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량 정인환을 연재하고 있는 고영진입니다
우선 지금까지 부족한 소설을 계속 따라와주고 계신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올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독자님들과 마찬가지로 대역물이나 밀리터리물을 즐겨 읽던 독자 중에 하나였습니다.
처음 인터넷 소설에 입문하게 된 게 한 20년 전쯤에 김경진 작가님이 연재하셨던 데프콘 시리즈와 윤민혁 작가님의 한제국건국사였습니다.
그 때는 하이텔이나 천리안에서 연재하던 인터넷 소설들이 단행본으로 출간을 하던 때였고, 저도 그 때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서 주말을 꼬박 새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던 작품들이었고, 그 때를 계기로 밀리터리물이나 대역물에 푹 빠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는데, 웬만한 소설들은 다 읽다보니 소위 고인물(?)이 되어서 약간의 고증 오류에도 확확 깰 때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히 대역물은 비전공자인 제가 봐도 고증 오류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읽는 걸 그만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윤민혁 작가님의 한제국건국사, 김경록 작가님의 대한제국연대기와 제국의 계보, 청련 작가님의 여명의 세기 같은 수작들 외엔 딱히 기억에 남는 대역물도 없고요.
그러던 중 문피아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차라리 내가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에 몇 번 끄적이게 된 게 덜컥 계약을 제의받았고 이렇게 어쭙잖게 글을 쓰는 삼류작가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좋아하던 것이었고 항상 따라와 주시는 독자님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는 군사학이나 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였고 그 때문에 인터넷 자료나 논문자료, 단행본을 꾸준히 읽어가면서 고증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독자였던 시절에 고증으로 인해 하차를 했던 소설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서 최소한 상식적인 수준에서 고증은 지켜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소설적 재미를 위해 엄연한 사실을 비틀어야 하기도 했었고, 빠른 전개를 위해 그 기저에 깔린 역사적 사실들은 대충 넘겨야만 했습니다.
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왜곡 수준으로까지 비틀지는 말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소설을 계속 연재하면 연재할수록 저를 힘들게 했던 댓글들이 부지기수로 달렸습니다.
KBS 다큐멘터리랑 일본인 학예사 설명까지 봐가면서 조총 사격속도 고증했더니
‘어떻게 그렇게 빨리 쏠 수가 있느냐, 무슨 영국 레드코트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었고
고려 후기인 10세기경에 논에 물을 대면서 조선 초엔 이미 삼남지방을 중심으로 모내기도 있었는데
‘이앙법은 조선 후기이니 저 때는 논에 물 안 댔다’고 하는 분도 있었고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폐해죠)
임진왜란 때 진주성 고증하려고 지금은 없어져버린 외성벽 크기를 감안해서 썼더니
‘작가님 진주성 안 가보셨죠?? 성 그렇게 안 커요. 그리고 바로 남쪽에 남강이 흐르는데 어떻게 포위가 되요??’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ㅋㅋ
(상식적으로 1592년의 진주성과 2020년의 진주성이 어떻게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외로 하겠습니다 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도 없고요)
한 100화쯤부터 그런 비상식적인 댓글들이 계속해서 누적되다 보니
비전공자로서 하루에도 몇 시간 동안 자료들을 찾던 저로선 일종의 현자타임이 왔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고증해봤자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데, 굳이 고증이라는 걸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죠.
차라리 다른 작품들처럼 고증 같은 건 다 포기하고 조금 더 스토리, 캐릭터를 살리는 데 투자를 했으면 더 나은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그렇게 100화쯤에서 현자타임을 겪은 채로 50화 분량을 더 연재하게 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전히 퍼져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따라와 주고 계시는 독자님들을 위해서라도 연재중단이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반드시 완결을 치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아무래도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각연재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고 연재주기도 불규칙해진 것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독자님들께 최소한 100원 짜리의 가치가 있어야 할 연재분의 퀄리티 가 확 떨어져간다는 느낌도 받고 있었고요.
그래서 독자님들께 참으로 죄송하고 염치 불구한 말씀을 드리자면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한 4일 정도 휴재를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4일 정도 휴재를 하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소설의 후반부를 구성할 자료들을 차근차근 찾아볼 예정입니다.
그래야 여태 소설을 따라와 주고 계신 독자님들께 양질의 연재분을 제공하면서 무사히 완결을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독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다는 걸 약속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고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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