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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귀농했더니 장사가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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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3.11.30 08:38
최근연재일 :
2023.12.01 08:2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28
추천수 :
13
글자수 :
16,589

작성
23.11.30 13:50
조회
126
추천
5
글자
12쪽

향기로운 복숭아

DUMMY

냉장고를 여기에 넣으면?


그리고 흙으로 덮는다면 냉장고가 고쳐질지는 모르겠지만 흙이 들어가서 지저분해지고 청소하기가 빡셀 것 같은데..


일단, 냉장고를 비닐로 한 번 싸기로 했다.


농사용 비닐 큰 것이 있어서 그걸 가져와서 대충 둘둘 냉장고를 둘러서 쌌다.


그리고 번쩍 들어서 파 놓은 구덩이에 냉장고를 넣고 그 위에 흙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냉장고까지 고쳐지면 대박인데...



***


다음 날


다시 전날 묻은 냉장고 위의 흙을 걷고 구덩이를 파보았다.


검은색 농사용 비닐에 쌓인 냉장고, 당장은 안이 보이지 않았다. 무겁지는 않지만 구덩이 안에 있는걸 꺼내려니 역시 자세도 안 나오고 무겁다.


겨우 위로 올려서 검은 비닐을 걷어내었다.


“와..이거 실화냐? 대박인데..”


민트색의 오래된 구형 냉장고, 색도 바래고 여기저기 지저분한 얼룩도 있어서 도저히 쓸 수 없었을 것 같았는데,


구덩이에서 꺼내서 비닐을 제거한 냉장고는 구형이기는 했지만 민트급의 신품처럼 보였다.


흔히 민트급이라고 하는데, 민트는 조폐청을 말한다, 동전 수집가들이 수집용으로 쓰지 않은 신품 동전을 컬렉션으로 가지고 있는 걸 민트라고 한다는데,


요즘은 신품 같은 중고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민트색의 냉장고는 진짜 민트급이었다.


색도 전에 바래고 그랬던 촌스러운 민트가 아니라,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깨끗하고 비비드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그런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와..이쁘다. 크기도 작고, 이거 그런데 작동은 하는 건가?


일단, 대청마루로 가저와서 코드를 꼽아보았다.



위윙..


냉장고 냉매가 돌아가는 소리가 좀 나더니 작동되는 것 같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직 시원하지는 않지만 안에 불도 들어오고 냉장고는 작동되고 있다.


안도 완전 깨끗한 모습, 얼룩들도 다 지워지고 벗겨졌던 표면도 새것처럼 말끔한 모습이었다.


이정도 컨디션이라면 팔아도 되겠는데, 구형이라 좀 그렇지만 특이한 오래된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사고 싶을 것 같았다.


오히려 구형 냉장고는 단종되어서 구하기도 어려울 테니까..


희소성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안에 보니 빵도 있네..


빵?


잊고 있었는데 내가 읍내에 갔을 때 사온 것 같았다. 먹다가 남은 식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어먹은 모양인데..


그게 벌써..언제야? 한 2주 전인가?


반쯤 남은 식빵, 날씨도 여름이라 덥고 고장난 냉장고 안에서 곰팡이가 슬었을 것 같았는데..의외로 빵 봉지를 열자 안에서는 갓 구운 것처럼 구수한 빵 냄새가 났다.


뭐지?


완전 새빵인데..먹어 볼까?



맛을 보니 빵이 부들부들 여간 부드러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 빵집 근처에서 자취를 한 적이 있어서 식빵으로 유명한 그 집에 자주 빵을 사 먹었는데, 거기에 가면 먹을 수 있던 그날 구운 식빵과 비슷한 맛과 촉감이었다.


세상에..완전 신선해..그리고 뭔가 싱그러운 향기도 나고 있다.


빵도 그렇고 냉장고에서도 좀 둘이 다르기는 한데, 뭔가 좋은 냄새? 신선한 새 것의 냄새 같은 것이 나고 있었다.


향기는 어디서 나는 거지?


향기 때문일까? 냉장고는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고, 빵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가전제품도 새것처럼 수리? 하니 복원이 되고, 빵도 역시 새것처럼 복원이 된 건가?


거기에 향기는 덤인 것 같았다.




***


복숭아 과수원



“그러니까, 그 장 씨 영감님이 살던 그 집 말이군.”

“예, 저 꼭대기에 있는 집입니다. 여기서 잘은 안 보이네요.”


