가 조용히 찾아와서 한 말이 지금의 발단이었다.


“아까부터 걸귀가 계속 협상하자 협상하자 그러는데 왜 형들은 무시해?”


아마 조리실에서 민이가 하고 싶었던 말도 이 말이였던 것이 백프로 틀림없었을 것이다.


“민이야. 정말이야? 저 걸귀가 너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현수가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자 약간 짜증이 났는지 툴툴 거리며 대답하는 민이였다.


“당연하지. 내가 아까부터 계속 말할라고 했는데 형들이 내가 할 말 다 짤라먹고. 아무리 내가 어려도 그렇지 명색이 도..읍읍···”


도깨비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황급히 민이의 입을 틀어막은 찬영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김 하사와 조리병들도 있는데 괜히 도깨비를 달고 다닌다고 떠벌려서 좋을 건 없으니 말이다.


“허허. 이놈이 저희 준위님 막내 조카인데 좀 이런 면으로 신통방통해서 말입니다.”


어색하게 둘러댔지만 지금 그런 것이 귀에 들어오는 김 하사가 아니였다.


“저 그러면 아까 냉동고에서 했던 것처럼 식당 곳곳에 부적을 붙이는 건 어떻겠습니까?”


협상이고 나발이고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고 싶은 김 하사가 모기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현수의 표정은 그런 방안은 곤란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냉동고 같은 경우 워낙 방위해야 할 범위가 적어 부적으로 걸귀를 방어할 수 있으나, 식당 같은 경우는 좀···”


식당처럼 큰 규모의 장소를 부적으로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방위와 부적을 사용할 위치 등 워낙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게다가 부적을 아무리 잘 사용한다고 해도 넓은 공간 때문에 결국 부적 효능의 밀도가 낮아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곤란했고 말이다.


“만약 사용한다고 해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고 위치를 잡고 부적을 붙이는 데만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뭐? 여기서 더 일주일이나 걸린다고? 그것도 그 효과를 감당할 수 없고?


정말 더 이상 이 상태가 진행된다면 자신의 진급은 고사하고 불명예 전역까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심각한 생각이 드는 김주열 하사였다. 더군다나 상한 고기를 배식하다니. 혈기왕성한 장병들이 잔뜩 화가 날 만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군대에서의 배식의 실패는 곧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곤 했다. 1905년 6월 27일 당시 러시아의 최신함에서 일어났던 수병반란도 결국 썩은 고기의 배급에서 시작되어 러시아 혁명의 시초가 됐다는 점은 이미 유명하지 않은가. 영화학도라면 꼭 봐야만 할 고전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의 그 포템킨에서의 수병반란 말이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584부대원이었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요력이 너무 높아서 쩔쩔매는 상대가 아니라 그저 도망만 잘 가는 하급 귀신 걸귀라는 것이 더 분하고 이가 갈리는 점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최 중사가 결단을 내린 듯 민이를 보고 말했다.


“그래서 걸귀가 말한 협상 내용은 뭔데 민이야.”


네? 지금 잡귀 나부랭이랑 협상을 하시겠다고요? 아니 우리가 테러리스트랑은 협상은 하지 않는 미국은 아니더라도 이건 좀 폼이 안 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건 미국 이야기고 584부대 이야기는 아니었다. 또 누가 아는가. 앞에서는 협상 안 한다고 해도 뒤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자기랑 대결을 해서 이기면 깔끔하게 물러가 주겠다는데? 대신 자기가 이기면 부적 떼고 물러가라고.”

“하아.”


어처구니없는 걸귀의 요구에 그저 한숨만 나오는 584부대였다. 도대체 부대 창설 이후에 이런 전례가 있었던가? 아니 또 선례를 만든다고 해도 과연 이게 말이 되는가? 골이 아프기 시작한 최 중사였다.


“제발 협상이든 뭐든 빨리 이번 일 좀 해결해주십시요.”


졸도 직전의 김 하사가 애처로운 얼굴로 그저 584부대원을 쳐다보았다.


“그래. 어떤 대결을 하기를 원하는데?”


최 중사의 진중한 목소리에서 큰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먼저 많은 음식을 포기하지 않고 먹는가 대결을 하자고 하는데?”


미친. 걸귀랑 푸드 파이터 대결을 하자고? 대체 언제적 컨텐츠를 들고 나온 거야? 그리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귀신 새끼랑 대결하는 것 자체가 말이나 돼?


민이의 말에 최경수 중사는 또 한 번 당황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584부대원은 전혀 승산이 없는 게임이지 않은가. 마치 프로선수와 일반인의 차이보다 더 깊은 골이 있지 않은가.

부소대장은 부대원의 얼굴을 하나씩 쳐다보았다.