“산에 가려서 그렇지, 나 가봤어. 예전에.. 산속이라도 앞에 산이 막혀서 좀 답답하고 그러지 않아? 그 땅이 팔렸다고 해서 어떤 호구가..아니..하하..아무튼, 거기가 맹지는 아닌데, 거의 준맹지급이잖아.”


“예, 값이 워낙 싸게 나온 것 같아서 저도 그냥 큰 고민없이 샀는데, 사고 나니까, 단점도 많네요.”


“뭐, 거기서 아주 살 건 아니잖아? 그냥 서울 살면서 주말에 한 번 와서 농사짓고 그러기는 괜찮지, 인생 2모작 그런 거 말이야, 부캐, 그런 거 원해서 온 거 아냐? 농사는 재미로 짓고.”


“하하, 뭐, 대충 그렇죠. 아직 농사는 짓는 법도 모르고요.”


원래는 진심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온 거였지만, 그건 진짜 아무 것도 농사를 모르고 객기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무모함에 가까운 진심이었다.


나는 진심이었지만 사실상 의미 없는 진심, 오히려 진심이니 뭐니 그랬다가는 비웃음만 당할 것 같았서 그저 설렁설렁 귀농체험이나 하려고 왔다고 둘러대었다.


“밭이 있으니까 거기에 채소나 좀 키우고 그럴 생각입니다. 들으니까 호박 농사가 제일 쉽다던데요.”

“호박? 호박이 쉬워?”


“그냥 땅에 씨만 뿌리면 잘 자란다고..”


“노지에? 그건 농사가 아니고 그냥 호박 씨 뿌려놓는 거지, 애호박 제대로 키우려면 그렇게는 안 되는데, 그냥 씨뿌리고 호박넝쿨 자라는 그런 거라면 그건 쉬울 거야, 농사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멀쩡한 밭 놀리는 거지만.”


계곡 아래에는 복숭아 과수원이 큰 것이 있는데 거기 사장님은 호박은 못 쓰는 땅에 씨를 뿌려서 넝쿨이 멋대로 자라게 놔두기는 하지만 그게 무슨 농사냐며 웃으셨다.


“멀쩡한 땅에 호박넝쿨을 키우면 땅이 아깝지, 뭐라도 제대로 농사를 지어야지.”

“하하, 제가 아는 게 없어서요. 농사 기술도 없고, 장비도 없고, 일단은 쉬운 것부터 해보려고요.”


“그려, 뭐, 진심으로 짓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삼아 말이지? 그런 것도 좋지, 여유 있으면 유유자적 인생 즐기고, 시골이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으니까.”


“참, 그런데 지나가다 보니까, 낙과가 많은 모양이네요.”


“말도 마, 아주 승질나 죽겠어, 날씨가 이상해서 그런가? 병해충은 왜 그리 많은지, 기껏 복숭아가 맛있게 익을 때가 되니까 멀쩡한 복숭아들이 다 썩고 벌레먹고 아주 난리가 아니야. 올해 농사는 완전 망했어.”


“그 정도인가요?”


“기후이변이라고 하잖아, 너무 덥고 비도 자주 오고, 아무튼 농사 일이 힘들어,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늘만 바라봐야지 뭐 별 수가 있나.”


여기저기 낙과들, 그리고 나무 위에도 얼핏 잘익은 것 같지만 무르거나 벌레가 먹은 복숭아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충 잘라내고 먹으면 될만한 것들도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상품성은 제로가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과일값이 비싸다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데, 벌레먹고 물러버린 복숭아를 살 사람들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날도 덥고 복숭아 자체가 쉽게 부패하는 과일이라 과일들은 빨리 따거나 수거해서 땅에 묻어야 한다고 했다.


“저거 다 썩으면 난리도 아니야,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요새 일손도 없다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다 어디로 빠져서 진짜 일할 사람도 없는데, 큰일이야. 큰일..”


“저기, 저 낙과 복숭아들은 제가 좀 가져가도 될까요?”


“저걸 뭐하게?”

“땅에 묻어서..”


“묻어서?”

“천연유기농 비료로 쓸까 하고요. 제가 농사는 잘 모르지만 화학 비료를 안 쓰고 유기농으로 작물을 키우면..”


“그게 되냐고? 서울사람들은 꼭 그러더라, 유기농이 되는 줄 알아, 어림없어, 화학비료 안 주고 농약 안 주고 어떻게 농사를 짓는데? 유기농이라고 하면 시골사람들은 속으로 다 비웃어. 유기농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지, 직접 해보면 뻔히 안 되는 걸 아는데, 그놈의 유기농 타령은.”