현수 저놈은 평소에도 소식하는 놈이고, 찬영이 저놈은 덩치만 컸지 자장면 곱빼기가 최대 한계였지. 지형이? 석우? 아이고. 차라리 내가 대신 저 대결에 응하는 게 한결 마음이 편하겠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대결에 참가할 생각은 없는 최 중사였다. 보나마나 몇 숟가락 뜨기도 전에 승패가 결정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이대로 임무 실패 선언을 하고 돌아갈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최 중사의 눈에 들어온 한 명, 아니 사람은 아니지만, 민이가 마치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주전부리를 주섬주섬 꺼내 입에 넣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황영준 준위님이 괜히 저 꼬마 도깨비를 데려가라고 하지는 않으셨을 테고. 더군다나 저놈 입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는 적을 본 적이 없단 말이지.


최 중사는 급히 무릎을 굽혀 입안에 잔뜩 먹을 것을 오물오물거리는 민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민이 너, 저 걸귀랑 누가 누가 많이 먹나 대결할 수 있어?”


생각해보면 걸귀와의 푸파 대결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민이는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도깨비지.


“그럼 맛있는 거 많이 주는 거야?”


입안에 있던 과자 조각이 튀며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민이가 말했다.


“그럼, 너 먹고 싶은 거 말만 해. 다 먹게 해 줄게.”

“진짜지? 나 그럼 하루 종일도 먹을 수 있어.”


배시시 웃고 있는 민이의 눈망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초롱초롱해 보였다.


**


여느 때처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침 취사 준비를 시작하는 조경철 병장 및 여타 조리병들이었다. 그들 앞에는 어제 김주열 하사가 읍에 내려가 잔뜩 사 온 고기 요리재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물론 이것들은 배고픈 장병들을 위한 음식이 아닌 아침에 있을 걸귀와 저 민이라는 꼬마아이의 푸파를 위한 것이었다. 딱 오늘 하루만 아침 배식은 각자도생하기로 한 대대장의 결단 덕분이기도 했다.

조 병장은 자기의 계급과는 안 맞게 직접 돈가스를 만들기 위해 돼지고기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사를 동경해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던 경철이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이렇게 조리를 시작하니 아버지와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들. 김지호 같은 이쁜 와이프를 얻으려면 남자도 요리를 잘해야 한다.”


아직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았던 경철이가 90년대 청춘스타였던 김지호가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그저 이쁜 와이프라는 말에 혹해 아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호진, 그놈이 어떻게 김지호랑 결혼했는지 알어? 다 요리를 잘 해서 김지호가 넘어간 거야. 그러니 너도 이쁜 와이프 얻고 싶으면 평소 요리를 잘 해.”

“그럼 내가 요리 잘 하면 정말 미진이 같은 얘랑 결혼할 수 있는 거야?”


같은 유치원 최고 미모를 자랑하던 미진이를 생각하며 경철이가 물었었다.


“인마. 미진이가 문제냐. 다 꼬실 수 있어. 아빠 말 명심해.”


그때부터였을까? 경철이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그저 이쁜 와이프 한 명 얻기 위해서? 그것만은 아니였을거다.


“그래서 아빠는 엄마랑 결혼한 거야? 요리를 못 해서?”


이어지는 경철이의 말에 그저 아빠는 베란다에 나가 30분이 넘도록 줄담배를 폈던 것이 기억이 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때의 복수였는지 호텔조리학과에 가겠다는 선언에 여지없이 싸대기가 올라간 아빠의 매운 손맛에 결국 공대에 진학하게 됐지만 말이다.


뜨거운 조리실의 열기는 조 병장을 비롯한 조리병들의 각자의 불같은 다짐과 추억 속에 더욱 뜨거워졌다. 그렇게 시계는 민이와 걸귀의 대결이 정해진 일곱 시로 향하고 있었다.


**


드디어 정해진 대결의 시간. 넓은 식당에는 앉은 사람은 단 하나, 민이 밖에 없었다.

민이 앞에는 조리병들이 새벽부터 조리한 각종 고기반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통제된 식당에는 584부대원과 김주열 하사를 비롯한 조리병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대결에서 저 민이 놈이 이긴다 해도 걸귀가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석우가 조심스럽게 옆에 있던 지형이에게 속삭이듯이 물었다.


“요괴나 귀신과의 약속은 일반 사람의 약속과는 틀리데이. 약속 자체에 으떤 속임수가 있다는 것을 배제한다면야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거래이.”


[그리고 이런 먹기 대결에 교묘한 속임수가 있을 리도 만무하고. 더군다나 그 상대가 하급귀신인 걸귀라면 말이야.]


하급귀신이라서 그런가? 평소 같으면 어서 빨리 저놈을 처리해 공덕을 쌓으라고 난리를 쳤을텐데 별 말이 없는 려하였다.