“하하, 아무튼, 제가 복숭아를 좀 가져가면 어떨까 해서요.”

“맘대로 해, 나야 가져가면 일 줄고 좋지.”




***


트럭을 빌려서 그렇게 복숭아 상자들을 옮겼다.


다 썩은 복숭아들이라 옮기는 걸 도와주던 트럭 기사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냥 과수원 사장님에게 말한 것처럼 유기농 비료를 만든다고 둘러댄 것이다.


그렇게 복숭아들을 농가주택 한쪽에 옮겨 놓고 트럭 기사가 가고 나자, 구덩이 덮개를 열었다.


냉장고를 파고 나서 든 생각은 이만한 구덩이를 다시 파기는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혼자서 삽으로 파기에는 땅 파는 일이 쉽지 않았고, 기왕에 판 구덩이를 다시 활용할 수 없을까 생각을 해본 것이다.


그래, 매번 땅을 다시 파고 묻고 그러는 건 너무 무식한 방법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실험으로 알게 된 것은 땅속에 온전하게 하루를 묻어야 복원이 된다는 것이었다.


땅속에 그냥 구덩이만 파도 안 되고, 그 위에 흙을 덮어야 했다. 아마도 물건 전체를 땅으로 둘러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구덩이 위에 덮개를 만들고 그 덮개 위에 흙을 덮으면 어떨까 싶었다.


구덩이의 덮개를 열고 거기에 과수원에서 가져온 반쯤 썩은 복숭아들 상자들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덮개를 닫고 그 위로 살짝만 흙을 얹었다.



그리고 하루 후에 덮개를 열어보았다.


“와..이거 완전 싱싱한데..”


덮개만 열었을 뿐인데 전날 그 고약하게 부패하던 냄새, 죽음의 냄새 같던 역한 냄새는 온데간데 없고, 향긋한 봄날의 꽃향기 같기도 하고 뭔가 달달하고 새콤한 복숭아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와, 향기 기가 막히네.”


뭔가 이 땅속에 넣고 하루가 지난 후에 복원된 물건들은 특유한 싱그러운 향기가 있었다. 맡고 있으면 힐링이 될 것 같은 그런 상큼하고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아련한 향기..


처음에 부러졌던 안경에도 향수처럼 향이 나고, 농기구와 냉장고에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좋은 향기가 났다.


복숭아는 과일이라 그런지 더 향긋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와, 대박인데..이거 맛을 안 봐도 싱싱한 향기가 느껴져..


향이라는 것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고 한다, 냄새는 과거의 기억이라면 향기는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고 했던가?


싱그러운 복숭아향은 보지 않아도 잘 익고 싱싱한 복숭아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실제로 구덩이 안에 들어갔던 복숭아들은 싱싱하고 잘 익은 모습이었다. 벌레먹거나 썩거나 물러진 흔적들도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마치 나무에 열린 잘익은 싱싱한 최상급 복숭아들처럼 보였다.


맛은 어떨까?


아무 거나 하나 집어서 한 입 베어물었다.


입에 복숭아가 들어와 씹히는 순간, 달콤하고 싱싱한 복숭아의 과즙이 터져나온다. 씹히는 식감, 풍부한 당도, 거기에 싱그러운 향까지 더해져서 마치 신선들의 먹던 천상의 복숭아의 맛이라고나 할까?


전설의 무릉도원에 있을 법한 복숭아계의 최상급의 맛과 향이었다.


적어도 내가 먹어본 복숭아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정말, 내가 과수원에서 거져 주워온 썩고 벌레먹은 그 복숭아들이 맞다는 말인가?


하룻밤의 복원 작업으로 폐기 직전의 폐급 복숭아들은 최상급의 천상의 복숭아들로 부활한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기적보다 내 눈앞에서 부활한 복숭아들이 더 놀라운 기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기적이야..


올해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주변의 복숭아 농장마다 낙과들이 넘쳐나고 상한 과일을 버리느라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서 못쓰게 된 복숭아를 가져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 복숭아를 회복시켜서 다시 팔게 된다면?


이 정도 맛이라면 10개 정도를 담아서 삼사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져 주워온 복숭아를 개당 최소 3천 원 정도에 팔 수 있는 것이다.


이거 돈이 되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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