“그나저나 이놈 오기는 하는 겁니까?”


초조한 김주열 하사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걸귀에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키이이이”거리는 걸귀 특유의 소리가 식당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왔다.”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민이 옆에 놓인 의자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마치 마나가 떨어져 클로킹이 해제된 스타크래프트의 레이스처럼 빈 의자에 어제 보았던 걸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끼이잉! 끼이잉!”


뭐가 그리 신난듯이 기분 나쁜 웃음으로 탁자를 탁탁 치며 자신의 등장을 알린 걸귀였다.


“아, 그냥 지금 잡아 없애면 안 되는 겁니까?”


꼴 보기 싫은 얼굴에 석우가 다시 조용히 입을 가리고 물어보았다.


“아까 지형이 말 벌써 까먹었냐. 귀신이나 요괴와의 약속은 깨뜨릴 수 없는 거라고. 벌써 언약의 힘으로 우리가 어찌할 수가 없단 말이다.”


현수가 나무라듯이 조용히 말했다.


“자. 이제 대결자가 모두 모였으니, 대결을 시작하겠다.”


두 참가자가 자리에 앉자 비장한 목소리로 최 중사가 입을 열었다.

민이는 그저 자신의 눈앞에 놓인 음식에 눈이 팔려 정신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그건 걸귀도 마찬가지였다. 탐욕스럽게 잔뜩 침을 흘리며 앙상한 팔이 벌써 음식을 향해 뻗어 있었다.”

최 중사는 두 참가자를 번갈아 보고 말을 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누가 먼저 빨리 포기하지 않고 음식들을 다 먹는가이다. 조리병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먼저 다 소진한 쪽이 승리하는 것이다. 알겠나?”


최경수 중사의 말에 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걸귀도 알았다는 듯이 테이블을 손으로 ‘쾅쾅’치며 어서 음식이나 내오라는 듯이 재촉하는 듯했다.


“자. 그럼 첫 번째 음식이다. 조리병들 준비한 음식을 내오도록!”


최 중사의 시작을 알리는 말과 동시에 조리병들은 어마무시하게 쌓여있는 불고기 볶음이 한 솥 가득 민이와 걸귀의 대결을 위해 내오기 시작했다.


“대결을 시작한다!”


최 중사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걸귀는 자신 앞에 놓인 불고기 볶음을 게걸스럽게 벌써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장병들의 맛있고 안전한 식사를 위한 민이와 걸귀와의 음식 먹기 대결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 잡는 제584 특임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와 사과의 말씀 +6 19.05.24 303 0 -
89 Incoming! (5) +2 19.05.24 184 5 12쪽
88 Incoming! (4) +2 19.05.23 153 6 12쪽
87 Incoming! (3) +1 19.05.22 160 5 12쪽
86 Incoming! (2) +1 19.05.21 165 6 13쪽
85 Incoming! (1) +1 19.05.18 211 5 12쪽
84 거 같이 좀 삽시다 (4) +1 19.05.17 214 7 15쪽
83 거 같이 좀 삽시다 (3) +2 19.05.16 212 7 13쪽
82 거 같이 좀 삽시다 (2) +1 19.05.15 196 7 12쪽
81 거 같이 좀 삽시다 (1) +2 19.05.14 212 7 13쪽
80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 (마) 19.05.14 198 5 8쪽
79 비누 좀 주워 줄래? (5) +4 19.05.11 218 7 13쪽
78 비누 좀 주워 줄래? (4) 19.05.10 210 5 12쪽
77 비누 좀 주워 줄래? (3) +1 19.05.09 215 5 13쪽
76 비누 좀 주워 줄래? (2) +1 19.05.08 234 10 13쪽
75 비누 좀 주워 줄래? (1) +1 19.05.07 241 7 12쪽
74 너를 향한 불타는 이 마음 (4) +2 19.05.04 249 7 20쪽
73 너를 향한 불타는 이 마음 (3) 19.05.03 245 4 12쪽
72 너를 향한 불타는 이 마음 (2) 19.05.02 260 5 12쪽
71 너를 향한 불타는 이 마음 (1) 19.05.01 296 5 12쪽
70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5) 19.04.30 286 5 17쪽
69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4) 19.04.27 283 3 12쪽
68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3) 19.04.26 300 3 12쪽
67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2) 19.04.25 316 6 14쪽
66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1) +1 19.04.24 383 5 13쪽
65 고기는 고기다! (4) +1 19.04.23 333 8 15쪽
» 고기는 고기다! (3) 19.04.20 354 6 12쪽
63 고기는 고기다! (2) 19.04.19 344 7 13쪽
62 고기는 고기다! (1) 19.04.18 383 7 13쪽
61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 (라) 19.04.18 350 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